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감독 안애경씨는 사는 것 자체가 예술이다.
그동안 핀란드와 서울을 드나들며 추진해 온
친환경 예술프로젝트를 여러 차례 지켜 본 바로는
그 대상에 푹 빠져 가치를 극대화 시켰다.




생각이 깨어 있어 가치를 분별하니 결과는 보나마나다.
사람이 우선이건, 자연이 우선이건,

그 친화력이 예술로 승화하는 것을 숱하게 보여주었다.




어린이의 공간엔 어린이가 되어 낙천의 미를 찾아내고,
자연의 공간은 자연으로 되돌리는 원초적 미를 만들어냈다.
그런 그가 두 달 전 빵집 디자인을 맡았다는 뜻밖의 이야기를 했다.
상업적 공간에는 시간을 투자할 위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곳은 30년간 동네 빵집으로 성장하여 '통인시장'에 연결되어 있는 ‘효자베이커리’였다.
빵집주인이야 안애경씨의 능력을 알아서 맡겼겠지만, 글쎄다.
그 녀의 이야기로는 빵집 겉모습보다 문화를 심겠다고 했다.




돈이 개입되는 일이라 여러가지 우려가 앞섰는데, 예삿일은 아닌 것 같았다.
일반적인 실내장식이라면 설계도면 따라 일사천리로 진행하겠지만,
대충 대충 넘어가는 것이 안 통하는 안애경씨가 아니던가?
먼저 일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부터 바꾸는 일이 더 힘들 것이다.
하나하나 가르쳐가며 함께 만들어 가는 기나 긴 여정이 불가피했다.




대개 지저분한 것은 가리고, 보이는 곳만 단장하는 기존의 방식은 버렸다.
보습재 등 벽속에 파묻히는 자재는 최고급 자재를 사용하지만, 눈에 보이는 자재는 재활용품을 활용했다.
재활용과 친환경재료를 외치는 그녀가 오히려 외계인 취급을 받았단다




벽을 뜯어내다 발견된 세월의 흔적은 지저분해도 노출시켰다.
낡은 기왓장을 프라스틱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주인장의 말을 거역하고 비새는 부분만 보수했다.




건물 디자인에 앞서 옆에 사는 이웃도 살폈다.
건물사이의 짜투리 땅에는 쓰레기가 지저분하게 쌓였지만, 서로 한 뼘 땅 차이로 통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드디어 서로 다른 땅주인 생각을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소통이 안 되어 해결하지 못했지만, 땅주인도 같은 생각이었다.
쌓아 올려 진 담장을 반쯤 허물어 쓰레기를 거두어 내고 나무를 심었다.




빵집주인은 작은 짜투리 땅을 빌리고 허름한 뒷집 한옥도 빌렸다.
그 곳엔 쓰레기 대신 나무를 심어 쉼터를 만들고, 한옥은 직원들을 위한 거처로 만들었다.
동네 사람들과 경계를 긋는 대신, 조심스럽게 담을 헐어낸 것이다.




그리고 획일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실내장식에도 제동을 걸었다.
버려진 타일을 활용하여, 그 자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식을 했다.
일에 진척이 나가지 않는 것을 불평하는 기능공을 다독여야 했는데,
아마 자신의 미적 감각을 전수하는 일이 더 힘들었을 것이다. 


 

사실상 안애경씨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이유다.
잠깐만 한 눈 팔면 일률적으로 마감되고, 기존 스타일대로 바뀌었다.
그들을 껴안아 가르치며 일하다 보니, 두 달이 훨씬 지나버린 것이다.
결국은 돈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2층과 3층은 빵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 멋진 공간에 기계가 들어오는 것 보다 손님을 받을 수 있는 매장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돈 보다 일하는 사람의 환경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미처 못했다.




부근을 지나칠 때 가끔 들려보았는데, 그녀는 부지런했다.
일하는 사람에게 조급함을 다독여주는 칭찬은, 하나의 교육이었다.
정말 의지의 여장부였다.




드디어 빵집에 빵이 들어온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1일 오후 무렵, 병원 가는 길에 들려보았다.
외관보다 문화를 심는 일에 집중된 빵집이라 구석구석 눈길을 끌었다.
옛 재료와 새로운 재료가 만나 잘 어울렸다.



그러나 예술감독 안애경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빵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디자인보다 빵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공정에서 최고의 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최고의 빵을 만들어내고 싶은 안애경씨의 꿈이 현실화 되도록 지켜 볼 일이다.




통인시장 입구에 자리잡은 '효자베이커리'를 지켜보자.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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