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 류인하 기자 2021.11.01 11:15

 

국내 최초 공공사진미술관 서울시립 ‘서울사진미술관’ 조감도. 서울시 제공

국내 최초 공공 사진미술관인 서울시립 ‘서울사진미술관’이 이달 중 착공한다. 서울 도봉구 창동역 일대 서울광역푸드뱅크 부지에 설립되는 서울사진미술관은 연면적 7048㎡에 지하 2층~지상 4층 규모다. 오는 2023년 12월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19년 ‘국제 설계공모’를 통해 오스트리아 건축가 믈라덴 야드리치(Mladen Jadric)의 작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하고, 공동수행 건축가 윤근주씨와 함께 지난 9월 말 실시설계(세부설계)를 완료했다. 건축가는 비틀린 듯한 건축 오브제의 다이내믹한 형태를 통해 사진술과 건축의 특성이 나눠지는 순간을 형상화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품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사진미술관은 140여년 한국 사진사를 정립하는 최초의 공공미술관이자, 앞으로 변화하는 사진매체에 대응하고, 사진·영상기반의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이뤄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소장품 수집에 착수해 사진, 필름 등 1만2000여점의 전시품목을 수집했다. 1950~80년대를 중심으로 당시의 시대상을 볼 수 있는 풍경사진과 인물사진, 사진사 연구에 의미 있는 작품,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는 시각예술문화 보존을 위해 필요한 작품 등을 중심으로 수집활동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서울사진미술관 내부 전경 이미지. 서울시 제공

 

대표적으로 한국 기록사진의 개척자인 성두경 작가의 1950~60년대 서울 경관, 인물 등을 촬영한 필름과 사진, 유품 일체를 이번 서울사진미술관 개관에 앞서 기증받았다. 1960년대 한국을 촬영한 홍순태·황규태 사진가의 작품과 한국 최초의 종군사진가 임인식 작가가 한국전쟁을 기록한 사진작품도 서울사진미술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성사진가들의 다양한 작품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여성 사진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1980년대 여성사진운동의 변모를 추적할 수 있도록 박영숙, 김테레사 등 5인의 여성사진가들의 작품도 확보했다. 문화예술계 인사의 인물사진을 촬영해온 이은주 사진가의 작품 역시 이곳에 전시된다. 이은주 작가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를 비롯해 발레리나 강수진, 피아니스트 백건우 등 인물사진을 다수 촬영해왔다.

이밖에 1930년대부터 활동한 한국사단의 대표사진가 이형록 작가의 사진, 정희섭 작가의 필름, 장진필 작가의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수상작품 및 지역사진사 연구자료 등도 전시된다.

서울시는 ‘서울사진미술관’ 착공과 함께 건립과정과 다양한 비전을 시민들과 처음 공유하는 사전프로그램 ‘(불)완전한 미술관’을 연다. 오는 11~27일 북서울시립미술관, 세운상가 등 서울 곳곳에서 사진 및 시각예술 전문가들과 사진현장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세미나와 워크숍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사진미술관의 건립과정을 공유하는 ‘건립세미나’는 11~12일 이틀간 온·오프라인으로 열린다. 설계자 믈라덴 야드리치를 포함해 9명의 연구자가 참여해 그동안 진행한 건축, 수집, 전시, 교육연구의 결과가 건립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공유하고, 매체와 시대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담론을 나눈다. 세운상가, 캐논갤러리 등에서는 15~27일 9차례에 걸쳐 ‘참여형 워크숍’이 진행된다.

 

서울사진미술관이 들어서는 서울 도봉구 창동 주변지역. 서울시 제공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개관 전까지 사전프로그램을 통해 사진계의 생산적이고 지속적인 논의 구도를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변화·확장하고 있는 사진매체의 흐름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11월 29일 / 동자동 / 이기영



왜 영악하게 살지 않았냐고 탓하지 마라.
왜 악착같이 벌지 않았냐고 탓하지 마라.

내 비록 빈 털털이라 멸시 받고 살지만,
그렇게 비굴하게 살지는 않았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돈에 고개 숙이거나

돈에 영혼을 팔지는 않을 것이다.


사진  / 조문호




"몸을 팔아도 사람거치 팔라“는 말은 청량리588의 맏 언니 격인 정숙이가 동생들이 잘못하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그는 윤락녀뿐 아니라, 국회의원에서 부터 밥벌이 하는 모든 직업을 몸파는 일로 본다.

