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선물도 나누어 주고 꽃도 달아준다.

 

그러나 잊고 사는 가족만 더 그리워지게 만든다.

 

조화 한 송이로 마음 달래며, 나누어 준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운다.

올 해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꽃을 달아주며 떡과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해마다 어버이날과 추석이 다가오면 주민들을 불러 모아 새꿈공원에서 잔치를 벌였으나,

전염병에 발목 잡혀 이 년 동안 한 번도 잔치를 열지 못했다.

 

올해는 그나마 규제가 풀려, 찾아 다니며 꽃이라도 달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버이날 며칠 전에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도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라면, 샴푸, 면도기 등의 생필품이었으나, 줄 세우는 관행은 여전했다.

 

당일에는 등불교회에서 도시락을 50개 준비해 왔으나, 공원에 나온 주민이 몇 사람 없었다.

 

도시락 하나 얻어 돌아오니, 아래층 박씨 방의 짐을 끌어내고 있었다.

몸이 아파 돌봄이 필요한 요양원에 갔다지만, 가져갈 짐은 없고 다 버려야 할 짐 뿐이었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곳은 저승 대기소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또 한사람 사라지는 것이다.

 

늦은 시간 녹번동에 들렸더니, 정동지 조카 심지윤이가 꽃다발을 사 들고 왔더라.

좋아하는 정동지 모습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부추전에 술 한 잔 마시며 어버이날을 자축했다.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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