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으로 사람 만나지 말라는 엄포에 만지산에 격리되었다.

말 안 듣기로 소문난 놈이 무서워서 격리된 게 아니라 그냥 쉬고 싶었다.

정선 집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 이참에 마약 같은 페북도 들락거리지 않을 생각이다.

단지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는 정선 읍내 피시방에 들려 가끔 소식이나 전할 작정이다.

 

그래도 동자동에서 하는 일이 있어 매주 화요일은 서울나들이를 해야 하기에,

그 때 사모님께 문안드리기로 했다. 사모님께서 부르면 언제나 달려 갈 기사의 각오는 되어있다.

확실한 유배도 격리도 아닌, 길거리에 돈만 뿌리게 된 셈이다.

머지않아 정선 집을 정리할 생각으로, 긴 세월의 아쉬움이 한 몫 한 것이다.

 

이번에는 지난 금요일에 들어 와 이틀 동안 밀린 일하느라 똥오줌을 못 가렸다.

지루한 장마가 계속된 한 달 넘게 못 왔더니 집구석이 엉망진창이었다.

농작물인지 잡초인지 도저히 분간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긴 장마로 방안이 눅눅해 군불을 좀 지폈더니 완전 찜질방이 되어버렸다.

방문을 열어놓은 채 발가벗고 잤더니 새벽녘에는 추워서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콧물이 쉼 없이 나오는 걸 보니 개도 걸리지 않는다는 여름 감기에 단단히 걸린 것 같다.

 

장보러 정선 읍내 갔다 오는 길에 ‘귤암리캠핑장’에 잠시 들렸다.

그 앞을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20년 만에 처음 들린다면 믿겠는가?

 

옛 ‘귤암분교’ 자리인 그곳에서 ‘동강변 주민을 위한 굿마당’을 연 후 처음인데 많이 바뀌었더라.

성수기인데도 캠핑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코로나 때문인지 장마 때문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하루 이용료가 4만-5만원이란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날씨마저 흐렸다 개였다 내 마음처럼 변덕을 부렸다.

내일이 화요일이라 사모님께 상납할 옥수수도 따고 호박도 몇 덩이 차에 실었다.

더 중요한 것은 따끈따끈한 오빠의 마음을 실었다는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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