몸을 팔아도 사람거치(같이), 사는 것도 사람거치, 하나같이 사람이 먼저다.

입이 거칠어 욕쟁이지만, 가치관이 분명하고 생각이 앞선 걸 보면 일찍 철든 것 같았다.


사창가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은 돈이나 마찬가지라, 다투는 일의 대부분이 시간 싸움이다

'롱 타임'을 끊은 손님도 한번 일보고 나면, 그 다음은 강원도 포수다.

밤새로록  다른 손님받다 새벽녘에 얼굴이라도 삐끔 내밀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 만큼 시간이 돈이다 보니, 다들 손님이 시간 끄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오죽하면 상대방 이름이라도 물어보면 촌놈이라고 꼬겠나?


"혜련아! 밖에 손님 기다리는데, 왜 나올 생각 안 하냐? 영복이 오빠 기다린다

나까이 아지매가 찾는 소리에, 기다렸다는 듯이 앙칼진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야이! 씨발 새끼, 술이 취해 연애는 안하고 좆지랄로 시간끄내. 용팔이 오빠 있으면, 좀 끌고 나가라 해요"

이야기가 그쯤 나가면, 취객은 쫄아버린다. 보지도 못한 용팔이한데 겁먹어...

그런 소리 들리면 정숙이가  의례 한 마디 거들고 나선다.


야! 이년아~ 팔아도 제발 사람거치 팔아라



그러나 김정숙은 다르다. 사람이 먼저다. 아무리 손님이 추근대도 다독여준다.

기다려 주고, 장난도 받아주며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들어주고 신세타령까지 하는 여자다.


자기 몸이 섹스머신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유독 정숙이만 단골이 많다.

아무리 풋사랑이지만, 연애는 계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보다 적게 벌지만, 다른 애들처럼 쓸데없는 사치하지 않으니,

시골 엄마한데 공장에서 받은 월급이라며 꼬박꼬박 송금도 했다.

모두 인간적으로 대하니 동생들도 따르고, 심지어 포주도 정숙이 말은 믿었다.


나 역시 정숙이로 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야기도 많이 나누었다.

여기 살며 제일 힘든 것이 사람 취급 안 한다는 것이다

모두 더럽다고 손가락질하며 구더기처럼 본다는 거다.

그래서 하나의 직업인으로 보는 세상을 만들자는데 동의한 것이다.



90년초,'588'전시 개막식에 다들 오기로 했으나, 아무도 오지 않았다.

한 가닥 희망마저 쪽 팔리게 된 것이다..

언론에서 하나같이 매춘에 무게 둔, 사람보다 가십거리로 나팔 분 것이다.

다들 마음 아파했다. 욕쟁이 정숙이의 걸죽한 욕설도 터져 나왔다.


"에이~씨발! 세상 좆 같다. ~ 기자들도 국개의원이나 똑 같은 씹새들이구나."



그 이후 정숙이는 그곳에서 사라졌다.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몰랐다.

4년전, '588'사진집을 내며 30여년만에 정숙에게 공개 편지를 띄웠다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무소식이 희소식일게다.

정숙이는 어딜 가도 잘 살 거다. 언제나 사람이 먼저였으니...


그 당시  쫓겨 다니던 단속견이나 국개의원들에게 욕해대던 생각도 난다.

"사람 차별하지마라 씨발 놈들아. 우리한테 언제 사람대접 해봤냐?

위안부 할머니만 피해자가 아니라 우리도 피해자다. 몸 팔아 부모형제 먹여 살린 것도 죄냐?"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치판은 수시로 말 바꾸는 쓰레기들이 우글거리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닌가!

"사람 취급하지 않았던 정숙이보다 못한 덜 떨어진 인간들아~ 부끄럽지도 않냐?"

 

지금 쯤 정숙이도 개판 된 연동형비례대표제에 열받아, 어디선가 욕을 퍼붓고 있을거다. 

야이~ 씨발년놈들아! 정치 좆거치 하지말고 사람거치 해라


사진, / 조문호


































 


 









손은영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사진전이 오는 27일까지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요즘은 사진전에 아예 관심을 끊어 어디서 뭐가 열리는지 알려 하지도 않는다.

