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쪽방촌의 한 방문에 붙어 있는 공공주택사업 촉구 포스터.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세상읽기] 조문영 | 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정부가 서울역 쪽방촌 일대에 공공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계획대로라면 2021년 말 지구 지정이 이뤄지고, 2022년 말 국토교통부 장관의 지구계획 승인까지 끝났어야 했다. 하지만 일부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정부 계획에 반발하고 수익성이 더 높은 민간개발 전환을 요구하면서 사업은 표류 중이다. 정부 발표 2년째를 맞아 서로 다른 집회가 펼쳐졌다. 쪽방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대통령실 청사 앞에서 신속한 공공주택 지구 지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반면 소유주 단체는 국토부 장관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에서 공공개발을 철회해달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개발 현장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일견 당연해 보인다. ‘토론 배틀’은 학교나 언론의 단골 소재 아닌가. 실제로 내가 만난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실무자는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듣는 과정이야말로 민주주의고 시민 참여라며 사업 지체에 관한 우려를 반박했다. 그러나 나는 작금의 갈등이 주거권과 재산권을 ‘배틀’ 상황에 놓는 듯해 찜찜하다. 대한민국 헌법(23조)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면서도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산권은 신성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라 “공공필요”에 따라 제한될 수 있다. 헌법(35조)은 또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이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모두가 안전한 집에서 살 권리는 공공의 복리와 필요에 필수적인 것으로, 특정 개인이 재산을 증식할 권리와 맞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쪽방 세입자와 소유주를 대등하게 바라보는 태도는 양자의 분명한 위계를 가린다는 점에서도 문제다. 공공주택 사업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난 2년은 꽤 다른 시간이었다. 애당초 동자동 바깥에 거주해온 대다수 토지·건물 소유주는 민간개발 계획안을 국토부에 거듭 제출하면서 재산증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2년 전 “공공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정비사업 추진을 대대적으로 선포했던 국토부, 서울시, 용산구, 토지주택공사는 정권이 바뀐 뒤 담당자를 수시로 바꿔가며 침묵, 외면, 발뺌을 일삼고 있다. 아무리 회귀물이 유행하는 세상이라지만 정치인·행정가마저 시대를 거슬러야 하나.

 

정부가 뒷걸음질 치고 건물주가 재개발 운운하며 쪽방에 대한 최소한의 관리마저 포기한 사이, 쪽방 세입자들은 기다림의 무게를 고통스럽게 견뎌야 했다. 집 아닌 집에서 살아오는 동안 이미 몸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은 2평 미만 쪽방에 갇혀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기후재난에 심각하게 휘둘렸다. 지난 2년 동안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집계로만) 쪽방 주민 60명이 세상을 떠났다. 그 와중에 공공개발 취재엔 관심도 없던 기자들이 쪽방 건물의 ‘얼음계단’을 찍겠다고 동자동에 들이닥쳤다. 겨울철에 복지수급자 한두명을 수소문해 생활고를 전하는 쉰내 나는 관행이 되풀이됐다. 기후재난으로 적정 주거가 절실해진 마당에 정부는 에너지바우처라는 땜질 처방만 요란하게 시행하고, 언론은 시야를 잔뜩 좁힌 채 바우처 지원 효과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국가가 헌법 취지에 맞게 에너지 효율을 높인 공공주택을 지으면 될 일인데.

 

지난 2년의 험로를 돌아볼 때 서울시의 행태가 가장 기이하다. 지난해 12월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토론회’가 열렸을 때,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노력하겠다”는 답답한 제스처라도 보였으나 서울시 담당자는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자체 브랜드로 앞세우고 있다. 공공개발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는 쪽방 주민은 서울시가 원하는 ‘약자’가 아닌 걸까. 그가 서울시가 달아준 에어컨으로 여름철 폭염을 견디고, 서울시가 제공한 긴급복지로 당장의 위기를 면했다면, 그리고 그 정도 지원에 감사할 줄 안다면, 서울시는 그한테 ‘약자’의 지위를 하사할 것이다. 관리 가능한 ‘약자’를 선별하는 작업에 더 적합한 명칭은 ‘약자와의 동행’이라기보다 ‘시민 길들이기’ 아닐까. 하지만 쉬이 길들지 않는 쪽방 주민들은 오늘도 ‘공공주택 환영’ 팻말을 들고 분주히 연대를 호소하고 있다. 바우처라는 연명 치료 대신 집이라는 인권을 당당히 요구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묻고 있다.

공영개발과 민간개발을 사이에 둔 쪽방 주민과 건물주의 갈등으로

 재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나 윤석렬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눈치만 보는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쪽방 주민들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낸다.

 

문제는 매서운 한파보다 언제 쫓겨날지 몰라 더 불안해 한다.

 

서울지역에 몇 남지 않은 쪽방촌인 동자동은 건물 63채에

한 평 남짓의 쪽방 1170칸이 벌집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다.

 

거주자 861명 중 기초생활수급자가 절반 이상이고, 장애인 등록자도 10%를 넘는다.

 

주민 대다수가 50대 이상의 남성으로, 65세 이상 독거노인 비율도 35%에 달한다.

 

이곳은 병들고 늙어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이 죽지 못해 사는 곳이다.

 

오래된 건물들은 웃풍이 심해 입을 열 때마다 입김이 나와 안경에 서리가 낀다. 

 

두꺼운 옷을 껴입어도 모자라 이불을 뒤집어 쓰고 전기장판에 의지해 사는데,

엎친데 덮친격으로 연료비마저 폭등했다.

 

한파가 휩쓸고 간 지난 30일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랐으나 쪽방촌의 냉기는 여전했다.

