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禁’, 대구원격응원퍼포먼스 ‘끌어 안아야 대구’가
지난 3월6일 오후2시부터 서울 공덕역 ‘경의선공유지’에서 조용히 펼쳐졌다.




원격응원퍼포먼스는 코로나와 생존 싸움을 벌이는 대구시민들을 위한 응원으로,
마임이스트 유진규, 이정훈, 전형근을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기국서, 기타리스트 김광석,
화가 박방영, 임근우, 서예가 한창환, 민중 음악가 한 받, 설치미술가 하천남,
디자인 이한주, 사진 및 영상 기록에 다모토리, 황현성 등
이십 여명의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응원한 예술행동이었다.




봄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다가왔으나, 봄을 맞을 겨를이 없다.
온 나라가 코로나 바이러스 역풍으로 꽁꽁 얼어 붙어버렸다.
특히 대구와 경북지역은 병마와의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그러나 생업도 마다하고 대구로 달려가는 의료인들이 있는가하면,
어수선한 도시에 구호물자를 챙겨 보내는 사람도 줄을 이었다.
갈피를 못 잡고 방황하는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 주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마임이스트 유진규씨가 주동이 되어 추진한 응원퍼포먼스가
바로 그들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기 위해 마련된 주술적 퍼포먼스였다.
그리고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관객을 끌어들이지 않고,
전파로 대구, 경북지역으로 전달하는 예술행동이었다.




참여하는 예술가들도 퍼포먼스 하루 전에 SNS로 연락되었으나,
온라인 체계에서 벗어났던 나는 당일 새벽에서야 알 정도로 급조된 예술 팀이었다.




지난 6일 오후1시 무렵, 공덕역 1번 출구에서 기국서씨를 만나 퍼포먼스를 벌일 경의선 공유지를 찾아갔다.
공덕역 1번 출구에서 조금 들어가니, 컨테이너 건물이 들어서 있는 낯설지만 정겨운 공간이 나타났다.




일찍부터 유진규씨를 비롯한 각지에서 모여든 작가들이 그 날의 프로그램을 논의하고 있었다.




공유지 주변에 들어서 있는 폐 컨테이너 색깔은 회색이 아닌 노랗거나 하늘색으로 칠해져 있었는데,

예쁜 그림들도 붙어 있었다.  귀여운 액세서리를 파는 가판대나 옷가게도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이 말로만 듣던 ‘늘장’이란 공간이었다.
시민들의 행동을 통해 도시에서 살아갈 권리를 찾고,
도시 공간의 공공적 가치를 지키려 공간 점유 운동을 벌이는 곳이었다.



 
찻집을 분홍색과 꽃 무늬로 칠해놓은 곳.
분위기 있는 책들이 어우러져 있는 컨테이너. 거인 이모네 등
정겨운 이름을 가진 컨테이너들이 줄지어 있었는데,
음악으로 민중과 함께하는 한 받의 공간도 그 곳에 있었다.




전형근씨는 퍼포먼스를 벌일 공간에다 둥글게 선을 그었고,
화가 임근우씨는 참가한 예술가 이마에 ‘코로나19禁’ 붓 도장을 찍어주었다.
김광석씨는 기타 줄을 조율하는 등 준비 작업이 착착 마무리되고 있었다.




제일먼저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민중 엔터테이너 한받이 수레를 끌고 주변마을을 돌며 외치기 시작했다.
“끌어안아야 대구! 마카 힘내이소!” 그 뒤를 유진규씨와 기국서씨가 따랐다.




이어 김광석씨의 ‘고향의 봄’ 연주가 시작되었고, 기국서씨가 즉석에서 작성한 메시지를 읽었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는 지금
두려운 마음으로
허공을 떠도는
보이지 않는 공포를
응시하고 있습니다.

봄기운이 스칩니다.
산야의 새순들이
날카롭게 긴장합니다.

골목길에 쏟아지는 햇볕
흐르는 계곡 물
이런 모든 기운들이
먹구름을 서서히 걷어내려
준비합니다.“




한 쪽에서는 박방영씨가 주문을 쓰고, 한창환씨는 대형 붓으로 ‘대한민국 대구, 마카 힘내이소!’라고 써 내려갔다.




이어 붉은 옷을 입은 유진규씨가 등장해 얼굴을 한지로 가리며 무릎 꿇었다.
역병을 물리치고, 온 국민의 평안을 바라는 기도를 했다.
그의 염원이 담긴 표정은 진지하다 못해 장엄했다.
잔잔하게 울려 퍼지는 김광석씨의 기타소리가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 앉혔다.




