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인사동은 늘 헹하다.
나목들이 긴 그림자를 드리워 적막감만 감돈다.
곧 몰려 올 인파를 향한 전운처럼 비장하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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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동안 이어진 전시로 매일같이 인사동을 들락거렸지만,
정작 내 눈에는 인사동이 보이지 않았다.

온 종일 전시장에 갇혀 관람객들 초상사진을 찍고 있었으니,
거리에 나갈 틈도 없었지만, 간혹 일이 생겨 나가도 마음이 바빠

눈여겨 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냥 지나치며 찍는다는 것 자체가 안 된다는 말인데,

작심하고 사냥꾼의 눈으로 살펴야 이야기거리가 보인다는 것이다.


마침 방송국에서 인사동 촬영장면을 찍자는데,

얼씨구나 하며 카메라를 챙겨 나갔으나 그마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나를 주시하는 방송카메라에 신경 쓰여  집중이 되지 않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아는 것 만큼 보이고 노력한 만큼 얻는다는데,

방송 카메라맨의 무료함을 염려해,

찍을 것이 없는데도 빈 셔터를 누르는 지랄을 한 것이다.

제기랄!

 

사진,글 / 조문호

 

 

 

 

 

 

 

 

 

 

 

 

 

 

 

 

 

 

 

 

 

 

 

 

 

 

 

 

 

 

 

 

 

 


정영신,조문호의 ‘장에 가자’ 전람회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전시가 한 달간이나 이어져 지루한 감은 있지만, 언론사 나팔 덕택에 관람객은 꾸준했다.

 

지인이나 재방문 하신 분으로는 서양화가 문영태, 정복수, 장경호, 이길원씨 미술평론가 최석태씨

조각가 이재욱씨, 도예가 김용문씨, 시인 강 민, 김신용, 조준영씨, 시인 김수영씨 미망인 김현경선생,

‘눈빛출판사’ 이규상, 안미숙부부가 재방문 하셨고, 민속학자 심우성선생께서는 매일같이 출근하셨다.

성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Photo by UNKNOWN photographer, ca. 1899-1903

 

 

 

 

 

 

 

 

 

 

 

 

 

 

 

 

 

 

 

 

 

 

 

 

 

 

 

 

 

 

 

 

 

 

 

 

 

 

 

 


설날을 맞은 19일 오후4시 무렵, 서울 은평구 불광천길 264 소재 5층 건물에서 불이났다.
출동한 소방관에 의해 화재 한 시간만에 불길이 진압되었고, 다행히 인명피해 없었다.

 

건물 4층 창틀에 메달려 살려달라고 아우성 치는 아낙과 맨발로 뛰쳐나와 가족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로 인해 현장의 긴박감은 더했다.

 

그러나 구조사다리로 2층에 올라 간 소방관에게 사람보다 개를 먼저 데려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린 아낙이 있어, 주위사람들의 빈축을 사는 개같은 일도 있었다.

 

사람은 믿지 못해도 개는 믿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개만도 못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사진, 글 / 조문호

 

 

 

 

 

 

 

 



 

우리시장 기 살리려고 시작한 ‘장에 가자’ 전람회가 이제 마지막 주로 접어들었다.
남은 일주일동안 최선을 다하겠지만, 얼마나 반향이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빈털털이 주제에 전시를 열어 애쓰는 두 내외가 안스러운지 전시장을 찾은 친구가 말을 꺼냈다.
‘니~네 앞길도 못 닦으며 장터는 무슨 장터고? 정말 대책 없는 사람들이네!’

'시장 기를 살려야 내 기도 살 수 있고, 네 말처럼 내 앞길도 닦을 수 있다'며 말을 받았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하기야 전시 준비하느라 고생한 아내는, 자칫했으면 죽을 번했다.
화장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 이 일을 마무리하라고 살려 주지 않았던가.
정신 나갔던 그 준비 과정을 돌아보니 어떻게 해 냈는지 스스로 신기할 뿐이다.

‘아라아트’대표 김명성씨와 정선군의 후원으로 기본 틀은 짤 수 있었지만,

사진프린트에서 액자제작과 디스플레이, 언론 홍보, 개막 준비 등,

눈 코 뜰 틈 없는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다.

한 달 동안 이어지는 긴 전시는 한 번도 치루어 본 적이 없는데다,
관람객을 대상으로 초상사진 찍어 준 다는 약속까지 해 놓아 전시장을 비울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관람객들이 꾸준하여, 힘들어도 계속 사진을 찍으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

그중 제일 힘든 일은 언론사의 인터뷰나 촬영에 응하는 일이었다.

인터뷰나 전시장을 스케치하는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몇 날 몇 일을 촬영일정에 끌려 다녀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도 힘들지만 안방까지 카메라를 들이대는 데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장에 가자’ 프로젝트를 널리 알려 캠페인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거부할 수도 없는 실정이었다.

