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신의 혼자 가 본 장항선 장터 길이 지난 23일 인사동 갤러리인덱스에서 성황리에 막을 올렸다.

 

그날은 아침부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더니, 오후 무렵에는 장대비가 쏟아졌다.

찾아 주신 손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술 마시긴 좋은 날이었다.

 

전시장에 올라갔더니, 안미숙관장과 이다 군이 전시 디피를 멋지게 해 놓았다.

 

마치 장터에 늘린 장돌뱅이 사진 난장 같았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화가 송창, 미술평론가 김진하, 사진가 하재은씨가 와 계셨다

 

많은 분의 성원에 힘입어 배당 받은 사진집 200부도 무난히 소진하였.

둘째 날에는 소품도 여섯 점 팔렸고, 몇몇 분의 후원도 따랐다.

 

그리고 정영신씨 조카 심지윤씨가 오프닝 음식을 준비해 왔는데, 너무 깔끔하고 맛있었다.

 

봄에실농장에서 따온 불루베리도 등장했고, 안원규씨가 옥수수까지 삶아왔다.

다들 도와 주셔서 큰 걱정은 덜었으나, 이 원수를 생전에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날 장대비를 뚫고 참석하신 분으로는 갤러리인덱스안미숙관장을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 대표, 공윤희, 김진하, 송 창, 김정업, 최유진, 하재은, 장종운, 박옥수,

신상덕, 박춘화, 김문호, 최연하, 곽명우, 김수길, 남 준, 정명식, 박순규, 김이하, 장경호, 윤범모,

조신호, 조경석, 김진열, 서인형, 김상현, 송일봉, 유진오, 안원규, 김 구, 김발렌티노, 임태종, 신단수,

정복수, 최석태, 노광래, 김정남, 조준영, 한상진, 양상용, 전인미, 이정선씨 등

많은 분이 오셔서 전시를 축하해 주었다.

 

그러나 성함이 기억나지 않거나 미처 만나 뵙지 못한 분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 양해해 주시 길 바란다.

 

그날 준비한 술로는 와인 외에 몰래 숨겨 둔 대마불사주상황버섯주까지 꺼내 왔다.

술 고픈 축축한 날이라 개막 시간까지 기다릴 수 없어, 맛본다며 홀짝홀짝 마신 술에 일찍부터 취해버렸다.

 

뒤풀이는 유목민으로 정해 두었는데, 두 패로 나뉘어 일부는 인사동16번가에 진을 쳤다.

이쪽저쪽 옮겨 다니느라 혼자 바빴는데, 숨이 차서 차에 들어가 자버렸다.

 

그 다음 날은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있는데,

실버넷뉴스운현선기자가 갤러리에 왔다는 전화가 걸려 왔다.

아마 같이 식사하려고 일찍 온 것 같은데, 이미 늦어버렸다.

 

급히 전시장으로 달려갔더니, 운현선기자를 비롯하여 큰나무갤러리김문경대표,

실버넷뉴스앵커 김석출씨, 김유나씨 등 여러 명이 와 계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정영신씨 인터뷰하는 틈을 이용해 화장실부터 가야 했다.

전날 마신 술 때문인지, 식사에 문제가 있었는지, 연이어 물 대포를 쏟아 댔다.

'쌈지길' 화장실을 몇 번이나 들락거리다 올라가니, 손님은 가버리고 안 계셨다.

 

결례가 걱정되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쩌겠는가?

그런데, 첫날 찍은 사진도 이제 사 올리는데, 운기자가 취재한 영상물은 벌써 방송을 타버렸네.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아래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몸이 불편해 곧바로 동자동 쪽방에 가서 누워 버렸다, 완전 걸어 다니는 송장 수준이다.

 

그런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동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인천 사는 사진가 김보섭씨가 아픈 몸을 이끌고 전시장에 왔다는데, 어찌 누워 있겠는가?

 

병문안도 못 가본 김보섭씨 내외를 전시장에서 어렵사리 만날 수 있었는데,

수술 결과가 좋다는 말에 다소 안도할 수 있었다.

 

김보섭씨 외에도 김정헌, 김진하, 오현경, 김정명, 양성은씨 등 반가운 분을 여러 명 만나 뵐 수 있었다.