 

다가구 주택을 쪼개기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은 쪽방문은 낡은 목재라 불안하기 짝이없다.

 

취사시설이 없는 좁은 방에서 불을 지펴, 항상 화재에 노출되어 있다.

 

좁은 방이라 조그만 여유도 없어 복도에 둔 신발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공용 화장실은 설거지까지 하느라 아침녘이면 줄을 서야한다.

 

대부분 수십 년 된 건물이라 제대로 된 곳은 하나도 없다.

 

방음은 물론 누수로 계단이 얼어붙어 얼음판을 지나 다녀야 하지만,

집주인에게 수리를 요구해도 불편하면 이사 가라는 말만 반복한다.

 

한겨레 / 강창광기자

아무리 돈에 눈이 뒤집혀도 이럴 수는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고은호기자

그럼에도 쪽방촌 주민들의 새해 소망은 소박하다.

 

언제 거리로 내몰릴지 모르지만, "서로 의지하며 살아 온 곳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는 잠자리면 족하다빠른 재개발을 원한다.

 

2020년부터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논의된 동자동 재개발은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하지만 공공개발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할 재개발은 건물주의 강한 반발에 막혀 있다.

 

 건물주들은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공공개발보다 민간개발을 요구하며,

공공개발은 사유재산 침해라는 주장이다.

 

언제라도 쫓겨날 수 있다는 불안에 떨어야 하는 쪽방촌 주민들은

여기서 쫓겨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한다.

 

만약 서울시나 정부에서 억지로 철거하고 내쫓는다면

 여섯 명이나 사망한 용산참사 같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노숙인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그들은 찬 바람이 몰아치는 길바닥에서 위태로운 삶을 산다.

 

사람이 죽어가는 이러한 위중한 현실에 정부는 부자 감세 같은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에 매달리고 있다.

 

더 이상 방치하면 빈민들의 민란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명심하여 조속히 대책을 강구하라.

 

사진, / 조문호

 

 

 

동자동은 공공-민간개발 갈등에 지구지정도 못해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과 종로구 창신동 쪽방촌의 모습. 좁은 골목 안에 낡은 건물이 밀집돼 있다. [이가람 기자]

 

"너무 답답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개발이 잘 된다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어 좋겠지만 또 쫓겨나면 이만큼 저렴한 가격에 몸을 누일 수 있는 곳이 없거든. 이런 어려움을 나라에서 잘 살펴 줬으면 좋겠어."

여름에는 실내보다 실외 생활이 더 나을 정도로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겨울에는 난방은 커녕 수도가 동파돼 씻지도 못하는 1평 남짓한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쪽방촌. 노후 건물을 촘촘하게 쪼개 한 달에 15~30만원 수준의 월세를 받는 쪽방촌은 지옥고로 불리는 반지하·옥탑방·고시원보다 더 열악한 주거시설이다.

현재 서울에는 비슷한 시기에 형성된 다섯 개의 쪽방촌이 존재한다. ▲영등포 쪽방촌 ▲동자동 쪽방촌 ▲양동구역 쪽방촌 ▲창신동 쪽방촌 ▲돈의동 쪽방촌 등이다. 과거 1960년대 급격한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밀려난 빈곤층이 모여들면서 조성됐다.

지난 16일 오후에 찾은 서울 쪽방촌들은 벌써 몇 년째 지역개발 이슈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최근 영등포 쪽방촌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나머지 쪽방촌들에 대한 개발논의 활성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거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아직 개발사업이 진척되거나 구체적인 보상 및 이주 대책도 마련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년 넘게 쪽방촌을 전전하고 있다는 A씨는 "어디나 비슷할 것"이라며 "공용이 아닌 개인 화장실을 써 보고 싶었는데 죽기 전에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허탈하게 웃었다. 오르막길 안쪽에 걸터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던 B씨는 "창문이 고장 나서 열 수 없고 곰팡내도 좀 나서 밖으로 나와 쉬고 있다"며 "재개발이 될 거라고 하니 주인이 돈을 들여 집을 고쳐 주지도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스케줄대로라면 국토교통부가 진작 개발 플랜을 제시했어야 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며 "선진국에서는 공청회나 이벤트 등을 통해 주민들하고 논의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쪽방촌. 최근 공공주택지구 사업시행을 위한 지구계획이 승인·고시됐다. [사진 제공 = LH]


특히 쪽방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동자동 쪽방촌은 공공개발과 민간개발로 소유주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아직 지구지정도 되지 못했다. 쪽방촌 입구에는 '사유재산 빼앗아서 공공주택 만드는 게 공익이냐'는 문구가 적힌 검은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쪽방촌 주민들을 도와주는 센터에서 일하는 C씨는 "공공개발을 하면 우리가 입주할 수 있는데 민간개발이 되면 쫓겨날 게 분명하다는 사람들과 빠르게 착수할 수 있는 민간개발을 선택하되 서울시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이 있다"며 주민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종교시설에서 식사를 받아가던 D씨는 "돈도 없고 갈 데도 없어서 버티고 있다"며 "한 달에 20만원 주면서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손가락으로 한 건물을 가리켰다. 폭이 50㎝가 될까 싶은 좁은 입구와 깨진 외벽이 눈에 들어왔다. 전기 설비가 오래되고 전선이 뒤엉켜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된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화재 발생 시 소방차 진입도 불가능해 보였다.

