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장충단공원 Jangchungdan Park, Seoul 1960. (사진=한영수문화재단 제공)

 

1950-60년대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가 한영수(Han Youngsoo)의 '꿈결 같은 시절 once Upon a Time(출판 : 한스그라픽, 발행: 한영수문화재단)'이 출간됐다.

지난 해 한영수 전집의 첫 결과물인 <서울모던타임즈, Seoul Modern Times> 출간 이후 두 번째 사진집인 '꿈결 같은 시절 once Upon a Time'은 전쟁 후의 힘들고 어렵던 시절이면서 동시에 아픔을 딛고 재건이 시작되던 시기이다. 그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도 사진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순수하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사진가 한영수의 눈에 비춰지며 아이들을 통해 미래를 보는 시선으로 표현됐다. 이 사진들에 실려 있는 것은 아마도 지금 막 노년에 접어든, 재건의 시대를 거쳐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바로 그 세대들의 어린 시절일 것이다.

조각 메모들을 마치 퍼즐의 조각처럼 맞춰나가면서 시작된 이 작업은 마치 작가의 발걸음을 따라가는 것과 같다며 이 퍼즐 맞추기는 한영수 전집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고 한선정 한영수문화재단 대표는 밝혔다.

문화인류학자 이문웅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는 "우리는 21세기의 현재를 살면서 사진작가 한영수의 사진집을 통해 반세기 전의 사진들을 본다. 반세기 전이라면 필자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기였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전혀 연출되지 않은, 현상을 있는 그대로 순간을 포착한 것으로, 카메라의 렌즈를 의식하고 있는 어린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 사진들에 담긴 어린이들의 옷에만 주목해도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며 한영수의 사진을 이야기한다.

"이 사진들에는 시대적인 상황이 고스란히 반영되어있다. 정치, 경제, 과학기술의 발전 등을 포함하는 사회문화의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만 이 사진들이 담고 있는 맥락을 설득력 있게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는 이문웅 교수는 "사진가 한영수의 사진은 우리 문화의 진화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귀중한 자료임이 틀림없으며,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는 놓쳐버리기 쉬운 귀중한 문화정보들을 담고 있기에 시간이 갈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며 사진집을 평했다.

 

알라딘 http://www.aladin.co.kr) 

[서울 / 뉴시스] photo@newsis.com

플라스틱 자본주의 Plastic Capitalism


 

김윤해展 / KIMYOONHAE / 金潤海 / photography.sculpture
2015_0421 ▶ 2015_0503 / 월요일 휴관

 

김윤해_화장 잘 받은 날 A Day When My Makeup Looks Great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80×100cm_2011

 

 

초대일시 / 2015_0421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월요일 휴관

 

 

류가헌ryugaheon

서울 종로구 통의동 7-10번지

Tel. +82.2.720.2010

www.ryugaheon.comblog.naver.com/noongamgo

 

언제부터인가 성형이 쉽고 간단하며 대량생산이 가능한 플라스틱이 우리의 일상을 차지했다. 특히 어린이 장난감과 같은 다양한 색상과 형태가 필요한 곳에서 플라스틱은 가장 중요한 재료이다. 플라스틱 장난감의 세계는 어른들의 역사와 현실 그리고 욕망을 그대로 투영한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던 왕이나 지도자, 지금도 진행 중인 전쟁 속의 군인, 전원생활을 꿈꾸는 가족. 그러나 정작 아이들은 그 인형이 재현하는 의미를 알지 못한다. 플라스틱 인형이 보여주는 것은 생산의 주체인 어른들이 꿈꾸는 인물, 아이러니하게도 어른들이 망가뜨렸음에도 여전히 꿈꾸는 세상으로 어린이들로 하여금 또다시 같은 꿈을 꿈꾸게 한다. 음흉한 웃음 속의 보안관, 공정해 보이지 않는 심판, 힘든 내색 없는 로봇 같은 노동자, 정확히 도색되지 않은 루즈 탓에 천박해 보이는 여왕, 그리고 어른들이 스스로 없애버린 자연농장을 꿈꾸는 가족. 플라스틱 장난감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수작업을 통해 대량으로 만들어진다.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만들어진 권력과 부에 대한 미국인들의 욕망, 장난감의 조잡한 디테일 속에서 자본주의의 현실과 이상은 뒤틀리고 왜곡되어 드러난다. ■ 김윤해

 

김윤해_빛나는 노동자 A Glorious Laborer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09

 

김윤해_붉은 스탈린 Red Stalin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0

 

 