비닐 막에 갇힌 이정훈씨는 빠져 나오기 위해 처절하게 몸부림쳤고,
임근우씨는 악귀의 형상을 닮은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한 쪽에서는 박방영씨가 ‘코로나19 싹 물러가라’라고 쓰기도 했다.




악귀로 분장한 유진규씨가 나타나 광란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횟가루와 소금, 물이 뿌려지는 가운데, 악귀는 쓰러졌다.
낫으로 내려찍는 것으로 역병을 물리치는 퍼포먼스는 막을 내렸다.




역병을 주술로 물리치며 따뜻한 고향의 봄을 맞는 희망찬 퍼포먼스였다.



우리 국민은 정말 위대하다.
국가 위기가 닥칠 때마다 흩어지지 않고 똘똘 뭉쳤다.
지난 IMF 구제금융 요청 시에는 온 국민들이 갖고 있던 금붙이를
나라에 내놓는 희생정신을 발휘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누고?'

충분히 재난을 극복할 수 있는 민족이다.
대구, 경북 사람이여~말카 힘내입시더!



사진, 글 / 조문호








































































































































































 




설 연휴가 끝나는 날, 연출가 기국서씨로 부터 술두 통지가 날아왔다.
해 바뀌어 술 한 잔하자는 기별인줄 알고 갔더니,
초저녁부터유목민’에 여러 명이 모여 작당하고 있었다.



연극연출가 기국서씨를 비롯하여 마임이스트 유진규씨, 언론인 윤상길씨,

연출가 최유진 교수 등, 다 한 가닥씩 하는 분들이 모여 있었다.

성악가이자 배우인 박준석씨, 문화평론가이기도 한 최정철 감독 등

처음 보는 분도 두 분이나 있었다.



명절 덕담으로 시작된 술자리는 언론개혁의 당위성을 비롯하여

문체부, 예술의전당, 국립극단, 한국에술위원회, 서울문화재단 등으로 옮겨가며,

예술가 엿 먹이는 기관에 대한 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언론인 윤상길씨가 말을 꺼냈다.

윤상길씨는 ‘부산일보’에서 시작하여 ‘국민일보’, ‘시사저널’에서 일하다 명퇴하여 조용히 살던 분이다.

이달 초부터 온라인 종합 신문 ‘뉴스코프’ 제작위원과 ‘스포츠 투데이’ 편집위원 자리를 맡아,

다시 일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얼마 전 들었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본인의 뜻을 존중해 비상임으로 맡겨 준 대표와 후배들을 고마워했는데,

막상 일을 하다 보니, 기가 막히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자들이 모니터를 끼고 일하는 모습이 마치 닭 싸움하는 것 같단다.

발로 뛰며 기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뜨는 이야기 짜깁기하느라 컴퓨터와 싸운다는 것이다.



전람회나 연극공연 등 좋은 기사를 찾아나서지 않아, 왜 가서 취재하지 않느냐고 말하면,

‘그긴 왜 가느냐?’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비롯하여 필요한 정보가 인터넷에 있으니까...


 

문제는 인터넷 신문이 살아남으려면, 기사의 질보다 양이란다.

광고주들이 신문매체의 클릭 수에 따라 광고를 주니, 하루에 수십 건의 기사를 올려야 하는데,

기껏 한 두건 밖에 쓸 수 없는 현장 취재는 할 수 없다고 한다.



기사 내용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쏠리니, 제목과 무관한 기사도 있단다.

예를 들면 이 이야기 제목처럼 관심을 가지게 만들어야하고,

나무 한 그루를 소개하려면, 가지 따로, 잎 따로, 뿌리 따로의 수십 개 이야기를 만들어,

엉터리지만 많이 올리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란다.



클릭수가 많은 것도 연예, 스포츠, 만화 같은 기사가 주종을 이루는데, 흥미위주의 추측기사가 많단다.

그러니 쓰레기 기사를 양산하는 기레기들이 판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검찰개혁 못지않게 시급한 것이 언론개혁이었다.



두 번째는 성악가 박준석씨가 말을 꺼냈다.

‘예술의 전당’에 크게는 년봉 1억이 넘는 수백 명의 직원들이 벌어 먹지만,

그 곳에 과연 예술가가 몇 명이나 있냐는 것이다.

