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가객 최백호의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마음의 숲에서 출간되어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다.

출판된지 한 달도 되지않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최백호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마음의 숲/ 240면 / 가격17,000원

지난 달 초에 발간된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는 그가 써온 노래가사처럼 깊은 우수와 사유,

삶에 대한 통찰이 오롯이 담겨있다.

 

산문집에는 최백호가 가수가 된 우여곡절과 가수로서 진정성을 잃지 않고 살아 온 진득한 이야기,

노래에 얽힌 사연, 그리고 깊은 울림을 주는 삶의 잠언들이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60세가 넘어 그리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개인전을 가졌던 그림 30점도 수록되어

산문집의 볼거리를 더해주는데, 그림에 이어 글 솜씨도 보통은 아니었다.

하기야! 그가 쓴 시 같은 노래가사들을 보면 일찍부터 노래하는 시인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수이며 시인이고, 시인이며 화가인 최백호는 이 시대의 진정한 풍류객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난 4일 오후 4시에는 광화문 교보빌딩 대산홀에서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북 콘서트가 열렸다.

 

교보빌딩 23층 대산홀은 350석 규모지만 코로나 방역으로175명만 입장할 수 있는데다,

책은 이미 구해 읽은 터라 북 콘서트는 가지 않기로 작정했다. 그러나 뜻밖의 이변이 생겨버렸다.

 

필자가 포스팅한 북 리뷰를 본 울산의 오세필씨가 사발통문을 돌려버렸다.

그 덕에 김명성씨가 좌석을 확보하여 인사동 지인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이십여 명이나 추가로 참석할 수 있었던 것도 객석의 반만 예약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그 날 오후 3시 무렵, 정영신씨와 인사동부터 들려 갤러리인덱스에서 열리는

) 김기찬선생의 어게인 골목안 풍경 속으로사진전을 관람했는데,

사진전 역시 모처럼 사람냄새 물씬 풍기는 좋은 사진이었다.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역술인 신단수씨를 만나 그날 일진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북콘서트가 열리는 대산홀 입구에는 신단수씨의 친형인 김명성씨가 구입한 책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객석에는 오세필, 임태종, 정기범, 이정숙씨등 반가운 분도 여럿 보였다.

 

오후4시부터 시작된 북 콘서트는 최백호의 주옥같은 노래와 함께

가을 낙엽처럼 구수한 이야기들이 듣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국회의원이었던 아버지께서 태어난 지 몇 개월 밖에 되지 않은 자신을 보러오다 교통사고를 당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에서부터, 누님으로부터 너 때문에 아버지를 잃었다는 원망과 더불어

공부가 하기싫어 방황했다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가슴에 맺힌 상처까지 다 털어놓아

그의 진정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별도의 사회 없이 혼자서 1시간 30분 동안 끌어가는 북 콘서트 진행 솜씨도 보통은 아니었다.

 SBS 라디오에서 '최백호의 낭만시대'14년 동안 끌어 온 경험이 뒷받침 되지 않았나 싶다.

 

그 날 부른 노래는 부산에 가면을 비롯한 애창곡을 일곱 곡이나 불렀는데,

우수에 젖은 그의 노래는 흩어지는 낙엽처럼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특히 지금은 별이 되어버린 친구 홍수진 시인을 생각하며 가사를 쓴

영일만 친구에서는 친구에 대한 그리움이 왈칵 밀려왔다.

마지막 구절인 친구를 부르는 대목은 절규처럼 가슴에 내려 꽂혔다.

 

3월 말에는 부산에서 최백호의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북 콘서트가 열린다니,

부산에 계신 분들은 잊지 말고 좋은 시간 만들길 바란다.

 

'인사동 사람들'은 북 콘서트가 끝난 후 미리 예약해 둔 유목민으로 자리를 옮겨 유쾌한 만찬의 시간도 가졌다.

그러나 김명성씨가 마지막 기념사진 찍으며 뱉은 농담 한마디는 영원히 잊지 못할 마음의 상처가 되고 말았다.