작은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E씨는 "그래도 정부에서 신경 쓰겠다고 말했으니 변화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내가 이렇게 말하는 것이 또 희망 고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어떤 방향이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내보내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7월 취임식을 마친 뒤 곧장 쪽방촌을 찾은 바 있다. 동행식당 지정 및 운영, 노숙인 공공급식 확대 및 급식단가 인상, 에어컨 설치 등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쪽방촌 곳곳을 돌며 주민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서울시 쪽방촌 상담소 관계자는 "최대한 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공동이용시설 리모델링이나 상담을 통한 보호시설 입소 등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6년 말까지 공동주택 782채를 건설해 쪽방민과 신혼부부, 청년층에게 양질의 역세권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다. 동시에 공공사업자들이 주도하는 최초의 쪽방촌 개발사업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영등포 쪽방촌을 제외하고는 그나마 양동구역 쪽방촌이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민간주도로 재정비를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공공임대주택·사회복지시설·업무용오피스시설 등을 짓는 내용으로 정비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임대주택 건설이 시작되면 주민들은 임시 이주 공간으로 이동하게 된다.

[매일경제 / 이가람 기자]

무허가 숙박업, '법 보호'조차 받지 못해
건물주, 보수 작업 필요 없는 '남는 장사'
쪽방 벽지·장판 등 기본 관리 전혀 안돼
서울시 공공개발 추진에 건물주 "반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고급 빌라에서 바라본 연립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쪽방촌 건물주에게는 매달 1750만원씩 수익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순수 현금으로 챙긴다. 건물 관리도 쉽다. 관리인이 있긴 한데, 인건비는 들지 않는다. 무료로 방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건물 관리도 따로 할 필요 없다. 벽지가 다 뜯기고 거미줄도 쳤지만, 따로 보수 작업을 하지 않는다. 무허가 숙박업이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않아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쪽방촌 건물주는 이렇게 돈을 번다.

 

수천만원대 월세 수익을 내고도 건물 관리를 하지 않는 건물주가 있다. 법망에서 벗어나 건물 관리·보수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보증금과 계약서도 받지 않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일명 '무적 임대 사업자'인 셈이다.

'김현우의 핫스팟'은 27일 쪽방촌이 모여 있는 서울 돈의동·창신동·영등포동·동자동 일대를 찾았다. 이들 지역엔 평균 38곳 쪽방 건물과 900여 개 방이 있다. 세입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65세 이상 홀몸 고령자 등이다. 방 크기는 작게는 3평, 큰 방이라 해도 5평이다. 

 

기자가 하루 동안 생활한 서울시 동자동에 위치한 한 쪽방. 창문이 뜯겨 커튼으로 막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세입자는 정부에서 기초생활비와 주거지원금 등 50만원을 받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쪽방 월세로 낸다. 동자동 쪽방에서 5년여간 생활한 김정민 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월세가 빠져나가면 15만원 남는다. 이걸로 한 달 식사를 챙긴다. 현재 무적자이기 때문에, 계좌가 없어서 현금으로 월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만난 김씨가 생활하는 5평 남짓 방에서 하루를 지냈다. 장판은 곳곳이 뜯겨 시멘트가 훤히 드러났고 벽지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창문도 깨졌지만, 신문지와 커튼으로 임시방편 막아놨다. 키가 174cm인 기자가 누웠을 때 다리를 다 펼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이다.  

해당 건물의 경우, 월세는 35만원이다. 방이 총 50개다. 이를 통해 건물주는 매달 1750만원씩 월세를 받아 간다. 쪽방촌 임대 사업 구조는 건물주·관리인·세입자로 구분된다. 건물주는 관리인을 지정한다. 관리인은 무료로 쪽방에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세입자는 관리인에게 월세를 주고, 관리인은 건물주에게 월세를 송금하는 방식이다.

 

쪽방 임대 사업 구조 /여성경제신문

이런 구조다 보니 주인-대리인(agency problem) 문제도 발생한다. 동자동 세입자 모임 동자동사랑방 윤용주 운영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 "건물주들은 물이 새고 천장이 무너져도 집수리를 한 번도 안 해줬다"면서 "지난해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 한 분이 방에서 돌아가신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도) 방세 내놓으라고 한 사람들이다. 주민들을 혐오하면서도 돈만 벌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도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우리는 다른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벽지와 장판 보수만 해주면 된다. 사람이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가 쪽방에 실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2021년 2월 기준 서울시가 조사한 쪽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동자동에 명기된 쪽방 건물 소유주 124명(법인포함) 중 88명이 쪽방 건물이 아닌 곳에 살고 있다. 쪽방 건물은 대부분 자녀와 공동명의 또는 상속된 경우이고, 돈의동 쪽방촌의 경우 전체 66채 건물 중 56채가 한 소유주가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 소유자다.

 

쪽방촌 건물주 실거주 실태 /서울시,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건물 보수 등 관리 필요 없는 일명 '꿀 임대업'

쪽방은 대부분 '무허가 숙박업'이다. 따라서 건물주는 건물 보수 작업 등의 의무가 없다. 세입자 입장에선 공중위생관리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때문에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보증금도 받지 않아도 된다. 계약서 작성 의무도 없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를 내쫓기도 쉽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 된다. 세입자 입장에선 주소지가 있어야 생계급여 및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해서 쪽방에 입주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백광헌 동자동 주민 모임 부위원장은 본지에 "건물주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매달 현금으로 월세를 받고, 보수 작업 등 관리하지 않아도 쪽방에 살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누가 쫓겨나거나 죽어서 나가면 바로 다음 날 사람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주거환경 개선이 목표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해당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동자동 일대 4만 7000㎡를 2021년~2030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임대주택 1250호, 공공분양 200호, 민간 96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동자동 쪽방 건물주들은 "사유재산을 빼앗는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면서 민간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었던 ‘지구 지정’을 미루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동에 위치한 한 쪽방 /김현우 기자

