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느닷없이 포천을 겨냥한 총알관광 명령이 떨어졌다.

 

포천하면 산정호수나 백운계곡도 있는데, 왜 이동 막걸리나 이동 갈비가 먼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하기야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맛있는 음식이 먼저지만,

다른 갈비보다 비싼 이동갈비는 한우가 아니라 수입고기라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

 

산도 좋고 물도 좋은 곳이라지만, 공업지구라 오염도 심하고, 문화유산은 많으나 관리가 허술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군부대가 많다. 포천시에 사단도 아닌 군단사령부가 5군단, 6군단 두 개나 있고,

6사단, 8사단, 수기사단을 비롯한 일곱 개의 여단이 주둔하는 군사요충지다.

 

늦은 아침식사를 물리고는 바로 출발했는데,

포천이라는 것 말고는 구체적인 목적지도 모른 채 네비가 시키는 대로 따라갔다.

처음 들린 곳은 가산군 방축리에 있는 조선시대 서원 화산서원이었는데,

오성 대감으로 알려 진 조선 중기 청백리 이항복의 덕을 기리기 위해 세운 서원이란다.

 

문이 굳게 잠긴 서원 담장 너머로 살펴보니 인덕각과 동강재, 필운재와 출입문인 내·외 삼문이 있었다.

인덕각은 이항복의 위패를 모시는 건물로 사람 인()자 모양의 맞배지붕으로 지어져 있었다.

동강재와 필운재는 강당을 겸한 재실로 사용하는 장소란다.

 

흐린 날씨에다 햇볕이 들었다 빠졌다하며 보슬비마저 흩날려 여행하기 딱 좋은 날씨였다.

인근에 있는 화봉사도 들렸는데, 대웅전과 산신각, 요사로 이루어진 조그만 사찰이었다.

신라 말 도선이 창건한 봉선사 말사라는데, 당시는 내원사(內院寺)라 불렀단다.

이 절에는 1867년에 제작된 신중탱화가 있다.

 

창건 설화에 따르면 도선이 절터를 정하려고 나무 새 세 마리를 깎아 날려 보냈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백운산에 앉아 이 절을 세웠다고 한다.

 

마지막에 들린 '흥룡사'는 청암대사의 사리를 안치한 청암당 부도가 있었다.

​이 부도는 옥개가 팔각원당형의 기본을 따른 것으로 윗부분은 복연이 조각되었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탑신에는 '청암당'이라 음각되어 있었고, 

 이 부도 옆에 '묘화당'이라 새겨진 석종형 부도를 나란히 세워 놓았다. 

 

돌 계단을 올라서면 넓직한 마당 뒷편으로 흥룡사 대웅전과 그 뒤로 삼성각이 보였는데,

한국전쟁으로 불타기 전에는 여러 채의 요사 채를 거느린 대규모 사찰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전국 절집을 다 돌아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이 절은 처음 가본 사찰이었다.

 

절집을 살펴보고 있으니, 개 한 마리가 따라다니며 짓궂게 짖어댔다.

스님말씀으로는 개가 마스크를 유달리 싫어해 그런단다. 

하기야! 얼굴가린 복면의 인간을 보고 짖지 않는다면 개도 아닐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이동면에서 저녁 밥을 해결하고 출발하기로 했다. 

갈비는 못 먹어도 탕이라도 한 그릇 사 먹으려고 길가 갈비집에 들어갔는데,

손님이 너무 많아 허급지급 도망쳐 나왔다.

우글거리는 사람도 겁났지만, 갈비만 팔아 앉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큰 길가 양편으로 고깃집들이 쫙 몰린 이동면 화동로는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그 집만 손님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김근자할머니집이라는 간판이 달린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 넓은 식당에 손님은 우리뿐이었다.

 

얼씨구나!하고 구석자리를 잡았는데, 정영신씨가 말을 꺼냈다.

차 때문에 술도 마시지 못하는데, 갈비 보다 갈비탕으로 먹자”,

그래그래! 갈비 한 대가 삼만원인데, 그 비싼 것 먹고 소화되겠나?”고 맞장구를 쳤는데,

종업원들도 얼마나 친절한지 손님인 우리가 미안했다.

 

비쩍 마른 영감이라 량이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는지,

한 그릇으로 나누어 먹고 한 그릇은 포장해 가라는 친절을 베풀었다.

진짜 한 그릇이 얼마나 많은지 두 사람이 먹어도 충분했다.

 

정영신씨는 친절에 감읍해 다음에는 꼭 갈비 먹으러 오겠다고 다짐했다.

미안해서 하는 인사말 인줄 알았으나,

차를 타고 돌아오며 하는 그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 음식을 밝히지 않아 비싼 음식은 잘 먹지 않지만,

한 번도 돈이 아까워 먹고 싶은 음식을 먹지 않은 적은 없다.

내일 삼수갑산을 가더라도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은 하는 편인데,

정영신씨는 먹고 싶었지만 참았단다. ‘일인분 가격이면 몇 일 반찬값이라나..

정말 미치겠다. 그까짓 돈이 뭐길래?

 

이번 달 수급비 받으면 이동갈비 먹으러 다시 포천 갈 작정이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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