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들이 몰려있는 동자동에는 주말마다 사랑의 빵을 나누어 주는 작은 단체가 있다.
한강교회 ‘브레드 미니스트리스’의 온정인데, 중요한 것은 한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꾸준하다는 것이다.
몇 년 째 눈이오나 비가 오나 같은 시간에 나타나 200여명에게 골고루 나누어 준다.
빵의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아껴 먹으면 일주일은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특히 취사도구 없이 돌아다니는 노숙인에게는 최고의 먹거리다.
밥은 얻으면 당장 먹어치워야 하지만, 빵은 두고두고 먹을 수 있고, 반찬이 필요 없으니 어디서나 먹을 수 있다.
그래서 빵 나눔에는 지역주민들 보다 외지에서 온 노숙인이 더 많다,
빵 나누어 주는 날이면, 다들 한 시간 전에 나와 줄지어 기다리는 것이다.
나 역시 동자동에 들어온 후로 한 번도 밥을 해 먹지 않았으니 빵이 최고였다.
좁은 방에 취사도구를 갖출 수도 없지만, 지저분한 화장실에서 설거지하기 싫어 일체 밥을 해 먹지 않는다.
가끔은 ‘식도락’에서 끼니를 때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회용 음식이나 빵으로 해결한다.
줄 세우는 것은 딱 질색이지만, 제일 필요한 것이 빵이니 줄서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선교를 위해 한시적인 사랑의 빵 나눔 행사이겠거니 했는데, 그 지속성에 놀란 것이다.
굳은 날씨에도 한 번도 빠트리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으로서의 신의였다.
고맙다!
하루빨리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더 배고픈 노숙인에게 빵을 돌려주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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