‘세종문화회관’을 비롯한 '국립극단'과 각종 문화재단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술가들이 일할 자리를 예술과 무관한 이들이 좌지우지하는데,

심지어 ‘세종문화회관’ 관장도 회계사 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엄청난 문화예산을 각종 재단이나 관련 기관을 통해 쏟아 붓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나 역시, 지인과 출판사의 권유로 몇 년에 걸쳐 두 차례나

‘서울문화재단’에서 실시하는 ‘중견작가작품집제작지원’에 신청한 적 있다.

그동안의 작품을 정리하여 묶는 유고집 비슷한 성격의 사진책이었다.



탈락되어 어떤 분들이 받았는지 궁금해 발표된 내용을 살펴보니,

사진부문은 한 사람도 지원받은 사람이 없었다.

더 웃기는 것은 두 번 모두 사진 전문 심의위원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시는 쓸데없는 짓거리에 들러리 서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런 일에 시간 낭비하고 마음 상하는 작가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난, 사기꾼 되기 십상인 고상한 예술 따윈 집어 치운지 오래다.

잘 못된 것을 바로 잡는 일에 여생을 바치기로 작정한 놈이다.

그까짓 사진집은 만들어 어디에 쓸 것이며, 팔리지 않는 전시는 해서 무엇 한다 말인가?



그 날 모임에서 예술가들이 정부나 조직에 이용만 당하는 세상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기로 하나 같이 뜻을 모았다. 이니, 공산당 선언 하듯 결기를 다졌다.



예술가를 예우하는 나라일수록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이고,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살기 좋은 나라임을 정책가들이 정말 모른단 말인가?

문화체육관광부 박양우장관은 행정과 관광의 전문가라는데,

도대체 예술행정을 어떻게 하는지 묻고 싶다.



뒤늦게 ‘76극장장’이며 조명전문가인 주성근씨가 나타났다.

이 분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그 속에서 살아나온 분이라 했다.

옆자리의 최유진씨도 '삼풍백화점' 사우나를 매일 이용했는데,

그 날 따라 가지 않아 살아남았다며, 지난 날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기국서씨는 술을 너무 급하게 마셨다.

술을 따르기 무섭게 단 숨에 들이켰는데, 그렇게 마시면 항우장사인들 견딜 수 없다.

술기운에 과격한 발언도 서슴치 않았지만,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공산당 선언 같은 메시지를 내 세워, 다들 상복 차려입고 침묵시위를 하자"는 것이다.

옆에 있던 최정철 감독이 좋은 생각이라며, 상복 값은 자기가 대겠다며 맞장구 쳤다.



여기 모인 사람들은 입으로 떠벌리는 예술가가 아니라 행동하는 예술가들이 아니던가?

이제 날 잡아 실행에 옮기는 일만 남았다.



한 술집에서 세 시간 넘도록 버티면 장사 망친다며, 2차를 가자고 술값을 거두었다.

다들 일어나 옆 골목에 있는 맥주집 ‘예당“으로 자리 옮겼다.



술이 거나하게 취해 ‘가자’, ‘아제’, ‘샬라’ 등 다양한 구호들이 나왔는데,

술 취한 기국서씨가 소리 높여 외쳤다. “니미 씨발~”

‘니미’는 추임새에 불과하지만, ‘씨발(始發)’은 최고의 구호가 아닌가?

역시 천재적 기질의 연출가였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뜻밖의 사람이 등장했다.

터키 국립 하제테패대학 도예과 초빙교수로 가 있는 막사발 장인 김용문씨 였다.

지금 막 공항에서 오는 길이라지만, 일행이 있어 긴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한 달가량 국내에 체류하며 한 판 벌이겠다는데, 무슨 일일지 궁금했다.

개인적인 소모전보다 세상 바꾸는 일에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에서 예술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은 살아남기 너무 힘들다.

이제 예술가들도 당하고만 살지 않을 것이다.


사진, 글 / 조문호















연극연출가 기국서씨가 뒤늦게 상복이 터졌다.
얼마 전에는 문화훈장을 받아 축하연까지 가졌는데,
이번에는 ‘한국연출가협회’에서 주는 ‘2019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지난 9월 공연한 ‘엔드게임’이 원로 연극인 지원작으로 결정되어
내년 2월부터 재 공연된다고 한다.