 

사진, / 조문호

 

정영신 사진
정영신사진
정영신사진

  

기국서 연출의 관객모독8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지난 71일부터 오는 1010일까지 대학로 아티스탄홀에서 100일 동안의 장기 공연에 들어간 것이다.

 

그것도 정부 지원금이나 자체 예산으로 마련한 무대가 아니라 기국서 연출의 팬이 기부한 후원금으로 올리는 작품이라 그 의미가 더 크다. 관객을 모독하는 연극이 관객의 후원으로 살아나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된 셈이다. 새로운 후원 문화를 기대할 수 있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관객모독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스트리아 출생 페트 한트케가 1966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1978년 기국서 연출의 극단76’에 의해 무대에 오른 후 꾸준히 재 공연되어 관객을 모아 온 대표적 레퍼토리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기국서를 일약 천재 연출가로 불리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

 

연출가 기국서

기국서 연출의 천재성은 주벽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국서 연출만 생각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생생한 장면이 있다.  201010월 완주 종남산 자락에 있는 도예가 한봉림씨 작업실에서 열린 창예헌 예술기행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인사동 예술가들이 완주의 늦가을 정취에 취해 치룬 예술행사인데, 밤늦도록 이어진 뒤풀이에서 벌어진 갑작스러운 해프닝으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결정적인 것은 날이 밝은 새벽녘에 우연히 마주친 모습이다. 신발은 어디 갔는지 맨발로 터벅터벅 시골길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마치 연극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어디론가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은 애잔한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 밖에도 전설이 된 기국서씨의 수많은 이야기가 연극계 주변을 심심찮게 떠돈다.

 

연극 '관객모독’ 또한 관객에게 욕설과 물세례를 퍼붓는 등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연극으로, 공연 때마다 화제가 되어왔다. 띄어쓰기를 무시한 중복된 의미의 단어를 사용하거나 목사님 설교 같은 어조나 약장수 같은 상황을 설정하는 등 언어만을 매개로 한 독특한 연극이다. 공연을 처음 접하는 관객은 불편하고 당혹스럽지만, 사람들은 이 작품을 반극이라 불렀고 작가는 언어연극이라 한다.

 

 

이 작품은 관객이 연극에 대해 갖고 있는 기존의 연극적 형식이나 선입견을 완전히 무시하고 파괴한다. 플롯이나 서사는 물론,  무대 막이나 장을 구분하는 자체가 없다. 빈 의자 네개만 놓인 텅 빈 무대 위로 막이 올라가면  네 명의 배우가 걸어 나온다. 무대와 객석의 조명이 동시에 밝아지면서 배우와 관객은 동등한 관계에서 서로 바라보게 된다. 이어서 네 배우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들, 특별한 순서도 연관성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대사는 무대 위에 어떤 '이야기'나 '환상'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이를 통해 배우들은 관객이 연극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이나 관례적으로 반복해온 습관, 공연을 본다는 것의 의미 자체를 전복시켜버린다.

 

이 연극에서 무언가를 얻을 것이라는 기대는 마십시오. 다른 연극에서 볼 수 있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도 없을 것입니다.”라는 대사처럼 관객모독은 관객이 기대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연극을 전개한다. 배우들이 쏟아내는 셀 수 없는 욕설말의 유회, 이런 일련의 행위가 관객들을 자극하며 그들이 자연스럽게 입을 열고 반응하도록 하는 것이다. 폭넓은 감정의 진폭으로 해방감을 맛보게 하는 것이 바로 관객모독이 선사하는 카타르시스다. 그 본심은 메너리즘에 빠진 연극들을 조롱하며, 수동적이고 나약한 관객들을 각성시키는 데 있다.

 

1978년의 초연에는 기주봉, 정재진, 주진모, 고수민을 내세웠으나, 젊은 배우들로 꾸린 2005년판 관객모독은 래퍼 양동근의 매력이 두드러진 무대였다. 대사의 진폭은 높아지고, 배우가 관객을 모독하는 방법도 더 잔인해진 자극적인 버전이었다.

