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오후 4시경, 모처럼 인사동에 나갔다.
나무화랑에서 열리는 광화문미술행동, 100일간의 기록을 보기 위해서다.
이 전시는 이달 초하루에 막을 올렸으나, 내일 내일 미루다 여지 것 보지 못했다.
전시되는 사진이나 설치물은 함께 한 일이라 알고 있으나, 눈도장은 찍어야 했다.

얼마 전, 동자동 일에 너무 소홀해 일체의 오프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나발 분 것이 족쇄가 되어, 꼭 가야할 전시회마저 갈 수 없었던 것이다.
어디에는 가고 어디에는 안 간다면 욕먹기 십상이라, 얼굴에 철판 깔고 버틴 것이다.

사실 열림식 있는 날에는 사람 만나기는 좋아도 작품 보는 데는 별로다,
꼭 보아야 할 전시는 평소 시간 날 때 들리기로 했는데,

이날은 판화가 류연복씨가 전시장 지킴이라기에 찾아 나섰다.

 

전시장에는 류연복씨 외에도 김준권, 변정대섭, 김이하, 육인순씨 등 반가운 분들이 여럿 있었다.

좀 있으니 죽은 용태형 딸래미 김보영과 그의 친구 김진영씨도 나타났다.

숨겨 둔 막걸리를 얻어 마시며, 오랜만의 회포를 풀었던 것이다.





이 전시는 출판기념회를 겸해 열렸으나, 사실 광장이나 야외에서 전시되어야 했다.

그 많은 설치물과 국민들의 염원이 담긴 현수막들을 어떻게 조그만 전시장에 다 펼칠 수 있겠는가.

광화문광장에 모두 펼쳐놓고, 그 날의 감회를 맛 볼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

전시된 사진과 현수막들을 돌아보니, 지난겨울의 하루하루가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끓어오르는 분노의 열정으로 추운 줄도 몰랐고, 역사의 순간순간들을 기록하느라 배고픈 줄도 몰랐다.

그 타오르는 촛불의 물결을 바라보며, 사실상 짜릿한 희열도 맛보았던 것이다.

올바른 세상을 향한 국민들의 외침으로 철옹성 같은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드디어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다.

이제 적폐들이 하나하나 청산되고, 갑과 을이 없는 평등한 세상을 조용히 기다릴 것이다.






시간이 되어 전시장 문을 걸어 잠그고, 다들 풍류사랑으로 몰려갔다.
그런데 어디를 가나 류연복씨는 인기 짱이다.

그토록 여성 팬이 많은 그가 홀 애비로 사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과 사는 것은 다른 것일까? 아니면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지...
이 날도 풍류사랑에 가자마자 보영이 엄마로부터 뽀뽀세레를 받았다.
"주여! 왜 이리 세상이 불공평하나이까?"

돌아오는 길에 습관적으로 유목민에 들렸다.
뜻밖에도 정영신씨가 유목민술자리에 있었다.

나도 반가워  뽀뽀세례를 받고 싶었으나, 최혁배, 장경호, 공윤희, 배성일, 임경일씨 등

사내들 속에 끼어 있어 들어 갈 수가 없었다.


좀 있으니 옛날 유행가 가사가 생각나더라.
헤어지면 그리웁고 만나보면 시들하던, 모를 건 이내심사~






이 전시는 16일까지 이어지고,

오는 20()은 오후1시부터 8시까지는 광화문광장에서 노무현대통령 8주기 추모문화재 사전행사도 열린다.

노무현재단에서 주최하고 광화문미술행동에서 주관하는 시민과 함께하는 추모예술난장에 많은 분들의 참석을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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