어린이 아트 캠프 ‘TO BE FREE'가 오는 7월31일과 8월1일 양일간에 걸쳐 '서서울호수공원'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지난 28일 오전 11시경 스텝들의 첫 미팅이 있었는데, 난 '서서울호수공원'도 처음 가보지만, 이 행사의 내용도 잘 모른 채 갔다.
일전에 안애경씨로부터 이 빠진 모습으로 어린이들을 웃기며 사진 찍을 생각 없냐는 재미있는 발상에 별 생각 없이 승낙했다.

안애경씨는 핀란드를 오가며 국내외 주요 프로젝트에서 아트 디렉트로 동분서주하는데, 발상들이 너무 참신하여 본받을 일이 많다.
묶여 있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새롭고 참신한 시도는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 날 처음으로 본 ‘어린이 아트 캠프’ 기획안은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에서 주관하는 행사로,
어린이들에게 창의적인 예술교육을 접목시키는 중요한 프로젝트였다.
함께 어울려 경험하며 주변 환경에 연관된 자신의 생각을 나타내는데, 어린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며
어린이들의 체험이 공공디자인 개념의 기본 아이디어로 활용되는 프로젝트였다.
창의적인 워크샵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는 올 가을 주민들과 함께 실물크기로 공원에 설치하기로 되어있었다.
주민들이 만들어 가는 공공예술의 한 사례로, 주민이 공원의 주인의식을 갖는 출발점이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스텝은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안애경씨를 비롯하여 영어교사인 김정은씨, 그리고 핀란드 작가 두 명과
서울시청 공원녹지정책과 담당자 두 명 등 모두 여덟 명이었는데, 서로 인사하는 정도의 탐색전에 가까운 미팅이었다.
마지막 결과에 대한 큰 그림이야 안애경씨 머리에 있겠지만 미리 발표할 수 없었다.
참가하는 어린이들의 생각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틀을 짤 일이 아니었다.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곤란한 부분도 있겠지만, 작가의 뜻이 받아 들여졌다.

서울시청 에서 온 담당자는 모든 일을 수용하며 도우려했지만, 그러나 공원 관리자는 달랐다.






양천구 신월동에 있는 이 공원은 2009년 한강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는데,
제2의 선유도 공원이라 불릴 만큼 환경친화적인 공원으로 여의도 공원과 맞먹는 규모다.
녹슨 수도관이나 기존의 골조를 재활용한 배치도 좋지만,

지척에 있는 김포비행장으로 오가는 비행기 소리에 분수가 작동하는 시스템도 흥미롭다.
‘씨토포스’ 최신현씨가 설계한 시각의 파격을 안겨주는 친환경공원이었다.




 


스탭들과 '서서울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아 보았는데, 21세기 몬드리안의 정원같은 멋진 공원이었다.
옛 신월정수장의 침전조를 재활용하여 기존의 콘크리트 벽과 기둥들이 그 골격을 이루는데,
수직과 수평의 선을 활용한 동선에 따라 면과 선을 가로지르고 서로 만나고 헤어지면서 3차원의 공간을 연출했다.
흥미로운 배치의 조화로 마치 미로를 헤매는 것 같은 공간의 리듬을 맛보게 하였다.





문제는 작가가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그 것을 관리하는 공무원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들은 천편일률적이고 획일주의의 익숙함에 길들어 있다.
의도와 다르게 관리되는 것을 안타까워 한 설계자 최신현씨의 부탁도 있었지만, 미술감독 안애경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래서 '서서울호수공원'의 여러 프로젝트에 솔선 참여하여 발전시키려 했으나, 번번히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야외에 설치할 피아노도 관리의 어려움을 내세우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공원에 설치된 원통 수도관의 양쪽 구멍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호기심 많은 개구장이들의 생각을 막아버린, 즐기는 놀이공간이 아니라 관상용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그날도 공원을 관리하는 인부들이 테크 틈사이에 비집고 나온 잡초를 말끔히 제거하고 있었다.

있어야 좋은 것과 없는 것이 좋은 것을 구분조차 못하니,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고 있었다.






이 날도 공원관리자와 어린이 아트 캠프 미술감독과의 마찰이 빚어졌다.
무슨 이야기 끝에 나왔는지 모르지만, 작업 자재로 들여다 놓은 물품을 실어가라고 했다는 것이다.
격려는 못할망정, 어찌 싫다는 표현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할 수 있는가? 결국 서러움에 북 바친 안애경씨가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외국에서 데려 온 작가들에게 여비도 챙겨주지 못하는 봉사에 가까운 일을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데,
뭘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욕이라도 먹지 않을텐데, 무슨 기득권 지키는 완장 행세 같아 나까지 열 받아버렸다.





문제는 이러한 사례들이 '서서울호수공원'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전국 지자체의 문화관련 공무원 사이에 만연한 현상이라는 점이다.

일단 문화관련 부서 공무원은 모두 문화전문가로 바뀌어져야하고, 생각이 막힌 안일주의 공무원들의 거세가 절실한 실정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뭘 모르는 인간들이 갑질 하는가.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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