 

손님을 보낸 후 전시장 있기가 불편해 차에 드러누워 전시 끝날 시간만 기다렸다.

전시장 문 닫은 후 정동지를 대동하여, 어제 정산하지 못한 뒤풀이 비용 때문에 유목민에 갔다.

 

뒤풀이 비용은 임태종, 김상현, 신상덕씨가 조금씩 부담해 남은 액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전시 오프닝 때 책을 전해주지 못한 신단수씨를 만나 소주 몇 잔 얻어 마셨다.

안쪽에서 마시던 장의균씨를 우연히 만났는데, 한 번 간첩은 영원한 간첩이었다.

 

내일은 누굴 만날지, 기대 반 걱정 반이다.

전시가 끝날 때까지 술 상무로 살아남기 위해 동자동에서 대기 중이다.

 

눈빛출판사이규상씨가 쓴 정영신 소개 글 일부로 정영신 전시소식 1탄을 마무리한다.

 

‘40년 가까이 장을 돌고 돌았으니 사진계 보다는 장터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다.

그에게 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마트가 아니라 정이 있는 고향이다.

난전에 앉아 있는 이름 없는 할매와 아짐들의 말동무요 장꾼들의 누이요 동생이다.

사라지는 것을 사진 찍는 일은 함께 울어주는 일이다.

진심을 다해 사진을 찍으니 누구 하나 거부하는 사람이 없다.

이생에서의 복은 박하지만 아주아주 먼 훗날,

후생에 그가 무엇이 되어 세상을 도와 나갈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찾아 주신 분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사진, / 조문호

 

 

지난 23일에는 오랜만에 '눈빛출판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80년대 농민들의 삶을 기록해 둔 정영신씨 사진집 출판을 타진하는 자리에 따라 갔는데, 그날따라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여지 것 갈 때마다 승용차를 끌고 갔으나 이번에는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하였더니, 같은 건물인데도 들어가는 입구를 몰라 한참을 헤매는 촌극이 벌어졌다. 세 차례나 사무실에 전화를 걸고 여기 저기 물어보는 등 완전 시골 노인 행세를 단단히 한 것이다.

 

어렵사리 구멍을 찾아 올라갔더니 이규상씨가 입구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해 간 사진파일을 검토하는 동안 책상위에 늘린 사진집들을 살펴보았는데, 유독 눈에 띄는 사진집이 가 편집된 양승우의 ‘나의 다큐사진 분투기’였다. 미처 글은 읽어 보지 못했지만, 강열한 사진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정식선생께서 준비하는 포토에세이에 들어 갈 사진원고도 보여 주었는데, 여지 것 보지 못한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기회도 얻었다.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씨 내외와 성윤미씨, 그리고 정영신씨와 점심식사를 하러 갔는데, 담배 피우러 간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성매매를 반대한다는 어느 단체에서 ‘청량리 588’사진집을 두고 시비를 걸더라는 것이다. 이미 40여년이 지난 사진이고, 본인의 동의하에 찍은 사진이라며 설득하였다고 한다. 미투가 사회쟁점화 되니 별 것으로 다 시비를 건다. “책도 팔리지 않는데, 문제 한 번 만들어 책이나 좀 팔자”는 농담을 했으나,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평소 이규상씨와 술자리만 하다 모처럼 커피 마시는 오붓한 시간도 가졌다. 그이의 구수한 입담에 시간가는 줄 몰랐는데, 뜻밖의 반가운 소식도 들었다. SNS가 성행한 10여 년 전부터 책보는 사람이 줄어들어 책이 팔리지 않았는데,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책보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진집이 아니라 주로 인문서적이 잘 팔린다지만... 코로나가 세상질서를 많이 바꾸고 있었다.

 

이제 정영신씨만 바빠지게 되었다. 지금도 하는 일이 많아 얼굴보기 힘든데, 오래된 필름사진 수정하랴 그 당시 이야기 풀어 쓰랴 똥오줌 못 가리게 되었다. 늙어가며 편하게 살 생각은 않고 계속 일만 만드는 그가 안쓰럽지만, 어쩌겠는가? 죽고 나면 돈도 명예도 아무 짝에 쓸모없다는 내 말은 한 낱 메아리에 불과했다.

“노세노세 늙어 노세, 죽고 나면 못 노나니...”