박종만 양동쪽방 부위원장은 "지난해 쪽방촌 거주민 중 사망한 인원만 30명, 몸이 안 좋아져 요양병원 간 분이 30명 이상이다. 방문이 안 열려서 들어가 보면 사람이 죽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정치인들이 쪽방촌이나 최저 생계층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권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와 국회는 집만 만들어주면 끝난다고 생각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 한참 지났지만, 소유 숫자는 절반 조금 넘은 상황"이라면서 "새로 지어진 집들은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쪽방촌 세입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정부가 건물주 눈치를 보고 시간을 끌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세입자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갈 곳 잃은 세입자의 마지막 안식처인 이곳 동자동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으로 만들어달라는 게 우리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기자

재개발 논의 1년 넘도록 평행선...지구지정도 못해
정부 공공개발 방침에 토지주 사적 재산권 침해 맞서
용적률 700%로 완화하는 정비계획 수정안 통과 기대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촉 쉼터로 향하는 골목길. 사진.신미정 기자

[데일리임팩트 신미정 기자]

 

기록적인 폭염, 푹푹찌는 여름철은 모두에게 힘든 계절이다. 특히 재개발 이슈가 1년 넘게 미뤄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에겐 더욱 그렇다. 창문도 없는 한 평 남짓한 방에서 답보 상태에 지쳐가는 주민들의 여름나기를 들여다봤다. 

3일 오전 비가 내린 후 용산구 서울역 부근 동자동 쪽방촌 일대를 방문했다. 서울역 희망공동체에서 구호물품 지급이 한창이었다. 몇몇 주민들은 밖에나와 이야기를 하고 일부는 구호 물품을 받으며 분주하게 이동 중이었다.

골몰을 따라 올라가니 한 여성이 강아지와 함께 문 앞에 앉아 있었다. 쪽방촌에 온 지 10년이 넘었다는 이 여성은 “방이 너무 후끈후끈해서 나왔다”며 “창문이 있긴 하지만 너무 작고 옆에 바로 건물 벽에 붙어서 있으나 마나하다”라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에어컨이 있는지 물으니 “건물을 헌다는 소문이 있어서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후보시절 공약이었던 ‘약자와의 동행’의 일환으로 서울시 쪽방촌 주민들을 위해 에어컨 설치작업을 실시한 바 있다.

동자동 쪽방촌은 재개발 논의가 나온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는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도로 재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동자동 일대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택지개발 방식인 공공주택지구로 조성해 공공임대주택 1250가구, 공공분양주택 200가구, 민간분양주택960가구 등 총 2410가구 공급을 목표로 연내 공공임대주택 지구지정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토지 소유주들의 반발로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역 동자동 준비대책위원회(대책위)는 국토부의 행위에 대해 ‘주민 동의 없는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하고 있어 현재까지 지구지정도 못하고 있다.

 

동자동 쪽방촌에 걸려있는 현수막. 사진.신미정 기자

결국 국토부는 한발 물러서 대책위에 정부가 계획한 세대 수를 채울 수 있는 민간 개발 계획안을 가져오면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서울시에 계획안 검토를 요청했다.

다행히 지난달 서울역 동자동 준비대책위원회는 국토부, 서울시와 논의를 거쳐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을 적용해 정비계획안을 마련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은 역세권 부지(350m 이내)에 주택을 건립하면 용적률을 500%에서 최대 700%까지 완화하는 대신 증가한 용적률의 50%를 장기전세주택으로 확보하는 방식이다. 기존에는 일괄적으로 500% 용적률을 적용받았으나 역세권 위상에 따라 차등 적용한 것이다.

동자동 대책위는 용적률 최대 700%까지 적용받으면 공공개발이 아닌 민간개발로 국토부가 당초 계획한 2410가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계획안이 나오고 국토부의 검토를 거칠 때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몰라 올해도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의 생활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동자동 쪽방촌 관계자는 데일리임팩트에 “언젠가는 동자동 쪽방촌 지역에도 큰 빌딩들이 세워질 것”이라며 “주민들이 언제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우리사회의 소외계층으로서 최대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연합 “약자와의 동행은 허구” 비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노숙인 쪽방촌 지원방안을 공개한 가운데 관련 시민단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며 서울시를 향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사진은 2022홈리스주거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헤랄드경제/ 이영기 기자]

 

[헤럴드경제=김용재·이영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을 강조하며 노숙인 쪽방촌 지원방안을 공개한 가운데 관련 시민단체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며 서울시를 향해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숙인·쪽방촌 관련 시민단체 연합인 ‘2022홈리스주거팀’은 12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의 노숙인·쪽방촌 관련 현실적인 지원방안과 오 시장과의 면담을 촉구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오 시장이 취임 후 첫 행선지로 창신동 쪽방촌을 찾고 3대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현재 쪽방주민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엔 미흡하다”며 “쪽방이라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 약자와의 대화 없는 약자와의 동행은 허구다”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가 발표한 3대 지원방안은 ▷쪽방주민 무료식사 지원 동행식당 운영 ▷노숙인 급식확대 ▷쪽방촌 에어컨 설치 및 여름용품 지원 등이다.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인해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된 사람들을 위한 대책이지만, 2022홈리스주거팀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12일 오전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열린 ‘노숙인·쪽방 주민을 위한 3대 지원방안 비판 및 오세훈 서울시장 면담 요청 기자회견’. 사진 출처 : 뉴스클레임(https://www.newsclaim.co.kr) 김동길 기자

