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가 제법 쌀쌀해 졌다.

빈민들이야 코 구멍 한 쪽방이라도 있지만 노숙하는 부랑자가 걱정이다.

지난 화요일의 ‘새꿈공원’에는 몇 명 안 되지만, 쪽방주민보다 노숙자가 더 많았다.

썰렁한 공원에서 웅크려 자는 이도 있고, 몇몇은 술로 몸을 데우고 있었다.

웅크려 자는 머리 위에 걸린 ‘비주택 거주자 주거 상향사업’이란 현수막이 무색했다.

 

쪽방 밀집지역에 사는 ‘비 주택 거주자 이주지원을 위한 주거상향사업’이 시작 된지 몇 개월 되었으나

동자동 쪽방주민들에게 외면 당 하고 부랑자들에게는 빛 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쪽방 촌에 사는 대부분의 빈민들은 가구도 없이 몸뚱이 하나뿐이라 외곽의 임대 아파트를 원치 않는다.

‘아는 사람도 없는 곳에 방만 넓으면 뭐하냐?‘는 것이다.

 

교통 요충지인 동자동에서야 어디든 쉽게 나 다니지만, 외딴 곳에 가면 외출 한 번 하기도 쉽지 않다.

또 하나 장애물로 작용하는 것은 그동안 줄 세워 구호물품으로 생색내며 빈민들을 길들여 온 탓이다.

그러니, 동자동에서야 굶어 죽을 염려는 없지만, 임대아파트에 가면 얻어먹을 곳이 사라지는 것이다.

일괄적으로 시행하지 말고, 사정에 맞는 다변화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

영등포 쪽방촌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기 바란다.

 

당장 잘 곳도 없는 부랑자는 그 사업에 해당 되지도 않는다.

된다 해도 주민등록상의 문제나 단절된 가족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신세다.

아무리 좋은 복지정책을 펼쳐도 빈민들의 사정을 헤아리지 않으면 헛수고일 뿐이다.

 

하기야! 정치라는 게 본래 그런 거지 뭐...

집이 없어 길에서 얼어 죽는 사람 걱정보다, 생색내어 표 얻는 것이 먼저니까.

 

사진, 글 / 조문호

 

성민교회에서 쪽방주민들에게 추석선물을 나누어 주는 행사를 갖기로 했으나,

인근건물에 확진자가 생겨 취소되었다는데, 아쉽기는 하지만 다행인것 같았다.

 

동자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노약자들이 많아 줄초상 칠 수도 있는 것이다.

 

새꿈공원에는 선물 받으러 나와 허탕 친

'친절한 금자씨'가 아닌, 친절한 은자씨가 아양 떨었다.

너무해용!”

나 더러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코로나 보고 하는 말이다.

 

이남기씨와 술 마시던 한보는 '술 한 잔 사겠다'고 시비를 건다.

손에 집어 준 포도 한 알을 안주로 해장술을 마셨다.

 

정선에서 일하느라 곤죽이 되어 몸이 천근만근인데,

한보가 준 소주 덕에 몸이 풀렸다.

 

술도 마약인가?

 

사진, / 조문호

 

 

무더운 쪽방에서 버텨야 하는 빈민들의 삶은 비참하다.

짐승도 이렇게 열악한 조건에서 살지 않을 것이다.

뜨거운 바람을 돌리는 선풍기 소리가 숨통을 조여 온다.

컴퓨터 열기에 온 몸이 후끈거린다.

 

나야 나가 있거나 다른 데서 잘 때가 많지만

쪽방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의 심정은 어떻겠는가?

차라리 쪽방조차 없는 노숙인은 그나마 낫다.

병 걸려 죽는 것조차 두렵지 않으니 외롭지도 않다.

 

요즘 밖에서 쪽방 사람들 만나기는 어렵지만,

노숙인들은 매일같이 둘러앉아 술판을 벌인다.

무료급식소 줄어든 게 탓이지만 굶어 죽지는 않는다.

막걸리로 허기 메우며 자유롭고 즐겁게 지낸다.

 

가끔 여성 노숙자도 있는데, 그들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나 역시 말 걸기도 어렵지만 사진 찍히는 것을 가장 싫어한다.

세상에 노출되기 싫은 그들만의 사연이 있을 것이다.