 

사진, 글 / 조문호

오는 20일까지, '스페이스22'에서 사진책 450여권 선보여

2018년 11월 11일 (일) 23:32:30정영신기자 press@sctoday.co.kr

우리시대의 꾸밈없는 이야기를 기록하고 어두운 사회 현실을 다루는 사진들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 사장되기도 빛을 보기도 한다. 고통 받는 현실을 기록하며, 한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이 순간에도 그 누군가는 사진으로 시대를 증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오롯이 한국의 근현대사 기록사진을 출판해온 ‘눈빛’이 지난 7일 대안공간 ‘스페이스22’(지하철 강남역 1번출구)에서 창립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와 북페어, 강연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에선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책전종과 사진가들의 원판사진, 눈빛아카이브가 수집한 사진, 구와바라 시세이, 정태원, 권주훈, 엄상빈, 전민조, 장숙, 변순철씨등 20명의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사진과 미 군정기 외국인이 찍은 코닥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 되었다.




▲ 눈빛출판사대표 이규상, 편집장 안미숙 Ⓒ정영신


그리고 혼신의 힘으로 한길을 걸어온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가 한국사진의 개요를 정리한

‘지금까지의 사진 – 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도 출간했다.

이 책은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 역사적 맥락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80여명의 사진가 작품과 작가소개 등의 리뷰를 정리했다.


▲ '눈빛,한국사진의작은역사 1988-2018'이규상엮음 책표지 (사진제공:눈빛)


1988년 사진전문출판사로 시작한 ‘눈빛’은 지금까지 700여종의 책을 출판했다.

눈빛출판사는 미술평론가 정진국선생의 제의로 이규상씨가 편집장, 이영준 계원예술대 교수가 사장 겸 편집인,

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로 유명한 여균동 감독이 주간을 맡아 1988년 설립했다고 한다.

처음으로 발간한 책은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1958년 북한사회를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이규상 대표와 부인인 안미숙 편집장, 그의 딸 이솔과 성윤미씨가 직원의 전부다.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중에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자료모음 Ⓒ정영신


수지타산을 따지지 않고 새로운 사진과 숨은 사진가를 쉬지 않고 발굴해 온 ‘눈빛출판사’는 가난한 사진가들의 든든한 언덕이나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검증된 사진가의 책을 내기보다는 이름 없이 묻혀 작업하는 사진가들의 사진을 찾아내 책을 만들어왔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역사를 바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초심으로, 한권 팔아 다음 책을 준비하는 어려운 여건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안미숙 편집장은 “사진집은 사진가의 의도를 집약해 보여줄 수 있는 사진출판의 꽃이다”고 말하며 “이미지로 읽은 책이 사진집인데, 우리나라는 활자위주의 교육에 치우쳐, 이미지를 해석하거나 읽어내는 훈련이 부족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이 지금까지 만들어 온 700권의 책은 80%이상이 사진 관련이고, 나머지는 미술이나 문화 관련 책들이다.

안미숙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8.15해방부터 여수. 순천사건, 6.25전쟁까지 역사적인 순간을 담은 사진집으로,

외세와 남북한 냉전으로 이어진 해방직후의 역사적 민족사를 기록한 이경모선생의 <격동기의 현장>이다.

그리고 골목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겼던 김기찬선생의 <골목안 풍경>과

한 평생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 온 최민식선생의 <휴먼 선집>도 꼽았다.

지금은 세 분 다 고인이 되셨는데, 작가와의 인간적인 교류 속에 책을 만들어 행복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대표 이규상씨는 사진기술서가 전부였던 사진출판 분야에 현대사진의 이론을 소개하고,

30년 동안 역량 있는 새로운 작가를 배출하여 다큐멘터리 사진의 부흥을 일으킨 장 본인이다.

작가주의로 치닫는 사진가의 권위나 형식주의 사진에 선을 그으며, 기록으로서의 사진을 선별해왔다.

열악한 환경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사진 책을 펴내며, 지속적으로 숨은 사진을 찾아낸 것이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특히 눈빛출판사가 시리즈로 선보인 ‘눈빛사진가選’은 잃어버린 풍경을 기록한 사진을 중점적으로 출간하고 있다.

지금까지 59권을 펴낸 ‘눈빛사진가선選’은 한국사진의 대표시리즈로 발돋움시킬 야심찬 계획이다.