씨잘때기 없는 사진도 너무 많지만 뒷말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진전 소개 글은 일체 쓰지 않겠다고 작심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갤러리 브레송김남진 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 일 없으면 술이나 한 잔하자기에, 방구석에 처박혀 있어 온 몸이 근질근질하던 차에 저녁이나 먹을 생각으로 털고 일어났다,

멀다면 모르겠으나 동자동에서 충무로까지는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이 아니던가?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로 다들 집에서 도를 닦아 산중에 계신 도사들 자리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김남진씨 혼자 텅 빈 전시장을 지키며 일하고 있었는데, 사는 게 만만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유럽으로 유학 간 딸과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집에 가고 싶다는 내용인 것 같았다.

비행기 삯이 걱정되어 사지에 있는 딸을 못 오게 하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전시장을 둘러보니, 손은영씨의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시골 사람들이 여기 저기 서 있는 정면 사진들인데, 돈 안 되는 사진 찍었구나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다른 사진이면 몰라도 사람 사진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사람을 찍어 오기도 했지만, ‘두메산골 사람들을 비롯하여 인사동 사람들’, ‘장터 사람들에서는

손은영씨가 보여주는 정면사진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이 집이나 일하던 자리에 담담하게 서 있었다.

한 인물의 정면사진이란 모든 걸 보여주는 것 같지만 사실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진은 모든 걸 받아들일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이러한 정면사진은 독일의 아구스트 잔더가 대표적이다. .

그의 사진은 찍힌 개인보다 사람을 직업군으로 보아 작가는 존경하지 않는다.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사람을 대하는 근본 자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작가들도 작고하신 홍순태선생의 '농촌 사람들'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이 찍어왔으나,

모두가 시대적, 지역적 환경이 달라 백번이고 천 번이고 계속되어야 할 작업임이 틀림없다.

다들 찍는 스타일에 변별력을 가지려 애 쓰지만, 중요한 건 사람에 대한 정신이지 방법은 사족에 불과하다.



손은영씨의 사진은 여지 것 보아왔던 입상사진과는 사뭇 달랐다.

대개 보아 왔던 흑백사진과는 달리 컬러사진인데다, 색조도 강하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았다.

 

대개의 사진가들이 찍을 때, 장소와 화면을 이루는 구도, 그리고 사람의 자세나 표정에 신경쓰며 일관성을 유지한다.

그러한 의도적 개입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 상황에 처한 그대로 받아들인 것 같았다.

 

일터인 밭이나 살고 있는 집 또는 만난 장소에서 찍은 사진들인데, 사람과 환경은 물론이고 자세나 표정이 모두 달랐다.

인물보다 주변환경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가운데, 이 땅을 지키며 한 시대를 살아가는 농민들의 담담한 모습이 자리했다.



대부분의 다큐 사진가들이 흑백으로 기록했지만, 사실은 컬러사진이 훨씬 사실적이다.

부쩍 그런 생각이 앞서는 것은 50년대 찍은 컬러사진들이 요즘 심심찮게 등장하는데,

이전에 보아왔던 흑백기록에 비해 더 진한 감명을 주었기 때문이다. 색이 더 해지니 당시의 분위기나 감성까지 읽혀졌다.

손은영씨의 사진 역시 세월이 한 참 지난 후에는, 오늘의 의상 감각까지 생생하게 보여주게 될 것이다

 

전시장을 장식한 사진들은 수레나 자건거를 끌고 가다 마주쳤거나, 텃밭에서나 제초잡업을 하다 멈춰 선 정지된 장면이었다.

급박하게 사라져가는 시간의 자취를 기억하려는 의도에 붙잡혀 있었다.

장소나 사람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찾아 볼 수 없었으나, 오로지 사람과 자연, 삶의 공간, 노동의 현장만 함께 했다.

 

급속한 근대화 속에서 빠르게 망각되어가는 우리네 삶과 문화에 대한 반성과 비판의 시선도 깔려있다.

민초들의 순박한 모습에서 인간적인 비애도 느껴졌다.



손은영씨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이 땅에 의지해 살아 온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정신력일 것이다.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은 그 시대에 대한 기록이며 표상이다.’작가의 한마디에 이 사진전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사람의 얼굴이란 세상의 시작이고 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를 만나지 못해 물어보지 못한 의문점도 몇 가지 있었다.