지난 19일 오후5시 무렵, 대학로 좋은공연 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시상식에 축하하러 갔더니, 기국서씨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영 느낌이 안 좋아요. 상을 계속 주는 걸 보니 연극 그만하라고 밀어내는 것 같아요”
별 말씀을... 밀어낸다고 밀릴 사람인가.
노장은 살아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 준거지요.




‘한국연출가협회’에서 매년 연말에 시상하는 ‘올해의 연출가상’은
그동안 많은 연출 작업을 통해 자기 세계를 구축해왔고, 당해 연도까지 두각을 나타내며

대한민국 연극발전에 공헌한 연출가에게 매년 시상하는 상이다.
올 해부터 '젊은 연출가상'이 새로 생겨 그 상은 이기쁨씨가 받았다.




수상자에게는 소정의 상금도 주어진다기에
돈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했는데, ㈜로드워크가 후원한단다.




‘올해의 연출가상’에 선정된 기국서씨는 1976년 ‘극단76’을 창단하면서
연출 작업을 시작한 이래,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치 않는 연극열정은
보여 많은 연출가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특히 올해 공연한 ‘엔드게임’은 관습에

안주하지 않으면서도 시대와 공명하는 기국서 연출의 일관된 연극관과 연출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긴 시간이 무색할 만큼 한결같은 청춘으로 쉼 없이 연극을

만들어내는 기국서 연출을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윤우영 이사장이 말했다.




축하연이 있다지만, 인사동의 망년회모임에 쫒겨 도망쳤더니, 전화가 빗발이다.

기국서씨는 상복이 터졌지만, 나는 년 말이라 술 복이 터졌다.


아무튼, ‘올해의 연출가상’ 수상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지난13일 연극 연출가 기국서씨의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축하하는 자리가 있었다.

술집이나 식당이 아니라 종로경찰서 앞으로 오라는 전갈에 괜히 쫄았네.

주인공을 비롯하여 연극연출가 최유진씨와 언론인 윤상길씨가 먼저 와 있었다.


    

비가 내리다 멈춘 인사동 길은 은행잎이 떨어져 보도블록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발 걸음에 밟혀  은행 터지는 소리조차 정겨웠다.



한 사람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벽치기 골목으로 들어가니, ‘유담커피숍에 김명성씨가 기다리고 있었.


 

 전활철씨의 안내로 유목민구석에 자리 잡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춘천의 유진규씨가 나타났다.

뒤 이어 김상현씨와 조해인씨가 왔고, 나중에는 김수길, 이인섭, 최일순씨도 만났다.

기국서씨 훈장 덕에 반가운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귀한 훈장 술이라 술은 술술 넘어갔으나,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었.

매년 30명이나 훈장과 상을 주면서 기국서씨를 왜 이제 주었을까? 

기국서씨 수훈도 공적에 비해 늦지만, 유진규씨도 아직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훌륭한 예술가들이 그렇게 많은가?



그리고 문화훈장은 상금도 없는데다, 아무런 혜택이 없다고 했다.

무공훈장처럼, 사후에 국립묘지에 안장되는 특혜도 없지 않은가.

금붙이가 아니라 전당포에도 잡혀주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들은 밥 먹지 않고 명예만 먹고 사나?

대개의 예술가들이 가난하게 사는, 도움 되지 않는 훈장이 무슨 소용인가.

정부에서 주는 훈장이 이 모양이니, 신문사에서 주는 문화대상도 상금 한 푼 안 주는 곳도 있다.

상으로 작가를 우롱하고 장난 치는 곳이 많으니, 상을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관객모독이 아니라 훈장모독이란 연극도 무대에 올려야겠다.


 

몇 일전에는 '이중섭미술상' 받는 정복수씨 시상식에 갈 일도 있었지만

주관하는 조선일보가 꼴 보기 싫었다. 어찌 치욕적인 사옥에 발 디딜 수 있겠는가?

그 곳에는 상금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은 권위보다 실리가 더 중요하다.

일억을 상금으로 내놓은 '금보성아트센터'의 한국작가상이 더 좋은 상으로 친다.


 

훈장에 초치는 소리 집어치우고, 술자리 이야기나 해야겠다.

그 날의 화제는 70년대 시절 이야기가 많았는데, 명동 심지다방을 비롯한 다양한 추억담이 나왔다.

그 당시는 부산에 살아 귀를 곤두세우고 들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말짱 도루묵이네. 


 

조해인씨는 영화 도둑들에 출연한 기국서씨의 연기가 너무 멋있었다고 했다.

