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공원에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기운이 완연하건만, 빈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서울역 주변에 있는 양동과 동자동이 재개발에 의해 1300여명이나 되는 쪽방 촌 주민들이 5월 중으로 쫓겨 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두 달만 지나면 살 곳이 사라지지만, 서울시에서 돌아온 답변은 "방법이 없다"는 싸늘한 말뿐이다.

급박한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외출자제령을 마다하고 서명을 받아 내는 등 대책마련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쫓아내기 시작할 모양이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빈민들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한 번 밖에 더 죽겠나?


 

쪽방촌 사람들은 최저주거기준 면적에도 미달하는 2(6.6) 이하의 작은 방에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며 살아간다.

쪽방에 화장실은 물론 부엌도 없다. 심지어 온수와 난방마저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평수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 주택보다도 높은 임대료인 월 평균 233000원을 내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조차 누리지 못한다.

비싼 임대료와 노후화된 시설 등 쪽방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냐?


 

동자동이 재개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15528일이다.

해당 일로부터 5년 이내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으로 되돌려야 한단다.

사업자로서는 고층빌딩을 지어야 이익이 올라가니, 5월 중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2020홈리스 주거팀이 주최하고 빈곤사회연대, 동자동 사랑방 등

9개 단체가 연대한 동자동, 양동 쪽방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을 요구하는 서명서 제출을 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날 연합뉴스장우리 기자, ‘톱 데일리이서영 기자, ‘뉴스클레임김옥해기자, 비마이너 허현덕기자 여러 명이

나와 취재 보도 했지만, ‘코로나119’ 광풍에다 총선까지 겹쳐 애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합바지 방귀 새듯 새버렸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이란 이미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행하는 방법으로,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영등포형 재개발'을 다른 쪽방 촌에도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쪽방 촌을 철거한 후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 아파트 1200호를 짓는다. 이와 함께 영구임대주택 370호를 별도로 마련해 쪽방 주민을 다시 입주시키는데,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은 기존 쪽방보다 2배 넓은 16며 보증금 161만원에 임대료 32000원을 내고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쪽방 촌을 12구역으로 나눠 1구역을 먼저 개발하는 동안

2구역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처를 만들어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과 양동 쪽방 촌 주민을 위한 방안은 아무 것도 없다.

임시 거주처 대책은 물론이고, 양동은 상가 건물만 지어지고 동자동엔 공공임대주택도 지어지지만

쪽방 촌 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권영태씨는 양동은 다음 달이면 떠나야 합니다. 건물주가 쫓아내 이미 네 명이 떠났습니다.

이제 동자동도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사랑방의 박승민씨는 재개발이 이제는 말뿐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주거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보상이 안 되고 쪽방 주민들은 내쫓기다시피 했는데

10, 20년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정성철씨는 그동안 쪽방이 역세권에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이윤을 개발하고 주민들을 축출한 역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영등포 쪽방에서 첫 삽을 떴으니, 이제 모든 쪽방 지역에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리스야학의 서창일씨는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의 70%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도산과 금융채무 연체,

거리 노숙 등의 경험이 있고, 고령자와 장애인의 비율도 약 3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재정착과 임시거주지를 정부에서 마련하는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자동사랑방김호태대표는 살던 곳에서 이웃과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 더 이상 우리가 이리저리 쫓겨 다니지 않게 해달라

우리들의 요구를 서울시와 국토부, SH, LH에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구안과 쪽방 주민 450여명의 서명을 각 구청과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빈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우리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

 

 사진, / 조문호















주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마련한 동자동 추석맞이 한가위 잔치가
지난 12일 오전8시부터 오후3시까지 동자동 새꿈 공원에서 열렸다.
올 해로 열 번 째 맞는 ‘동자동 추석맞이 한가위 잔치’는
주민협동회인 ‘동자동 사랑방’에서 주민 후원금으로 치루는 순박한 동네잔치다.



주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음식 만들어 함께 나누는 잔치라,
돈으로 치루는 다른 축제와는 비교 할 수 없는 값진 축제다.