시대적 역사를 사진으로 기록한다는 책임감이 큰데, 언젠가 좋은 책은 독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 ‘눈빛사진가선善’사진책전시 Ⓒ정영신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사진으로 보는 대한민국 100년사 1919-2019’ 자료수집에 몰두하고 있는 이규상대표는

“사진 책으로 멋진 사옥을 짓는 꿈은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다며,

‘눈빛출판사’가 걸어온 지난 30년을 디딤돌 삼아 앞으로 30년, 300년이 번창할 수 있기를 소망 한다”고 말했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눈빛출판사 창립30주년 기념전은 강남역 1번 출구 미진프라자빌딩 22층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오는 20일까지 열린다.

한국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을 모두 만날 수 있는데, 전시 기간에는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 한다고 한다.



▲ 눈빛출판사 연대기 1988-2018 (사진제공:눈빛)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다.


11월 10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시- 5시 30분 /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월 13일(화)

오후 4시- 4시 50분 / 나와 아바이 마을 30년 / 사진가 엄상빈

오후 5시- 5시 50분 /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월 15일(목)

오후 4시- 4시 20분 / 전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시 30분- 5시 20분 /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시 30분- 6시 20분 /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월 17일(토)

오후 2시- 3시 30분 /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년 /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시- 5시 30분 /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전시문의 : 대안공간 스페이스22 (02-3469-0822)


▲ 사진과 책이 전시된 모습 (사진제공:곽명우)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일부 유명작가의 사진집이야 다른 곳에서도 나왔겠지만, 많은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의 작품들이 빛도 보지 못한 채 사장될 뿐 했다.

그것은 한국사진 역사이기 전에 우리나라의 역사가 아니던가?



 


사진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는 눈빛출판사가 태어 난지가 올해로 30주년이 되었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 페어가 지난 7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지하철 강남역 일번출구에 있는 미진프라자 빌딩 스페이스 22’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시는 그동안 '눈빛출판사'가 출간한 사진 책과 사진가들의 작품, 그리고 눈빛아카이브가 컬렉션한 사진들이 전시된다.

격동의 한국 50년을 기록한 구와바라 시세이, 이한열 열사의 주검을 포착한 정태원, 아바이마을을 찍은 엄상빈,

서울을 기록한 전민조씨 등 눈빛사진집 표지로 쓰인 20인의 사진과 대표작 1점씩이 전시되고,

미군정기의 외국인이 찍은 코다크롬 컬러사진 10점도 전시되었다



 

 


특히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지금까지의 사진-한국사진의 작은 역사 1945-2018’ (이규상 엮음·사진)도 펴냈다.

한국사진사에 대한 개요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80여 명의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며,

한국 현대사진의 경향과 흐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발행한 책이다.



    

 

눈빛출판사는 그동안 700여권의 사진관련 서적을 펴냈다.

2014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8종을 발행한 '눈빛사진가선'은 기성, 신인 구분 없이 사진 완성도 중심으로 제작된

한국사진의 오늘을 보여주는 대표 사진집 시리즈다.






그리고 '눈빛아카이브'로는 격동한국50’, ‘개화기와 대한제국’, ‘골목안 풍경전집, ‘꿈의 공장‘, ’내 마음 속의 한국‘,

노무라 리포트 청계천변 판자촌 사람들‘, ’미군정 3년사‘, ’북아메리카 인디언‘, ’사진이 다 말해주었다‘. ’신동삼 컬렉션‘,

일제 강점기‘,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 ’판문점과 비무장지대‘, ’한국의 보도사진‘, ’한국의 장터‘, ’한국전쟁‘,

휴먼선집 최민식사진집등이 있다.

   


 



출판된 책들은 대부분 팔리지 않고 제작비만 많이 들어가는 사진집이다.

그것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다큐멘터리 사진집 중심으로 책을 만들어 왔는데, 이규상씨가 돈 많은 독지가도 아니다.

30년 동안 뼈 빠지게 일했으나, 아직까지 조그만 사무실에서 월급 주는 직원이라고는 성윤미씨 한 사람 뿐이다.

그의 아내인 편집장 안미숙씨와 딸 이솔 양이 직원의 전부다.

