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은 포천에 있는 신읍장을 찾아갔다.

지난주에는 포천에 있는 유적 찾아 갔는데, 이번에는 신읍장 간다네.

장날을 찍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역병에 문 닫은 장터를 찍으러 간다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듯, 장터 닫기는커녕 대목장이 섰다.

이달 말까지 민속장을 잠정 개장한다는 현수막이 걸린 걸 보니, 갑자기 열린 것 같았다.

사람이 많이 모여 불안하기는 했으나, 대목장이라도 찍을 수밖에 없었다.

 

포천은 물이 밖으로 흘러 생긴 이름이라는데,

포천 시내를 가로지르는 구읍천 따라 펼쳐지는 포천장은 경기 북부에서 가장 큰 장이다.

성남의 모란시장과 일산시장, 김포시장과 함께 경기도 4대 전통시장으로 꼽히는 장이다..

정기적으로 끝자리 5,10일에 열리는 신읍장은 포천시청과 포천경찰서 중간의 뚝방에서 열려

마치 난민촌을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장터다.

 

신읍장은 농민들의 농산물보다 장돌뱅이들이 실고 온 상품이 주를 이루는데,

포천하면 이동갈비를 떠 올리듯, 장터에도 갈비 굽는 냄새가 진동을 했다.

 

장터 나온 사람들은 다들 마스크를 쓰고 왔으나,

음식점에서는 벗을 수밖에 없는데, 거리두기는 공염불이었다.

나 역시 숨쉬기가 힘들어 잠시 마스크를 벗었더니, 겁이 덜컥 났다.

시장상인들의 생계도 외면할 수 없으나, 이러다 문제 생기면 어쩔가?

 

난, 이년 전부터 폐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심한 호흡장애를 겪고 있다.

죽을 때까지 약과 흡입기를 달고 살아야 하는 나로서는 코로나가 더 징그러울 수밖에 없다.

마스크를 쓰면 숨 쉬기가 힘들어 대중교통은 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해 다녀야 하니,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다.

 

시장을 순찰하듯 휭 돌고는 차에 돌아와 마스크를 벗어버렸다.

차에서 한 참을 쉬고 있으니, 정영신씨는 사진을 찍고 바리바리 사들고 왔다.

사진도 찍고 대목장도 보는 셈인데, 도랑치고 게 잡는 격이다.

 

정선 산골의 좋은 공기에 마스크 벗고 살면 좋으련만,

무슨 놈의 역마살이 끼었는지 사흘이 멀다 하고 나온다.

 

빨리 역병이 물러갔으면 좋겠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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