첫째, 기록이 우선인지 예술이 우선인지 묻고 싶었다. 기록이 먼저라면 찍힌 사람이나 찍은 곳의 이름과 지명은 밝혀야하기 때문이다.

둘째, 인화 작업할 때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주변을 흐리게 한 트릭을 발견했는데,

의도적 개입보다 자연스러운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다.’처음의 내 말과 배치되는 유일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기록보다 말하기 좋은 예술을 원한다면 할 말 없지만, 예술도 기록에 충실해야 가능하지 않을까?

좌우지간, 손은영씨가 보여 준 민초들의 얼굴과 몸은 우리네 전통이며 역사임에 틀림없다.

다시 말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사유해 보는 일에 다름 아니다.

 

 / 조문호







사진가 이주용씨의 ‘항해1 프로젝트’가 지난 13일부터 청계천 ‘바다극장’에서 열렸다.
‘한예종’교수인 이주용씨의 일관된 주제는 시간과 기억 그리고 역사다.
사진의 근원에 대한 원형을 찾는 작업의 연속이다.
한 때는 ‘천연당사진관‘을 기억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 등 동양권을 떠돌기도 했고.
이번은 두만강 접경지역에 사는 조선인들의 지나 간 시간을 기억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항해1 프로젝트'는 동해에서 블라디보스톡, 두만강, 백두산,

압록강 접경지역을 거쳐 단둥항에서 인천항으로 이어진 항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여객선에서 시작된 전시와 설치작업은 산둔촌의 빈집, 내두산촌의 폐교, 삼봉촌집,

철원의 정미소를 거쳐 청계천 바다극장에서 마무리하는 작업이었다.

이주행로 같은 방향으로 옮겨가며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한 공간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17일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을 찾아나섰는데, 청계천에 ‘바다극장’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길을 수 없이 지나쳐도 몰랐는데, 극장에서 전시를 한다는 것도 생소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짐 꾸러미가 놓인 미로를 비집고 올라가니, 오래된 바다극장이 나왔다.



극장 입구를 비롯하여 여기 저기 걸려 있는 대형사진들이 분위기를 압도했다.

무표정한 초상사진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 같은 따뜻한 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포근하면서도 얼굴에 한이 서린 친숙한 동포들의 모습이었다.



사진뿐 아니라 영상, 빛, 홀로그램, 기록 재생장치 같은 기구들도 설치되어 있었다.

사진보다 더 사실적이고 유물적인 집기들에 의해 전시는 더 빛났다.



초대 시간에 맞추어 극장을 찾아 온 분은 대략 200여명 될 것 같았다.

극장 전면에 걸렸음직한 대형 간판 위로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그 아래는 음악가 두명이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했다.

흘러나오는 음률이 얼마나 애잔한지 눈이 시러웠다.



흐릿하게 간판 위로 스쳐가는 초롱초롱한 눈빛의 어린이들과 북녘 사람들 모습을 지켜보며, 

그토록 동포애를 강하게 느낀 적이 없었다.

얼마나 분위기에 빠졌으면, 사진 찍는 일도 잊어버렸을까?



연주가 끝나니, 이주용씨와 ‘바다극장’ 극장장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대형극장에 밀려 폐관된 극장을 지켜며 그 자리를 만들어 준 극장장이야 말로

이 ‘항해1 프로젝트’의 주인공이나 다름없었다.



화가가 그린 대형 간판을 비롯하여 사진과 음악, 영상, 빛, 홀로그램 등으로 시간의 기억을 끄집어 낸 종합예술이었다.

이주용씨는 사진가이기 전에 역사가이고 연출가였다.



이주용씨를 처음 만난 것이 83년도 였으니, 30년도 넘었다.

내가 ‘월간사진’에 있을 때, 그는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 있는 브룩스대학에서 공부할 때다.

어느 날 잡지사에 찾아 와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가들을 찾아 인터뷰 할 테니, 연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외국 사진 잡지나 번역해 지면을 채워야 하는 당시의 형편에서 눈이 번쩍 뜨이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안젤아담스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의 생생한 이야기나 작품들을 매달 특집으로 게재할 수 있었다.

사진 경력이 오래된 분들은 그 당시의 인터뷰기사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그 뒤 귀국해서는 ‘포토291’을 창간하여 사진잡지에 변화를 리드했다.

