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촌도 봄 바람은 분다.
아침부터 ‘동자동 사랑방’ 김정호씨로 부터 연락이 왔다.
카메라 작동이 안 된다는며 좀 봐 달랜다.
세수하러 나갔더니, 밥 푸던 박종근씨가 ‘밥 좀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라면만 끓여 먹는 게 안 서러운지, 다들 나만 보면 밥타령이다.
공원에는 벚꽃과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었더라,
이리 좋은 날, 어찌 방구석에 처박혀 있겠는가?
몇몇은 봄바람 맞으며 햇볕을 즐겼고, 몇몇은 술에 젖어있었다.
이남기는 상민이 한테 괜히 심각한 척 말거는데,
누군가 빙그레 웃으며 다가오는 사내가 있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하여 자세히 보았더니,
한 때 왕래가 잦았던 김창현씨였다.
아마 본지가 이 삼 년은 족히 된 것 같았다.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개인적인 신상만 물어보면 횡설수설하는 창현이 버릇을 알기 때문이다.
아무튼 건강한 모습이라 반갑더라.
‘동자동 사랑방’ 사무실 앞에는 김정호이사장이 기다렸다.
짐작한데로 카메라 조작을 잘 못한 게 아니라, 고장 난 카메라였다.
용산의 소니코리아 AS점에 가라고 전화번호 주었다.
골목은 도시락 배달하는 봉사원들의 발 길이 분주했다
‘동자동 사랑방’에서 운영하는 ‘식도락’앞엔 많은 사람이 기다렸다.
얻어먹으려고 기다리는 것처럼 비참한 건 없지만, 어쩔 수 없다.
먹어야 사니까...
2년전만 해도 ‘식도락’은 점심 같이 먹던 곳인데,
코로나 때문에 도시락 나누어주는 곳으로 바뀐 것이다.
줄 옆에 앉아 있던 이기영씨는 영정사진 한 장 찍어 달랜다.
오년 전 동자동 성민교회 다섯 쌍 결혼식에서
결혼사진 찍어주었는데, 오년 만에 영정사진이라니,
너무 빨리 가는 건 아닌가?
서울역광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점심때라 그런지, 그곳도 컵라면 타려고 긴 줄이 서 있었다.
술 마시는 노숙인은 밥도 필요 없다.
술 기운으로 버티며 천국행 열차를 기다린다.
어디가 아픈지. 웅크려 자는 노숙인 밥을 비둘기가 훔쳐 먹었다.
문둥이 코 구멍에 마늘을 빼먹지...
그런데, 엊그제 YTN뉴스에서 노숙인 현황을 상세히 소개하더라.
‘홈리스행동’에서 대통령인수위에 제공한 자료라는데,
일정한 거처가 없는 노숙인과 쪽방주민이 전국에 1만4천여명이란다.
그 중 노숙인은 9천여 명으로 5년 전보다 21% 줄었다고 한다.
문제는 여성 노숙인이 점차 많아진다는데 있었다.
노숙인 네 명 중 한 명이 여자라는데,
남자보다 여자의 노숙이 더 힘들다는 것은 말해 뭐하겠는가?
새 정부에서 ‘노숙인 없는 대한민국’ 좀 만들어다오.
무대뽀 대통령이라면 그 것 쯤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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