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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잘 못 만나 거리로 내몰린 박종근(41)은
내가 사는 옆방에 온 지가 2년 가까이 되었다.
동자동 오기 전만 해도 거리를 떠돌던 노숙인이었다.
오랜 노숙 생활로 생겨 난, 뇌 질환 선고를 받고야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쪽방에라도 입주할 수 있었다.
중학교 다닐 무렵, 아버지가 알콜 중독으로 돌아가시자
어머니는 자식을 버리고 어디론가 도망쳐 버렸단다.
부모 찬스는 커녕, 부모 잘 못 만나 버려진 인생이다.
학교를 중퇴한 종근이는 년 년 생인 동생을 데리고
거리를 떠돌았으나, 몇 년 전 동생마저 목메어 자살해 버렸다.
가족을 다 잃은 종근이는 이제 더 이상 잃을 것도 없다.
한 번도 희망을 품어보지 못해 바라는 것도 없단다.
여태 취미생활 한 번 즐겨본 적 없어
수급비가 생겨도 돈 쓸 줄도 몰라 대부분 담배값으로 날린다.
동자동 온 후로는 온종일 쪽방에 틀어박혀 티브이만 끼고 산다.
‘동자동 사랑방’에 들려 일 돕는것이 유일한 외출이다.
내성적이라 평소 말은 없으나, 인정은 많다.
한평생 누구처럼 사랑 한 번 받아 보지 못했고,
짐승처럼 살 수밖에 없던 비참한 삶이 누구의 죄이던가?
그 억울한 삶을 보상받을 수는 없을까?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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