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굴러들어 온 호박, 아니 라이카를 테스트 합니다.
오늘 아침 책상에 앉아 전화 받으며 낄낄거리는 걸, 마누라가 찍어보았지만,

나는 야외에서 첫 사격을 해보았습니다.

 

정오 무렵, 아내와 ‘눈빛출판사’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8월24일에 있을 정영신 개인전 오픈에 맞추어 출간될 ‘장날’(가제) 사진집에

실릴 사진을 전해주고, ‘산수갑산’에서 차 한 잔하며, 몇 컷 박았는데,

그 전의 니콘보다는 일단 동작이 빨라 마음에 듭니다.


스냅에 제일 중요한 것이 순간 포착 아닙니까?

매뉴얼만 익히면 카빈 소총으로 콩닥거리던 것을, 따발총으로 작살낼 것 같았습니다.

오늘 오후6시, 강남 ‘스페이스22’에서 있을 찍사 미팅의 첫 전쟁터에 투입됩니다.

지난 번 바이칼에서 사온 보드카 마시며, 무차별 사격해 볼 작정입니다.


그런데 ‘라이카’란 이름과 라벨이 기분 나빠 지워버렸습니다.
평생 주눅 들어 온 라이카란 이름에 해방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찍을 때마다 걸리적 거리는 렌즈 캡은 아예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임자 잘 못 만난 그 카메라는 ​고생길이 훤합니다.

같이 술 마시고 같이 놀아야 하지만, 제 임무는 다 할 것입니다. ​

이제 내 카메라는 국적 없는 나의 첩입니다.
내가 화정터에서 사라질 때 까지, 천대받으며 함께 놀 첩입니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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