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정오 무렵, ‘류가헌’에서 황규태 선생을 뵙기로 약속했다.
점심같이 먹자는 선생의 연락에 찾아 나섰는데, 좀 늦어버렸다.
그 곳에서 황규태선생 전시가 있는 것으로 여겼으나, 문선희씨 '묻다'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전시장엔 아무도 없었는데, 의외의 사진을 보며 차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문선희씨에 대해서 아는바가 없어나, 사진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조류 인플루엔자로 살 처분된 가축의 매몰지를 찾아 다니며 찍었는데,
섞어가는 땅의 디테일이 마치 한 폭의 추상화처럼 아름답기도, 섬뜩하기도 했다.
인간의 잔혹성과 환경오염 현장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는데, 사진이 그 답을 묻고 있었다.

12월 3일까지 전시가 열리니, 시간내어 한 번 볼만한 전시다.



 


황규태선생을 찾아 2층에 올라가니, 거기서 기다리고 계셨다.
메시지를 보내고 계셨는데, 전화번호를 잘 못 알아 남의 전화에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황송하기 그지없었으나, 멋쩍은 웃음만 흘릴 수밖에 없었다.
마침 한정식 선생께도 연락되어 같이 자리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황규태 사단장의 멋진 찝에 편승할 기회가 생겼다.
내 좋아하는 음식을 아신 듯, “돈까스가 좋으냐 중국집이 좋냐”고 물었다.
두 선생님 계신데 내가 결정하는 것이 난처했으나, 빼갈 생각에 중국집이 좋겠다고 말했다.
동네의 가까운 중국집에 갈 줄 알았는데, 세검정의 ‘하림각’으로 가셨다.





지름길인 청와대 길로 들어섰는데, 언제나 드라이브 코스로는 멋진 길이다.
문정부 들어서 쓸데없는 검문을 폐지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고 었으나,
아직까지 청와대 주변에 서성이는 기관총 든 경찰의 모습은 여전했다.






위협적이고 꼴 볼견 풍경이 지나 칠 때마다 걸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정식선생께서 그 문제를 지적하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얼마든지 방위할 수 있지 않냐?’는 거다.
지켜보는 국민만이 아니라, 경호받는 당사자도 기분 좋은 풍경은 아니다.






하해와 같은 사단장님의 은혜로 고급 청요리집에서 오랜만에 목에 때 벗겼다.
유산슬 에다 빼갈까지 곁들인 과분한 점심을 먹었다.
커피는 ‘류가헌’에 와서 마시라는 조예인씨의 배려에 다시 돌아왔다.
난 자판기 스타일이라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냄새는 죽였다.






커피를 마시는 동안 탁자에 두 권의 사진집이 올려졌다.
이한구씨의 ‘군용’과 박종우씨의 ‘DMZ’로 모두 국방부에서 소장해야 할, 질 높은 사진이었다.
이한구씨의 ‘군용’사진집은 오래 전에 본 사진이지만,
이번에 독일에서 출판 된 박종우씨의 ‘DMZ'사진집은 두 선생께서도 감탄하셨다.
12월 26일부터 ‘류가헌’에서 열릴 박종우씨의 “DMZ'사진전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미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사단장께서 입 호강, 눈 호강 다 시켜주면서, 하사금까지 내려주셨다.
다들 겨울의 쪽방이 추워 고생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겨울보다 여름이 더 힘들다.
겨울은 방이 작아 전기장판과 담요만 있으면 걱정 없지만,
더운 여름은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30만원을 주시며 오리털 침낭을 꼭 사야한다고 당부하셨는데,
그 돈으로 동자동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실까 걱정스러우신 모양이다.
그러나 침낭은 그 날 오후 ‘나누미’에서 쪽방주민들에게 나누어 주기로 되어있었다.
침낭은 쪽방 사람들 보다 노숙하는 친구들이 더 절실한 물건인데 말이다.






그 날 나누미 행사장에서 침낭을 받아 깔아보니 사이즈가 내 침대와 똑 같았다.
그러나 담요 덮고 자유롭게 자는 것이 좋지, 굳이 침낭에 묶여 잘 필요는 없는 듯 했다.
노숙하는 친구 중에 옷이 제일 허술한 친구에게 건네주기 위해 챙겨두었다.





그러나 사단장께 받은 하사금 사용처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오리털파카’를 사 입는 게 뜻을 받아들이는 거지만, 옷은 있는 옷만 해도 죽을 때까지 입고도 남는다.






그 돈으로 정영신씨와 장터 여행이나 떠났으면 좋겠으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엉뚱한 일이 생겨버렸다.


오래전부터 고환에 통증은 있었으나 잠간 잠간이라 견뎠는데,
이젠 통증이 심하게 지속되고 붓기까지 해 병원에 가보아야 했다.
여지 것 병은 모르는 게 약이라며 모든 검진 자체를 거부해 왔는데, 걱정스럽다.
난치병이라면 진통 치료만 받을 작정이다.

아무튼 별일 없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