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동 ‘모리아교회’에서 “사랑의 짜장면 나눔 잔치“를 열었다.
쪽방촌이라 음식 나누는 자리가 잦지만, 짜장면은 또 다른 별미다.
어린 시절 먹던 짜장면 맛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긴 세월 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짜장면이다.
지난 14일 정오 무렵, ‘식도락’에 도시락 얻으러 갔더니,
줄 선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이기영씨만 국밥을 먹고 있었다.
이씨가 ‘짜장면 주는 공원으로 가라’는 것을 보니,
짜장면 나눔이 있어 도시락은 준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새꿈공원’으로 가보니 짜장면 냄새가 진동했다.
현장에서 면을 뽑아 삶아 주는 봉사원과,
줄을 서거나 짜장면 먹는 주민들로 공원은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 번잡한 곳에서 누워 자는 노숙인도 있었다.
아무리 사는 게 귀찮은지 모르나, 한적한 곳으로 좀 옮겨주면 안 되나?
이런 노숙인 때문에 다른 노숙인까지 욕 먹인다.
3년 전에는 모리아교회 예배당에서 짜장면 나눔 행사가 있었다.
그때는 곧바로 주지 않고 예배당에 모아 기도한 후 먹게 했다.
시간도 지체 되었지만, 면이 불어 굳어버린 것이다.
목사더러 '베풀고 욕먹는 자선'이라며 나무라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금방 솥에서 건져낸 면을 비벼 먹으니 너무 맛있었다.
그 맛을 천천히 음미하느라 이빨 빠진 사이로 면을 걸어 쪽 빨았더니 콧 잔등을 치네.
쪽 팔릴 것이야 없으나 휴지가 없다.
그 날 긴 줄을 섰지만, 배식이 빠르니 금방 차례가 돌아왔다.
곱배기와 보통이 있었으나 대부분 보통을 찾았다.
짜장면은 맛도 맛이지만, 오랜 향수 때문일 것이다.
한 끼의 배를 채우기에 앞서 다들 소풍 나온 분위기였다.
좋은 자리 만들어 준 ‘모리아교회’에 감사드린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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