나 역시 그 장면들이 너무 인상 깊었는데, 기국서씨는 연출만 잘 하는 것이 아니었다.

    

 


김명성씨는 몇 일전 무세중씨를 만난 이야기를 꺼냈는데,우리 상복은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라 했단다.

그렇기야 하지만, 한복이라면 모르나 흰 양복이 어울리겠는가? 전통장례를 두고 다들 서양식 장례를 택하니 어쩌겠는가?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유진규씨는 어머니 임종하실 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버지 곁에 누워 두 분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다 갑자기 말씀이 끊어졌다는 것이다.

잠 들듯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는데, 이보다 행복한 임종이 어디 있겠는가?


 

70여 편의 창작으로 연극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국서씨 문화훈장 수훈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번 수훈이 창작활동의 결실인 마무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계기라고 입을 모았다.


    

기국서씨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축하하며 늦도록 축배를 들었다.

기분좋게 만취한 것은 좋으나, 버스타고 졸다 종점까지 가버렸네.

 

사진, / 조문호
















김수길사진















김수길사진

















조해인사진




















 

 




지난 22일 오후2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열린 2019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연극연출가 기국서씨가 영예의 옥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그 날 시상식에 초대받았으나 사진 강의와 겹쳐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김명성씨가 보도자료를 보내 주어 기쁜 소식을 전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9년 문화예술 발전 유공자로 ‘문화훈장’ 수훈자 18명,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표창) 수상자 5명,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문체부장관 표창) 수상자 7명 등 총30명을 선정했다.




아래는 훈장 수훈자를 비롯하여 문화예술상 과 젊은 예술가상 수상자 명단이다.




은관 문화훈장의 문학부문에는 현기영씨와 (고)황현산씨, 미술 분야에는 (고)곽인식씨,

공예디자인 분야는 한도용씨, 음악 분야에는 나덕성, (고) 노동은씨 등 6명이 수훈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시상식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보관 문화훈장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종합계획 수립에 기여한 

(고)김혜원 전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회 부위원장과 만화가 이상무씨,

(고)하동호 전 공주대학교 교수, (고)강국진 전 한성대교수, 이보형 고음반연구회장 등 5명이 수훈했다.




옥관 문화훈장은 연극작품 70여편을 창작하며 다양한 연극적 시도로 연극발전에 크게 기여한

기국서 ‘극단76’ 예술감독을 비롯하여 이용남 한성대학교 명예교수, 배병길 도시건축연구소 대표,

김해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4명이 수훈했다.


좌로부터 '인사동 사람들' 회원인 김상현, 김명성, 기국서씨


화관문화훈장은 지역문화 환경 개선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수 증진에 기여한 이준호 서산문화원 원장을

비롯하여 한국적도자를 세계에 알린 김시영씨, 극단자유 배우 오영수씨 등 3명이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문화일반 부문에서는 이재춘 안동차전놀이 보존회 회장,

문학부문에서는 김혜순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미술부문에서는 김영식 조선요 대표,

음악부문에서는 강은일 단국대학교 교수, 무용부문에서는 김지영 경희대교수가 대통령 표창과 함께 상금 천 만원을 받았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은 미술 부문에 정은영, 공예디자인 부문에 이석우 에스더블유앤에이 대표,

건축 부문에서는 안기현 한양대학교 부교수, 음악부문에서는 피아니스트 양성원씨,

전통예술 부문에서는 국가무형문화제 제30호 가곡 이수자 하윤주씨, 연극부문에서는 정범철 극발전소301대표.

무용부문에서는 안무가 권령은씨 등 7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과 상금 오백만원을 받았다.



기국서씨의 옥관문화훈장 수훈을 다시 한 번 축하합니다.

사진, 글 / 조문호


























‘극단 76’이 내놓은 야심작 ‘END GAME’(사무엘베케트 작, 기국서 연출)이

지난 9월 6일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 무대에 올랐다.




76년에 창단된 ‘극단 76’은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관록있는 극단이다.
상임 연출가로 활동하는 기국서씨의 혼이 서린 극단이라 할 수 있다.
‘관객모독’을 비롯한 수 많은 작품들로 세월 따라 바뀌는 관객층과 소통하며

쉼 없는 시대적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기국서씨는 연극의 연극성을 중시하는 연출가다.
이야기 전개가 다소 무겁고 난해한 베케트 작품을 쉽게 풀어냈다. 

