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찬 서울역광장에 노숙인 텐트촌이 만들어졌다.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여 인근 교회에서 제공한 텐트지만,

추위와 사투를 벌이는 노숙인으로서는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쪽방 있는 사람이야 온 종일 티브이를 끼고 살지만,

티브이 없는 노숙인들은 텐트 안에서 뭘 할까?

밤 낯으로 잠만 잘 수야 없지 않은가?

 

신참 노숙인이야 핸드폰이라도 들여다보지만,

핸드폰 없는 오래된 노숙인들은 우두커니 멍 때린다.

마치 알 낳기 위해 둥지 안에 똬리 튼 암탉 같다.

 

노크 대신 헛기침하며 텐트 지프를 열어보니,

누가 먹을 것이라도 주는 줄 알았는지, 실망한 눈초리다.

정씨에게 담배 한 대 권하며 말문을 텄다.

 

집 한 칸 생겼다고 좋아 했으나, 짐을 다 넣을 수 없어 일부는 버렸단다.

기초생활수급 혜택 받아 쪽방에 들어가면 다 필요한 물건이란다.

 

정씨야 가족관계가 정리되어 노숙 신세를 면한다지만, 그렇게 못하는 사정의 노숙인이 너무 많다.

못 배우고 가진 것 없는 것만도 서러운데, 더 이상 사지로 몰지 마라.

 

대선 후보들이 온갖 공약을 쏟아내고 있으나,

벼랑에 선 노숙인을 위한 공약은 아무도 하지 않는다.

입이 마르도록 뱉어대는 공정과 평등이란 게 이런 것이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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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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