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에 들어온 지 10년차인 조인형(74)씨는 아직까지 총각이다.
평양에서 난리 통에 내려와, 어린 시절을 마산에서 보냈다.
집도 절도 없이 대전으로 서울 가리봉동으로 떠돌았지만, 사는 게 만만치 않았다.
온갖 일을 안 해본 것이 없는 밑바닥 인생을 굴렀는데,
기초생활수급자 혜택을 받으며 그나마 안정을 찾았다고 한다.






이제 일흔 넷이나 아직 장가도 못 가고 혈혈단신으로 외롭게 지낸다.
어쩌면 외로움을 잊으려 부지런하게 사는지도 모르겠다.
잠시도 쉬지 않고, 동네 구석구석을 다니며 고물을 주워 모았다,
그래서 조씨가 사는 동자동 쪽방은 고물 창고, 아니 보물 창고다.






그의 이름처럼 인형들이 가지런히 앙증맞음을 잃지 않았고,
상여 집 같은 조화나 온갖 잡동사니의 행색들이 어설프게 고개 내밀고 있다.
짐 때문에 누울 곳이 변변찮아도 물건을 처분하지 못한다.
구리나 동 파이브 등 비싼 고물만 한꺼번에 팔기위해 모을 뿐,
대개 자신의 손길이 묻은 애착어린 집기들이기 때문이다.






이젠 물건들이 오히려 주인을 내몰려고 할 정도다. 
더러 처분하면 좋겠지만, 그게 삶의 유일한 낙인데 어쩌겠는가?
버려진 사물을 주워 닦아 희망을 심어주고, 죽어가는 화초를 살려 생기를 돌게 한다.
마치 노인들이 모여 있는 요양소처럼, 잠시 소멸을 유예시켜 주는 것이다.






기초생활수급비에다, 고물 수집으로 한 달에 20-30여만 원을 더 버니,
이웃보다는 한결 여유로운 삶을 산다.
발발 떨며 안 쓰고, 돈을 숨겨두는 사람들에 비해
건강을 위해서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고 한다. 현명한 처신이다.
자기 말처럼, 백수는 무난할 것으로 보였다.






방에 들일 침대크기를 재기 위해 줄자를 좀 빌려 달랬더니,
아예 가져다 쓰라며 보관하던 줄자를 내 주었다.
얼마나 만졌으면 케이스가 반질반질 그의 콧등을 닮았다.
사람이나 사물이나 제 기능만 할 수 있다면 살아남는 게 미덕이다.
부디 건강 지켜, 보물과 함께하는 백수잔치를 기대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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