홈리스행동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오 시장의 3대 지원방안과 관련해 “홈리스가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미흡하다”라며 “폭염대책은 쪽방의 물리적 환경 개선 없이 불가능하다. 적정 면적의 임대주택 제공을 지속 요구해왔으나 이번 대책에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이들은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을 요구 중이다. 쪽방촌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해 임대주택 등을 빠르게 공급하고 개발 과정에서 주거민들이 외면받지 않도록 세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종만 양동쪽방주민회 부위원장은 “현재 1인 최소 생활 면적 기준인 14㎡는 2021년 기준”이라며 “서울시에 18㎡으로 올려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고 선거 때도 직접 말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영국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위원장 역시 “동자동 쪽방촌은 공공주택지구로 발표는 됐지만, 실제로 지구지정은 이뤄지지 않아 거주민들이 속만 끓이고 있다”며 “정치권이 하루 빨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S] 커버스토리
동자동 쪽방촌의 불안한 미래

공공임대 절반 넘는 ‘공공개발’ 발표한 지 1년4개월이 넘었지만
민간개발·규제완화 요구하는 토지주 압박에 지구 지정조차 못해
“개발돼도 쫓겨나지 않고 이웃끼리 좋은 환경서 산다 좋아했는데…”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한 주민의 방. 대체로 1평 남짓한 이 동네 쪽방의 평균 월세는 23만4천원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7일 오후, 초여름 볕이 쨍쨍한 한낮인데도 방은 어두웠다. 아니, 이곳을 ‘방’이라 부르는 게 정당할까. 얼핏 봐선 뭔지 가늠이 되지 않는, 오래된 식당 건물 옆 쪽문을 여니 성인 한 명이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좁은 통로가 보였다. 6~7m 남짓 되는 통로 왼쪽으로 식당 뒷문, 2층으로 향하는 계단, 공용 화장실, 식당 창고, 그리고 그 ‘방’이 꾸역꾸역 뭉쳐 있었다. 3.3㎡(1평)를 조금 넘을 듯한 크기의 공간은 작은 싱크대와 미니냉장고, 철 지난 이불만으로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층이지만, 싱크대 위로 난 창으론 해가 거의 들지 않았다. 싱크대는 물이 나오지 않아, 덩그러니 자리만 차지할 뿐이었다. 나무로 된 방문은 손잡이가 떨어져 나가 잠기지 않았다. 김선근(63)씨는 여기서 7년째 살면서 매달 월세 26만원을 낸다고 했다. 3층짜리 이 건물엔 이런 방이 7~8개쯤 된다.
 
방이라 불러도 되는 걸까
 
서울의 관문인 서울역 맞은편, 늘어선 고층 빌딩 뒤쪽 동자동엔 이런 쪽방 1163개가 건물 67동에 밀집해 있고 현재 1083명이 살고 있다(서울시 ‘2020년 서울시 쪽방 건물 및 거주민 실태조사’, 이하 실태조사). 건물 한 동을 쪼개 들어찬 방이 평균 17.4개, 다른 쪽방촌 주민들도 김씨와 사는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2월5일 “전국 최대 서울역 쪽방촌”을 “명품 주거단지로 재탄생”시키겠다며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이하 공공주택사업)을 발표했다. 하지만 현실은, 자칫하면 깨질 것 같은 유리잔 같다.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온 지 24년 된 김정길(76)씨의 방은 월세가 25만원이다. 크기는 김선근씨네와 비슷하지만, 그가 사는 방엔 싱크대가 없는 대신 작은 현관이 있다. 신발, 세숫대야 같은 생활용품 사이로 음료수, 즉석밥, 도시락, 양념 같은 식료품과 냄비, 그릇 등을 쌓아뒀다. 위경화증이 있어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야 하는 그는, 밥에 뜨거운 물을 부어 불린 ‘죽’을 자주 먹는다. 조리하기 불편한 환경은 다른 집들도 마찬가지다. 실태조사에서 취사장을 갖춘 건물은 32.8%에 그쳐, 쪽방촌 주민 대부분은 방 안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를 사용한다. 그나마 있는 취사장에도 설치된 수도꼭지의 수는 평균 2.6개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만 보면, 주택당 평균 16.2명에 이르는 거주 인원이 2.6개의 수도꼭지를 나눠 쓰는 셈이다.

 

동자동 쪽방촌 한 골목에 7일 오후 노인들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하지만 정작 김정길씨를 괴롭히는 건 따로 있다. 그는 “쥐랑 바퀴벌레 때문에 돌아버릴 것 같다”는 말을 신경질적으로, 수십 차례 반복했다. “밤마다 천장에서 쥐들이 쿵쿵대며 축구를 하는 통에 너무 힘들다. 화가 나서 효자손으로 천장을 치면 잠깐 조용하다가 다시 뛰어다닌다. 바퀴벌레는 수도 없이 나온다.” 층간소음에 시달려도 예민해지기 마련인데 쥐들이 내는 소리라니, 예민해지지 않는 게 이상했다. 실제로 한국도시연구소가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을 상대로 2020년 1월 실시해 발표한 ‘비주택 거주자 주거지원 희망 수요조사’(이하 수요조사) 결과를 보면, 주민들이 건강에 가장 위협을 느끼는 요소로 추위·더위(65.1%)와 쥐·해충(64.3%)이 엇비슷하게 가장 많이 꼽혔다(복수응답).이와 관련해, 건강세상네트워크 등이 2012년 내놓은 ‘동자동 쪽방 주민 건강권 실태조사’에선 쪽방 주민의 주관적 기대수명이 당시 한국 남성의 평균 수명(77.3살)에 못 미치는 74.3살로 조사된 바 있다. 연구진은 “돈이 없어 필요할 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열악한 주거환경이 주민들의 건강을 명백히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최저주거기준 이하의 열악한 쪽방에서 생활하고 있고 주거비 비중이 높으며 돈이 없어 쫓겨날까 봐 걱정한다. 또한 식비 부족, 열악한 구강 건강, 부엌 시설 미비로 인해 영양 상태가 부실한 경우가 많다. 이것만 보아도 동자동 쪽방 주민은 건강권이 아닌, 기본적인 인간의 존엄성도 보장받고 있지 못하는 현실을 알 수 있다.”이 조사를 벌인 지 10년이 지났지만, 쪽방촌 주거환경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건물은 세월의 흐름만큼 더 낡았고, 당시 55.2살이던 주민의 평균 나이는 2018년 59.7살로 올라갔다. 실태조사에서 주민 가운데 고혈압, 당뇨, 관절염, 우울증 같은 지병이 있다는 이는 82.5%에 이렀다. 주민 김영국씨는 “여기 대부분 집이 지은 지 60년을 넘었고, 방은 한 평도 안 돼서 누우면 꽉 찬다. 물도 새고, 햇빛 안 들고, 냄새나고, 주거환경이 말 그대로 비참해서, 안 아픈 사람도 여기 와서 살면 아프게 된다. 그래서 1년이면 죽는 사람이 40명이 넘는다”며 “가진 게 없으니까 그냥 여기서, 죽지 못해 사는 것”이라고 했다.
 