이 축제가 마음에 드는 것은 축제마다 나타나는 기관장이나 정치인이 없다는 점이다.
잔치에서 만난 김병택씨는 “어떻게 주민들이 협동하는 이 큰 행사에
‘서울역 쪽방상담소’ 직원들이 한 사람도 나오지 않냐?”는 것이다. 
서울시에 민원 넣겠다며 사진자료를 달랬으나, 난 아니라고 생각한다.




십년 동안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즉 힘을 키워 왔잖은가?
힘만 키우면 못할 게 없다. 잘 못된 것들은 다 바꿀 수 있다.
사실, 복덕방 같은 느낌이 드는 '쪽방상담소'란 요상한 이름의 조직은 필요 없는 조직이다.
동사무소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별도의 관리업체를 두어 주민들 길들이는 것이다.




잔치 날 비 온다는 일기예보에 걱정도 했으나, 다른 곳만 내리고 동자동은 피해 갔다.

날씨도 시원했고, 주민들의 참석률도 작년보다 훨씬 높았다.
천 이 백여 명의 주민 중에 삼분의 일 정도가 나왔으니, 성공적인 잔치마당이었다.
거지 취급 받는 관에서 치루는 행사와는 다른 잔치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사람답게 사는 게 무엇인지' 무언의 메시지를 던져 주는 잔치였다.




일 년 동안 동자동을 떠난 분들을 추모하는 차례 상도 차렸더라.
한 달에 평균 두 명 꼴로 동자동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모아둔 영정사진에는 옆방에 살던 연영철씨도 있었다.
방문 틀에 붙여 두었던 신파극에나 나올만한 유한마담 같던
그 포스터 사진의 주인공은 저승에서 만났는지 모르겠다.




추석 차례에 이어 윷놀이와 투호놀이 등의 놀이에다

반주를 곁들인 닭 개장까지 먹으며 반가운 사람들을 한자리에 만났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거기다 노래자랑에서 신명까지 풀어냈으니, 쪽방사람들 살 판 난거지.
모처럼 무대에서 폼 잡으며 동네사람 엉덩이 흔들게 했으니, 스타가 따로 있겠나?
그 신명을 쪽방 깊숙히 가두고 사느라 다들 고생했다.




이 잔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하루 종일 방에 처박혀 사는 음지 사람들이 대부분 나왔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이웃들을 만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의미있는 자리였다.
이제 살면 얼마나 살 것이며, 만난들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겠나?




도영씨가 진행요원 옷을 입혀 술 한 잔 마시지 못했지만, 넘쳐나는 신명에 엉덩이가 절로 들썩였다.

흘러간 유행가 자락에 맞춰 춤이라도 추고 싶었다.




이날 노래자랑에서 최경호씨가 선망의 일등을 먹었고,
장애인 부부인 김성호씨 노래와 김진희씨의 수화가 이등,
최춘자, 황옥선, 임한영, 이대영씨가 삼등에서 육등까지 골고루 상을 받았다.




모두 한가락들 했으나, 내 년에는 나도 한 번 도전할 욕심이 생기더라.
틀니 갈고 닦아 한 번 나가 볼 생각인데, 밑져야 본전 아니겠는가?
쪽이야 한 두 번 팔린 것도 아니고...




봄날은 가는 것이 아니라 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에 밀집한 대개의 쪽방은 악덕 투기꾼들이 소유하고 있다.
다른 곳에 살며 입주한 주민을 대표로 내세워
계약서를 쓰게 하고 관리하며 돈을 거두어 간다.
선불인 월세는 현금으로만 받아 탈세를 하지만, 모두들 방관한다.






대개의 쪽방이 오랫동안 시설보수를 안 해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몸을 씻을 사워시설이 없는데다, 공용으로 쓰는 재래식화장실에서 식기를 세척하는
짐승만도 못한 환경에 살지만, 집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겨난다.






대개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가 사는 4층의 쪽방 한 달 임대료는 23만원이다.
한 층에 아홉 개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옆방의 티브이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도 되지 않는 숨 막히는 공간이다.






평당 가격으로 치면 타워펠리스 보다 비싼 월세를 내면서도
비가 새거나 전기시설에 문제가 생겨도 손봐달라는 말조차하기 어렵다.
불편을 하소연하거나 조금만 그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곧 바로 쫓겨난다.
갑 질도 그런 갑 질이 없다.