그러나 초보적인 내용의 대중 잡지나 간신히 버틸 수 있었지, 전문적이고 괜찮은 사진잡지는 팔리지 않았다.

몇 년을 지탱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그 뒤부터 이주용씨를 만나지 못했다.



‘신구전문대’를 거쳐 ‘한예종’ 교수로 있다는 소문만 들었는데, 삼년 전 우연히 다시 만난 것이다.

동자동에 살며 주민들에게 사진을 뽑아 주지 못해 안달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사진프린트기를 구입해 동자동 쪽방을 찾아 온 것이다.



그때서야 그가 진행해 온 ‘천연당사진관’ 프로젝트도 알게 되었고, 평창동 작업실도 가보게 되었다.

그의 작업실은 마치 박물관 같았다.

숱한 년륜이 쌓인 뷰카메라에서부터 다양한 사물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내가 지켜 본 사진가 이주용씨의 치밀하고 적극적인 작업방식, 아니 삶의 방식을 재확인한 것이다.



본 ‘항해1 프로젝트’의 진행 중 우연히 발견했다는 책 ‘호랑이를 죽여라’는

70년대 미국으로 이주한 한 여성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쓴 것이라고 한다.

희생만 강요당한 이주여성의 한 개인사를 통해 근현대사를 조명한 전시의 핵이었다.




영화에서는 전쟁과 폭력, 이데올로기의 가면 속에 숨겨 진 욕망이

우리민족의 이주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추적하고 있다.



지난 13일부터 시작된 전시는,19일인 오늘이 마지막이다.

시간 되는 분들은 꼭 한번 들려보기를 추천한다.


글 / 조문호






















나는 그녀를 찍었다
I shot HER展

2020_0107 ▶︎ 2020_0227 / 일,공휴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works from the collection

Alexander Rodchenko_Barbara KrugerBarbara Morgan

Bert Stern_Françoise HuguierJan Saudek_Katy Grannan

Nan GoldinRalph Gibson_Ralph Ueltzhoffer

Ruth OrkinSam Taylor-Wood_Sarah Moon_Shirin NeshatYousuf Karsh

김녕만_김동유_김한용

데비 한_안준_우종일_천경우_황규태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아트스페이스 J

ART SPACE J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 166SPG Dream 빌딩 8층

Tel. +82.(0)31.712.7528

www.artspacej.com


"만약 신이 여인을 창조하지 않았다면, 나는 화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일평생 밝고 생동감 넘치는 파리의 여인들을 사랑스러운 붓 터치로 그려낸 프랑스의 화가 오귀스트 르느와르(August Renoir, 1841-1919)가 한 말이다. 이처럼 서양 미술의 역사에서 자연과 더불어 여인은 작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으며, 시대가 규정짓고 요구하는 여성성을 드러내는 '여성의 이미지'는 서양미술에서 주요한 부분을 차지해왔다. 근대 이후 여성의 이미지는 점차 자신만의 정체성을 지닌 독립적 주체로 변화되어 왔지만, 신화 속 여신, 모성의 근원인 어머니, 예술가의 뮤즈, 은막의 스타, 작품 의뢰인 혹은 후원자, 그리고 때로는 작가 자신에 이르기까지 예술 작품 속에서의 여성 이미지는 오늘날까지도 다양하게 구현되어 오고 있다.