거의 가내공업 수준에서 평균 한 달에 두 권의 책을 만들어 왔다는 것은 소명의식에 의한 투지만으로는 결코 해낼 수 없는 일이다.

사진에 맥락을 부여해 세상에 소개하는 보람으로 견뎌낸 것 같다.



 


그것도 내달라고 기다리는 사진이 아니라, 숨어있는 사진을 일일이 찾아내어 사진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가정을 꾸려가며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닌가? 한 권 만들어 팔면 다음 책에 몽땅 쏟아 부었으니, 사는 형편이야 보나 마나다.

책 낼 돈이 없어 장인께 가계수표를 빌렸다는 이규상씨 회고담은 듣는 이의 가슴을 아프게 만들었다.

팔리지 않는 줄을 알면서도 좋은 사진만 보면 그냥 넘기지 못하는 그의 열정과 집념이 이루어 낸 억척스러운 결과다.

창고에 쌓여있는 사진집 보관료도 여간 아닐 것이다.



 


돈 많은 사진가들이야 자비로 책을 만들 수도 있겠으나, 가난한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이 어찌 사진집을 만들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눈빛출판사가 없었다면 이름 없이 사라졌을 사진가들은 물론, 쓰레기로 태워진 필름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런데, 일반인이야 그렇다치고 사진인 조차 사진집을 사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가끔 사진가들의 서재를 들여다보면, 외국사진가들의 수입 서적은 잔뜩 꽂혀 있으나,

국내에서 출판된 사진집은 별로 보이지 않는 것이 도대체 무슨 까닭일까?

자칫 우리사진보다 외국 사진을 더 좋아하는 사대주의로 비칠 수도 있는데, 우리를 모르고 어찌 남을 알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리사진의 정체성을 잃고, 외국 사진 흉내나 내는 지경이 된 것이다.



 


이규상 대표의 청년시절은 문창과를 나온 문학도 였다는데, 출판도 중요하다는 선생의 말에 따라 열화당에 들어갔다고 한다.

미술서적을 많이 내던 그곳에서 서서히 시각예술에 눈을 뜨게 되었는데, 거기에는 조세희의 사진 산문집 침묵의 뿌리도 한 몫 했다고 한다.

한국 사진이 아름다운 풍경이나 찾아다니던 시기에, 삶의 어둠을 조명하는 사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열화당을 그만 둔 이규상씨가 정진국, 여균동, 이영준 씨와 어울려, 1988년 무렵 광화문에 출판사를 차렸는데,

 첫 출판물이 프랑스 사진가 크리스 마커가 기록한 '북녘 사람들' 사진집이었다.

이어 미군정기, 한국전쟁, 민주화운동, 분단문제 등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기록한 국내외 사진을 발굴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경모, 성두경, 이형록, 김천길, 김기찬, 최민식, 황규태씨'눈빛'을 거치지 않은 국내 사진가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창립 30주년 기념전 및 북페어가 개막된 지난 7일에는 김지연씨의 사회에 따라 구와바라 시세이, 윤주영, 정태원, 박현수씨가

차례대로 나와 축사를 했고, ‘눈빛출판사안미숙 편집장과 이규상대표도 인사말을 했다.

마지막에 나온 엄상빈씨가 출품작가의 양해를 받아 냈다며, 전시된 작품 일체를 눈빛출판사에 기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날 참석한 분은 전민조, 오상조, 김보섭, 김남진, 성남훈, 구본창, 김문호, 안해룡, 강제훈, 김봉규, 이주영, 아레아 박, 이한구,

박종우, 이순심, 한금선, 정영신, 이재갑, 장 숙, 이규철, 제이안 리, 김영호, 정진호, 이은숙, 박성태, 마동욱, 곽명우, 하지권, 남 준,

김 헌, 한선영, 곽대원, 김경수, 정명식, 김유리씨 등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사진인 들이 '눈빛출판사'의 창립30주년을 축하했다.


    

 



그러나 사정이 있어 참석치 못한 분도 있겠지만보이지 않는 사진가들이 너무 많았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도, 잘 못되어가는 사진계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니, 마음 꼬인 사람도 많을 것이다.

원로 분들까지 눈치만 보며, 아무도 탓하지 않으니, 어찌 그냥 볼 수 있었겠는가?