배운 것도 없고 돈도 힘도 없는 쪽방빈민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뿐인 불쌍한 사람들을 언제까지 당하게 할 것인가?






지난 19일 오후 다섯시 ‘서울시청’ 동편에서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세수문화제(세 번째 수요일)'가 열렸다.
‘동자동 사랑방’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 행동’에서 마련한
‘세수문화제’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 퇴거 OUT”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이 날 행사에 앞서
동자동에서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권 교육을 세 차례 실시했다.
그 교육 내용을 토대로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서울시에 전달하는 행사였다.






개발이나 건물주의 욕심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나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웠던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빈곤사회연대’의 윤애숙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수문화제’는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과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로부터
‘쪽방주민 주거권 돌아보기’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의 문제점에는 ‘홈리스행동’ 박용수 회원이 발언했다.
쪽방 재개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쪽방주민 발언으로는 홍선호씨,
서울시 저렴 쪽방 정책의 문제점에는 김병택씨가 발언했다.






유영기씨 등 쪽방 주민 세분이 나와 주거권 보장을 위한 쪽방 주민들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첫째 “지주가 아닌 주민이 주인 되는 개발을 실시하라”
둘째 “모든 비 적정 주거지에 대한 주거기준을 마련하라”
셋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개선하라”고 했다.






동자동의 이대영, 안만정씨를 비롯하여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의
노래교실 회원들이 나와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고,
임채희씨는 홈리스의 삶에 대한 자작시를 2편 낭송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로 ‘세수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쪽방 촌에 공공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루빨리 사람답게 살 대책을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성탄절에는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행사가 두 곳에서 연이어 열렸다.
낮 시간에는 ‘소망을 찾는 이’의 김용삼목사가 긴 세월동안 이끌어 온

‘성탄 나눔 홀리몹‘이 새꿈공원에서 열렸고,

오후에는 '성민교회'에서 마련한 주민을 위한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공원에서 열린 ‘성탄 나눔 홀리몹’은 SNS에서 모인 많은 분들이 동자동 쪽방촌으로 몰려 와 

공연과 함께 각기 준비해 온 선물을 전해주는 행사였다.





'성민교회'의 성탄공연에서는 ‘시냇가 푸른나무교회’ 신용백 목사의 좋은 말씀도 들었다.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며 보석 같은 사람이 되라고도 하였고.

마디 마디마다 어둠에 쌓여 있지만, 푸르름을 잃지 않으며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살라고도 하셨다.






'성민교회'에서도 콘서트가 끝난 후 도시락을 비롯하여 김과 스팸이 든 선물을 나누어주었지만,  

'성탄나눔 홀리몹'에서 전해 받은 선물은 또 다른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 날따라 날씨가 너무 추워 공원에 나온 주민이라고는 칠 팔십명 정도 밖에 되지않았으나,

제각기 선물을 들고 몰려 온 사람은 200여명이 넘었다.





공연을 지켜보기도 곤욕스러웠지만, 공연하는 가수나 함께하는 이들의 고생이 이만 저만 아니었다.

사회보는 여성은 추워 칭얼대는 아이를 들쳐업고 사회 볼 정도였다.


다행스럽게, 따뜻한 실내에서 열린 '성민교회'의 성탄 콘서트는 찾아 온 주민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새꿈공원'에서 어렵사리 공연을 끝낸 후 사랑의 선물을 전해주는 시간이 되었다.

공원에 나온 주민들이 적어, 선물을 전해 주지 못한 분들은 쪽방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주는 사람마다 선물이 다 다르니 마음에 들던 안 들던 복지복대로지만, 받은 선물이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선물을 하고 싶었으나, 받은 선물로 다시 선물하는게 마음에 걸리기는 했다.

풀어보니 털실로 짠 무릎덮게와 팔 장갑인데, 여성용이라 다행이다 싶었다.

그 이튿 날 정영신씨께 전해 주려 녹번동으로 달려갔다.
대뜸, 선물이라며 내밀었더니 뭔지도 보지 않은 채 입이 쩍 벌어졌다.






