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에 대한 즐거움도 나이가 들어가며 점차 시들해진다.


어린 시절엔 꿈에도 그리던 명절이 아니었던가?

명절이 다가오면 모처럼 목욕도 하고, 엄마는 기와장 부순 재로 녹그릇 닦는다고 바빴다.
다들 옷에다 신발까지 새것으로 갈아주어, 완전 케이스 갈이 하는 날이었다.

그리고 먹거리도 지천에 늘렸었다.





들리는 친척 집마다 좋아하는 제삿밥은 물론 푸짐한 음식을 내놓았다.
대암골 산소에 가도 과실이 늘려있었다.

감나무 과수원이었으니, 감은 말 할 것도 없고, 밤, 대추가 주렁주렁 달렸다.






장난 삼아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형 더러 감나무를 흔들라고 했더니, 진짜 홍시가 떨어졌다,

그런데 입이 아니라 눈에 떨어져, 눈탱이가 밤탱이 된 적도 있었다.
새 옷 버릴까바 얼굴을 풀밭에 비볐던 기억도, 이제 아스라한 추억이 되어버렸네.





어른이 되어서는 명절만 다가오면 걱정이 태산 같았다.
없는 돈에 선물 보낼 곳도 많은데다, 돈 들어 갈 곳이 한 둘이 아니었다. 

또한 고속도로에서 진을 빼버리는, 고향가는 길은 얼마나 힘들었던가?






늙어버린 말 년에는 그래도 은근이 기다려졌다. 좋아하는 제삿밥 생각에...
제삿밥은 탕국을 잘 끓여야 제맛이 나는데,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듯이 정영신씨도 곧 잘 끓인다.
전라도 여자지만, 경상도식 탕국을 제법 맛 낼줄 안다.  단지 박을 구할 수 없어 무우를 넣었지만...

그런데 동자동에 들어가고 부터는 그 좋아하는 제삿밥을 맛볼 수 없었다.






여지 것 명절 차례는 ‘서울역 쪽방상담소’에서 마련한 공동차례로 대신했는데,
소장이 바뀐 올 해부터, 추석날 지내야 할 제사를 삼일이나 앞당긴 21일에 치러 버렸다.

명절이라 직원들도 쉬어야 겠지만, 그렇다면 주민자치회에 제사를 맡겨야 할 것 아닌가?
이건 사진 찍기 위한 제사지, 오갈 데 없는 가난한 주민을 위한 제사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추석은 부득이 제사상을 차릴 수 밖에 없었다.

장가간 햇님이도 며느리 데리고 온다는데, 밥이라도 먹여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마침 누님께서 제사상에 과일이라도 올리라며 보낸 십만 원이 있어,
정영신씨를 대동하여 녹번동 대조시장으로 장보러 갔다.






물가가 높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었으나, 진짜 물가가 장난이 아니었다.

병어 한 마리에 2만원이라, 만 원짜리 생선으로 대체하고,
과일 한 알, 나물 한 줌, 전 조금, 구색만 갖추었는데도, 십만 원이 금세 날아가 버렸다.

제사만 아니면, 식당에서 사 먹는 것이 싸게 먹힐 것 같았다.






다들 귀찮아 그런지, 시장에서 산 음식으로 제사 지내는 사람이 부쩍 많아 진 것 같았다.

대목장이라 분잡 서러웠는데, 나물과 전 부쳐 파는 곳은 장사진을 쳤고,

떡집은 불난 호떡집처럼 소란스러웠다.








정지용 시인의 “녹번리”가 적힌 공사장 가림막도 인상적이었고,
한쪽에서는 상인들의 노래 장단이 신바람을 돋우었다.







언제나 대묵장의 북적임은, 사람 사는 맛을 진득하게 느낄 수 있어 좋다.
물건이 잘 팔려, 돈 세는 장꾼 모습까지 얄미우면서도 정겹더라.
부대끼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에서 살아 꿈틀거리는 힘이 느껴졌다.






그래도 조상 덕에 제사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맙게 여겨야 했다.
쪽방에서는 제사 밥은커녕, 라면이나 빵으로 해결하는 사람도 한 둘이 아니다.  