주거급여 노리는 ‘빈곤 비즈니스’
 
쪽방촌 주민들은 이런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집주인에게 아무리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동자동 쪽방촌 주민 자조조직인 ‘동자동 사랑방’의 정대철 사업이사는 “전기고 수도고, 고장 나서 뭐 하나 고쳐달라고 하면 집주인은 그냥 나가라고 한다. 따박따박 월세는 받아가면서 집수리는 안 해준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한 건물 옥상. 낡은 지붕을 천막과 플라스틱 슬레이트, 나무판자 등으로 덮어두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실태조사를 보면, 동자동 쪽방촌 주민의 평균 거주 기간은 10.3년으로 주민의 95.7%가 월세로 산다. 평균 월세는 23만4천원이고, 보증금은 없다. 한편, 주민의 74.6%가 기초생활 수급자고 평균 수급비 69만1천원이다. 백광헌 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부위원장은 “수급비가 매달 20일에 들어오는데, 다음달 10일만 돼도 돈이 없다. 방값 27만원을 주고 나면 58만원 정도 남는데 전화요금, 전기료 같은 공과금이 8만원, 담뱃값이 15만원 든다. 요새 밥 한 끼가 1만원이 넘는데, 남은 돈으로 친구 만나 서너번 밥 먹으면 금세 돈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실 하나를 10가구가 쓰는 이런 건물에서 집주인들이 주거급여를 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엔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교육급여 등이 있는데, 각각 지급 기준과 규모가 다르다. 이 가운데 1인 가구 생계급여는 올해 월 소득이 58만3444원(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일 때 58만3444원을 지급받는다. 1인 가구의 주거급여는 월 소득이 89만4614원(기준 중위소득의 46%) 이하일 때 최대 32만7천원(서울 기준)을 받는데, 임대차계약서에 명시된 방세가 이보다 낮으면 그만큼만 받을 수 있다. 주목할 대목은, 주거급여에 따라 쪽방촌 월세가 올랐다는 점이다. 박승민 동자동사랑방 활동가는 “2015년 주거급여가 생기면서, 그 전에 15만원 선이던 월세가 30만원 가까이로 다 올랐다. 그나마 월세에 공과금이 포함된 경우는 좀 낫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많아 주민들의 부담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쪽방촌 건물주의 월세 운영이 빈곤의 고착화를 유도하는 ‘빈곤 비즈니스’로 비판받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착취도시, 서울>(이혜미 지음, 글항아리 펴냄)은 쪽방촌에 실거주하지 않는 건물주가 쪽방 월세로 매달 수백만~수천만원의 현금 수입을 올리는 구조를 생생히 밝혀낸 바 있다. 건물주의 70%가량은 쪽방촌이 아닌 곳에 살고, 강남에 거주하는 부유층도 적지 않다. 또한 건물주 가운데 20% 안팎은 여러 채의 건물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계약을 하고 월세를 받아가는 이는 집주인이 아니라 고용된 관리인이기 때문에, 쪽방촌 주민들한테선 “집주인 얼굴은 본 적도 없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건물주로선, 낡은 건물을 수리하지 않아도 싼 방에 들어오려는 ‘수요’는 늘 있고, 수급자를 세입자로 들이면 주거급여만큼의 월세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세금마저 안 내도 되는 현금 수입이 ‘쪽방촌 임대 사업’이다. 주민들이 “집주인은 무조건 월세가 들어오니 수급자를 좋아한다. 사람이 죽어나가도 금세 수급자를 들여 월세 받아가기 바쁘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덴 이유가 있는 셈이다.
 
공공주택 꿈에 부풀었지만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2020년부터 잇따라 쪽방촌을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른 공공개발 방식으로 재정비할 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월20일과 4월22일, 서울 영등포 쪽방촌과 대전역 쪽방촌의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각각 발표했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된 구역에 공공임대 35% 이상, 공공분양 25% 이하 등으로 공공주택을 절반 이상 짓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간 재개발의 경우 공공임대 의무 비율이 15%(서울 기준)에 불과한 데 비춰보면, 공공주택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이다.
 
