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찌 이리 간이 컬 수 있을까?
정선 집 방문 앞에다 벌집을 만들고 있는데,
천장도 아닌 정면에 보란 듯이 작업 중이다.
이건 쪽발이 아베 신조가 하는 짓이나 마찬가지다.



산중에서 벌이나 뱀은 가급적 손대지 않으나
이건 도저히 지나칠 수 없는 도발이었다.
이전 같으면 벌집을 때내 멀리 버렸겠으나,
아베 신조 생각에 살충제로 씨를 말려버렸다.
빈 벌집은 도발의 표본처럼, 보란 듯이 붙여두었다.




찢어진 차양막은 점령군 깃발처럼 펄럭이고, 축대는 산사태 난 것 처럼 무너져 내렸다.
그러나 사는 데는 지장 없는 오래된 집이다, 쪽방에 비하면 대궐이지...
집을 비울 때는 찾아 올 손님을 위해 따뜻한 물도 준비해두고, 책장이 비좁아 오래된 책은 밖에다 내놓았다.
다들 그런 건 관심없고, 필요한 물건만 가져가는 야박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젠 전기세가 부담되어 온수기는 꺼버리고 오지만,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책장은 주저앉아버렸다.
오래된 책은 다들 버리라지만, 오래된 책일수록 버릴 수가 없다.
요즘 일이야 인터넷에 검색하면 다 나오지만, 오래된 소식은 옛날 잡지에서나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두 번 들리는데, 이번에는 이박삼일로 좀 여유 있게 잡았으나 금방 가버렸다.
옆집에서 술 한 잔 하라는 인정도 마다한 채, 혼자 동동거려야 했다.
날이 어두워져야 주변도 보이고, 이런 저런 생각도 할 수 있다.




서울이던 정선이던 한 곳에 눌러 살면 좋으련만, 그게 잘 안 된다.
쓰러지기 직전에 있는 정선 집이나 동자동 쪽방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아직은 할 일이 남아 결정하지 못한다. 죽고나면 아무 필요없는 이 욕심을 어쩔까?
서울에 기다리는 사람도 없지도, 또 다시 가야 한다.




그 이틀 날은 새벽부터 서둘렀다.
늙어 버린 상추는 다시 파종하고, 지킴이로 봉숭화 한포기만 남겨 두었다.
무성한 잡초를 뽑아가며 농산물을 거두었는데, 한참 일하다 보니 안경이 없어졌다.
흐르는 땀에 밀려 잠시 벗어 두었는데, 어디다 벗었는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만 지체되어 나중에 찾을 생각으로 산소부터 올라갔다.




지난번 떡갈나무 아래 수목장한 햇님이 외할머니와 어머니 무덤 앞에 무릎 꿇었다.
두 분이 생전에는 상면한 적 없으나, 햇님에게는 조모와 외조모라 각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 분 모두 손자를 지극히 좋아했으니, 모처럼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눴을 것 같다.
혼자 걱정하는 것 보다 두 분이 하니, 햇님이가 잘 풀릴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이젠 갈 일만 남았는데, 사라진 안경이 걱정이었다.
풀밭을 이 잡듯이 세 시간이나 뒤졌으나 나오지 않았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 돌아왔으나, 흐릿한 초점으로 운전하려니 죽을 맛이었다.
별 탈 없이 오기는 왔으나, 좌우지간 명줄 하나는 길다.




길에 뿌린 기름 값에다 안경 맞출 돈까지 생각하니, 머리 아프다.
재수 없는 놈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편한 날이 없다.


홧김에 쪽바리 아베에게 욕이나 퍼부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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