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사동 ‘툇마루’에서 ‘인사모’ 모임이 있었다.

‘인사모’는 ‘통인가게’ 김완규씨를 주축으로 하여,
원로 변호사 민건식씨가 회장인, 인사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모인지가 숱한 세월이 흘렀지만, 요즘은 모임이 좀 뜸하다.
예전엔 매월 만났지만, 작년 망년회 후로 처음이다.






그 날 모임에는 민건식 회장을 비롯하여 김완규, 박일환, 조균석, 박원식, 강윤구,
전국찬, 윤경원, 김길선씨 등 열 명이 자리했는데, 안 나온 분이 많았다.
다들 건강한 모습이라 반갑기 그지없었는데,
첫인사가 이번 여름 탈 없이 잘 보냈냐는 말이었다.






이 모임의 특징은 법조인과 사업가, 예술가가 어울린 모임인데,
요즘은 예술가들이 잘 나오지 않는다.
사는 게 바쁠까? 아니면 모임에 큰 의미가 없어서일까?
아마 끈적한 연대감이 없어서 일게다.






사람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이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인데,
바빠서 라기 보다 사는 게 가족중심으로 치우치다보니,
주변에 관심이 멀어진 것일 게다.
그러니 만나도 정겨운 이야기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렇고 그런 인사치례의 말들만 나누다 노래방으로 옮겨간다.
그 날도 여섯시에 만나 식사가 끝난 시간까지 정확하게 한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어나기 직전에 윤경원씨가 나타나 20여분 더 지체했지만...






인사동 ‘선화랑’ 맞은편에 노래방이 생겼다는 관우선생의 정보에 따라갔다.
노래방으로 옮겨 노래백과를 들추기 시작하는데, 다들 한 참을 헤 멘다.
법관 출신들이라 육법전서는 잡았다 하면 바로 나오는데 말이다.






박원식씨의 노래 ‘삼각관계’가 테이프를 끊었다.
친구냐 애인이냐의 다소 신파적인 노래였다.
민건식회장의 ‘나그네 슬음’을 비롯하여 십팔 번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다들 가수 빰 칠 정도로 잘 불렀다. 연이어 100점이 터졌다.






나더러 ‘봄날은 간다’를 부르라고 충동질했으나 손을 내저었다.
왜냐면 오늘 틀니를 끼고 나왔기 때문이다.
음식 맛도 제대로 모르는데다, 발음까지 이상해 좀처럼 끼지 않으나,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점잖은 모임이라 점잖게 끼고 나왔는데, 영 죽을 맛이었다.






노래도 부르지 않으면서 노래방은 왜 따라 갔냐하면,
혹시 더 이상 못 만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늘 일기를 살찌우기 위해서다.
돌아가며 부르는 노래를 한곡씩만 감상한 후, 핫바지 방귀 새듯 사라진 것이다.






그 중 인상적이었던 노래는 박일환씨가 부른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음정은 따라가지 못했지만, 가사에 묻어나는 감정이 진득했다.
마지막 대목에선 마치 '인사모'의 이야기처럼 애절했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