 

공연장을 바꾸고 배우를 바꾸고 대본을 바꿔 새롭게 내놓은 이번 버전은 관객을 무대 위로 끌어올려 연기하게 하거나, 배우가 객석 통로에 들어가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하는 등 또 다른 시도를 보여준다. 극적인 사건은 없지만, 말을 맛 갈 나게 구사하는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다.

 

 / 조문호

 

장소 : 아티스탄홀 / 기간 : 20227 1일부터 1010일까지

공연시간 : 평일 730/ 토요일 3, 6/

           일요일, 공휴일 2, 5(화요일은 공연 없음)

           티켓 전석 5만 원

공연문의 : 팀플레이예술기획(주) 1661-6981

 

출연 : 리얼 김성태, 김주희, 임주영 

       현도 이주훈, 심성필, 민들샘 

       극만 강현택, 박세욱 

       현실 홍리나, 최유리, 기은수 

       무대감독 : 서민균

 

 

우리나라 최고의 마임이스트 유진규(70)와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배우 기주봉(67)이 열연하는

2인극 ‘건널목 삽화’가 지난 23일부터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철도 건널목에서 만난 두 사람이 그려가는 ‘건널목 삽화’는 극작가 윤조병의 희곡 중 첫 작품이다.

연출은 소극장시대를 최초로 열었던 실험연극의 입지전적인 방태수(77)가 맡았다.

 

깊은 새벽, 건널목 불빛만 깜빡이는 허허벌판의 철도 건널목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두 남자.

철도원(유진규 분)과 사나이(기주봉 분)는 각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전쟁으로 친구를 잃고 장애를 갖게 된 사나이가 털어놓은 충격적 과거와

밤마다 벌어지는 아내의 매춘을 모른 채 하기위해

퇴근 시간보다 늦게 들어가는 철도원의 이야기가 자근자근 펼쳐진다.

 

두 사람의 대화를 통해 그늘진 과거와 오늘의 사회를 풍자 비판한 부조리극이다.

남북을 가르는 휴전선같은 철도 건널목을 배경으로 펼쳐진 무대는 분단 상황을 상징했다.

 

같은 숲이지만 철도원은 ‘울창한 숲’이라고 하는 반면 사나이는 ‘민둥산에 진흙밭’이라 말하는데,

같은 세상이지만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보고 해석한다는 말이다.

 

대사로만 따지면 40분 안팎의 짧은 공연이지만, 60분 러닝 타임의 나머지는 유진규의 몸짓으로 채운다.

 

이 연극의 하일라이트는 담배 한 대 얻어 피운 사나이가 기차가 달려오는 철로로 돌진하는 장면이다.

뛰어든 사나이와 제지하는 철도원이 뒤엉킨 장면을 조명과 음향 효과로 절박감을 극대화하였다.

 

이 연극이 초연된 당시로선 사실주의 기성 연극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파격이었다.

‘움직임과 소리와 빛’을 중심으로 한 표현주의적 연극을 시도하여 주목도 받았다.

대사 중심의 연극에 몸짓과 행동을 도입시킨 대사와 몸짓의 만남,

즉 마임 드라마란 이름의 실험 작은 한국 연극사에 의미가 큰 작품이다.

 

마침, 연극계에 기여한 원로 연극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늘푸른 연극제’에

‘건널목 삽화’가 선정되어 다시 무대에 오르게 된 것 같았다.

 

좌로부터 기주봉, 방태수. 유진규

방태수 연출이 '에저또’라는 극단을 창단한 것은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던 당시 시대 상황에서

차라리 몸짓으로 표현하겠다는 저항의 의미를 담아 기성 연극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에저또’라는 극단 이름은 말문이 막혀 머뭇거릴 때 내뱉는 ‘에…저…또…’에서 따왔다고 한다.