알렉산더 로드첸코_Portrait of the Artist's Mother_43.18×35.56cm_1924


김녕만_전북 고창, 1974_젤라틴 실버 프린트_27×40cm_2014


이모젠 커닝햄_Frida Kahlo Rivera, Painter andWife of Diego Rivera

플래티넘&팔라듐 프린트_51×41cm_1931


그렇다면 현존하는 피사체를 담아내는 사진의 보편적 속성을 바탕으로, 20세기 이후 국내외의 사진가들은 그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인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떠한 방식으로 카메라에 담아내었을까? ● 어머니, 당신을 기억하며... 머리에 한 가득 이고 있는 짐도 모자라서 토종 닭 한 마리를 어깨 위로 걸쳐 메고 신작로를 따라 장에 나서는 어머니의 뒷모습(김녕만). 오십이 넘어, 뒤늦게 배운 문자를 통해 신세계를 발견한 듯 돋보기를 들고 신문읽기에 몰두해 있는 노모의 얼굴(알렉산더 로드첸코). ● 은막의 스타, 반짝반짝 빛나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6주 전, 패션잡지 촬영을 위해 카메라 앞에 선 비운의 스타 마를린 먼로(버트 스턴). 그리고 성형시술이라곤 없던 시절, 단아한 고전적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70년대 한국 은막의 스타들(김한용). ● 여성사진가가 담아낸 여성예술가... 동시대 여성화가인 프리다 칼로의 강인한 내면을 카메라 렌즈 사이로 교감하며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긴 여성사진가 이모젠 커닝햄. 20세기 최고 여류 무용가인 마사 그레이엄의 우아한 춤 동작 속에서 숭고의 표정을 읽어낸 바바라 모건. ● 현대여성, 그 너머를 향하여... 극단적으로 클로즈업된 여성의 두 눈에 텍스트를 병치하여 대중매체와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고 있는 바바라 크루거. 히잡을 두른 무표정한 중동 여인의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조국인 중동 여성들의 자아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는 작품을 지속해 오고 있는 시린 네샤트.



바바라 모건_Martha Graham, Letter To The World (Kick)

젤라틴 실버 프린트_35.56×46.99cm(이미지), 40.64×50.8cm(시트)_1940


랄프 깁슨_Bastienne's Eye_젤라틴 실버 프린트_50×40cm_1987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Lev Nikolayevich Tolstoy, 1828-1910)는 "여자란 아무리 연구를 거듭해도 항상 완전히 새로운 존재다"라고 언급했다. 시대를 달리하며 예술이 표현해온 다양한 여성의 이미지에는 그 사회의 도덕적 가치와 지향성, 그리고 이를 그려낸 작가의 미적 가치 및 감정 표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나는 그녀를 찍었다』 23인의 작가에 의해 사진으로 남은 과거의 여인들을 바라보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은 어떠한지, 또 어떻게 달라져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아트스페이스 J


바바라 크루거_You're Right (And You Know It and SoShould Everyone Else)

리소그래프_22.86×60.96cm_2010


'If God had not created woman's flesh, I would never have been a painter." ● These were the words of August Renoir (1841-1919), who spent his life painting vivid and adorable Parisiennes with bright brush strokes. Women, with nature, has become a source of inspiration for artists throughout history, and the female form expressed in the most idealized femininity has been an integral part of western art. Even though women in works of art have gradually evolved to independent subjects, each with her own identity, we still find women portrayed diversely, as mythical goddesses, mother, an artist's muse, movie stars, client or patron, or the artist herself. ● If so, based on the universal attribute of photography which captures the subject in its existence, how have photographers since the 20th century looked at contemporary living women and captured them with his or her camera? ● Mother, remembering you… The view of a mother's back going to the market, walking down a newly constructed road in the 1970's with a homegrown chicken on her shoulder and a heavy bundle on her head (Nyungman Kim). Face of an aged mother burying herself in the newspaper with reading glasses as if she has found a new world through the letters she learned belatedly in her 50s (Alexander Rodchenko). ● Twinkle Twinkle Movie Stars.... Marilyn Monroe, the ill-fated star, standing in front of Bert Stern's camera to pose for fashion magazine just six weeks before her suicide. Hanyong Kim's 1970's Korean movie stars showing graceful charm with natural beauty before the days of plastic surgery. ● Female artists taken by Female Photographer… Imogen Cunningham who captured contemporary female painter Frida Kahlo's hardy spirit in a photo by connecting with her through the camera lens. Barbara Morgan captures and interprets the sublime facial expression of Martha Graham, Time Magazine's "Dancer of the Century," in motion. ● Contemporary women, heading above and beyond… Barbara Kruger expresses critical view of mass media and the society by juxtaposing a woman's eyes, which are extremely closed-up, with text. Shirin Neshat from Iran continues her work in promoting Muslim women's rights and self-worth with the piece which shows the expressionless face of a Muslim woman wearing a Hijab. ● A great Russian writer, Lev Nikolayevich Tolstoy(1828-1910) said, "Woman, you see, is an object of such a kind that study it as much as you will, it is always quite new." Various images of women expressed in artworks throughout history embody many factors such as the ethical values and directivity of the society as well as the artist's personal aesthetic conviction and emotional expression. 『I shot HER』 Looking at women in the past recorded as photography by these twenty-five artists, Art Space J hopes this exhibition will inspire you to consider the current state of contemporary women and how it has changed over the years. ■ ART SPACE J


Vol.20200107a | 나는 그녀를 찍었다展







부산의 이광수교수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인간은 악이다’라는 말이 이처럼 꽂힐 수는 없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사람의 목을 잘라 사진을 찍을 수가 있을까?

