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선물도 나누어 주고 꽃도 달아준다.
그러나 잊고 사는 가족만 더 그리워지게 만든다.
조화 한 송이로 마음 달래며, 나누어 준 도시락으로 허기를 채운다.
올 해는 동자동 사랑방’에서 꽃을 달아주며 떡과 음료를 나누어 주었다.
해마다 어버이날과 추석이 다가오면 주민들을 불러 모아 새꿈공원에서 잔치를 벌였으나,
전염병에 발목 잡혀 이 년 동안 한 번도 잔치를 열지 못했다.
올해는 그나마 규제가 풀려, 찾아 다니며 꽃이라도 달아줄 수 있었던 것이다.
어버이날 며칠 전에는 '서울역쪽방상담소'에서도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라면, 샴푸, 면도기 등의 생필품이었으나, 줄 세우는 관행은 여전했다.
당일에는 등불교회에서 도시락을 50개 준비해 왔으나, 공원에 나온 주민이 몇 사람 없었다.
도시락 하나 얻어 돌아오니, 아래층 박씨 방의 짐을 끌어내고 있었다.
몸이 아파 돌봄이 필요한 요양원에 갔다지만, 가져갈 짐은 없고 다 버려야 할 짐 뿐이었다
이제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 그곳은 저승 대기소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또 한사람 사라지는 것이다.
늦은 시간 녹번동에 들렸더니, 정동지 조카 심지윤이가 꽃다발을 사 들고 왔더라.
좋아하는 정동지 모습보니,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다.
부추전에 술 한 잔 마시며 어버이날을 자축했다.
사진, 글 / 조문호
![](https://blog.kakaocdn.net/dn/cg7Sro/btrCtwm4Zfy/dH1EiV7UpDuaYwZ3dtm0sK/img.jpg)
'조문호사진판 > 동자동 쪽방사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모님 모시는 기사의 즐거운 비명 (0) | 2022.06.06 |
---|---|
아이구! 쪽방 터지겠네. (0) | 2022.06.01 |
'용산역 텐트촌'의 위기…"거지라도 살게는 해줘야지" (0) | 2022.05.15 |
바보는 행복하다. (0) | 2022.05.02 |
세상을 원망하랴! 부모를 원망하랴! (0) | 2022.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