 

50년 만에 선보이는 ‘건널목 삽화’는 ‘관객모독’의 연출가 기국서씨가 윤색,

협력 연출하여 초연과 달리 현대 감각을 불어넣었고,

극작가 윤조병씨의 아들 윤시중교수가 무대미술을 맡아 볼거리를 더했다.

 

요즘 들어 외출을 자제하며 가급적 일을 만들지 않지만,

페북에서 우연히 본 ‘건널목 삽화’ 공연소식은 도저히 지나칠 수 없었다.

50년 만에 재연되는 전설적 작품이기도 하지만, ​

1세대 마임이스트 유진규가 다시 서는 연극무대가 아닌가.

 

그러나 공연 일정내내 지방에 가야 할 피치 못할 사정도 있지만,

촬영이 가능한 리허설 현장을 수소문해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지난 22일 오후7시 무렵, 대학로 ‘씨어터쿰’ 연습실에는 출연자인 유진규, 기주봉씨를 비롯하여

방태수 연출 등 전설에 가까운 연극인들이 연극에 몰입하고 있었다.

변함없는 노장들의 연극에 대한 열정은 매서운 추위마저 녹일 듯 뜨거웠다.

 

유진규는 50년 전 자신의 데뷔 무대였던 이 연극 ‘철도원’ 역을 다시 맡았다.

‘극단76’의 원년멤버인 45년차 베테랑 배우 기주봉과

평생 마임으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한 유진규의 정면 대결인 셈이다.

 

기주봉의 경직된 듯 중량감 있는 연기도 돋보였지만, 유진규의 진정성 있는 몸짓과 연기가 감동적이었다.

유진규의 무용 같은 몸짓과 기주봉의 팔 없는 몸 연기도 대조를 이루었다.

 

이십대 청년 유진규가 ‘에저또’라는 특이한 이름의 극단에서 단원을 모집한다는

신문 기사를 본 것이 계기가 되어 반세기 동안 한국 마임의 역사를 쓴 것이다.

 

유진규는 2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로 연극계의 어려운 현실을 토로했다.

이번 공연도 방역 때문에 총 100석 중 50석씩밖에 내놓지 못했지만,

'젊은 연극인들이 너무 어렵게 살아간다”며 “각 지자체의 문화예술회관 등

관련 기관에서 예술인들을 채용해달라”고 제안했다.

“예술을 써먹는 사회가 아닌 예술과 함께 세상을 만드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로 ‘씨어터쿰'에서 열리는 ‘건널목 삽화는 이제 두 차례 공연만 남았다. 

이번 주말인 26일과 27일의 오후3시 공연뿐이다.

공연 문의 : 프로듀서 이재화( 010-9557-9374) 

 

사진, 글 / 조문호

 

 

2021.9.29

보름 동안의 전시를 언제 끝낼지 걱정했으나, 어느덧 중반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골목 담벼락에 내건 ‘노숙인, 길에서 살다’ 전시 현수막은

비와 ‘유목민’ 취객들이 흘린 막걸리로 노숙인 옷처럼 때가 묻고 얼룩져 버렸다.

 

'유목민' 골목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들도 볼 수 있는 서울역광장으로 옮겨 가야 할텐데,

세탁해도 탈색이 안 될지 모르겠다.

 

그대로 보관한다면 간접 고난의 잔재까지 남는 의미야 있겠지만,

그 현수막은 전시가 끝나면 당사자에게 돌려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찍힌 분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긴 했으나 대개 구겨져 버렸거나 잊어버렸단다.

사진 한 장 보관할 곳 없는 그들의 처지를 감안하여 손수건처럼

주머니에 접어 넣을 수 있도록 현수막 사진을 잘라 주기로 한 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매일 같이 전시장 방문한 분들 모습을 기록했으나

술독에 빠져 사진을 정리해 올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페친 분들은 새로 만든 Naver의 ‘인사동 이야기‘ 블로그를 통해 그간의 소식을 알릴 수 있었으나,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가 Daum의 갑질로 정지된 걸 모르는 많은 분들은

오랫동안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신상에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안부를 물어오는 분까지 있었다.