지난달 1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동자동 쪽방촌 주민들이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정부는 재개발로 세입자가 쫓겨나지 않도록, 사업 진행기간 동안 쪽방촌 주민들에게 임시 이주 공간을 제공하고 이후엔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대책도 내놨다. 이 때문에 주거권 운동단체 등에선 이런 변화가 ‘용산 참사에 대한 정책적 속죄’라는 평가도 나왔다. 어쨌든 영등포 쪽방촌은 2020년 7월17일, 대전역 쪽방촌은 다섯달 뒤인 12월7일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됐다.이런 분위기 속에 정부가 지난해 2월5일 동자동 일대 4만7천㎡를 같은 방식으로 개발하겠다고 밝히자, 쪽방촌 주민들은 꿈에 부풀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인 1250호(전체 2410호, 공공분양 200호, 민간분양 960호) 짓겠다는 계획은 단순 수치로 볼 때 현재 쪽방촌 주민 대다수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백광헌 부위원장은 “여기 살던 사람이 임대 아파트 갔다가 되돌아오는 경우가 제법 된다. 이 동네에선 동자동사랑방에서 커피도 마시고, 왔다 갔다 하며 정드는 사람도 많은데, (연고가 없는) 다른 동네 임대 아파트에 가면 외롭고 수급자라고 무시당하니 그런 것”이라며 “생각도 못 했는데 갑자기 정부가 여기를 공공개발하겠다고 해서 전부들 꿈을 갖게 됐다. 쫓겨나지 않고 비슷한 이웃들끼리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게 됐다고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부딪치는 욕망들
 
하지만 주민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공공주택지구 지정은 지난해 말까지 완료됐어야 하고, 올해는 지구계획과 보상계획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올해가 절반 가까이 다 지나도록 공공주택지구 지정은커녕, 그 이전 단계인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조차 감감무소식이다. 사유재산 침해를 주장하는 건물주들이 공공개발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탓이다.공공개발에 반대하는 건물주들은 정부 발표 한달 남짓 뒤인 지난해 3월18일 ‘서울역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창립총회를 열었다. 당시 보도자료에서 이들은 “소유주 70~80%가 반대의견서를 모아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엔 국토부에 민간개발 정비계획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이 요구하는 핵심은 민간개발을 할 테니, 공공개발에 적용하기로 한 용적률 확대(250%→700%)와 고도제한 완화(6~18층→40층)를 똑같이 민간개발에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동자동 일대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차례 민간개발이 추진됐지만 주민 반발, 사업성 부족 등의 이유로 번번이 좌초됐는데, 이들은 그 원인이 ‘개발 규제’에 있다고 본다. 오정자 주민대책위원장은 “집수리 안 해주는 문제만 갖고 얘기하는데, 이 지역이 개발된다는 얘기를 듣고 누가 돈 들여서 수리를 하겠나. 지난해엔 용산구의 새로운 정비 용역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정부가 주민 동의도 없이 갑자기 공공개발 계획을 발표한 것”이라며 “명백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쪽방 분들을 위한 개발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뭘 원하는지도 조사해보지 않았다. 공공개발처럼 규제를 풀어주면, 우리는 민간개발을 하더라도 쪽방을 더 좋게 지어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 한 건물의 공용 화장실. 이 건물에 거주하는 7명이 화장실 1개를 함께 쓴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공공개발에 찬성하는 건물주들도 있다. 이들은 오는 14일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앞에서 집회를 열어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추진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공공개발에 반대하는 건물주와는 다르다. 조재형 ‘서울역 쪽방촌 주민대책위’ 총괄본부장은 “그분들은 토지주의 다수가 민간개발을 원한다고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소유 면적으로 보면 (쪽방촌의) 반이나 될까 말까 할 정도인데, 선동에 가까운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공개발을 요구하는 토지주는 대체로 소유한 땅이 넓고, 동자동에서 30~40년씩 산 사람도 있다. 반대하는 쪽엔 작은 규모의 지주가 많고, 대부분 민간분양권을 받고 싶어 한다. 민간분양권을 받으려면 주거용 건물에 실거주를 해야 하는데, 대부분 외부에 살면서 차익을 실현시키려는 투기세력이다 보니 공공개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이들의 욕망은 쪽방촌 주민들의 욕망과도 다르다. 조재형 총괄본부장은 “공공개발이냐 민간개발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사업수지 분석을 해 보니, 동자동은 여건상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는 게 용적률, 건폐율, 고도제한뿐만 아니라 공사비, 세입자 명도·이주비, 각종 금융비용 등에서 토지·건물 소유주에게 훨씬 실익이 컸다”며 “사유재산을 지키고, 쪽방 주민의 주거복지에 헌신한 토지주에게 보상해줄 수 있는 게 동자동 공공개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주민, 세입자, 토지 등 소유자 세 축이 모두 피해가 없는 범위 안에서 공공개발에 찬성한다”며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다.사업에 책임을 진 국토부는 소유주들을 핑계로 좌고우면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땅값이 비싼 도심 한복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라 다른 데보다 소유주들의 반대가 워낙 심하다. 찬성하는 소유주도 있다. 양쪽 의견을 다 듣고 설득하는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반대 쪽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은 서울시와 용산구에 승인권이 있어 그쪽에서 검토 중”이라며 “국토부는 그 계획안에 쪽방 주민들의 이주대책이나 구제대책이 적절하게 마련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국토부의 이런 태도 자체가, 공공개발 계획을 바꿀 수 있다는 신호를 소유주한테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권력이 교체됐다는 점도 주민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김호태 전 동자동사랑방 대표는 “시장에 이어(계획 발표 당시는 권한대행 상태) 중앙정부까지 바뀌니까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 하지만 공공개발은 현 정부가 아니라도 ‘정부’가 하기로 한 것 아니냐”며 “없는 사람들 농락하지 말고, 약속을 지키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동자동 쪽방촌의 한 방문에 붙어 있는 공공주택사업 촉구 포스터.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900년 서울역이 문을 연 이후 동자동은 주택가와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었으나,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이 서울역과 용산구에 집중되면서 폐허가 됐다. 전후엔 피난민과 빈민이 몰려들어 판자촌을 이뤘고, 집창촌도 형성됐다. 서울역과 그 유동 인구를 따라 형성된 상권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도시빈민 밀집 지역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1970년대에 들어선 정부의 단속으로 판자촌이 철거되고, 성매매업소 다수가 여관, 여인숙으로 바뀌면서 지금의 쪽방과 유사한 형태의 주거지가 됐다. 외환위기 뒤인 2000년대 이후엔 노숙인과 하층 노동조차 구하기 힘든 사람 등 “사회에서 구조적으로 버려지는 인구집단”이 모여든 공간으로 변했다. 그렇게 동자동이 변해가는 동안에도, 부동산 투기와 개발의 욕망은 멈추지 않았다.(정택진, <동자동 사람들>, 빨간소금)동자동 공공개발은 이 ‘버려진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존엄을 되찾아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림 그리는 게 취미이자 특기인 김선근씨가 말했다. “공공주택에 갈 수 있으면 아휴, 감사하죠. 인물화, 추상화, 풍경화, 그림 그리는 게 내 특기니까, 거기서 살면 훨씬 더 많이,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정길씨가 이어받았다. “나도 그렇고, 주민들도 그렇고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몰라요. 하룻밤이라도 쥐 없고 바퀴벌레 없는 데서 자고, 그 집에서 죽고 싶어요.”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지난 12일 오전10시부터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주민대책모임’과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건물주들의 대책위와 ‘국민의 힘’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정의당’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힘’에서는 개발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을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분양하여 돈을 벌어야하는 민간개발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주택지는 15%, 상업지는 5%만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되지만 공공개발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한다. 동자동의 경우 전체 주택 중 52%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고 발표했으니, 건물주들은 용산지역 전체 부동산시세 하락까지 들먹이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간담회가 열릴 동자동 새꿈공원은 아침부터 쪽방주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건물주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며 민간재개발로 바꾸려는 낌새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정의당과의 간담회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나온 것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에는 정의당에서 배진교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참석했고, 주민 대표로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와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이 발제 및 토론자로,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간담회가 열린 새꿈공원에는 기자들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간담회를 지켜보았다.

