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전 차주의 일방적 결정으로 기사도 모르는 사이 차가 폐차장으로 끌려갔다.
차주가 백 육십 만원 준다는 노후차량 조기 폐차 보조금이 탐나 보낸 모양인데,
지방 촬영 길 따라 다니며 사모님 모셔야 할 기사 가오가 영 말이 아니다.
당장 정선가야 할 내 일이 더 걱정이다.
차 꼬라지가 기사 쌍판대기처럼 쭈그러져 처분했는지 모르지만, 그 돈으로 무슨 차를 바꾼단 말인가?
사더라도 비슷한 차를 넘 볼 수 밖에 없는데, 못 생겨도 아는 차가 훨씬 났다.
그 차는 2004년도 식 ‘무쏘 픽업’인데, 3년 전 오백만원에 구입했다.
딜러에게 속아, 엔진 힘이 딸려 오르막길에 빌빌거리지만, 이젠 요령이 생겨 큰 지장이 없다.
그동안 차에 문제가 생기면 즉각 고치지만, 껍데기는 일체 손대지 않았다.
사실 자동차 범퍼라는 것은 충돌 시 차체 손상을 방지하는 완충장치일 뿐인데,
다들 조금만 부딪혀도 난리다.
몇 달 전 우리동내 골목에서 접촉사고가 난 일이 있었다.
쌍방과실로 범퍼만 약간 찍혀, 각자 해결하면 될 간단한 일이었다.
난, 보험처리 하지 않고 그대로 끌고 다녔는데,
상대방은 보험 처리로 범퍼 교체 때 까지 랜트 카를 빌려 많은 수리비를 발생시켰다.
결국 보험처리하지 않은 나만 바보가 된 것이다.
그동안 차 외관이 엉망진창이라 차주가 꽤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차를 세워두면 구경할 정도인데, 멀쩡한 차주의 모습에 더 놀라는 것 같았다.
차주 한 번보고 기사 한 번 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니, 얼마나 쪽 팔렸겠는가?
그래서 폐차 보조금 준다는 이야기에 냅다 가져가라 한 모양인데, 기가 막힐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돈 좀 생기면 폐차장에 끌고 가 필요한 부품을 구할 생각도 했다.
범퍼와 백밀러, 후진램프 등 폐차 부품은 저렴할 텐데, 말짱 도루묵이 되었다.
사실, 다시 구입한다 해도 지금 타고 다니는 종류의 중고차를 구할 수밖에 없다.
‘무쏘 픽업’은 화물용이라 자동차세도 싼데다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다.
그리고 사륜구동이라 산골 끌고 다니기 안성마춤이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비슷한 똥차를 구할까 고민 중에 반가운 연락이 왔다.
차주가 폐차장에 가서 차를 다시 끌고 오라는 것이다.
검사결과 사고차량으로 결정되어 조기 폐차 보조금을 지급할 수 없단다.
“에라이~ 썩을 놈들” 지 놈들이 폐차보조금 준다며 바람 잡아 놓고 무슨 소리냐?
차 팔아먹고 세금 거둘 때는 언제고, 왜 엿쟁이 마음대로 폐차시키라며 협박했냐?
폐차할 차에 돈 쳐발라 깨끗하면 통과되고, 수리하지 않으면 사고차량이라는 게 말이 되냐?
이젠 죽을 때 까지 폐차하지 않고 끌고 다닐 것이다.
어딘지도 모르는 폐차장 주소만 들고 차를 찾으러갔는데,
대중교통도 잘 다니지 않는 일산 변두리에 ‘디젤차량 폐차산업’이란 간판을 붙여 놓았다.
그 곳은 내 차보다 더 지저분 폐차장인데, 모아 둔 차를 보니 가관이었다.
다들 묵사발 된 차들이 판결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차는 점잖은 편이었다.
차 유리에 흰 유성 펜으로 커다랗게 적어 놓은 번호가 마치 사망자 번호처럼 을씨년스러웠다.
폐차 직전에 구출하여 돌아오는 조기사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이제 절대 강제 폐차에 따르지 않는다.
없이 사는 사람들이 봉이가? 씨벌넘들아~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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