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늦게, 모처럼 김명성씨의 전화를 받았다.
작년 연말 열었던, 내 전시에서 만나고 처음이라 반가웠다.
별 일 없으면 인사동 ‘유목민’으로 나오라 했다.
마침 동자동 상가의 술자리가 끝난 뒤라 서둘러 나갔다.

유진오씨와 함께 있었고, 다른 좌석에도 반가운 사람이 많았다.
어떻게 일은 잘 풀려 가는지 걱정되었지만,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눈빛으로 짐작하며, 케케묵은 이야기 안주삼아 술 한 잔했다.

그런데, 꼬깃꼬깃 접은 신사임당 지폐 두 장을 내 손에 집어주었다.
그의 어려운 사정을 짐작하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다.
마침 옆에 가난한 지인이 술 마시고 있어, 한 장씩 나누어 가졌다.

그 친구는 기분이 상했는지, 돈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나갔다.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지만, 주는 사람 자존심은 생각치도 않냐?
결국 찢어 버린 돈 주워 모아, 자기 먹은 술값 계산하게 하면서...

뒤늦게 서길헌씨와 송미향씨도 왔지만, 술 마실 기분이 아니었다.
주인장 전활철씨가 챙겨 준 반찬도 잊은 채, 그냥 나와 버렸다.
도대체 돈이 뭐 길래, 사람 기분을 이렇게 나쁘게 만드는가?
옛 유행가에 나오는 가사처럼 “돈 돈, 돈이 원수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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