“연극이 시작되고 5분만 지나면 모두가 몰두하게 될 작품이다. 심오하지 않고 단순하게

즐길 수 있으니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관람하길 바란다”고 당부한다.



원작자 베케트와 연출가 기국서씨의 한 판 대결로 볼 수 있는 "END GAME'에서

기국서씨의 연출력과 그만의 해학적 끼를 만날 수 있다.


극은 휴머니즘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해석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었다.




기국서씨는 “지난 43여년이란 세월이 쉽지마는 않았지만,

우리시대에 연극이 필요한 이유하나 때문에 극단을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도 만만찮다.
정재진, 이재희, 하성광씨는 두 말할 필요도 없는 베테랑이지만,
젊은 배우 김규도는 세대 간의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연기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기국서씨의 에너지에 배우들 연기력과 팀워크가 어울려 관객과 유쾌한 소통을 끌어낸다.




부조리극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사무엘 베케트가 1957년 발표한 '엔드 게임'은

그의 대표작품으로 꼽히는 ‘고도를 기다리며’ 연장선에 있는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 
베케트 작품들은 시대가 흘러도 여전한 메시지를 가지는 현대의 고전이 되고 있다.




내용은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과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절뚝거리는 하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정 장소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이들이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만들어내는 관념적이면서도

가학적인 유희가 극의 주 내용이다.



모순된 사회문제에 당면하며 하루하루 부조리한 현상을 체험하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대학로 ‘소극장 알과 핵’에서 열리는 ‘앤드 게임’은
평일은 오후8시에 시작되고, 공휴일은 오후4시와 오후8시 두 차례 있다.
11일 17일은 쉬고, 22일에 막을 내린다.




티켓은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공연문의는 070-7664-8648 / 070-7705-3590으로 하면 된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관람을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줄거리-


쓰레기통에 유폐된 늙은 부부, 하반신마비의 주인공,

그리고 절뚝거리는 하인이 벙커와 같은 장소에서 비스킷 몇 조각으로 삶을 영위한다.
오도 가도 못하는 그들은 시간의 권태를 이기기 위해 계속해서 관념적인, 가학적인 유희를 만들어낸다.
주인공은 얼핏 작가인 듯한 느낌을 주지만 자신의 고통 속에 침잠하여 하인을 괴롭히고,

하인은 언젠가는 이 상황에서 탈출하기를 꿈꾸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두 노인부부는 끝없이 추억 속으로 숨지만 서로 따뜻하게 위로한다.

그러나 그 모두의 미래는 계속 절망적이다.

유희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암울한 세계관만 남게 되고 마는데......


그러다 문득 황폐한 세계 가운데서 <살아있는 소년>을 발견하게 되는데 하인은 거기에서 마지막 희망을 붙잡고자 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그 기대마저 무너뜨린다.

마침내 하인은 그곳을 떠나려는 차림새로 나타난다.



END GAME

CREATIVE TEAM


극작 / Samuel Beckett

번역, 드라마터그 / 오세곤

연출 / 기국서

제작총괄 / 허태경

조연출 / 이동규

무대 / 박성찬

조명 / 주성근

분장, 의상 / 김선미

작곡 / 박진규

진행 / 강정진

조명 오퍼레이터 / 전소은


기획 / 조혜랑 (잘한다 프로젝트)

홍보 / 김효상, 류혜정 (티위스컴퍼니)

그래픽, 사진 / 김솔, 박태양 (보통현상)





































아래는 개막을 앞두고 무대에서 지낸 고사 장면이다.

출연진과 스탭 외에도 기주봉씨 등 여러 명이 함께 했다.










































작은 거인 기국서씨가 새로운 연극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올인 하고 있다.






75년 연극배우로 데뷔한 기국서씨는 이듬해 창단된 ‘극단 76’ 대표를 맡아 온 전설적인 연극인이다.
‘메이드 인 차이나’와 ‘아부의 왕’에서도 보여주었으나, 영화 ‘도둑들’의 인상 깊은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는 천재적인 연극연출가로 더 유명하다. 그가 연출한 ‘관객모독’은 아직까지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그 외에도 '미친 리어' '햄릿 시리즈' '지피 족' 등을 연출하여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켜왔다.






새로운 작품에 몰입한다는 소식에, 지난 8일 오후6시 무렵 연습실이 있는 대학로를 찾았다.

