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값이 장난 아니다.
안 피우면 되겠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담배 값이 오르고 부터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니라 돈을 피운다는 생각에 주눅든다.

30여 년 동안 인사동을 떠돌며 구걸했던 ‘까딱이’는 담배 값 인상에 치명타를 입었다.

이 친구는 모르는 사람은 절대 손 내밀지 않고, 아는 사람들만 뜯는다.
만나기만 하면 천 원만 내라는데, 특히 조계사 스님들이 밥이다.
오래 전, 해인사 스님이어 웬만한 스님들은 다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거지 노릇도 못해먹겠다며 투덜댄다.
인사동에서 만나기만 하면 돈 달라는 소리대신, 담배 한가치만 달라며 달겨든다.
천원 갖고는 담배 살 수도 없는데다, 스님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담배를 안 피우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도 없어 주워 피울 수도 없고,
재틀이를 찾기는 하늘에 별 따기인데다, 찾았다 해도 장초 만나긴 힘들단다.

 

담배 값이 오르기 전만 해도 담배 인심 하나는 좋아, 쉽게 얻어 피울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는 사람에게 담배 한 개피 달라기도 머뭇거려지고, 줄 때도 손이 떨린다.

이 이야기는 거지 ‘까딱이’ 만의 고통이 아니라, 가난한 흡연자 모두의 현실이다.
담배를 사는 대부분의 흡연자들이 힘든 삶으로 스트레스를 제일 많이 받는 서민들이다.
노동자들이 쉬는 시간을 이용해 담배 한 대 피워 물며 스트레스 풀고,
글 쟁이들이 뭔가 막힐 때, 한 개피 피워 물며 달래는 것이 담배다.

사람에게 백해무익한 담배는 끊어야 하고, 팔지도 말아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이번 담배 값 인상도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지만,
세금 거두려는 속셈이란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세계적인 추세라 담배 값 인상 자체는 나무랄 수 없다.
그러나 돈 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비싸도 피우겠지만,
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는 있어야 했다는 말이다.

옛날처럼 담뱃대에 넣어 피우던 봉지담배나 군인들의 화랑담배 같은

휠터 없는 싼 담배도 같이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은 중독자 천국이다.
담배나 알콜 중독자보다 컴퓨터나 돈에 중독된 사람들이 더 많다. 
담배나 술이 인정이 오가는 포근한 중독이라면, 돈은 찬바람 도는 비정한 중독이다.

없는 것도 서러운데, 흡연자들을 더 이상 비참하게 만들지마라.

 

사진: 정영신 /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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