 


이 날은 사정상 뒤풀이를 생략한다고 밝혔으나, 어찌 그냥 헤어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말하지 않았으나, 한 사람 두 사람 술집 북촌으로 모여 들었다.

"부어라~ 마시어라~ 눈빛이 살아야 우리가 산다!"

 

사진, / 조문호



 


눈빛출판사 창립 30주년을 기념하는 북 페어는 한국 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사진집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다,

최고50%에서 20%까지 활인 판매가 되고 있으니 사진집을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아래는 전시기간 중 대안미술 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강연 일정이오니,

많은 사진인 들의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





1110()

오후 2- 330/ '대항매체로서의 다큐멘터리 사진' / 김성민 경주대 교수

오후 4- 530/ 내가 바라본 격동한국 반세기 / 일본 사진가 구와바라 시세이

 

1113()

오후 4- 450/ 나와 아바이 마을 30/ 사진가 엄상빈

오후 5- 550/ 세계 속의 한국 사진 / 사진평론가 최연하

 

1115()

오후 4- 420/ AP통신 사진기자 김천길선생 추모행사

오후 430- 520/ 역사의 현장에 선 사진가 / 사진가 정태원

오후 530- 620/ 오늘의 기념사진 / 사진가 전민조

 

1117()

오후 2- 330/ 눈빛과 한국현대사진 30/ 사진평론가 진동선

오후 4- 530/ 인문학으로서의 한국사진의 지평 / 사진평론가 이광수

































































































정영신사진


























 

 





10여년간 지구의 자연변화를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제욱의 “THE PLANET" 사진전 개막식이

지난 2일 오후 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열렸다.

전시와 함께 그 장정의 기록을 집대성한 “THE PLANET" 강제욱 사진집도 ‘눈빛출판사’에서 나왔다.





개막식에는 강제욱 사진가 내외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 부부, 이광수, 김문호, 엄상빈,

박종우, 김남진, 양재문, 성남훈, 김봉규, 정영신, 이규철, 남 준, 곽명우, 이은숙, 곽대원씨,

그리고 수원국제사진축제에 참여한 외국의 사진가 등 많은 분들이 전시를 축하하며 밤늦은 시간까지 축배를 들었다.






강제욱씨는 그동안 보르네오섬의 열대우림, 내몽골의 고비사막, 필리핀의 맹그로브숲을 비롯하여

인간과 자연의 치열한 대결이 이뤄진 쓰촨성 대지진, 아이티 대지진, 태국의 대홍수 등

세계 곳곳을 쫒아 다니며, 그 현장을 담담하게 기록해 온 배태랑 다큐 사진가다.






일단은 전시장에 걸린 사진을 돌아보며 받은 느낌이란, 온몸에 힘이 빠지듯 나른해진다는 것이다.

그것은 햇볕이 강한 날씨나 화려한 색을 피한 흐린 날씨에 의한 회색 톤이 주는 나른함 일수도 있겠고,

사람이라고는 코때기도 보이지 않는 황량한 풍경이라 그랬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그 말하는 방식에 앞서 물질문명이 가져 올 미래 풍경을 예견하고 진단했다는 점이다.

아마, 인간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는 날의 미래 풍경을 내다보는 것 같은 참담함이 그런 나른한 느낌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가 말하는 것은 자연예찬도 환경 비판도 아니고, 무엇을 강제하거나 계몽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지역과 년도 외는 아무런 구체적 정보도 없이 마치 독백처럼 구시렁대는 나른함이 이 사진이 주는 매력인 것이다.

때로는 인적 없는 원시림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유령도시 같은 건축물과 황량하기 그지없는 재난의 현장들도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폐자재들이 뒤엉킨 파괴현장 사이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자연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끝없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 낸 문명의 잔재들이 한 줌의 모래처럼 흩어진다는 것이다.





사진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자연과 문명에 대한 성찰로, 다 부질없는 것이란 말이다.
원시적 숲에서 비롯된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며,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진 도시도 언젠가는 허물어져 밀려나고,

결국은 인간이 쌓아올린 문명이란 게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는 뜻이다.

모든 것은 흩어졌다 다시 생성되는 자연이치, 즉 윤회를 뜻하는 철학적 사유가 깔린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주 변화의 대서사를 기록한 대표작 21점 외에도

옆 라운지에서는 작가 데뷔 초기부터 The Planet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도 함께 전시된다.