십만 원짜리 제사상이라 초라하지만, 감지덕지다.
제사는 간단히 지내고, 음식은 햇님이 내외와 네 사람이 먹고 나니 깨끗하게 없어졌다.
좀 부족한 듯 했지만, 최고의 추석 상이었다.






이번 추석은 그래도 괜찮은 장사였다.

과일 사라며 보태 준 돈으로 제사까지 지냈으니 말이다.

평소 먹고 싶었던 제삿밥도 먹고, 아들 내외 밥까지 먹여 보냈으니, 괜찮은 장사 아닌가?

또 보름달은 얼마나 예쁜지, 햇님이가 질투할 지경이다.


사진, 글 / 조문호














화가 박흥순씨가 아들 조햇님에게 결혼 선물을 보내왔다.
4년 전에 그린 내 초상화로, 아들 내외가 좋아할지 모르겠다.
단칸 방의 좁은 공간이라 결혼사진 걸 자리도 빠듯할 텐데,
징글징글한 애비 얼굴을 매일 보는 게 큰 고문이 아니겠는가?
장롱 위에 숨겨두었다 죽어 생각나면 한 번씩 꺼내 보거라.

아무튼, 박흥순씨께 거듭 감사 인사드린다.






인사동 ‘풍류사랑’에 맡겨 둔다기에, 나가는 걸음에 잠시 들렸다.
진즉 정선으로 떠나야 했으나 몸이 편치 않은데다,
모처럼의 ‘인사모’ 모임이 있어 이틀 동안 꼼짝도 않고 드러누워 있었다.


어제는 가봐야 할 사진전만 세 군데나 있었지만, 모두 포기했다.
북촌 ‘서이갤러리’에서는 이완교씨의 전시가 열렸고,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는 오상조씨의 전시가,
‘토포하우스’에서는 조명환씨의 사진전이 열렸는데, 다 같은 시간에 개막되었다.





이제 전시가 줄줄이 열리는 가을을 실감할 수 있었는데,
조용한 시간에 들릴 작정을 하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웠다.
사진전 개막식에는 반가운 사람들도 많겠으나,
거들먹거리는 보기 싫은 사람이 많아, 가능하면 안 가는 것이 속 편하다.


문제는 반가운 사람 만나면 사진 찍는 습관 때문이다.
보기 싫은 사람은 안 찍으면 되겠지만, 그게 안 된다.
개밥에 도토리 끼이듯이 꼭 끼어든다.





다음 날 ‘인사모’ 모임 가는 길에 초상화를 맡겨 둔 ‘풍류사랑’에 잠시 들렸다.
술집 안을 들여다보니, 술시로는 이른 시간에 장경호씨가 앉아 있었다.
최혁배 변호사를 기다린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뒤에서 인기척이 났다.
돌아보니 최혁배씨와 휠체어를 미는 공윤희씨가 서 있었다.
제일 반가워하는 분은 보영이 엄마였다.
버선발로 뛰어나가 뽀뽀세례를 퍼 붓는데, 혁배씨가 얼떨떨한 모양이다.





난 언제 저런 환대 한번 받아볼까?
생기길 잘 생겼나? 그렇다고 돈이라도 많나?
하는 일이란 게 미운털 박힐 일만 도맡아 하고 다니니,,,ㅉㅉ

사진, 글 / 조문호















조햇님이가 남지현에게 장가가고, 남지현이가 조햇님에게 시집왔다.

그 것도 자식까지 잉태하여 울리는 빵빠레인데, 내 복에 이런 날이 올 줄 어찌 알았겠나?




    


햇님아! 그동안 엄마와 병든 외할매 모시고 사느라 고생했다.

짐 떠 넘긴 죄로 마음 한 구석엔 말 못할 아픔이 항상 응어리졌다.

셋방에서 가난하게 살지만, 올 곧게 살아주어 고맙고 자랑스러웠다.



 


가난이 욕이 아니라 덕이라는 변명 같은 말을 다시 한다.

만약 우리가 돈이 많았다면, 그 중독성에서 과연 헤어날 수 있었겠나?