술 취하면 별 알랑방귀를 다 뀌지만,

평소에는 사랑한다는 말 조차 쪽팔린다고 여길 정도로 애정표현을 못하는 인간이다.

더 웃기는 것은 이 나이가 되도록 선물 한 번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처음엔 선물타령을 하기도 했으나, 가족은 한 몸이나 마찬가진데,

자기 자신에게 선물하는 게 어디 있냐고 둘러대며 미꾸라지처럼 빠져다닌 것이다.

도통 씨알이 먹히지 않으니 포기한 것 같았는데, 느닷없는 선물공세에 놀라 자빠진 것이다.

정영신씨가 그토록 선물을 좋아하는지 미처 몰랐다.





선물을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사진, 글 / 조문호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빈민들의 죽음에 따른 공영장례 지원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

가족이 있으면 기초생활 수급자도 제외되고, 운구차와 빈소의 지원도 없다.
서울시의회 공영장례 조례를 계기로 장례의 보편적 복지 의제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존엄한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장례시간 3시간에다 장례비용 40만원으로 어떻게 한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보장할 수 있겠나?’
서울시의회가 추진하는 ‘공영장례 조례’를 둘러싸고 터져나온 질문이다.
지난 11월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장례를 치룰 형편이 안 되는 사람에 한해, 
공공이 지원하는 조례를 발의해, 18일 상임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실용성 없는 조례”라는 비판도 따른다.
‘2017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은 7일 오전 10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지원하고 기본적인 장례 절차라도 보장하는 공영장례 조례를 마련할 것과  

공영장례안 전면 수정"을 요구했다.




 

사람의 존엄한 마지막을 위해선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까?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조사한 한국인 평균 장례비용은 1443만원이다.
대부분 부조를 받아 장례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경제력을 갖춘 가족이 없을 땐 사정이 달라진다.
기초생활수급자 유가족에겐 장제급여 75만원이 지원되지만, 시신을 수습하기도 빠듯한 돈이다.






홈리스행동 등 시민단체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는 1232명인데, 
이들 중 80~90%는 실제로 가족이 있지만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장례를 포기한 경우로 추정한다.
이번 서울시의회 조례는 보건복지부가 노인 돌봄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장례서비스 집행기준 범위인 40만원 안에서 지원하도록 정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커지게 됐다.
3시간 동안 빈소를 차리기도 어려운 금액이기 때문이다.





30여년 살았던 동자동의 김씨는 지병으로 입원하기 전, 마을 주민들에게 장례를 치러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장례라도 치루어 달라는 호소다.
무연고 사망자인 김씨의 시신은 마을 주민들과 '동자동 사랑방'에서 거두어 장례를 치러 주었다.

동자동의 경우는 '동자동 사랑방'이라는 주민협력단체가 있어 가능했지만, 다른 곳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공영장례에 대한 지원 대상도 논란이다.

이번 조례는 지원 대상을 무연고 사망자와 연고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 75살 이상 노인인 경우만으로

한정하면서 많은 기초생활수급자가 제외됐다.
무연고 사망자는 안치실에서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직장’이라는 방식의 장례를 치른다.
이번 지원 방안에서, 가족이 있는 기초생활수급자는 ‘직장’ 이상의 장례를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례를 치루려면, 가장 큰 고민이 빈소마련과 운구차 임대인데,
적십자회가 2016년부터 공공운구차 제공을 중단하면서 많은 빈민들이 어려움을 겪고있다.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공공의 빈소와 장의차부터 지원하고, 최소한의 경비는 보장해야 한다.

당신은 이처럼 비참하게 삶을 마감하고 싶나?


사진, 글 / 조문호





기초생활보장 수급 노인들이 '줬다 뺏는 기초연금'을 해결하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끼 상소를 올렸다.
21개 노인·복지단체로 구성된 '빈곤노인 기초연금 보장을 위한 연대'는

13일 오전 서울 청운효자동 주민자치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끼 상소 퍼포먼스를 펼치며 시정을 촉구했다.

2014년 7월 기초연금 제도 시행 후 네 번째이자,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처음이었다. 