 

어쨌든 그간의 소식을 올리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 쓰린 속을 부여안고

26일과 27일 이틀간의 사진이나마 정리해 올림을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지난 26일은 ‘만종’을 기록하는 사진가 노은향, 이석준, 지은숙, 민성진씨를 비롯하여

이완교, 이정환, 성유나, 심보겸, 김헌수, 권해진, 최치권, 한선영씨등 많은 사진가들이 다녀갔으나

인사동을 돌아다니느라 뵙지 못한 분도 여럿 있었다.

 

연출가 기국서씨와 배우 정재진, 이명희씨 등 연극인들은 일찍부터 ‘유목민’ 골목을 장악했고,

발렌티노김, 한상진, 이태호, 최석태, 정비파, 박상희, 김도수, 변성진, 김기수, 박찬종, 편근희,

장의균씨등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다. 그리고 가족으로는 조창호, 정주영, 김소현이 다녀갔다.

 

27일 문 닫기 직전에는 김태진씨와 아들 햇님이가 찾아왔다.

‘메밀란’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했는데,

그 날은 손녀 주려고 처음으로 인사동에서 풍선 피리와 반지 사탕도 샀다.

장난감을 받아들고 좋아하는 손녀 하랑이 재롱에 누적된 피로가 눈녹듯 녹아버리네.

 

자리를 만들어 준 '진인진출판사'대표 김태진씨에게 그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글 / 조문호

 

 

 

 

 

'예술의 전당' 명배우 헌정공연으로 선정된 유진규의 '내가 가면 그게 길이지'가

지난 22일에 이어 오늘 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올랐으나 전 좌석이 매진되었다.

 

 

 

이 공연은 한국 마임의 살아있는 역사 유진규 마임인생 50년을 결산하는 공연이다.

반세기 동안 독보적인 몸짓으로 울림을 준 유진규에게 바치는 경애인 동시에 한국 마임의 현재와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다.

 

 

 

유진규씨는 공연에 앞서 한국마임의 새로운 역사를 쓴다고 했다.

 

 

 

여지 것 국립극장이나 문예회관이 마임 공연을 거부해 왔는데, 이제야 대한민국 최고의 극장 ‘예술의 전당’에서 마임을 초청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마임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며 공연사에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날의 공연은 한국적 마임의 대표작이라 불리는 ‘빈손’이었다.

신칼, 한지, 향, 빈손 등 4부작으로 이루어진 ‘빈손’은 인간의 본질과 영혼을 노래한 걸작이었다.

 

 

 

숨 막힐 듯 펼쳐 진 격정의 몸짓에 본능적으로 카메라에 손이 갔으나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다.

공연 중 어떻게 사진을 찍을 수 있겠는가? 부득이 공연이 끝난 후 휴게실에서 방영된 영상을 촬영하여 소개한다.

 

 

 

지난 토요일 정영신, 서정란, 최명철씨와 함께 공연을 보기로 약속했다.

서정란씨는 일찍 도착해 점심식사까지 같이 했지만, 딸 보라와 함께 늦게 온 최명철씨는 휴게실에서 공연 영상을 보았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후 기국서씨와 박준석씨도 만났고, 서정란, 최명철씨와 함께 기념사진도 찍었다.

 

 

 

일요일은 오후 2시와 6시 두 차례에 걸쳐 공연이 있다.

이미 전 좌석이 예매되어 입장할 수는 없으나 오후1시와 4시30분 '예술의 전당' 야외에서 공연되는 찬조공연은 볼 수 있다.

 

 

 

유진규 마임 인생을 결산한 성공적인 공연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빈 손] 공연시간 60분

 

<신칼> 신칼과 몸이 하나되면서 드러나는 신칼도 아니고 몸도 아닌 혼령의 이미지.

<한지> 한지의 색감과 질감, 빛과 그림자와 어우러지는 몸, 생겨났다가 사라지는 이미지.