돈이 인간성을 죽이는 원죄라는 걸 너도 잘 알잖아.



 


결혼식이 있던 25일은 마음이 들떠 일찍부터 설쳤다.

기념사진 찍는다기에, 오전 아홉시에 '하림각'으로 달려갔다.



 


사진 촬영하는 신부를 지켜보니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았다.

지난 번 선거유세장의 첫 만남에 그 사람 됨됨은 짐작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선녀였다니...



 


조씨 집안에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 온 경사가 아니겠는가.

더욱 믿음직한 것은 험난한 현실에 뛰어들어 바르게 살았다는 점이다.

어찌 햇님이와 천생연분이란 생각이 들지 않겠나?.



 


햇님이 엄마의 모습을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칠십 나이에 지팡이 짚은 초라한 모습에서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그 성질머리에 식구들마저 등진 채, 오로지 자식 하나 보고 살아온 비련의 여인이 아니던가?

호랑이 이빨같은 깡다구는 다 어쩌고, 이렇게 양처럼 온순해졌나?





오직 햇님이 만이 그 성질 다 받아주며 모셨는데,

이제 자식마저 떠나 보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

그래도 신혼 방이 좁아 햇님이 짐을 가져갈 수 없다니 천만다행이다.

집에 들릴 때마다 따뜻하게 손잡아 줘라.



 


시간이 다가오니 하객이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멀리 계시는 분들이 더 일찍 왔는데, 다시 만날 수 없는 분들 같았다.

그 사연 사연은 뒤로하고 부지런히 그들 모습을 카메라에 주워 담았다.



 


다들 고맙고, 고맙습니다.

가난한 처지라 제대로 인사도 못하고 살았건만, 잊지 않고 찾아 준 그 정에 가슴이 찡하다.

예식장을 가득 메운 친지들의 고마움이 한편으론 짐처럼 어깨를 짓누른다.

뒤늦게 알았지만, 하객이 400여명이 넘었다니, 이 어찌 부담이 아니겠는가?



 


한편으론 정의당 전당대회 같았다.

주례를 맡은 심상정의원을 비롯하여 천호선, 김재남, 박원석, 양경규, 김종민씨 등 알만한 분들은 다 보였다.

한 때는 당원이었으나. 지금은 쓴 소리를 거침없이 하는 논객 이광수교수까지 부산에서 올라 오셨다.

고향 친구를 비롯하여 인사동을 사랑하는 예술가들도 많이 참석하셨다.



 


햇님을 항상 도와주는 박재송씨의 사회로 심상정의원이 주례사를 했다.

이날 심상정의원의 주례사는 부부가 일심동체라는 말은 잘못되었다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이심이체임을 인정하며 뜻이 다를 땐 서로 듣고, 같을 때는 합심하라고 했다. 

정의당과 사회를 위해 일하며 더불어 건강한 가정을 만들라고 말했다.





신부가 던진 부케는 유동호위원장이 받았으나, 거리가 멀어 사진을 찍지 못했다.

예식 장면을 기록할 수 없어 아쉬웠지만, 앉은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 한 두컷 찍었다.





또 하나 귀 똥찬 이벤트는 정의당 합창단의 노래 노란샤스 입은 사나이였다.

노란 셔츠 입은 말없는 그 사내가 어쩐지 나는 좋아”로 시작되는 노래가 절로 흥얼거려졌다.

분명 정의당의 히트곡이 틀림없었다.





정치를 떠나 인간적인 만남의 자리이니, 이 얼마나 뜻 깊은 자리인가?

정으로 뭉쳐 정의로운 평등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의당의 존재이유지만,

정의당이 뜨지 않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했다.



 


결혼식과 오찬이 끝난 후, 햇님이 엄마를 차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햇님이 없는 빈집이 얼마나 허전할까 걱정스러웠으나,

강아지 밥 챙겨 줄 걱정 하는 것 보니, 정 붙일 곳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싶다,

옛날엔 짐승을 그토록 싫어하더니, 뒤늦게나마 마음을 돌렸구나.

좌우지간, 아들 키우느라 고생많았다.

