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 철도정비창 빈터에도 사람이 산다.

15년 전부터 노숙인이 하나 둘 모여들어, 속칭 ‘용산역 텐트촌’으로 불리는 곳이다.

지금은 20여명의 노숙인이 공동체 생활을 한다.

 

이곳은 용산역과 고층 호텔 사이의 빈터로, 숲에 가려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다.

땅거미처럼 숨어있어 들어가는 입구조차 찾기가 쉽지 않다.

용산미군기지 개발 계획의 한 카드로 거론되는 곳이기도 하다.

 

금싸라기 같은 서울 요지에 문패도 없는 텐트를 쳤지만,

전기와 수도가 공급되지 않으니 짐승우리나 다름없다.

텐트도 공공이 해야 할 일을 인근 교회에서 지원했다.

가끔 사회단체에서 온정의 손길도 보내주지만, 추위와의 싸움은 피할 수 없다.

 

처음엔 이슬이라도 피할 수 있는 텐트가 생겨 좋아했으나,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더란다.

노숙할 때는 그런 걸 느끼지 못했는데, 바늘구멍에서 황소 같은 바람이 들어 와

온 몸은 물론 얼굴까지 파묻고 산단다.

 

박씨는 요즘 일거리를 못 구해 하루종일 텐트에서 지낸다.

그 흔해빠진 핸드폰이나 티브이도 없으니, 먹고 싸는 시간외는 하루 종일 이불 속에서 딩군다.

희망이나 재기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허무한 망상으로 시간 죽인다.

 

용산역 텐트촌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언젠가는 봄이야 오겠지만, 날씨 따라 걱정도 따라온다.

주민들의 민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물론 음식찌꺼기 버릴 곳도 없으니, 어찌 냄새가 나지 않겠는가?

 

용산구청 청소과 담당자에 부탁한다.

‘용산역 텐트촌’에 쌓인 쓰레기부터 좀 치워다오.

재활용 분류까지 해둔 쓰레기를 구청에서 수거하지 않으니,

악취에 시달려야 하는 주민들이 어찌 그냥 두고 보겠는가?

 

이제 노숙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시선도 거두어다오.

그들의 삶에도 저마다의 까닭이 있다.

 

그들도 사람이다.

같은 국민이며 이웃이고 가족이다.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