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 삼월이 다 가건만 꽃구경은커녕, 마음은 한 겨울처럼 얼어붙었다.

이년 넘게 끌어온 코로나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가는데다

무차별 살상하는 우크라 전쟁시국이라 뉴스보기도 무섭다.

 

그리고 대선이 끝나 돌아가는 우리나라 정세는 어떤가?

대형 산불로 피해 입은 이재민들은 살길이 막막한데,

대권 잡은 윤석렬씨는 청와대를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우긴다.

 

그 밑에 달라붙어 부채질하는 정치 파리 떼가 더 밉다.

백발의 능구렁이까지 끼어 알랑방귀 뀐다.

 

하필이면 북한이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의 국방부에 가려는 속내가 궁금하다.

청와대 터가 무서운가? 아니면 선제타격에 앞장서겠다는 건가?

 

그렇게도 용산에 살고 싶다면, 내가 사는 쪽방촌으로 오라.

빈민들 사는 걸 보면 그 따위 허튼 소리는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대통령 복이 없는 나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도둑놈 대통령에다 바보 대통령까지 나오더니, 이젠 무대뽀 대통령까지 만들었다.

군인 정치에 몸서리를 쳤는데, 검찰 권력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지난 16일은 일주일 만에 코로나 증상이 사라져 외출을 했다

사비나갤러리에 들려 그림 구경도하고 모처럼 외식까지 했는데,

다시 검사를 받아보니 양성이 나와 또 격리해야 된다네.

가만 있었으면 괜찮을 일을, 귀가 얇아 문제를 만들었다.

 

22일 오후 무렵, 격리된 정동지 집을 나와 동자동에 복귀했다.

 열흘 만에 찾아 간 쪽방이지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쪽방 관리하는 정선덕씨는 할멈 염색해 주느라 정신없었다.

 

오랜만에 나를 본 정씨가 죽은 서방 만난 듯 반겼는데,

코로나에 격리되어 있다 왔다니까 눈이 둥그레 진다.

다 나았다고 했으나, 그래도 검사 한 번 받아 보란다.

 

정씨는 벌어먹기 위해 까탈스럽게 굴어도 인정스러운 사람이다.

라면만 끓여 먹는 게 안 서러워 수시로 방문을 열어 먹을 것을 챙겨준다.

다들 혼자 사는 쪽방에 그 이만 할멈과 오순도순 살아간다.

 

정신장애가 있는 옆방 상민군의 방안을 들여다보니 만물상처럼 펼쳐놓았더라.

사진 한 장 찍었더니, 자기가 찍은 사진이 더 멋지다며 자랑이다.

 

걱정하는 정씨 말이 마음에 걸려 서울역광장으로 코로나 검사받으러 갔다.

출 퇴근 시간에는 사람이 몰려 줄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오후 세 시 무렵이라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검사를 마친 후 서울역 주변의 사진 몇 장 찍고 돌아왔다.

 

동자동 새꿈 공원에는 처음 보는 전도사가 듣는 사람도 없는

텅 빈 마당에서 열심히 설교하며 찬송을 부르고 있었다.

 

때 마침 옆 골목의 봉사단체 이에수즈 핸즈에서 밥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시장 끼가 돌아 끼어 섰는데, 그 날의 메뉴는 버섯 덮밥인지 버섯 죽인지 헷갈렸다.

받아들고 방으로 돌아와 식사를 했으나, 입맛에 맞지 않아 몇 술 떠다 말았다.

 

문제는 다음 날 양성판정이 나왔다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또 다시 일주일동안 격리되어야 한다는 말에 눈앞이 캄캄했다.

 

쓸데없이 돌아다니며 일 만들지 말고, 방구석에 처 박혀 푹 쉬라는 말이었다.

 

아무도 없는 방안에 갇혀 독수공방 하려니, 좀이 쑤셔 못 견디겠다.

사진 몇 장 꺼내 놓고 콩팔칠팔 지껄임을 널리 양해하시길...

 

사진,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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