지팡이 짚고 서서,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는 눈길이 왠지 측은해 보였다.





부디, 오래살아 정의로운 평등사회가 오는 날은 보고 떠나자


 

사진, / 조문호



















































 

 

 





일요일은 녹번동 정영신씨 집에서 개기는 날입니다.
노트북으로 호작질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아들 햇님이가 며느리될 지현이를 데리고 왔네요.
결혼식 날 입히려고 맞추어 둔 양복을 찾아 왔는데, 복에 없는 양복 한 벌 생긴 셈이지요.
처음 이야기 나왔을 때는 안 입는다고 손사래 쳤으나,

아들 입장도 생각하라는 정영신씨의 은근한 압력에 꼬리 내렸습니다.

걱정이 태산이더이다.





내가 무슨 배우도 아니고, 하루 입으려고 거금 40만원을 들인다는 게 말이나 되는 이야깁니까?
차라리 관속에서 입을 수의나 한 벌 만들어주면, 이 더운 날 얼마나 좋겠습니까?
돈도 돈이지만, 보나 마나 촌놈 장에 갈려고 차려입은 폼일 테니까요.





코 구멍한 집구석에 두 사람이 들어오니 앉을 자리도 없는데다, 먹일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껏 정선서 따온 토마토 갈아 낸 쥬스와 참외 두개 뿐이었어요.
마음이 편치 않은 정영신씨가 그렇게 보낼 수 없다며, 저녁식사를 약속했어요.

은평구청 앞의 보쌈집에서 다시 만난 거지요.






여자가 여자 심정 안다고 지현이를 위해 음식을 여러 가지 시켰어요.
만두도 세 가지나 포장하고, 활인마트에서 과일까지 사서 챙겨주더군요.
임신 한지가 다섯 달이니, 먹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라는 걸 알아 챈 것 같아요.
함평댁 정영신씨의 살가운 인정이야 아는 사람은 다 알지요.






자식들이 간 후 양복을 입어보았더니, 꾸어다 놓은 보살자루 같았어요.
더구나 넥타이를 매니 답답해서 못 견디겠어요.
웬만하면 광대노릇 하는 셈치고 하루만 견디려 했으나,

몸이 편치 않아 짜증스러우니 손님인들 편하겠어요. 쌍놈 체질이라 어쩔 수 없어요.
그래서 노타이로 와이셔스 대신 색깔 있는 셔츠를 입었는데, 가관이었습니다.
마치 곡마단 앞에서 바람 잡는 늙은 광대 꼬라지 그대로 였습니다.







옆에서 지켜보는 정영신씨 염장지런다고 헛소리를 삘삘 했습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 듯이, 우리도 흘레식이나 한 번 할까?"
함평댁 정영신씨의 대꾸가 재밋습니다.


“워메 어짜쓰까이, 씨오쟁이 짊어지고  장에 따라 나서겠다고 허네,

꿈도 꾸지 맛시오"



사진: 정영신, 조문호 / 글: 조문호


















사고는 사고인데, 분명 경사인 것 같습니다.
아들 햇님이가 지현이에게 장가도 가기 전에 애를 배게 했거던요.
속도위반으로 날아오는 딱지는 내가 다 해결 할 테니, 얼마든지 위반하라고 했습니다.
난, 법을 우습게 아는 범법자 아닙니까.






그래서 결혼을 서둘게 되었다는데, 나야 일타 쌍피라 좋지만 기분은 좀 그렇더라.
이젠 할아버지 소리를 피할 수 없으니, 내 청춘은 우짤고?


사정은 이야기 않고 느닷없이 결혼식 올리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부자지간에 돈 한 푼 없는 개털이니까..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날짜만 다가오니, 이판사판 부딪혀 볼 수밖에 없다.
설마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냐마는, 문제는 천오백만원이나 되는 예식비용이다.
잘 못하면 신혼여행은 커녕 신랑신부가 예식장에 잡혀 일할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돈과는 인연이 없으니, 머슴살이를 하더라도 금실 좋게 살며 자식이나 잘 키워라.






