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동자동 골목의 가게 앞에서 김용태씨가 술 판을 벌이고 있었다.
오는 사람, 가는 사람, 막걸리 한 잔 권하며, 안주로 깎아 놓은 참외조각을 나누기도 했다.
지나가는 나에게도 한 잔하라며 눈짓을 했다.


그는 오늘 갖고 나온 팔 만원을 노숙자들에게 다 풀었다고 한다.
여러 노숙인 에게 나누어주었으니, 대개 술값으로 잘 썼을 것이다.
김용태씨는 노숙자들에게 구세주다.
돈 팔 만원으로 어디에서 그런 기쁨을 나눌 수가 있을까?

그런데 그의 행색 역시 노숙인과 다를 바 없는데, 돈은 어디서 나는지 물어보았다.
오래전 은행에서 퇴직하며 받은 퇴직금으로 쓰고 있는데, 그마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머지않아 자신도 쪽방 달세를 내지 못해 노숙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손이 부어있는 것으로 보아 건강에도 이상이 있는 것 같았다.

여의도에서 열렸던 기초연금 기자회견장 다녀오느라, 힘들어 그냥 헤어졌으나,
다음에 만나면 그의 삶의 철학이나, 지난 이야기를 물어 볼 작정이다.

스스로 선택한 동자동의 삶이 때론 힘들기도 하지만, 이런 분을 만나면 힘이 솟는다.
모두가 극락을 향한, 저승의 문턱을 두드리는 사람들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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