 
도끼 상소(持斧上疏)는 조선시대 대궐 앞에서 도끼를 둘러메고 왕에게 상소를 올리는 것으로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도끼로 목을 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날 오전10시 경, 도끼상소에 함께하기 위해 ‘동자동 사랑방’으로 나갔다.

김호태 대표와 김원호, 김영진, 강명국, 유한수, 김창현, 김정호, 조인형, 류종희, 김정길 씨등 열 한명이 나갔는데,

‘노년유니온’,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등에서 나온 50여명의 빈민들도 현장에 모여들었다,





일찍부터 오건호, 고현종, 김윤영씨 등 빈민운동가들이 나와 더운 날씨에도 부지런히 자재를 옮기고 있었다.

얼굴에 고인 땀방울을 보니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난, 40만 수급노인에 해당되는 빈민 당사자라

나오기 싫어도 나올 수밖에 없었지만, 저들까지 왜 저렇게 고생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제발 문재인대통령께서 이 간절한 빈민들의 상소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40만 기초생활수급 노인을 대표한 김호태(84·용산구)씨는 상소문을 올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기초연금 30만원 약속은 노인들에게 희망을 줬지만,

그대로 내놓아야 하는 40만 수급 노인에게는 절망과 배신의 상처만 남겼다"며

"대통령이 기초연금의 잘못된 현실을 살펴 수급 노인들도 정당하게 기초연금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바로 잡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난한 노인을 외면하는 정부가 어찌 민주정부, 복지정부일 수 있냐는 탄식들도 흘러 나왔다.





기초연금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만 지급하지만, 가장 가난한 기초생활수급(소득 60만원 이하) 노인은

기초연금 혜택에서 제외시켜 왔기에, 오랫동안 어렵게 사는 노인들의 빈축을 사 온 일이다.

기초생활수급 노인의 경우 매달 25일 기초연금을 받지만, 다음달 20일 기초생활 생계급여에서 같은 금액이 삭감 당했다.

기초연금이 소득에 걸리는 탓이다.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의 ‘보충성 원리’에 따라 기초연금만큼 생계급여를 공제한다지만,

정작 노인 계층 간 형평성이 깨지는 문제에 대해선 모른 척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현행 20만원인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면서도

기초생활보장제도와 연계한 기초연금을 소득 산정에서 제외한다는 명시적 약속은 하지 않았다.


‘조선에서 가장 가난한 늙은이들’을 대표하는 상소인으로 동자동의 김호태씨를 비롯하여 김원호, 김정호,

조인형, 강명국씨가 나섰는데, 도끼로 바구니를 치니, 그 안에서 상소문이 나왔다.

상소문에는 수급노인들에게 절망과 배신의 상처를 남긴 현실을 살펴 바로잡아 주기를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뒤 이어 문제인 대통령의 가면을 쓴이가 나와 상소문을 받아들고, 노인을 대표한 김호태씨와 프리허그를 하였으나,

그게 퍼포먼스가 아니라 현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난한 약자의 아픔을 아는 대통령인지라 시정 요구를 물리치지 않고 검토하여 수용할 것으로 믿는다.

이 외에도 사각지대에서 수급혜택을 못 받는 더 어려운 빈민들도 많고,

가진 자들이 위장하여 혜택 받는 등 별의별 일들이 많으니, 잘 헤아려 좋은 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사진, 글 / 조문호

















































닥아 오는 5월 8일 어버이날에는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힘을 모아 조그만 잔치를 연다.
‘새꿈어린이공원’에서 오전10시부터 오후2시까지 열리는데, 주민들에게 카네이션 꽃도 달아 드리고,

점심식사를 챙겨드리며 술도 한 잔 나눌 수 있는 고마운 자리를 만든다.

올해로 여덟 번째 치루는 이 어버이날 행사는 그동안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이 매년 치러 왔는데,

외로운 쪽방 촌사람들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좋은 나눔의 자리다.

협동하는 공동체정신으로 서로 정 나눌 수 있도록,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동네잔치라 그 의미가 더 크다.

이 어버이 잔치를 위한 세 번째 준비회의가 지난 5월 2일 오후5시 동자동사랑방 사무실에서 열렸다.