지난주에는 한 달에 한번 가는 정선으로 떠났다.
한번 갔다 오는 비용이 오만원이나 들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농작물도 살펴야 하지만, 무덤에 계신 울 엄마한데 자랑 질 할 일이 더 급했다.
머지않아 증손자 보게 되었다는 희소식을 어찌 전하지 않고 견딜소냐.






텃밭에는 고추와 방울도마도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실소를 머금케 하는 것은, 고추밭에서 다산과 번창하는 자손이 연상되는 건 또 뭔가?
능력만 있으면 자손들도 고추나 토마토처럼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으련만,
돈 없이는 엄두도 내지 못할 세상이 아니던가?
세상에 빚지지 않을 만큼, 둘만 낳아 잘 키워주길 부탁한다.






소식 전하려 만지산 산소부터 올라갔다.
속도위반한 아들을 닮았는지, 무덤가엔 성급한 코스모스가 만발했다.
마치 경사를 축하하듯 너울거렸다.
아마 살아 계셨다면, 울 엄마가 제일 좋아하실 거다.

“햇님이가 장가도 가기 전에 애부터 가졌습니더! 벌써 다섯 달이 되었다네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엄마가 좀 보살펴 주이소!”라며 엎드려 빌었다.
“햇님이와 며느리 될 색시는 와 안 데려왔노?”라고 묻는 것 같아,
“똥 오줌 못 가릴 정도로 바빠 증손자 보면 함께 올 게요”라며 변명했다,






오후엔 고추와 방울토마토를 따고, 잡초 잡는 일에 시간을 다 보냈다.
끼니는 동자동에서 먹던 빵을 챙겨 갔으나, 좀처럼 먹을 틈을 주지 않는다.
옆집의 윤인숙씨가 밥 때 되기가 무섭게 불러대기 때문이다.






밥 얻어먹으러 갔더니, 앞마당 바닥 데크를 넓혀놓았는데, 춤을 추어도 되겠더라.
찾아 온 낯선 손님들에게 닭백숙을 대접하고 있기에 숱 가락 하나 걸친 것이다.
요즘 시골에서는 대마씨 효능을 알아차려 닭백숙에도 넣어 끓이는데, 그 맛이 아주 독특했다.

아마 귤암리 대마농사가 재개될 조짐까지 보였다.






서울은 언제 가냐고 묻길래, 내일 아침에 떠난다니, 아침도 같이 먹고 가란다.
어렵사리 틈내어 정선 갔으면, 넉넉하게 쉬었다 왔으면 좋으련만,
동자동에 꿀단지 숨겨 둔 것도 없는데, 가자마자 떠날 채비부터 한다.
그래도 이번엔 아들 결혼식이 눈앞에 다가 왔다는 핑계거리라도 있다.






그나저나 지인들에게 청첩장을 보내야 하는데, 마치 고시서 보내는 것 같아 망설여진다.
그래서 아주 가까운 몇몇 분만 청첩장을 보내고, 정보만 드린다.





“조햇님, 남지현의 결혼식이 8월25일 오전11시, 종로구 자하문로255(부암동) ‘하림각’에서 있습니다”
부디 잘 살도록 많이들 축하해 주길 바랍니다.






사진, 글 / 조문호


































경사는 분명 경산데, 걱정거리하나 생겼다.
아들 햇님이가 장가가겠다며 색시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지난 번 선거유세장에서 유세 돕는 처녀를 얼핏 보았지만,
막상 마주앉아 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아무 능력 없는 애비로서 그 뒷 감당을 어찌해야 할지 막막했다.
못 치는 사기지만, 사기 칠 여유도 없이 밀어붙이면 난 어쩌란 말이냐?






걱정은 다음 문제고, 갑자기 햇님이 엄마와 첫선 볼 때의 40여 년 전으로 필름이 돌아갔다.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눈도 제대로 마주 치지 못하던 그때의 심정이었다.
새로운 가족이 눈앞에 앉았으니, 어찌 마음 설레지 않겠는가?