<향> 사물의 무속 음악속에 사람과 귀신을 대비시키면서 어둠속에 보여주는 혼불.

<빈손>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빈손일 때 비로서 자유로울 수 있다

 

• 출연 : 유진규, 변유정, 빈손프로젝트풍물패 빈손굿 (윤매고동, 이필천, 오선주, 최미선)

 

부조리극 대명사 사무엘 베케트 작품

 

(사진=극단76 제공)

 

연출가 기국서·배우 기주봉 형제가 연극 '관객모독' 이후 오랜만에 뭉쳤다.

극단76의 연극 '엔드게임'이 9월 1일부터 6일까지 대학로 선돌극장에서 열린다.

지난해 초연에 이은 재연이다.

 

'엔드게임'은 부조리극의 대표작가인 사무엘 베케트가 1957년 발표한 작품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네 사람이 권태를 이기기 위해 관념적이고 가학적인 유희를 반복하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베케트의 대표작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장선에 있다. 반복되고 분절된 대사로 이뤄져 있다.

난해하고 무겁지만 이는 부조리극의 두드러지는 장점이기도 하다.

 

'엔드게임'의 프랑스어 원제는 '승부의 종말'(Fin de partie)이지만 최종장, 게임의 종말 등으로 번역돼 왔다.

작년 초연 때는 베게트가 영어제목으로 썼던 '엔드게임'(End game)을 택했다.

번역을 맡은 오세곤 교수(극단 노을 예술감독)는 "원작의 어감을 살리면서

베케트가 의도한 다중적 이미를 최대한 한국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기국서 연출은 베케트의 무거운 부조리를 유쾌하게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

또한 극단76에서 함께 작업해온 배우 기주봉과 박윤석이 새로 합류하면서

전작과 또다른 해석이 가능해졌다.

 

기주봉은 독설을 간직한 독재자이지만 의자에 갇힌 '햄', 박윤석은 다리가 불편한 '클로그'를 연기한다.

정재진(니그)과 임지수(넬)는 늙은 부부 역을 맡았다. 모두 갇히고 유폐된 인물이다.

 

스크랩[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리뷰] 끝내야 할 것들에 고하는 경고, 

 

 

연극은 시작부터 끝을 향한다. 뭐 이런 연극이 다 있을까.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됐다는 식의 대사를 도대체 몇 번을 듣는 걸까. 또 시작하자마자 뭘 끝내겠다는 걸까. 끝내는 것으로 치자면 우리도 끝내고 싶다. 이 지겨운 일상의 연속을.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왜 떠나지 않는 거지?”
“왜 절 잡고 있는 거죠?”
“왜 아직도 여기 있는거지?”
“여기밖에 없으니까요."”

 

우스꽝스러운 질문과 답변 같다가도 다시 곱씹으면 현문우답 같기도 하다. 공연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것을 보니 말이다.

한마디로 최근 본 공연 가운데 가장 연극성이 강한 작품이다. 연극성이 강하다는 것이 낯설거나 지나치게 심오함, 혹은 형이상학스럽다는 의미를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빼고 약간 무심하게 극을 바라보면 순간 순간 웃음이 나오고, 대사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원래 이치에 맞지 않은 상황과 대사가 주를 이루는 것이 부조리극의 특징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연극보다 현실이 더 부조리하다. 우리가 마주하는 연극 속의 상황보다 얼굴을 3분의 2쯤 마스크로 가린 채 눈만 번뜩번뜩한 객석의 모습이 무대에서 볼 때 더 우스꽝스럽고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까.

