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에는 빈민들의 세탁물을 맡아주는 ‘돌다리골 빨래터’가 있다.
2년 전 KT에서 시설을 제공하고 서울시에서 운영비를 대는 빨래터가 공원 앞 건물 1층에 들어섰는데,

손빨래에 의존하던 쪽방 주민으로서는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세탁기 진동에 따른 소음으로 지금의 골목 가건물로 이전한 것이다.



난, 대부분의 빨래는 주말에 들리는 정영신씨 집 세탁기에 의존하지만,

공용시설이 생기고 부터 두터운 이불 세탁만 가끔 한 번씩 이용하는 것이다.

일 년에 한 두 차레에 불과하지만, 이불 개수가 많아 두 번에 나누어 맡겨야 한다.



겨울만 되면 이불을 나누어주니, 비좁은 쪽방에 이불이 4개나 된다.

딱딱한 나무침대 쿠숀을 겸해 여러 겹 깔아 사용하니, 헌 이불도 버릴 필요는 없었다.




연례 행사처럼 치루는 봄철 대청소가 이번에는 차일피일 미루다 늦어졌다.

코구멍한 쪽방 청소가 큰일은 아니지만, 겨울 내내 밤배연기에 찌든 이불 세탁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염치 불구하고 침구를 모두 꺼내 맡겼는데, 다음 날 깨끗하게 세탁해 비닐로 포장까지 해 두었다.

모두 공짜라 황송하기 그지없는데, 일하는 분들까지 친절해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



덕분에 포근한 이부자리에서 편안하게 잠들 수 있게 되었으나,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분들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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