 

서울역 노숙자 성비 통계에 의하면 3.3%에 불과하니,

가뭄에 콩 나듯 만나기도 어렵다.

요즘은 미투 폭풍으로, 여자 노숙인은 대하기조차 두렵다.

이 날도 우산 두 개로 몸을 숨긴 여성 노숙인을 보았다.

 

남편 폭력이나 정신병 등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왔겠지만,

남자에 비해 노숙생활이 힘든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원인은 돈이 원수다. 기초생활수급도 못 받는 처지라

이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겠다.

 

코로나에 다들 벌어먹기 어렵지만, 영향 받지 않는 사람도 있다.

돈 많은 부자야 말할 것도 없으나, 건물 임대 업자들은 안전 빵이다.

장사가 안 되던, 살기가 어렵던, 임대료는 꼬박꼬박 받아 챙기지만

한 번 올라간 임대료는 내릴 줄 모른다.

 

빈민들로서는 남의 이야기 같지만, 집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빈부 격차도 날이 갈수록 벌어져, 한 번 거지는 영원한 거지다.

상대적 박탈감에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다.

 

동자동에도 문 닫는 가게들이 속출하고 있다.

식당 문 닫은 자리에 자동차 정비소가 들어섰다.

그것도 외제 승용차를 주 고객으로 하는 정비소다.

 

빈민을 대상으로 하는 업종은 대개 힘들지만,

부자를 고객으로 하는 장사는 된다는 이야기다.

또한 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 안전하지만,

이동수단은 대중교통보다 자가용을 찾는 이유도 있겠다.

 

이제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맡기고,

다들 거리로 나와 노숙해야 할 것 같다.

구차하게 오래 사는 것보다 즐겁게 사는 것이 낫다.

 

사진, 글 / 조문호

 

간밤에 비가 쏟아져 쪽방에서도 시원하게 잠들 수 있었다.

아침에 라면 끓이며, 서랍에 넣어 둔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핸드폰을 거는 전화로만 사용해 걸려온 전화를 가끔 확인해 본다.

거리두기의 한 방법이나, 이틀 동안 걸려온 전화는 한 통밖에 없었다.

 

요즘은 전시장 개막식은 물론 사람 모이는 술자리는 잘 가지 않는다.

숨쉬기가 힘들어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나, 사람들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입력된 번호에 전화를 걸었더니, ‘용산주거복지센터’란다.

용건은 LH공사를 통해 전세자금을 대출해 줄테니, 이사할 의향이 없냐는 것이다.

그 것도 무려 구천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대출해 준다고 했다.

 

세상 물정을 잘 몰라 전세 값이 그렇게 많이 올랐는지도 몰랐다,

예전 같았으면 그 돈으로 집을 사고도 남을 돈이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없는 신용불량자에게 큰돈을 대출해 준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전세금을 담보해 두면 떼일 염려야 없겠지만, 이자는 갚아야 할 것 아닌가?

 

짐작컨대, 동자동 쪽방 촌 재개발을 앞두고 외곽으로 몰아내기 위한 방법 같았다.

짐도 없이 혼자 사는 빈민들이 임대주택이나 전셋집이 무슨 소용있겠는가?

 

대충 먹어 치우고 공원에 나가 보았다.

간밤에 내린 비에 노숙하는 병학이가 어떻게 잤는지 궁금했다.

 

잠자리에 가보니 깔판을 텐트처럼 쳐 놓고 있었는데,

끼니는 뭘로 해결했는지 돌 팍에 숟가락만 놓여 있었다.

술친구와 어울려 밤새 젖은 몸을 술로 말렸다.

 

공원을 북적였던 쪽방사람들은 한 둘 뿐이고, 빈자리를 비둘기가 차지했다.

어떤 이는 쪼그려 커피 한 잔에 시간 죽이고, 어떤 이는 빗자루 춤을 췄다.

머지않아 다들 쫓겨날 텐데, 이제 남은여생을 어떻게 보낼 건가?

 

재개발 하려면 주민 대책부터 세우고 추진해야 할 것 아닌가?

 

전셋집이나 임대아파트 같은 넓은 집은 필요 없다.

정붙이며 살아 온 외로운 사람들, 함께 살게 해다오.

 

사진, 글 / 조문호

 

거리두기로 오나가나 독거의 외로움은 깊어만 간다.

