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는 밖에도 못나가게 겁주고, 날씨까지 후덥지근해 죽을 지경이나.

쪽방촌 사람들은 곰처럼 비좁은 골방에서 잘도 버텨낸다.

방이 답답해 밖에 나와도 사람이 별로 없다.

 

일찍부터 자리 깐 노숙인 몇몇이 지하도에서 시간 죽였고,

공원에는 고작 술 취해 잠든 정씨와 술친구를 기다리는 유씨를 만났을 뿐이다.

 

차라리 그 얼굴에 그 얼굴이지만, 옆 방 사람들 만나는 것이 편할 것 같았다.

담배 한 갑 사들고 다시 쪽방에 올라갔으나 문 열린 방이 별로 없었다.

다들 더운 날씨에 방문 걸어놓고 뭐하는지 모르겠다.

기껏 티브이 채널이나 돌릴 텐데, 마치 사랑 놀음 하듯 은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젊은 사람 둘만 방문을 열어 놓았는데,

몇 달 전 이사 온 박상민군은 고장 난 지포라이터 분해하느라, 들여다보아도 안중에도 없었다.

박군은 올해 24살인데, 한창 공부할 나이에 왜 쪽방에서 빈둥대는지 궁금했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 부모의 허락을 얻어 쪽방 생활을 한다는데, 아마 정박아인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이 것 저것 물어보니, 말없던 평소와 달리 친근하게 대했다.

쪽방 사는 젊은이들을 “멀쩡한 놈들이 일은 안하고 논다”며 손가락질 하지만,

대개 정박아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인생 막장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는 늙은이들 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이다.

 

저녁때가 되어 라면을 끓이려니, 열흘 전에 동사무소에서 준 식권이 생각났다.

복날 먹으라고 ‘한강오리’에서 준 삼계탕 식권인데, 후암시장까지 가기가 귀찮아 사용하지 못한 것이다.

쪽방 촌에 있는 가난한 노인들에게 다 주었으니 몇 백 장은 족히 되었을 텐데, 얼마나 혼잡할까 싶었다.

여지 것 경험으로 맛보다는 끼니 때우는 식권으로 여기며 찾아갔다.

 

가끔 시장 갈 때 지나치던 음식점이지만, 처음 가는 식당이었다.

들어가며 식권부터 내미니, 계산대의 젊은 아낙이 반색을 한다.

편한 자리를 안내하며 살갑게 대하는데, 마치 평생 가보지 못한 딸네 집에 들려 밥상 받는 기분이었다.

정갈한 밑반찬에 삼계탕이 나왔는데, 삼계탕은 얼마나 맛있는지. 밥알 하나 남기지 않았다.

들어갈 것 다 들어간 정성이라 맛있을 수밖에 없는데다 주인의 따뜻한 마음까지 느껴지니,

어찌 그 감동의 맛을 말로 다 하겠나?

생각 따로 마음 따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는 자선이었다.

 

“오랜만에 감동 무운 삼계탕 맛, 지기더라.

인자 동자동 누가 오마 여 모실끼다.

삼계탕에 감동 무니, 그 감동 디게 오래가네.“

 

후암시장 입구 있는 ‘한강오리’삼계탕 기억하세요.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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