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은 외롭고 뜨거운 감옥 이라지만, 이제 불안하기 까지 하다.

고령자 많은 종로 쪽방 촌에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염 경로조차 알 수 없다는데, 남의 일이 아니었다.

코로나가 취약계층을 파고든다는 점은 불길한 징조다.

 

클럽 등 유흥주점과 대형 물류센터의 집단감염도 큰 부담이지만,

사회 취약계층이 집중된 쪽방 촌이나 고시원 같은

사각지대에서 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수많은 노약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제는 돈의동 쪽방 촌을 소독하는 장면이 티브이에 방영되었다.

동자동 방역은 언제 하는지, 대책은 있는지 궁금했다.

녹번동에서 돌아와, 등짐 풀기가 무섭게 내려왔다.

서울역쪽방상담소에 알아보기 위해서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무더운 날씨라 축축 늘어졌다.

 

새꿈어린이공원이 가까워오니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왜 이리 그리운지 보고 싶은지, 못 맺은 운명 속에 몸부림치는

병들은 내 가슴에 비가 내린다박재란의 창살 없는 감옥이었다.

용성이 엄마 황춘화씨가 술이 취해 청승맞게 부르고 있었다.

병들은 내 가슴에 비가 내린다는 대목에서는 비가 아니라 눈물을 쏟아냈다.

먼저 떠난 용성이 생각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만 것이다.

 

요즘은 가급적 술자리를 피하나, 이 장면에서 어찌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이른 시간부터 마셨는지, 그늘을 비켜 선 술자리는 햇볕에 노출되었고,

여기 저기 빈병이 나 딩굴고 있었다.

 

마스크 쓴 나를 알아본 유정희씨가 막걸리 두병만 사달라고 눈을 깜빡였다.

먼저, 자리를 그늘로 옮기고 쓰레기부터 치우라고 했다.

막걸리 두병에 소주 한 병, 그리고 꽈배기 하나를 사 주었다.

단돈 오천 원에 일곱 명이 희희낙락이다.

 

제 버릇 개 못 주듯, 카메라를 끄집어냈다.

서럽게 우는 황씨를 습관적으로 찍찍 갈기니, 카메라 싫어하는 차군이 손사래 친다.

처음 보는 낮선 사내는 자기를 찍어달라며 얼굴을 들이댄다.

이럴 때는 집어넣는 게 상책이다. 싫어하는 자가 있으면 통사정해도 찍지 않는다.

 

눈물을 거둔 황씨가 막걸리를 따라주었는데, “이 술을 어쩔까?” 망설여졌다.

일 할 것인가? 퍼질 것인가? 이 술 한 잔이 하루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어울려 마시다보면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지만,

어쩌면 접근하기 싫어하는 부랑자 자리가 안전지대인지도 모른다.

한 참을 망설였지만, 그만 일어섰다.

 

동자희망나눔센터로 자리를 옮겨 동자동 방역 대책을 알아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단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그들을 탓할 수는 없지만, 맨날 뒷북 치는 행정인걸 어쩌랴!

 

힘없이 돌아오는 발길에 황춘화씨 노래가 겹쳐진다.

목숨보다 더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 없는 감옥인가 만날 길 없네"

 

 

사진,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