일단은 생각지도 못한 복덩이가 굴러왔으니, 표정관리하기 힘들었다.
나이가 40이 넘도록 두 노인 뒤치다꺼리 하느라 장가도 못 갔는데,
그 오랜 소원을 이루게 해 주었으니 얼마나 고맙겠는가?
부모님 근황을 물어보며 찬찬히 살펴보니, 참 예쁘고 착해보였다.
둘 다 착해버리면, 험난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걱정 되더라.






조햇님과 며느리가 될 남지현은 정의당 동지로서 만난 남다른 인연이다.
어떻게 착한 젊은이들이 정의당의 싸움꾼으로 나섰는지도 이해되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생각이 가상해 나까지 싸움꾼이 되지 않았던가?
생각이나 지향점이 같아 서로 큰 힘은 되겠으나,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과는 무관한 일이라 마음에 걸리기도 했다.

그런데, 아들의 구의원 출마에 따른 상흔이 채 가라앉지도 않은 즈음에,
밀어붙이는 결혼이라 미심쩍기까지 했다. 물론 둘 다 나이가 만만찮으니,
마음이야 급하겠지만, 사돈 상견례에 이어 8월25일 오전11시로 날짜까지 잡은 것이다.
혹시 속도위반으로 손자를 가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7월14일 ‘하림각’에서 상견례가 있다기에, 내 딴엔 때 빼고 광내어 나갔다.
나에게도 드디어 돈이 아니라, 사돈이 생긴 것이다. 사돈!
‘사돈의 팔촌’이라거나 ‘사돈 남 나무란다’는 등 사돈과 관련된
여러 속담도 있듯이 사돈이란 가깝고도 먼 사이란 말일 것이다,
그러나 맺기에 따라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돈을 만나보니 무척 낯이 익었는데, 오래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분이었다.
바깥사돈은 남선우씨, 안사돈은 김진희씨 였는데,
듣고 보니, 16년 전 영월에서의 천포문학 모임의 자리를 주선한 집 주인이었다.
그 때 단체사진 찍으며 거시기를 꺼내는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를 했는데,
그 걸 여지 것 기억하고 있었다. 이 일을 어쩔거나..






사람의 인연이란 이렇게 연결될지 어떻게 알았겠는가?
그 당시는 서울에서의 직장생활을 끝내고 영월로 이사했을 무렵이라는데,
그 이후부터 두 내외가 오손 도손 영월에서 살았다고 하셨다.

그런데, 또 한사람 반가운 이산가족을 만난 것이다.
바로 햇님이 엄마 고외수씨 였다. 이 또한 얼마만이던가?
그 곱던 모습은 다 어디가고 이제 할머니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지난한 세월을 이야기하려면, 책 한권은 족히 될 것이다.






싸우기도 많이 싸웠으나, 미운 정이 더 무섭다는 것을 알게 한 여인이었다.
오직 자식하나 보고 악착같이 살았는데, 지금의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처음으로 따뜻하게 손 한번 잡아주고 싶었으나, 쑥스러운지 피했다.
나를 만난 것이 죄가 되어, 그 동안 참 고생 많이 했다.
눈물 마를 날 없었던 비운의 여인이었다.
세상사 다 ‘새옹지마’란 옛말을 떠올리게 했다.






그 날 자하문의 ‘하림각’에서 한 상견례 덕에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이름도 모르는 음식이 즐비했으나, 단지 반주가 없어 아쉬웠다.
상견례가 끝나고, 다음 달 치룰 하림각 컨벤션센터 결혼식장도 둘러보았다.
너무 호화로운 결혼식장이라 마음에 걸렸다. 사돈만 없었다면 어림없었다.
식사비만 하객 일인당 5만원이라지 않는가?
그 자리에서 손잡고 입장하는 예행연습에다, 기념사진까지 찍었다.
주례는 정치적 대모 심상정씨가 맡기로 했단다.






그나저나 자식이 장가간다지만 애비로서 아무것도 해 줄 수가 없었다.
내 사정을 훤히 알아 바라지도 않겠지만, 최소한의 도움은 주어야 할 것 아닌가?

