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의 김정길하면 몰라도 동자동의 김반장하면 모르는 이가 없다.

쪽방촌 청소에서부터 후원물품 도우미나 순찰을 도는 등

동네 반장처럼 바쁜 하루를 보내 붙여 진 이름이다.

 

2017, 11, 14 / 대부도에서 가진 아름다운 동행에서..

김정길(76)씨를 처음 만난 것은 6년 전이다.

음식 나눔이 있던 새꿈공원에서 만났는데, 뒤처리하는 모습이 남달랐다.

일을 돕는다기보다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는 모습에 눈여겨 본 것이다.

그 뒤부터 행사가 있을 때는 물론, 가는 곳 마다 그의 모습은 빠지지 않았다.

 

2017,5,2 / 동자동 골목계단에서...

김정길씨가 동자동에 들어 온지는 39년째라 반 평생을 쪽방에서 보낸 셈이다.

공사 현장이나 음식점 등 막일로 전전하다 방세 싼 쪽방촌에 들어왔다는데,

봉사를 생활화하게 된 계기는 15년 전부터 교회에 나가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남을 돕는데 여생을 보내야 겠다는 생각으로 누가 시키지 않아도 닥치는 대로 일을 도운 것이다.

 

2017년 6월5일 / 거리에서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런 그가 작년 무렵, '케이비에스'와 '조선일보'에 연이어 소개되며,

갑자기 동자동 김반장으로 부상한 것이다.

 

2019, 5, 23 / 화담 숲에서 가진 동자동소풍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옛 속담 처럼, 그의 봉사활동은 더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다.

쪽방에서 내다버린 쓰레기에서부터 직장인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에 이르기까지

지저분하기 이를 데 없는 골목입구가 아침이면 티끌하나 없이 말끔해졌다.

 

2017,5,8 / '동자동사랑방'에서 마련한 어버이날 잔치 정리하는 모습

만날 때마다 청소를 끝내고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마 쪽방상담소 문 열기를 기다리는 듯 했다.

 

매번 매점 가는 길이라 카메라들 두고 와 청소하는 사진 한 장 찍지 못했는데,

며칠 전에는 작정하고 내려와 쉬는 모습이라도 찍은 것이다.

 

 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나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는 김씨는

나와 비슷한 연배인데도 그가 10년은 더 젊어 보인다.

아마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습관에서 비롯된 것 같았다.

부디 건강 잘 지켜 오랫동안 좋은 일 많이 하길 바랍니다.

 

나선 김에 서울역광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노숙인도 다시서기에서 재활하는 이가 더러 있으나, 김반장 처럼 무보수의 봉사는 아니다.

 

힘없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는 노숙인들이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지하도 입구에 새로 온 노숙인이 자리 잡았다.

갈 때마다 가부좌한 자세로 깊은 생각에 빠진 모습이 다른 노숙인과 달랐다.

책을 정갈하게 모아두고, 난간에는 조화까지 모셔 두었다.

책은 가까이 두지만, 한 번도 책 읽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첫 장에 펼쳐놓은 군자의 삶이란 제목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상대의 말은 알아들어 반응은 하지만, 일체의 질문에는 대꾸하지 않았다.

이름은 물론 그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 더 궁금했다.

 

거리로 내 몰린 노숙인이 어찌 온전한 정신을 가질 수 있겠나마는

정신질환자로 단언할 수도 없는 것이다.

 

아무쪼록 오갈 곳 없는 노숙인들을 한 곳에 정착시켜

더 이상 거리에서 죽는 노숙인이 없도록 해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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