이 전시는 강남역 1번 출구에 있는 ‘스페이스22’(전화 02-3469-0822)에서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제1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홍대 주차장거리에서 열렸다.
지난 일요일 모처럼 정영신씨와 데이트 약속을 했는데, 느닷없이 홍대로 가잖다.

북페스티벌에 구경 가자는데, 책을 좋아하는 정영신씨라 감히 거역할 수 없었다.

돈이 없어 사주지는 못할망정 포터 역할이라도 충실히 해 주어야 하니까..






마침, 축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많은 부스들이 6개동으로 나누어져, 홍대 주차장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참여한 출판사도 많았지만, 책도 다양했다. 그 종류만 제대로 살펴보아도 하루가 더 걸릴 것 같았다.

사진집 출판사로 유일한 ‘눈빛출판사’ 부스부터 찾아보았다. 책보다 성윤미씨의 복스러운 모습이 먼저 눈에 띄었다.

전시된 사진집들은 대부분 이미 본 사진집이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이라 ‘눈빛사진가선’시리즈에서 없는 책을 찿았다.

책값이 저렴하기도 하지만, 정영신씨가 50여권 발행된 시리즈를 교본처럼 모우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오백원 짜리 동전 하나로 행운의 책을 받는 부스도 있었다.
처음에 뽑은 노란 공안에는 뇌 과학과 철학의 유쾌한 만남이란 부제가 달린 폴 새가드의 ‘뇌와 삶의 의미‘가 적혀 있었다.

정영신씨 입이 쩍 벌어졌다. 관심 있는 책인지라 욕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나에게 오백원을 얻어 다시 집어넣었는데, 이번엔 의외의 책이 나왔다.

’고흐 아저씨와 함께 떠나는 색칠여행‘이라는 어린이용 미술책이었다.

아쉬웠지만, 애들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했다.





뒤늦게 ‘눈빛’ 안미숙 편집장과 딸 이소리 양이 전시 부스에 나왔다.
정영신씨와 커피숍에서 이야기 나누는 동안, 의자에 앉아 사진집을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었다.

사진집들은 그동안 연이 닿지 않아 못 보았던 궁금한 사진이기도 했는데,

바로 손대광의 “광민탕‘과 박성태의 ’비린내‘였다.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한 권은 비릿한 바닷가 비린내로 서민들의 삶을 우려내고 있었고,

한 권에서는 목욕탕이란 특정 공간에서 펼쳐지는 서민들의 애환이 아무런 가식 없이 펼쳐 있었다.

단 돈 이만 원으로 사진다운 사진을 보며 갖는 행복감을 가진자들이 알지 모르겠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젊은이들의 음악과 신나는 랩은 늙은이까지 흥겹게 만들었다.






난, 자판기스타일이라 커피숍에 가지 않았는데, 정영신씨가 나를 불렀다.

커피도 안마시는 주제에 염치불구하고 끼여 앉았는데, 눈빛 내외분의 책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오래전 ‘눈빛출판사’ 사무실이 전시중인 주차장 부근에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디쯤 되냐고 물었더니,

안미숙씨는 홍대에서만 세 번을 옮겼다고 했다.

무거운 책을 옮겨가며 힘들게 살았지만, 책이 좋아 평생을 함께 했던 지난 세월에 감회가 묻어났다.

통장에 남은 돈은 없지만, 쌓인 책만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람이 살며 한 평생 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것도 큰 축복이라며, 스스로 고단한 삶을 위안했다.






그렇다. 돈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사진사가 ‘눈빛’에 다 모여 있으니, 어찌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그 위업에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 조문호




























몇 일전 굴러들어 온 호박, 아니 라이카를 테스트 합니다.
오늘 아침 책상에 앉아 전화 받으며 낄낄거리는 걸, 마누라가 찍어보았지만,

나는 야외에서 첫 사격을 해보았습니다.

 

정오 무렵, 아내와 ‘눈빛출판사’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8월24일에 있을 정영신 개인전 오픈에 맞추어 출간될 ‘장날’(가제) 사진집에

실릴 사진을 전해주고, ‘산수갑산’에서 차 한 잔하며, 몇 컷 박았는데,

그 전의 니콘보다는 일단 동작이 빨라 마음에 듭니다.