20분짜리 방송을 찍기 위해 3일 동안 시달린 아내의 혈압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문제는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기 저기 언론사의 취재 요청은 계속 이어지고, 더군다나 50분짜리 휴먼 다큐를 찍자는

제안이 동시에 세 곳에서 왔다. 그건 한 달 동안이나 밀착해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한 프로 정도는 해야 할 일이지만, 혈압이 달음박질하는 아내 몸이 걱정스럽다.
부귀나 영화 따위야 죽고 나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다.
사는 날까지 아프지 않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
그리고 좋아하는 일하다 죽는다면 그 보다 더한 보람도 없겠다.

그동안 방송촬영에 응해 주신 강 민, 김가배, 심우성선생, 정선 만지산 이웃들,
주객으로 함께 출연한 송상욱, 김신용, 장경호, 조준영, 서길헌, 이명희씨를 비롯하여
‘눈빛출판사’ 이규상씨, 사진가 곽명우씨 등 도움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그리고 ‘한겨레신문’ 곽윤섭 기자, ‘세계일보’ 편완식 기자, ‘한국일보’ 강주형 기자,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오마이뉴스’ 박다영기자, 유성호사진기자, 연합뉴스 김정선기자,

'굿 뉴스' 고정연기자, '한겨레21' 정은주기자, SBS 김영아 차장,

KBS 안종호 프로듀서와 김진범, 신광준, 박준수, 현태설기자, JTBC 강나현 기자, KTV 진은선기자 등

취재하느라 고생하신 많은 기자 분들에게도 감사 인사드린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우리시장 기 살리기 운동인 ‘장에 가자’ 인사동 전람회가 이제 후반에 접어들었습니다.

그동안 우리시장을 사랑하는 관람객들에게 초상사진을 찍어 이메일로 보내드리기로 했으나
작업량이 많아 계속 지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정리할 틈도 없지만,

찍힌 분들의 성함이 헷갈려 계속 혼돈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인상착의를 대충 기록해 두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네요.

부득이 지난 2일부터 앱숀 휴대용 프린트를 준비해 두고 현장에서 직접 뽑아드리는데,
사진을 받은 모든 분들이 너무 좋아하셔서 일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는 17일까지 이어지는 ‘장에 가자’ 전람회에 들려 좋은 추억을 남기시기 바랍니다.

 




◇전국 5일장 순례기/정영신 지음/256쪽·1만5000원·눈빛

 

 

충남 예산장에서 3대째 국수를 만들고 있다는 김성근 씨. 2011년 1월 촬영. 눈빛 제공

 

 

 

대여섯 살 때 입력돼 용케 세월에 쓸리지 않고 잔존한 대여섯 가지 기억 중 하나가 시장 구경이다. 머리 위로 번쩍 들린 손을 어머니께 꼭 붙잡힌 채 줄줄이 이어진 대야와 광주리 만물단지 숲을 휘둥그레 두리번거리며 이리저리 끌려 다녔다. ‘삑’ 소리 바코드와 쇼핑백이 아니라 됫박과 신문지 포장으로 마무리하던 주고받음의 공간이 서울 복판에도 존재했다.

“장에 오는 사람들은 됫박에 담아 받는 걸 좋아하는데 장 관리주체는 저울을 사용하라네요. 15년 넘게 몸뚱이처럼 지니고 다닌 됫박인데 장에서 못 쓰게 한다고 버리면 벌 받을 거예요. 이것 덕에 먹고살았는데.”

경기 성남시 모란장에서 약재를 파는 60대 상인 노 씨의 이야기. 저자는 30여 년 동안 전국 5일장 552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사람들에게 말을 붙였다. 두서없는 시장바닥 대화가 잡다한 서론 없이 단도직입 빼곡하다. 됫박이 좋을지, 저울이 좋을지 가치판단을 밀어 넣은 문장은 없다. 그저 책장을 넘기다 보면 수십 년 전 시장바닥의 울퉁불퉁 축축한 시멘트길이 또렷하게 다시 밟힐 따름이다.

덤 더 주겠다고 손님 낚아챘다며 시비가 붙은 두 할머니의 다툼 소리. “머시여? 자네가 제대로 팔고 있는 것이 맞는가?” 태극기를 내걸고 앉아 “유관순 누나가 이것 먹고 대한민국 만세 외쳤다”고 외치는 충남 천안시 아우내장 된장 상인의 외침.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살겠다’는 얄팍한 결심의 무모함, 살아가는 모양새의 옳고 그름을 언어로 논하는 어리석음의 뒤통수를 때린다. 카메라 하나 챙겨 들고 가까운 장에 나가고픈 욕망이 읽는 내내 들썩들썩한다. 책장 다 넘겨 덮기 전에 어떤 시장에든 당도해 있기를, 저자도 원할 거다.

동아일보 /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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