우건일조합장을 비롯하여 김호태, 박정아, 조두선, 김정길, 김정호, 강동근, 차재설, 선동수, 한정민, 최순규,

이난순, 양정애, 허미라씨 등 20여명의 임원들과 주민들이 모여 행사 진행에 대한 전반적인 준비를 했다.

장은 누가 어떻게 보고, 음식은 누가 어떻게 나누며, 문제점은 없는지 등 그 날 치루어 질 행사에 대한 치밀한 작전회의였다.

다들 마음에서 우러나 협동하니 결과야 보나마나 좋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소요될 예산이 총250만원인데, 주민들의 후원금이 100여만 원 밖에 모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행사 당일에도 후원하는 분이 있겠지만, 강제하지 않는 일이라 좀 불안하다. 관심 있는 분들의 사랑어린 손길을 기다린다.

난,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프린트하여 이 날 전해드리기로 했으나, 협찬을 얻지 못해 절반만 만들기로 했다.

우선 130여장만 전해드리고, 나머지는 추석 잔치 날 돌려드릴 작정인데, 그마저 수급비에서 잘라내어 프린트를 맡겼다.

사진전시란 이름을 내 걸고 한다면야 그 정도의 협찬은 얻을 수 있겠으나, 그럴 수는 없었다.

주민 스스로 만들어가는 오붓한 동네잔치를 떠벌릴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전시라기보다 주민들이 돌려 보기 싶도록 빨래 줄에 걸어 보여 준 후,

잔치가 끝나면 자기사진들을 챙겨가는 그런 사진 나눔의 장을 만들 것이다.

그리고 오래전 춤꾼 이유나씨가 위문공연을 내게 제안하기도 했지만,

그마저 자칫하면 옥상옥이 될 것 같아 회의에서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아무튼, 외로운 동자동 주민들의 언 마음을 녹여주는 훈훈한 잔치가 될 것을 확신한다.
사랑을 만드는 “동자동 사랑방 사람들” 파이팅!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사람들은 대개 실제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인다.
많은 분들에게 여쭈어보았으나, 추정한 나이보다 훨씬 젊었다.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빨리 늙어 버렸다.
삶 자체가 힘들고 고달프니, 몸 돌볼 겨를이 없었던 것일 게다.






지난 4일 동자동의 ‘식도락’에 갔더니, 이인자할머니가 식사를 하고 계셨다.
허미라씨가 마주앉아 이 것 저 것 물어보고 있었는데,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오실 때 짚고 온 워커를 김호태, 우건일씨가 수선하는 것으로 보아
걸음도 제대로 못 걷는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사랑방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셨다.
연세가 아흔은 되어 보였지만, 이제 일흔이란다.
나와 동갑내기인데, 어쩌다 이처럼 폭삭 늙어 버렸을까?
당뇨에다 관절까지 망가져 혼자 살기가 힘든 것 같았다.
아들은 죽고 딸이 하나 있지만, 7년 전부터 동자동에서 혼자 사신다고 했다.






하기야! 내 몰골도 크게 나을 바 없지만, 몸 쓰는 대는 지장 없으니 다행이다 싶다.


이제 6학년에 불과한 유한수씨는 골목 구석에 앉아 혼자 깡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건강이 좋지 않아 금주령이 내려 진 상태라고 한다.
마침 우건일씨에게 적발되어 남은 술병을 빼앗겨야 했는데,
아쉬운 듯 쳐다보는 그의 눈빛이 처량하기 짝이 없었다.





식사 시간이 끝나니 ‘식도락’으로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식도락’에서 두 번째로 마련한 노란리본 공작소를 찾은 것이다.
주민들이 세월호 리본을 만드는 것은 그 끔찍한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이웃끼리 오손도손 둘러앉아 세월호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누기도 하고
인양된 선박에서 실종자 찾기를 염원하며 리본을 만들었다.


 




힘든 이웃을 돕고 서로 정 나누며 사는 ‘동자동사랑방’은
각박한 서울 한 복판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마지막 달동네다.
돈으로 망가진 인간성회복을 위한 ‘희망공작소’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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