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숙박업, '법 보호'조차 받지 못해
건물주, 보수 작업 필요 없는 '남는 장사'
쪽방 벽지·장판 등 기본 관리 전혀 안돼
서울시 공공개발 추진에 건물주 "반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고급 빌라에서 바라본 연립주택 밀집 지역. /연합뉴스

쪽방촌 건물주에게는 매달 1750만원씩 수익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순수 현금으로 챙긴다. 건물 관리도 쉽다. 관리인이 있긴 한데, 인건비는 들지 않는다. 무료로 방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건물 관리도 따로 할 필요 없다. 벽지가 다 뜯기고 거미줄도 쳤지만, 따로 보수 작업을 하지 않는다. 무허가 숙박업이어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않아 여러모로 남는 장사다. 쪽방촌 건물주는 이렇게 돈을 번다.

 

수천만원대 월세 수익을 내고도 건물 관리를 하지 않는 건물주가 있다. 법망에서 벗어나 건물 관리·보수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세입자에게 보증금과 계약서도 받지 않아 언제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일명 '무적 임대 사업자'인 셈이다.

'김현우의 핫스팟'은 27일 쪽방촌이 모여 있는 서울 돈의동·창신동·영등포동·동자동 일대를 찾았다. 이들 지역엔 평균 38곳 쪽방 건물과 900여 개 방이 있다. 세입자는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 혹은 65세 이상 홀몸 고령자 등이다. 방 크기는 작게는 3평, 큰 방이라 해도 5평이다. 

 

기자가 하루 동안 생활한 서울시 동자동에 위치한 한 쪽방. 창문이 뜯겨 커튼으로 막고 있다. /김현우 기자

세입자는 정부에서 기초생활비와 주거지원금 등 50만원을 받는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쪽방 월세로 낸다. 동자동 쪽방에서 5년여간 생활한 김정민 씨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월세가 빠져나가면 15만원 남는다. 이걸로 한 달 식사를 챙긴다. 현재 무적자이기 때문에, 계좌가 없어서 현금으로 월세를 납부하고 있다"고 했다. 

기자는 이날 만난 김씨가 생활하는 5평 남짓 방에서 하루를 지냈다. 장판은 곳곳이 뜯겨 시멘트가 훤히 드러났고 벽지는 노란색으로 물들었다. 창문도 깨졌지만, 신문지와 커튼으로 임시방편 막아놨다. 키가 174cm인 기자가 누웠을 때 다리를 다 펼 수 없을 만큼 작은 공간이다.  

해당 건물의 경우, 월세는 35만원이다. 방이 총 50개다. 이를 통해 건물주는 매달 1750만원씩 월세를 받아 간다. 쪽방촌 임대 사업 구조는 건물주·관리인·세입자로 구분된다. 건물주는 관리인을 지정한다. 관리인은 무료로 쪽방에 거주할 수 있는 혜택을 받는다. 세입자는 관리인에게 월세를 주고, 관리인은 건물주에게 월세를 송금하는 방식이다.

 

쪽방 임대 사업 구조 /여성경제신문

이런 구조다 보니 주인-대리인(agency problem) 문제도 발생한다. 동자동 세입자 모임 동자동사랑방 윤용주 운영위원은 여성경제신문과 인터뷰에 "건물주들은 물이 새고 천장이 무너져도 집수리를 한 번도 안 해줬다"면서 "지난해 쪽방촌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 한 분이 방에서 돌아가신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도) 방세 내놓으라고 한 사람들이다. 주민들을 혐오하면서도 돈만 벌어가는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돈이 없어도 월세를 꼬박꼬박 내는 우리는 다른 것을 바라는 게 아니다. 벽지와 장판 보수만 해주면 된다. 사람이 살 수 있게만 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주가 쪽방에 실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2021년 2월 기준 서울시가 조사한 쪽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동자동에 명기된 쪽방 건물 소유주 124명(법인포함) 중 88명이 쪽방 건물이 아닌 곳에 살고 있다. 쪽방 건물은 대부분 자녀와 공동명의 또는 상속된 경우이고, 돈의동 쪽방촌의 경우 전체 66채 건물 중 56채가 한 소유주가 2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다주택 소유자다.

 

쪽방촌 건물주 실거주 실태 /서울시,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건물 보수 등 관리 필요 없는 일명 '꿀 임대업'

쪽방은 대부분 '무허가 숙박업'이다. 따라서 건물주는 건물 보수 작업 등의 의무가 없다. 세입자 입장에선 공중위생관리법·주택임대차보호법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때문에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보증금도 받지 않아도 된다. 계약서 작성 의무도 없다.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건물주 입장에선 세입자를 내쫓기도 쉽다. 예를 들어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는다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새로운 세입자를 들이면 된다. 세입자 입장에선 주소지가 있어야 생계급여 및 주거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해서 쪽방에 입주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다.

백광헌 동자동 주민 모임 부위원장은 본지에 "건물주는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매달 현금으로 월세를 받고, 보수 작업 등 관리하지 않아도 쪽방에 살려는 사람은 줄을 서 있기 때문이다. 누가 쫓겨나거나 죽어서 나가면 바로 다음 날 사람이 들어온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서울역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공공주택 및 도시재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주거환경 개선이 목표다.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른 해당 사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동자동 일대 4만 7000㎡를 2021년~2030년까지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임대주택 1250호, 공공분양 200호, 민간 960호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동자동 쪽방 건물주들은 "사유재산을 빼앗는 공공개발을 반대한다"면서 민간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맞섰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하반기로 예정됐었던 ‘지구 지정’을 미루고 있다.

 

서울시 영등포동에 위치한 한 쪽방 /김현우 기자

박종만 양동쪽방 부위원장은 "지난해 쪽방촌 거주민 중 사망한 인원만 30명, 몸이 안 좋아져 요양병원 간 분이 30명 이상이다. 방문이 안 열려서 들어가 보면 사람이 죽어있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정치인들이 쪽방촌이나 최저 생계층에 대한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정치권 사람들이 어려운 사람들의 얘기에 귀 기울여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정부와 국회는 집만 만들어주면 끝난다고 생각한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지 한참 지났지만, 소유 숫자는 절반 조금 넘은 상황"이라면서 "새로 지어진 집들은 다주택자에게 돌아갔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 활동가는 "쪽방촌 세입자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면서 "정부가 건물주 눈치를 보고 시간을 끌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세입자들은 계속 죽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갈 곳 잃은 세입자의 마지막 안식처인 이곳 동자동을 사람이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환경으로 만들어달라는 게 우리의 마지막 부탁"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 김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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