이 사진은 한국전쟁 중인 1952년11월 미국의 ‘라이프’지 기자 마가렛트 버크-화이트(Magaret Brourke White)

찍은 사진으로 ‘라이프’지에는 게재되지 않은 사진이다.
할머니들이 울고 있는 사진도 함께 찍은 걸 보니, 전투 중의 사상자가 아니라 처형된 부역자로 보여진다.


‘라이프’지는 한국전쟁에 Carl Mydans, David Douglas Duncan, Magaret Brourke White, Mike Rougier, Howard Sochurek 등

뛰어난 사진 기자 다섯 명을 파견하여 취재했는데, 이 사진을 찍은 버크 화이트는 3개월 간 한국에 체류했다고 한다.





오래 전, 목 잘린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는 치가 떨려 자세히 보지도 않고 넘겼는데,
우연히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을 살펴보니, 도끼로 목을 잘라 치켜들고 있었다.
사진설명에는 '빨지산의 수급을 든 한경록 전남도경국장의 팔사진'이라 적고있다.

연출한 듯한 작위성도 다분했다. 그렇지 않다면 치켜들 필요가 없을 것이다.

머리를 움켜 진 한경록이란 자는 손만 나와 그 잔인한 표정을 읽을 수 없지만,
도끼를 어깨에 맨 사내의 표정에서 이글거리는 야수성을 느낄 수 있다.
전쟁터에서 피 맛을 보면 눈알이 뒤집힌다는 말은 들었으나, 아무리 그래도 이럴 수는 없다 싶다.
‘성선설’이 맞는 건지 ‘성악설’이 맞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인간 자체가 악임은 틀림없다.





 위 사진은 친일 경찰 출신인 한경록이 살상을 자축하는 모습이다.

사진 설명에는 "중국의 밤"이라는 일본 노래를 부르며, 부하와 기생들과 어울려 놀고 있다'고 적혀있다.

그는 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학살 사건, 형무소 재소자 학살 사건, 부역혐의자 학살 사건 등에 관여한 경찰 수뇌부로,

일선 경찰 중 민간인 학살 분야에서 유일하게 3관왕을 달성한 악질 경찰이라고 한다.

목을 치켜들고 사진을 찍었던 악마같은 표정은 안 보아도 훤히 그려진다.





이 사진을 찍은 버크-화이트는 미국의 전설적인 사진가다.
그녀는 현장을 기록해야 하는 기자이고 다큐멘터리 사진가지만, 인간적인 측면에서 꼭 이렇게 찍어야 했는지 묻고 싶다.
어찌 보면, 끔찍한 사진을 공개하는 나 역시 별 다를 바 없겠지만....

다큐멘터리 사진가로서 가끔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이 부분이다.
지금 사람이 죽어 간다면 사람을 구 할 것인가? 사진을 찍을 것인가?
물론 사람을 구할 수만 있다면 당연히 사람부터 구해야 되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불가능한 상황일 때 말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라면 대부분 찍을 것이고, 이전 같았으면 나 역시 찍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진 한 장으로 다큐사진가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더구나 인본주의를 내세우며,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사진가 Magaret Brourke White



사진을 찍은 버크-화이트는 1904년 뉴욕에서 태어나서 1971년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사진가로서 활동한 1920년부터 1950년까지 30년 동안은 세계사적 일대 전환기로,

격변의 시대 상황을 기록한 독보적인 사진가다.

포춘(Fortune)지와 ‘라이프(Life)’지의 창간 스탭으로도 활동하였고,
‘라이프’가 창조한 포토저널리즘의 새로운 형태인 포토에세이로 주목받은 스타 사진가이기도하다.

20세기 다작 사진가의 한사람으로, 초기에는 곤충에서부터 산업, 농업, 건축 등
다양한 대상에 흥미를 가졌으나, 점차 인간의 갈등과 비극, 삶의 투쟁 등으로 좁혀져 갔다.

