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폐차한지 한 달 만에 차를 구입했다.

차가 없어 장터도 정선도 못 갔는데, 드디어 미루었던 일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사모님께서 어렵사리 돈을 마련하여 인터넷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누벼 구입한 차란다.

차고지가 대전 '우리오토월드'라는데, 기사가 어디엔들 못 갈소냐.

 

크루즈 2.0 디젤로 135,000km 운행한 차인데, 빨간색이었다.

같은 차종의 중고가격이 5백만원 대인데 비해 350만원에 나왔다는데,

빨간색인데다 수동이라 싸단다. 기어만 수동이지 다른 기능은 모두 자동이었다.

 

빨간색의 수요층은 대개 젊은 층인데, 젊은이들이 불편한 수동을 원하지 않는 것 같다.

사이트에 내 놓은 가격에서 50만원을 더 깎아 300만원에 샀으니, 엄청 싸게 산 것이다.

사륜구동이 아니라 산길 운행에 어렵고, 적재함이 적어 짐을 많이 싣지 못하지만,

주제 파악을 해야지 어찌 입에 맞는 떡만 먹을 수 있겠나.

 

 

두말 않고 차를 인수하여 전주에서 서울까지 시운전에 들어갔다.

지난 번 타던 고물차 ‘무쏘 스포츠’에 비해 재비처럼 날렵하게 질주했다.

전주에는 비가오지 않았는데, 천안쯤에서 어두워지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라이트와 와이프가 저절로 작동되었다.

 

그런데, 뭘 건드렸는지 갑자기 양쪽 백미러가 접혀버렸다.

작동 법을 몰라 실내미러를 보아가며 어렵사리 갓길로 빠져나와야 했다.

좀 있으니 빗길에 사고가 났는지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크라치를 밟았다 놓았다를 반복하며 변속했더니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목적지까지 차를 전달하는데, 예상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연착했다.

 

남이야 티브이에서 빨간 내의 입고 설치던 비쩍 마른 영감을 연상할지도 모르겠다.

다들 빨간색이라 늙은이가 타기는 좀 껄적지근 하다지만,

내 나이가 어때서, 빨간색 크루즈 타기 딱 좋은 나이야.

 

모래 쯤 시골장터를 찾아 첫 드라이브에 나서기로 했다.

옛날 영화의 한 장면처럼 차장을 열어 제치고 신나게 달려 볼 작정이다.
사모님 마후라는 날리지 못해도, 콧수염이라도 휘날리며 한 마디 할거다.
“사모님! 이번 일만 잘된다면 다이야 반지가 문제겠습니까. 하하~”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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