 

 

 

인사말에 나선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는 첫마디에 “이제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마지막 자리임을 시사하는 아리송한 말부터 꺼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민간개발이 되면 주택 값이 뛰어올라 아무 것도 없는 쪽방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며, 공공재개발을 흔드는 세력을 나무랐다. "건물주들은 여기 살지도 않습니다. 전기가 나가도 고쳐주지 않고 겨울에 보일러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안 틀어줍니다.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전기장판도 못 쓰게 합니다. 한 번은 너무 추워 보일러를 더 틀어달라고 부탁하니 3만 원을 받아 갔습니다. 돈 내기 싫거나 맘에 안 들면 나가라는 식이에요." 건물주들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우리와 같이 살면 자기들은 죽는다”고 말했단다.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란 간판으로 바꾸어 단 후암특별계획1구역 재개발 준비추진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동자동에 거주하는 소유주는 10%에 그친다고 말했다. 많은 소유주들이 동자동에 살지 않으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건물을 소유한다는 자백인 셈인데, 관리인을 통해 월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아내지만 비싼 월세를 현금으로만 꼬박 꼬박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 지하방보다 더 열악한 공간이 쪽방이라고 말했다. 겨우 한 몸 누일 좁은 공간에서 문이 없어 비닐로 바람을 막고 화장실이 없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소유주의 재산권보다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재개발의 의미”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를 지으라“, 용산참사 피바람 각오하라”며 빨간 깃발을 내걸던 건물주들이 갑자기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운운하며 상생하자는 현실에 큰 비애감을 느낀다고 했다. “물새고 천장 내려앉아 어려움을 외칠 때는 눈 막고 귀 막고 있던 분들이 아니냐며, 동자동개발은 40년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삶을 버텨온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집 가진 자들의 개발 이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힘’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이 되었지만,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민간재개발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규탄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간재개발을 해야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발은 수 십 년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삶을 살아 온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공공주택은 생색내기로 조금 만들고, 나머지 주택을 가지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그런 개발은 절대 반대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집 가진 이들이 개발이익을 더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집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저와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을 확실히 챙기겠다"며 약속했다.

 

 

 

동자동 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은 적어 온 글을 차근차근 읽으며, 붉은 깃발과 과격한 현수막은 가진 자들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건물주들은 더 좋은 집을 지어 주겠다지만, 개발이익이 우선인 그들로서는 입에 발린 헛소리라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찾아와 “요구하는 게 뭐냐?‘고 묻는데, 화장실도 갖고 싶고 밥해 먹을 부엌도 갖고 싶다. 우리도 이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단다. ”공공개발이 안 되면 대한민국 무너진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의미와 쪽방 주민 주거권 강화방안을 비롯하여 동자동 쪽방촌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공공개발의 장점은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선(先)이주·선(善)순환을 꼽았다. 선 이주·선 순환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이주하게 하는 방안으로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재개발 방식으로는 순환개발과 전면철거가 있는데, 순환 개발은 사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용이 든다. 개발 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은 전면철거를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순환 개발을 선택한다”고 부언했다.

 

 

 

주민 질의 시간이 되자 처음엔 물어볼게 없는지 서로 마이크를 미루던 주민들이 나중엔 마이크 없이도 여기저기서 공공개발의 필요성과 공공개발을 원한다는 말들을 쏟아내며 정의당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의원들은 주민들 안내로 쪽방촌의 비참한 현실을 돌아보며 현장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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