독일의 멸망을 취재하고, Buchenwald 수용소에 들어가 죽은 자와 생존자를 취재했다.
그 사진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지상의 지옥에 대한 영원한 증언으로 남았다.
그 뿐 아니라 처칠의 포트레이트와 간디의 마지막 사진 등 유명한 작품을 숱하게 남겼다.

그가 남긴 "사진가가 사진에서 진실을 말하려 한다면 그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이 사진 한 장으로 퇴색된다.




사진, Magaret Brourke White / 글, 조문호
사진자료는 페이스북 'Designersparty'에서 스크랩했다.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 / 저자: 이광수 / 출판사: 알렙 / 페이지: 256P / 발행일: 2019년 11월25일


인문학자이자 사진비평가인 이광수 교수의 에세이 ‘나는 본다, 사진이 나를 자유케 하는 것들’이 나왔다.


몇 일전 정영신씨로 부터 전달 받은 책을 읽으며 많은 생각에 빠져들었다.

오랜 세월 사진을 해 오며 내가 간과한 사실을 분명하게 짚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하는 이는 물론 사진에 관심을 둔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었다.

그동안 출판된 사진 관련 이론서적 중 머리에 남아있는 책이라면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척박하기 그지없는 사진계의 현실이라, 사진인의 한 사람으로 반갑고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아마추어 사진인은 물론, 내 노라 하는 사진가조차 사진의 가치를 잘 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기야! 스스로 좋아 찍는다면 말할 필요는 없겠으나, 제대로 알고는 찍어야 할 것 아닌가?

마침 엊그제 지방에 있는 후배 사진가가 새로 나온 공모전 사진집을 한 권 보내주었다.

책을 펼쳐보니, 숱한 세월이 지났으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내용도 없는, 출품하기 위한 그림 같은 이미지만 나열되어 있었다.

굳이 바뀐 것을 말하라면 포토샵으로 이미지를 변형시켜 하나같이 말끔하다는 것 뿐이었다.

보내 준 성의는 고마우나, 쓰레기에 불과한 책을 부친 우편료가 아까웠다.


물론, 그런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곳도 있을지 모르나, ‘한국사진작가협회’란 거대 조직이

장사 속으로 주구장창 내세워, 순진한 아마추어 사진인들을 길들여 온 결과인데,

그 많은 사진인들이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에 허송세월 보내는 것이 안타까워하는 소리다.

이왕 사진을 할 바에는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고 방향을 다시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 책을 펴낸 이광수 교수는 인도를 연구하는 역사학자이기도 하다.

인도 근대사 연구에 사진이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음을 알아, 사진 이론을 공부하여 사진비평의 길로 들어섰는데,

그동안 여러 편의 사진논문도 발표했다.

그리고 10여 년 동안 한 해에 두 세 차례 인도에 체류하며 인도의 종교와 문화, 생활과 역사의 현장을 사진에 담아 왔다.

저자는 ‘디지털이라는 피할 수 없는 기계의 숲으로 덮인 이 시대에서 우리가 하는 인문의 행위는 무엇일까’를 묻고 있다.
책은 크게 세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첫째는 ’봄‘안에 들어있는 권력“,

둘째는 ’봄‘안에 자리 잡은 욕망“, 셋째는 “봄과 나 사이, 사진”으로 구분 되어있다.

권력은 사물에 대한 특정한 시각을 강요하며 다르게 보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질서를 강요한다.

즉 사진안의 대동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게 본질이 아니기에 해석이 따라야 하고, 사진으로 사유할 것을 권한다.

그 세계에서 단순한 느낌이나 한 가지 생각에 머물지 않고, 그 대상으로 부터 자유로워지라고 말한다.

“사진을 한다는 것은, ‘봄(시선)’과 권력이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권력은, ‘봄’과 ‘보임’ 그리고 ‘보여줌’의 차이를 만들어냈다.

그 사이의 차이가 나와 당신의 사이에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냈다.

모든 게 보기 나름이고, 보이기 나름이고, 보여주기 나름이다.

카메라를 가지고 사유할 수 있는 그 나름의 세계를 ‘봄(시선)’을 통해서 서로 나누어 보는 것,

그것이 사진으로 긷는 인문의 세계다”고 저자는 말했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가?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보여주려 하는가?”

사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로 고민한다면 바로 이 책을 보라. 책 속에 답이 있다.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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