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 포항의 송도, 사진인의 밤행사 중에 정선에 계신 서덕웅씨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귤암리 노인회에서 서울 롯데월드타워로 관광 가는데, 올 수 있냐는 것이다.

롯데월드타워는 관심 없지만, 동네 분들의 서울 나들이를 어찌 마다할 수 있으랴!

귤암리에서 만날 수도 있지만, 띄엄띄엄 떨어져 한꺼번에 만나기란 동강할미꽃축제같은 행사 외는 쉽지 않다.

이제 가을걷이를 끝낸 터라 모처럼 단체 관광을 나선 모양이었다.

도회지 같으면 경노당에서 쉴 나이지만, 시골에서는 농사일을 주도하는 현역들이다.





포항에서 23일 동안 퍼 마신 술에 파김치가 되었지만, 포항 사진페어가 마무리 된 오후 다섯 시 무렵 출발했다.

밤 아홉시에야 정선에 도착했다. 이튿날 관광버스 편으로 편하게 갈 수도 있지만,

끌고 온 차가 걸려 겨울 옷가지만 챙겨 바로 서울로 돌아와야 했다.

연이어 일곱 시간을 운전하고 차에서 내리니 어질어질했다.

도착했으면 그냥 잘 것이지 밀린 일 하느라 새벽녘에야 잠들었으니, 매번 바쁜 걸음 치는 것이다.

약속시간까지 갈수 있을지 걱정스러웠으나,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었다.






단체 매표소에 몰려있는 서른 명의 반가운 분들을 뵈니 걱정도 피로도 말끔히 사라졌다.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젊은 사진사 한 사람이 단체사진을 찍으라며 한 곳으로 모아 세웠다.

얼씨구나하며 나도 사진을 찍었지만, 그 사람이 뽑아 낸 사진은 배경에 없던 서울 야경이 합성되어 있었는데,

5X7규격의 사진 한 장에 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그 것도 한 장이 아니라, 여럿명이 제각기 사진을 구입한 것이다.

기념사진 값에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이 너무 아까웠으나, 어쩌랴!

한 장만 구입해도 복사해 얼마 던지 뽑을 수 있으나, 영업 방해하는 것 같아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소지품 검사로 라이터를 맡기는 등 엘리베이터 타는 절차도 까다로웠다.

그러나 고속철처럼 123층을 1-2분 만에 단숨에 올라가 버렸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서울의 시가지가 마치 조감도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유리로 된 바닥을 내려다보니, 오금이 저렸다.





난생 처음 보는 건물에  감탄보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에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건축술이 하늘 높은지 모른다지만, 과연 이렇게 높은 건물을 지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이렇게 올려 세우기까지 숱한 말썽을 일으키며 지연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비리를 저지른 롯데그룹 총수일가가 사법부의 심판을 받고 있지 않은가?






고층빌딩 구경보다, 동네 분들과 둘러앉아 먹는 오찬이 더 즐거웠다.

소주 한 잔 나누다보니, 금세 헤어 질 시간이 되었다.





돌아가는 길에 여주 들려 단풍구경 한다기에, 혼자 지하철 타러 걸어나와야 했다.

석촌 호수 주변도 아름답게 물들었지만, 이날따라 벤취에 누워 자는 분이 더 부러웠다.




 


부질없을지라도, 동네 분들 덕에 서울구경 한 번 잘 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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