 

무대는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현재도 미래도 아닌 ‘언젠가’에 있다. 그들이 안에 있으니 밖도 존재하는 것 같은데 그들은 밖을 나가지 못한다. 밖은 아무것도 없고 그저 잿빛 속에 가려 있다. 아무도 밖을 나갈 생각이 없다. 그렇다고 나가지 못하게 붙잡고 있는 존재도 없다. 의자에 의지한 채, 어찌 보면 의자를 떠날 수 없는 주인공 햄은 하반신마비로 걸을 수 없다. 눈도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옆에는 수족같은 하인 클로브가 있다. 그는 절뚝거리지만 걸을 수 있고 신통치는 않지만 볼 수 있다. 그리고 커다란 휴지통에는 햄의 부모 나그와 넬이 있다. 이들 역시 쓰레기통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이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설정은 여러가지 상황이 전개되면서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햄은 클로브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시를 계속한다. 방 벽을 따라 산책을 시켜달라고 하지를 않나 개를 만들도록 지시하기도 한다. 황당스런 이야기를 지어내고 듣기를 강요하고 감탄을 하도록 주문하기도 한다. 클로브는 왜 자신이 그 말을 거역하지 않는지 모른다고 하면서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행을 한다. 노부부는 있지도 않은 사탕을 아들에게 구걸하며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이야기로 시간을 보낸다.

 

이야기는 클로브가 이 공간을 탈출하려는 순간 다시 처음의 상황으로 돌아온다. 처음부터 끝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결국 끝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온 셈이다.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이 상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코로나 19로 한 해를 쳇바퀴 돌 듯 살고 있는 지금이 그렇다. 유폐된 삶처럼 밖이 있으나 나갈 수 없는, 떠나고 싶으나 떠날 수 없는 지금이 그렇다. 제자리를 맴돌고 있은 개인의 삶이 그렇고, 반드시 변화 발전할 것이라 믿었던 세상이 어느 순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보는 순간도 그렇다. 이 말도 안 되는 난감하고 난해한 이야기가 현실보다 덜 난해하다 느끼게 되는 순간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연극 ‘엔드게임’은 극단 79와 연출가 기국서의 연출로 천신만고 끝에 재공연됐다. 배우 기주봉, 정재진, 임지수, 박윤석의 열정과 열연으로 무대를 채웠다. 물론 연극은 끝이 났다. 정작 끝내야 할 것들은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어서 끝난 연극만 아쉽고 서운할 뿐이다.

 

스크랩 / 민중의 소리 / 이숙정 객원기자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는 광복절 노래가 무색한 날이었다.

인터넷에 올라 온 사진에는 광화문광장 시위에 일장기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가 일본 놈들 손아귀에서 벗어 난지 75년이 지났건만,

친일 청산은 커녕, 오히려 일제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갤러리 구루지’에서 열리는 ‘독립이 맞습니까?’란 전시 제목이 실감났다.

 

다시 한 번 미치광이 전광훈 개독집단과 꼴통 보수 세력이 친일 잔재라는 걸 입증했다.

그 뿐이던가?  맞장구치며 부추기는 보수언론이 더 문제다.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씹는 보수언론 논리에 귀가 막혔다.

 

독재자 이승만의 일제 계승과 무고한 민중 학살을 몰라서 하는 말이던가?

그렇게 일제 치하가 그리우면 국적을 바꾸던지, 차라리 일본으로 이민가라.

언론이란 가면을 쓰고 국민을 이간질 시키는 무리부터 척결해야 한다.

 

더구나 ‘코로나19’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위급한 때가 아닌가?

도저히 쪽방 구석에 처박혀 울분을 삭일 수가 없었다.

어디서 술이라도 한 잔 해야 할 것 같았다.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인사동으로 갔다.

시위를 끝내고 지하철로 몰려드는 늙은이들의 행렬이 측은해 보였다.

무엇이 저들을 거리로 내 몰았을까? 역병에 목숨까지 걸어가며...

 

요즘 떠도는 유행어처럼 독립운동은 못해도 꼬장은 부리지 않아야 할 것 아닌가?

원칙도 가치관도 없이, 젊은이들로 부터 지탄 받고 살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인사동의 모습은 변함없었다.

비에 젖어 가라앉은 거리엔 발길만 분주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거리 사진부터 찍었겠지만, 바로 술집을 찾아갔다.

 

벽치기 골목을 들어서니 ‘유목민’ 앞에 연출가 기국서씨와 김명성씨 모습이 보였다.