죽으면 관 값 하려고 통장 바닥에 묻어 놓은 50만원이 전 재산이었다.
보다 못한 정영신씨도 비상금으로 꼬불쳐 둔 백만 원을 내놓았다.
살림은 커녕 요강단지도 못 살 돈이지만, 그 돈을 자식에게 내 밀었다.
안 받겠다고 밀쳤지만, 기어이 손에 쥐어주었다.
신혼여행가서 아름다운 추억 하나 사 오라고...

“부디 잘 살아라.”

사진, 글 / 조문호


























조햇님을 성원, 지지해 주신
많은 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합니다.

거대정당의 기득권을 뚫고 들어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모양입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의 문제점을 재확인했을 뿐입니다.

조햇님 으로서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더 없는 공부였을 것입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앞으로 은평구의회를 더 열심히 감시하며,
잘 못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 번 지켜봐 주십시오.

성원해 주심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조문호


[아래는 조햇님 페북에 올린 낙선 인사를 스크랩했습니다.]

   


하루 쉬고 오늘부터 낙선 인사를 했습니다.

담담한 맘으로 유동호 위원장님과 신현주 당원님과 함께 인사말을 했습니다

    

아쉽게 낙선했습니다.

하지만 보내주신 성원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주민들과 한 약속도 잊지 않겠습니다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은평 만들기 위해 노력 하겠습니다

은평 주민들과 항상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갑자기 현주당원님 눈물을 흘리시고 위원장님도 목이 메여 인사하십니다.

주민들께서 안타까워 해주시고 박수쳐 주시고 엄지를 들어 보여 주십니다.

 

그리고 멋있어요!! 잘했어요!! 주민들의 응원에

저도 그만 눈물이 나서 뒤로 돌아 눈물을 훔치고 인사를 이어 갔습니다


한 어르신은 자유한국당 지지자인데, 아들권유로 저를 찍었으나 아쉽다며

4년 뒤에도 다시 찍겠다고 하십니다.



역사 안 빵집 사장님께서는 낙선인사로 시끄러워 싫어하실 만한데,

목 아프니 목 적셔가며 하라고 아이스커피를 가져다주십니다.

그리고 본인께서 적어주신 낙선 인사말을 조심스럽게 건네주시며,

이렇게 말하면 더 와 닿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십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의당에서 정치를 하는 이유 오늘 다시 깨달았습니다.

응원해주시는 여러분 미흡하지만 저의 진정성을 알아주시는

여러분들이 계시기에 제가 흔들리지 않고

여러분들 곁에서 소수정당의 깃발을 들고 외칠 수 있다는 것을..."

 

 조햇님









은평에 노란색의 햇님 바람이 일고 있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판치는 선거철에 색다른 바람이다.






지난 6일 응암사거리에서 ‘정의당’ 조햇님 후보 지원유세가 열렸다.
은평구 신사1동과 역촌동 구의원에 출마한 조햇님후보 지원유세는
정의당 심상정의원을 비롯하여 김종민 서울시장후보, 권수정, 정혜연

서울시위원 비례후보, 양경규, 유동호, 박재송씨 등 많은 당원들이 나서서 힘을 실었다.






조햇님후보는 25년 동안 민주당과 자한당이 독점한 구의회를 바꾸어

기득권의 부패정치를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구의회의 외유성 해외연수를 폐지하며,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고,
선심성 재량사업비를 폐지하는 등 투명한 의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사회적 약자 편에서 주민들의 감시를 받는 의회, 일하는 의회로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선거유세를 지켜보는 주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랫동안 누려온 기득권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 같았다.





문제는 기초의원을 거대 정당이 독점하는 정당공천제다.
사람보다 돈 많은 부자나 재주 잘 부리는 사람들이
거대 정당 공천을 받아 구의회를 좌지우지 하는데 있다.
전과자도 공천을 받을 수 있는 게 다 그런 이유다.






출마자를 잘 모른다면 선거 공보물 살피는데, 단 10분이라도 투자하자.
우리 마을 살림을 도둑놈에게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끼리끼리 단합하여 공사 수주하고 외유성 해외연수로
국민들 세금을 물 쓰듯 쓰는 세금도둑을 더 이상 만들지 말자.






이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투표 날이 임박했다.
당신의 소중한 한 표로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



사진, 글 / 조문호


[홍보 동영상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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