스냅에 제일 중요한 것이 순간 포착 아닙니까?

매뉴얼만 익히면 카빈 소총으로 콩닥거리던 것을, 따발총으로 작살낼 것 같았습니다.

오늘 오후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있을 찍사 미팅의 첫 전쟁터에 투입됩니다.

지난 번 바이칼에서 사온 보드카 마시며, 무차별 사격해 볼 작정입니다.


그런데 ‘라이카’란 이름과 라벨이 기분 나빠 지워버렸습니다.
평생 주눅 들어 온 라이카란 이름에 해방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찍을 때마다 걸리적 거리는 렌즈 캡은 아예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임자 잘 못 만난 그 카메라는 ​고생길이 훤합니다.

같이 술 마시고 같이 놀아야 하지만, 제 임무는 다 할 것입니다. ​

이제 내 카메라는 국적 없는 나의 첩입니다.
내가 화정터에서 사라질 때 까지, 천대받으며 함께 놀 첩입니다. 



글 / 조문호












생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대충 세 시기로 나누어진다.

그중 좋았던 시절은 소년기였다.
물커덩한 미역국이 먹긴 싫었지만, 일단 호주머니가 두둑해 좋았다.

그리고 청년기에는 생일이 싫었다.
본디 성격이 암띠어 나를 주인공으로 이루어지는 자체가 싫었고,
사춘기의 반항심까지 더해, 더러운 세상에 태어난 것조차 불만이었다.

그 이후로는 내가 챙기지 않았으니 모르고 지나기 일쑤였다.
그래서 음력 날짜는 잊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10여전 지금의 아내를 맞고부터 상황이 역전됐다.
어찌나 생일을 챙기는지, 귀찮을 지경이었다.
친구들에게도 연락해 술판까지 벌여주는 그런 여자다.

그렇게 길들어 살아왔는데, 어제께 또 생일을 맞은 것이다.
올해 따라 유난히 소란스러웠던 건, 페북 때문이었다.
온 천지에 생일이 알려져 축하메시지와 전화가 빗발쳤다.

한정식선생님과 장경호씨를 만나러 점심때부터 인사동에 나갔다.
아내와 함께 한정식선생을 만나 뵙고, ‘대청마루’에서 거룩한 생일 밥을 먹었다.
돼지갈비에 소주 한 병, 딱 좋았다.
그러나 낮술에 취해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 것이다.

술 마시지 않을 때는, 새 색시처럼 내숭 떨다,
한 잔만 들어가면 백팔십도로 바뀌는 지랄 같은 술버릇은
내가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았다.

뒤늦게 ‘눈빛출판사’ 안미숙씨를 만나 요상한 커피까지 얻어 마셨다.
술도 깰 겸 밖에 나왔다가 거리에서 장경호씨를 만났다.
둘이서 공성훈씨의 전시에도 가보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술시가 좀 일렀지만, ‘유목민’으로 들어갔다.
싱싱한 고등어조림에다, 또 한 병 깠다.

주인장 전활철씨와 노광래, 유진오씨를 만났으나,
슬슬 맛이 가기 시작해 노광래씨 차에 실려 얼른 집으로 튀었다.

아! 술이 취해 집에 들어왔으면 자빠져 잘 일이지, 왜 컴퓨터는 켰는지 모르겠다.
숱하게 올라 온 폐북의 축하메시지들 답하느라 낑낑댄 것이다.
독수리 타법으로 또닥거리며, 친근하게 답 한다는 게 너무 오버한 것이다.

이틑 날 반나절을 낑낑거리며 누웠는데, 밤늦게 쓴 댓글이 영 찜찜했다.
그 중 두 분은 폐북에서 만난 생면부지의 젊은이들 아니던가?
마음에 걸려 확인해 보았더니 정말 과관이었다. 거시기란 말이 여기 저기 박혀 있었다.
얼른 고쳤으나 이미 본 뒤라, 때 늦은 후회였다.

“죽으면 늙어야지, 죽으면 늙어야지”를 되씹으며 반성한다.

이제 늙어감을 축하할 일도 아닌듯 싶다.
그 놈의 생일 때문에 쪽 팔렸으니, 다시 생일을 반납해야겠다.

사진: 한정식,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