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밤, 아내가 의식을 잃고 화장실에서 쓰러졌다.

그것도 모두가 잠든 사이 일어 난 일이라 손 쓸 틈도 없었다.
갑자기 의식을 잃은 채 얼굴을 바닥에 찧었다는 것이다.
차거운 타일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데,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단다.
아내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이마는 터지고 코에는 피가 흘러 마치 누구에게 두들겨 맞은 것 같았다.

오랜 작업의 강행군으로 몸에 무리가 따르기도 했겠지만,
눈앞에 닥친 전시 준비나 경비조달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가 결정적인 원인인 것 같았다.
이틑 날 병원에 들려, 평소 200이나 나왔던 협압을 비롯해
심장 검사, 뇌파검사까지 했으나 결과는 20일쯤에야 알 수 있단다.

아내는 죽다 살아났으니 새로운 인생을 살겠다지만, 정말 눈앞이 캄캄했다. 

감당하지도 못할 일을 이미 벌여 놓았으니, 접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당장 병원에서 인사동부터 나가야 했다.

전시할 액자 주문을 비롯해 기자와의 인터뷰 약속까지 겹쳐 어쩔 수 없었다.

‘허리우드’ 2층에서 인터뷰를 가졌으나, 기자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간간이 날리는 창밖의 눈보라를 쳐다보며 대꾸를 하긴 했으나,
동문서답을 한다며 아내에게 핀잔까지 들어야 했다.

그 날의 인사동 날씨도 내 마음처럼 흐렸다.
금방이라도 눈이 쏟아질 것 같이 잔뜩 지푸렸지만, 거리는 여전히 흥청댔다.
챨리 차프린 패션을 한 젊은이가 웃기기도 했고, 비누방울 거리공연에 모두들 즐거워했다.
오찬 모임을 가진듯한 아낙들의 부산한 모습도 보였다.

 

도대체 뭣 때문에 사는 것인지 회의감이 드는 하루였다.

 

사진,글/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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