김명성씨가 추진한 독립 자료전을 보고 오는 길이라 했다.

개막식이 있던 날은 작업 때문에 밀양에 있었단다.

 

모처럼 소주잔을 나누는 자리에서 기국서씨가 고충을 털어 놓았다.

아무에게도 하소연 할 수 없는 풀리지 않는 일에 답답해했다

결과에 돈이 걸려 있다는 대목에서는 미칠 것 같단다.

 

비록 기국서씨 혼자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주변과 얽히지 않은 일이 어디 있으며, 돈에서 자유로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아무리 작가의 재능이 뛰어나도 권력이나 돈에 치우치면

애국가를 만든 안익태나 친일시인 서정주와 다를 게 무엇인가?

차라리 낫놓고 기억자도 모르는 사람이 나을 것이다.

 

한 쪽 자리에는 ‘뮤아트’ 김상현씨가 후배 가수들과 어울려 노래를 불렀고,

유진오씨는 분주히 ‘유목민’ 일손을 돕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출연자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시인 이승철씨, 박재웅씨 일행에 이어 단청장 이인섭씨가 나타났다.

좀 있으니, 시인 정희성씨와 소설가 현기영, 산악인 박기성씨가 왔다.

 

이 우울한 날 어찌 술 한 잔 걸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른 때와 달리, 기국서씨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돌아가는 시국처럼, 술자리마저 흩어져 사분오열이었다.

‘유진커피숍’에서 팥빙수에 더운 속을 식히고 자리를 떴다.

 

아무리 코로나가 설쳐도 꼭 찾아갈 곳이 있다.

바로 구로구민회관 ‘갤러리 구루지’에서 열리는 ‘독립이 맞습니까?’전이다.

그 전시를 보며, 독립을 위하여 몸 바쳐 싸운 독립투사들의 정신을 되새기자.

 

전시는 오는 29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그날따라 장대비가 쏟아졌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오라는 지령에 따랐는데,

먼저 온 사람들은 신발가게 앞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다.

 

다들 우산을 받쳐 들고 기국서씨를 따라갔다.

학림다방 옆길을 돌아 ‘청춘포차’에 안착했다.

 

기국서, 최정철, 박준석, 김문생, 권영일, 목수김씨가 먼저 자리 잡았고,

뒤이어 박근형, 정재진씨가 왔다. 이차에 간 ‘틈’에서는 기주봉씨도 합류했다.

 

다들 연극판에서 한 가닥 하는 분이었다.

술자리에 둘러앉은 분위기가 마치 쿠테타 모의하는 것 같았다.

 

평소 예술의 전당 개혁을 부르짖는 박준석씨는

예술의 전당에 어찌 예술가가 없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곳만이 아니라 전국 공연장 문제점으로,

개선을 위한 대책과 예술가들의 연대도 절실했다.

 

최정철씨는 붕어빵식으로 열리는 축제들을 탓했다,

그 곳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며 대안도 말했다.

 

무사안일주의인 예술담당 공무원들의 문제도 있지만,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접근을 달리 하라는 등,

예술계 전반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나왔다.

 

두 번째로 따라 간 곳은 ‘틈’이란 술집이었다.

LP판이 벽을 채운 음산한 구석에 기주봉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술기운이 올라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기국서씨의 표정에 비장감이 감돌았다.

 

술 취한 독특한 비장감은 그만의 캐릭터다.

당장이라도 판을 갈아엎을 그런 분위기다.

 

시간이 지나니 한 사람 두 사람 일어서기 시작했다.

술이 취해 나 역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다.

그 이튿날 온종일 쥐약 먹은 듯 비실비실 방구석을 기었다.

 

뒤늦게 들었지만, 기국서씨도 무탈하지 않은 듯했다.

 

노장은 그냥 죽지 않는다. 다시 음모를 꾀한다.

 

그 날 기국서씨가 던 진 말이 기억난다.

“예술이기 전에 사람이 되어야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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