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의 소설가 구중관 형이 소설제목처럼 영원히 실종되어 버렸다.
팔순이 넘도록 홀로 적적하게 지내더니 산천이 들썩이는 이 화창한 봄날, 하늘나라로 떠났다.
천상의 선녀 만나러 떠난 것일까?
중관형이 여주로 이사한 뒤로 늘 궁금하던 차에, 난데없는 부고가 날아들었다.
뇌경색을 일으켜 조카의 간병을 받았으나, 며칠 지나지 못한채 운명하셨다고 한다
중관 형의 빈소를 인사동 '사가연'에 마련한 사람은 '시네갤러리' 노광래 관장이었다.
지난 달 ‘유목민’에서 치른 신성준 선생 장례처럼, 여기 저기 알려 인사동 사람들을 불러 모은 것이다.
비싼 장례식장보다 잘 다니던 술집을 빈소로 정하여 고인의 삶과 연결시켰다.
요즘은 일로 인한 스트레스인지, 갈 때가 되었는지 몸이 예전 같지 않다.
힘들어 온 종일 누워있지만, 중관형이 떠나는 마지막 길은 마다할 수 없었다.
더구나 마지막 볼지도 모를 배평모씨가 삼천포에서 온다는데 어찌 누워 있겠는가?
빨리 갔다 와서 쉬는 게 나을 것 같아 일찍부터 나섰는데, 길에서 잘 아는 노숙거사를 만났다.
"어딜 그리 황급히 가는가? 술 한 잔 하고 가시게.."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노숙거사는 행색은 거지지만 표정은 부처 같았다.
마신 술이 약인지, 두들겨 많은 것처럼 쑤시던 몸이 가뿐해 졌다.
알콜 중독증세일까? 아니면 노숙거사의 신 끼가 작동한 걸까?
준비한 조의금에서 파랑새 한 장 빼내 적선했다.
찾아 간 인사동 ‘시가연‘에는 상주인 조카 구정현씨와 잘 모르는 분만 있었다.
마이크 잡고 노래한 적이 어저께 같은데, 그 자리를 영정사진이 대신하고 있었다.
절을 올리며 중관형의 명복을 빌었으나 마음은 찹찹했다.
살고 죽는 것이 이리 간단한 것이던가?
중관형과 양평장에서 만난 일들을 떠 올리며 혼자 홀짝거리고 있으니, 반가운 분들이 하나 둘 나타났다.
노광래씨를 비롯하여 이준기, 김형구, 배평모, 김철환, 임해리, 임계재, 박상희, 이만주씨 등 많은 분이 모여들었다.
소설이 안 팔려 ‘작가폐업’ 술집 냈던 배평모씨는 만난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쩌렁 쩌렁한 목소리 들으니 기가 철철 넘쳐 백수는 무난할 것 같았다.
평소 귀가 어두워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기차 불통을 삶아 먹었는지 잘들리다 못해 귀가 멍멍했다.
앞 사람과 조가 맞아 쉼없는 구라를 풀어대는데,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졸리기 시작했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들은 이야기로는, 요즘 죽는 사람이 유독 많은 것은 윤석열이 때문에 홧병이 나 죽는단다.
결정적으로 잠을 깨운 이야기는 비아그라 이야기였다.
“비아그라를 많이 먹은 한 인간이 심장마비로 죽었는데, 시신의 거시기가 튀어 올라 관 뚜껑이 닫히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죽은 자의 친구가 나타나 “야! 너그 마누라 왔다”고 하니, 관 뚜껑이 쑥 내려갔다"는 설렁한 개그였다.
영정사진을 거두어 여주로 내려갈 준비하는 것을 보고서야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즘 들어 부쩍 주변 분들이 많이 돌아가신다.
인사동과 관련된 분만 해도 신성준선생을 비롯하여 박구경시인 등 줄줄이 돌아가셨는데,
아직 사망신고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또 돌아가신 것이다.
살아남은 자는 가슴 아프지만, 그 길은 천국 가는 영생의 길이 아니던가?
이젠 장례문화도 초상집이 아니라 잔칫집으로 바뀌어야 한다.
비싼 장례식장보다 사정에 맞게 치루고, 춤추며 노래부르는 신나는 굿판을 만들자.
중관형! 봄바람에 실려 꽃길따라 훨훨 날아가, 좋은 세상만나길 축원드립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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