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렇게 더위에 시달리기는 처음이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룩 주룩 흐른다.
선풍기도 뜨거운 바람만 분다.
컴퓨터 식히는 날개 소리조차 덥다.

겨울 쪽방은 버텼으나, 여름은 못 견디겠다.
방마다 문 열고 벌거벗은 꼴도 가관이다.
다들 곰처럼 잘 버티는데, 난 못 참겠다.






계단을 내려오니 옆방의 전씨가 한마디 한다.
“아직 수양이 덜 된 것 같네요.”
지옥이 이러면 지옥에서도 도망칠 것이라고 답했다.

길거리에 큰 대자로 누워 자는 노숙인이 부럽다.
겨울은 쪽방, 여름은 노숙이라지만, 그게 안 된다.
길거리에 자리 깔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거리의 도사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서울역에서 무작정 지하철을 탔다.
마땅히 갈 곳은 없었지만, 더위부터 식힐 요령이다.
그러나 지하철은 너무 추웠다. 죽 끓듯 하는 이 변덕을 우짤고?
다시 동자동으로 돌아와 공원에 퍼져버렸다.






동네 술꾼들과 어울렸으나, 걱정이 태산이다.
이제 시작일 뿐인데, 올 여름을 어떻게 견디지?
정선 만지산으로 튈까? 아니면 경주 가는 정영신씨 따라 붙을까?

에라~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 생각하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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