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은 문영태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다.
고인의 극락왕생을 비는 49제가 김포 자택에서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내 정영신과 함께 떠났으나, 걸리는 시간을 잘 못 추정해 30분이나 늦어버렸다.
이미 방안에는 고인의 가족을 비롯하여 박진화, 최경태, 박 건, 이재민, 이인철씨 등

화단의 후배 여럿이 모여 제를 올리고 있었다.

예를 올리고 나니, 새삼 그리워져 하염없이 집 주변을 맴돌았다.
가끔 가족들과 추모객들이 오갔으나, 문화백 없는 '민예사랑'은 빈집처럼 허허로웠다.
한쪽 구석에 지그시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 석상을 만났다. 마치 그가 환생한 듯 다가왔다.
옆에서는 그의 절개라도 말하듯 대나무 잎이 바람결에 속삭였다.
귀 기울이니 "세상사 다 부질없으니 곁눈질하지 말라"는 소리 같았다.

"미리 예견하고 집을 꾸몄구나." 혼자 짐작하며 거실에 들어가니,
문화백의 '운석' 그림 세 점이 걸려 있었다. 그렇게 그림 보여 달래도 감추더니, 이제사 슬며시 고개를 내 민 것이다.

오랜 기억속의 옛날 그림이었으나, 마치 그의 얼굴을 보듯 선명했다.

"아! 그래서 보여주지 않았구나" 잔소리가 많으면 하나도 머리에 남는 게 없다는 말이었다.

그림이 너무 좋았다.
그 운석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초상화였고, 인간 모두의 초상화이기도 했다.

"이보게! 한 수 가르쳐 주어 고맙네."
오늘 49제를 정성껏 올렸으니, 지옥이나 아귀, 축생의 삼악도는 피할 걸세.
부디 피 칠갑하는 이런 땅에 태어나지 말고, 사람답게 사는 좋은 땅에 태어나, 못 다한 것 다 누리시게....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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