다들 꼼짝을 안 해 만날 수도 없지만, 만나도 눈인사나 나눈다.

매일같이 모여 앉은 부랑자들은 주위의 시선도 따갑지만,

나 역시 감염에 일조하는 것 같아 어울리기를 꺼린다.

 

몇 달이 넘도록 주눅 들게 하는 ‘코로나’ 때문에 제 정신이 아니다.

무더운 쪽방에서 도망쳐 와 녹번동 정영신씨 집에서 지내다,

생각나면 돌아가는 반복된 나날을 보내는데,

컴퓨터와 노는 게 유일한 소일거리가 되어 버렸다.

 

지난 24일은 인삼드링크 받아가라는 벽보가 나붙었다.

공원은 한가했으나, 입구에 진을 친 병학이 아지트는 여전했다,

그 날 낯선 노숙자 한 사람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머리를 많이 다쳤다.

먹는 게 없는데다 술기운에 몸을 가누지 못해서다.

 

신고 받은 119 대원이 달려왔으나 그들이 할 일은 없었다.

머리가 찢어져 병원에 옮겨야 했으나, 당사자가 손을 내저었기 때문이다.

한 푼도 없는 거지 치료비를 누가 낸단 말인가?

상처를 꿰매야 하지만, 머리에 붕대만 감아놓고 떠나 버렸다.

 

무덥고 갑갑한 붕대 따위는 이내 벗어 던져버렸다.

술로 소독하려는지 연신 술만 퍼마셨다. 삶에 애착이 없어 보였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고통은 피할 수 없다.

무소유의 자유도 눈앞에 닥친 고통 앞에서는 개소리에 불과하다.

 

어떤 놈은 돈을 쌓아두고도 돈 욕심에 눈이 벌겋게 설치는데,

아무 것도 없이 살아도 기초생활 수급비도 못 받아 먹는 불쌍한 신세다.

불공평한 현실을 탓해봤자 무엇에 쓰겠는가?

 

그들과 달리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는 원희룡씨를 길에서 만났다.

원씨는 후원자로부터 도시락을 받아와 전해주기도 하고,

고물을 주워 모아 파는 등 무슨 일이던지 닥치는 대로 한다.

한 푼이라도 벌어 자기만 바라보고 있는 시골가족 생활비를 보내기 위해서다.

 

할 일없이 혼자 사는 독거나, 방황하는 부랑자에 비한다면 선택받은 삶이다.

인삼액기스는 받았냐며 쪽방촌 정보부터 알려준다.

이제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 줄 세우지 않아 언제든지 찾아 가면 된다.

진즉부터 그렇게 하면 될 일을 한 번에 끝내려는 속셈에 고집 부린 것이다.

 

상품을 주는 물품보관소에 들렸더니, 직원들 뿐이었다.

나누어 준지가 며칠 되었건만 많은 물건이 남아 있었는데,

다들 바깥출입을 하지 않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영양이 부족한 쪽방 노인들에게는 좋은 선물일 텐데...

 

상자에는 ‘제일제당’에서 보낸 ‘통째로 갈아 넣은 인삼 한 뿌리’라고 적혀있었다.

진짜 인삼을 갈아 넣었는지 뜨물 같은 흰 액체에서 인삼 맛까지 났다.

과분한 선물인 것 같았으나, 노숙자는 이런 혜택도 받을 수 없다.

그들은 몸 생각을 하지 않아, 줘도 좋아하지 않는다.

외로운 쪽방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윙윙 되돌아가는 선풍기 바람 맞으며 티브이 채널만 돌리고 있다.

가끔 인삼 액기스로 몸보신도 하겠으나, 그 넘치는 정력은 어디다 쓸까?

각자도생하는 세상, 혼자 재미있게 노는 방법이나 연구해야겠다.

 

사진, 글 / 조문호

 

부랑자는 하늘에서 날아 온 외계인인가?

 

육신 하나 달랑 남았지만, 기초생활 수급도 못 받는다,

부자도 다 받는 코로나 긴급재난기금도 못 받았다.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집에 갈 수 없어서다,

가족에게 버림받으면, 사회도 버려야 하는가?

 

약자 인권 유린이 알려지면 세상이 시끄럽지만,

노숙인은 길에서 죽어가도 아무렇지도 않다.

