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현충일 자정 무렵 서울역광장에 나가보았다.

오전에는 비가 내리며 날씨가 오락가락하더니, 밤에는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날씨 탓인지, 서울역광장은 두 세사람만 웅크려 잘 뿐 평소와 달리 한적했다.

 

노숙인들이 머무는 지하도로 내려가니, 십여명의 노숙인이 자고 있었다.

때마침 지하도 맞은편에서 서울역희망지원센터직원들이 몰려나왔는데,

지하도에 머무는 노숙인보다 더 많은 인원이었다.

 

노숙인에게 빵 봉지를 하나씩 나누어주며 지나갔는데, 나 한데도 빵 봉지 하나를 안겨 주었다.

봉지 안에는 두유 하나 빵 두 개, 마스크 한 개가 들었는데, 그 속에 편지 형식의 안내문이 접혀 있었다.

 

보호시설과 쉼터를 안내하며 말소된 주민등록을 복원시켜 기초생활수급을 돕겠다고 적혀 있었다.

가족관계가 정리되지 못해 해당되지 않는 노숙인도 많겠으나 더러 구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두사람도 아니고 직원들이 밤늦게 떼거리로 몰려나온 걸 보면. 노숙인 구제에 관한 지시가 내린 것 같았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일을 왜 여태 방치했을까?

아무튼, 모든 노숙인에게 도움주어 길에서 죽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빵 봉지를 챙겨들고, 다시 쪽방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더울 때는 쪽방 문을 열지만, 날씨가 쌀쌀해 다들 문을 닫아 놓았다.

유독 삼층 서씨 방문만 열려있어 들여다보니, 사람은 없고 온갖 잡동사니만 늘려 있었다.

잠잘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한데, 내방처럼 조그만 목침대를 만들어 주면 좋겠더라.

침대 밑을 책장으로 사용하는 대신, 찬장으로 활용해도 되지 않겠나?

 

서울역쪽방상담소도 줄 세워 물건 나눠 주는 일에만 신경 쓰지 말고,

쪽방 공간을 조금이라도 넓게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목공 사업을 추진하라.

그리고 정부는 중단된 동자동 재개발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여 빈민부터 구제하라.

 

사진,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