좀 늦은 시간이라 다들 술집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는데,

연출을 맡은 기국서씨와 연극배우 정재진, 정인겸, 하성광씨가 함께 있었다.






이름도 기억되지 않는 대학로 어느 건물 옥상으로 따라갔는데, 너무 시원하고 조용했다.
무대에 올릴 작품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원제가 ‘end game’인데, 아직 이름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내용은 잘 모르지만, 일단 ‘종반전’이라는 느낌이 범상치 않았다.

뒤늦게 연출가인 박근형씨가 찾아 왔는데, 술자리 화제가 대마초로 옮겨 붙었다.






대마초로 피해 본 사람이 한 두 사람이 아니지만, 정재진씨는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잘 나가던 방송출연 다 끊겨 살아가기가 막막했다고 한다.

나 또한 감옥살이는 차지하고라도 같이 피운 친구들 대라고, 고문 당한 것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세상에 친구간의 의를 끊으려는 이런 좆같은 법이 어디 있는가?

이젠 어쩔 수 없이 합법화 할 것인데, 죽을 때까지 손해배상 청구에 매진할 생각이다.






정재진씨는 한 때 대학로 윗 동네인 낙산동을 연극인 아지트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런데 엉뚱한 사람이 나타나 죽도 밥도 아닌 말썽만 무성한 동네를 만들고 말았다는데,

어딜 가나 돈 냄새에 따라붙는 똥파리들이 문제다.





정재진씨의 천진난만한 웃음에, 찌든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
기국서씨 덕에 좋은 분들과 즐겁게 취했는데, 9월에 선보일 연극이 벌써 기다려진다.






부디 대박 나길 기원한다.



사진, 글 / 조문호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정권교체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하나하나 바로잡아야 한다.
시시비비 말꼬리 잡고 왔다 갔다 할 것이 아니라, 냉정하게 판단해야한다.
양다리 걸친 안철수 같은 사이비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말짱 도루묵 된다.
꺼지지 않는 촛불의 힘을 모아, 투표장으로 몰려나가 선거혁명을 이루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15일, 22차 촛불 집회가 광화문광장에서 열렸다.
본 행사를 앞두고 광화문 일대 10여 곳에서 사전 대회가 진행되기도 했다
‘전교조’에서는 '교육적폐 청산과 새로운 교육체제 실현을 위한 교육주체결의대회'를 열었다.

결의대회에서 이들은 대학·고교 서열체계의 해제, 교육부 해체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한 교육 자치 실현을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후보가 단상에 나와 “학교교육을 책임지는 주체는 교장이 아닙니다. 교사입니다.

교육과정의 민주화, 학교운영의 민주화, 교사와 학부모, 학생들이 함께 운영하는 교육민주화를 반드시 이루고 지원 하겠다”며.

극단적인 경쟁교육을 뿌리 뽑는 근본적인 교육 대혁명을 시작하자고 외치기도 했다.





그리고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는 '평등'을 요구하는 '페미니스트' 단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월호참사 3년 기억 문화제'로 진행된 이 날 촛불집회에서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을 호소하였고,

박원순시장은 “광화문광장 세월호 텐트촌은 이 슬픔과, 이분노와, 이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었다”며

‘우리가 나서서 낡은집을 허물고 국가라는 새로운 집을 광장시민들과 함께 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심상정 후보는 ‘세월호를 외면하고는 대한민국이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오늘 세월호 참사 3년의 기억식은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다.

‘세월호는 낡은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건너야 할 다리’라고 강조했다.

이날 촛불집회 무대에는 한충은씨의 구슬픈 대금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신경림시인이 ‘언제까지고 우리는 너희를 멀리 보낼 수가 없다’라는 시를 낭송하기도 했다.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반가운 분들도 만났다.

백기완선생을 비롯하여 사진가 정영신과 김명지 시인을 만났고, 연극연출가 기국서씨를 만나 함께 식사했다.

늦은 시간에는 '동자동 사랑방' 식구들도 여럿 만났다. 선동수, 김정호, 김창헌씨 등 여러 명이 집회장에 앉아 있었다.






 




퇴진행동 측은 이번 대선은 촛불이 이룬 촛불 대선으로,

민의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청산할 새 정부를 수립하기 위해 치러지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대선후보들은 이런 과제 실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고 구태의연한 선거공학에만 의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대선 후보들이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 과제를 외면하고 있다

다시금 광장의 민의를 보여준다는 의미로

오는 2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경고 촛불을 드는 23차 범국민 행동을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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