 

무슨 죄로 짐승만도 못한 삶을 살아야 한단 말인가

정부는 왜 노숙인 문제를 방치하는가?

 

지금이라도 전수조사에 들어가 노숙인 등록부터 실시하라.

돈이 가장 절실한 그들도 긴급재난기금을 지급하라.

 

사진, 글 / 조문호

 

2016년 11월 29일 / 동자동 / 이기영



왜 영악하게 살지 않았냐고 탓하지 마라.
왜 악착같이 벌지 않았냐고 탓하지 마라.

내 비록 빈 털털이라 멸시 받고 살지만,
그렇게 비굴하게 살지는 않았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돈에 고개 숙이거나

돈에 영혼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  / 조문호



그 지긋지긋한 더위가 물러가니, 어김없이 추석이 다가왔다.

다들 귀성 준비하며 선물을 보내거나 음식 장만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나 돌아갈 고향마저 잃은 동자동 사람들은 마음도 몸도 한가롭다.


 

인생 막장인 쪽방촌에 들어오기 전만 하더라도

명절만 되면 여기저기 돈 구하느라 전전긍긍하던 사람들이 아니던가?

다 포기하고 나니 잡다한 걱정은 끼어 들 틈조차 없다.


 

힘들어도 살아 있으니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보며 추억이라도 떠 올리지 않는가?

이젠, 세상에 대한 원망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다 타버린 촛물처럼 내려앉았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는 속담처럼,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나은가?

모진 목숨 차마 끊지 못할 뿐, 저승을 그리는 사람이 더 많다.

술 한 잔에 모든 근심걱정 내려놓고, 실없는 웃음만 흩 날린다.


 

지난 9일은 동자동 멋쟁이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 잡고 동네 마실 나왔더라.

그래도 이 분들은 의지하고 사는 분이 있어 행복한 편인데,

요즘 할멈 건강이 신통찮아 운동 삼아 자주 나오신다.


 

골목에선 틈틈이 모아 둔 깡통을 손 수레에 옮겨 싣는 이씨의 표정이 넉넉했다.

고물 판돈으로 추석 장보러 갈 것이란다.

이 정도가 동자동의 희망적인 소식이라면 희망적이다.


 

지난 10일 오전에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로 골목이 소란스러웠다.

옆 건물에 사는 젊은이가 갑자기 호흡에 문제가 생겨 119를 불러 놓고, 병원가려고 길가에 나와 있었다.

미안해 내려와 기다렸으나, 구급요원 보기는 좀 떨떠름한 모양이다.


 

태풍 링링도 동자동에선 나뭇가지 정도만 부러트리고 도망쳤다.

삶의 의욕을 잃은 쪽방 사람들은 태풍도 두렵지 않다.

방에서 꼼짝 않거나, 술에 모든 것을 맡긴 체념한 사람들이다.

길바닥에 잠든 이들, 꿈이라도 행복 했으면 좋겠다.


 

지난11일은 오전10시부터 동자희망나눔센터'2층에다 추석명절 공동 차례상을 차렸다.

서울역쪽방상담소김갑록 소장과 주민 송범섭씨 등 몇 명이 차례를 지냈는데 사람이 별로 없었다.

 다들 고향을 잃어 조상까지 잊었단 말인가?

큰 절 올리고 약과 하나 얻어 내려오니, 공원에선 이른 시간부터 술판이 벌어졌더라.




그런데, 용성이네 두 모자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애미는 허벅지와 정갱이가 벌겋게 피멍이 들었고, 용성이는 온 얼굴에 상처투성이였다.

술에 젖어 사는 사람들이 5층 옥탑 방 까지 오르내리다 보니, 수시로 넘어져 몸이 성한 날이 없다.


 

얼마전만해도 아들 용성이가 술 끊었다는 말을 전하면서,

자식 자랑보다 술친구를 잃은 허전함의 그늘이 더 짙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둘다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정은 얼마나 많은지, 큰 컵에 소주를 벌컥벌컥 따라주고, 안주하라며 사과까지 나눠준다.


 

죽지 못해 산다는 말과 살기 위해 죽지 못한다는 말은 어느 것이 정답인가?

정답은 없다그냥 꼴리는 대로 살자.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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