작은 인형들이 보여주는 거대 자본주의의 '일그러진 초상' ● 또렷하고 각진 턱과 콧날을 위로 한껏 치켜세운 채 굵은 팔뚝을 힘 있게 들고 서있는 사진 속의 남자. 그는 노동자다. 그러나 노동의 고단함과 피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가 팔뚝과 어깨를 나사로 연결한 플라스틱 인형이기 때문인 것일까? 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다. 그가 불편해 보이는 까닭은 무표정한 얼굴과 과장된 포즈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작품의 제목은 '빛나는 노동자'이다. 사진 속 플라스틱 인형은 사실 얼굴이 1cm도 되지 않는 장난감이다. 확대된 인형은 본래 크기일 때보다 이질적이다. 보이지 않았던 인형의 어긋난 눈동자가 보이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친근하지 않다. 어긋난 눈동자뿐만 아니다. 또 다른 사진 속 인형은 입술이 정확히 도색되지 않았고, 어떤 인형은 손 모양이 자연스럽지 않다. 이러한 적나라함은 반짝이고 화려한 사진의 배경에 의해 더욱 도드라져 드러난다. 보이지 않던 인형의 세세한 부분을 사진으로 폭로한 이는 사진가 김윤해이다. 그는 섬세하지 못한 인형에서 자본주의의 흔적을 읽었다. 대량 생산 체제 아래 값싼 노동력이 만들어낸 인형들은 언뜻 보면 아이들을 꿈꾸게 하는 왕, 대통령, 공주, 경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자세히 보면 조악하고 볼품없었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근엄한 대관식 복장을 한 나폴레옹 인형은 우스꽝스러운 눈을 하고 있었고, 정갈한 하늘색 투피스를 입은 영국여왕은 천박한 입술화장을 하고 있었다. 마치 왜곡된 어른들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윤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사진가로서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작은 인형들은, 그리고 그 인형을 만든 거대 자본주의의의 이면은 작가의 폭로에 의해 비로소 명확하게 인식된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놀이 후에 버려지는 인형들에 주목했듯이, 작가는 앞으로도 육안으로 보이지 않거나 혹은 보일지라도 소외되는 존재들을 사진으로 읽어나갈 계획이다. 작가가 밝혀낸 존재들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찾는 것은 관람객들의 몫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 자본주의』展은 4월 21일부터 5월 3일까지 갤러리 류가헌에서 계속된다. ■ 류가헌

 

김윤해_점심은 뭘로 하지? What Should We Eat for Lunch?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5×130cm_2013

 

김윤해_행복한 우리가족 My Happy Family I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5×130cm_2009

 

 

낯선 역설의 사진: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다. ● 사진을 가장 사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사진 앞에서 경이와 공감의 탄성을 지르게 만드는 사진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퍼스(Peirce)가 만들어낸 마법의 단어 "지표(index)"에서 오는 것인가? 바르트(Barthes)에게 깊은 상처를 준, 어찌 할 수 없이 있었던 것이고 속절없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에 대한 확인과 예감 때문인가? 사진의 힘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에 있다. 사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든 최초의 이미지였고 여전히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압도적인 이미지이다. 클레(Klee)는 "예술이란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사진만한 예술매체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기계의 눈을 가진 카메라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화성이나 달의 표면에서부터 미생물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기계 눈이 제작한 이미지는 인간 눈이 볼 수 없는 것을 재현한다. 게다가 모든 것을 평등하게 바라보는 기계 눈은 인간적인 주의와 관심 때문에 세상을 협소하고 불평등하게 볼 수밖에 없는 인간 눈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여준다. 김윤해는 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진의 힘을 직관적으로 이해한 사진가이다. 그의 사진들은 인간 눈이 보지 못하는 것, 보지 않는 것을 기계 눈을 통해 보여준다. 그는 본다. 아니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카메라는 본다. 180mm Macro 렌즈는 보정되지 않은 인간 눈이 간과하던 인형의 얼굴을 세밀하고 평등하게 본다. 인간 눈에 너무나 잘 보이던 인형은 기계 눈을 거치면서 갑자기 보이지 않는 것이 됐고 인간 눈의 불평등함에 의해 소외됐던 인형의 얼굴이 기계 눈의 평등함에 의해 적나라하게 됐다. 드러난 적나라가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벌거벗은 임금님 앞에 선 재단사들의 탐욕인가? 임금님의 퍼레이드에 모인 군중들의 부끄러움인가? 아니면 손가락질하는 어린아이의 유쾌함인가? 김윤해의 카메라와 렌즈는 우리에게 익숙하던 것을 낯설게 만든다. 우리에게 보이던 것을 보이지 않게 만들고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만든다. 그것은 더 이상 '토이스토리'의 우디처럼 친근하지 않다. 거친 페인트 붓질과 주형 자국들로 가득한 민낯들은 우리에게 보이지 않던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플라스틱을 찍어내는 기계들의 철컹거림, 거칠게 뿌려지는 페인트들, 인형들을 분류하는 분주한 손길들... 알지 못할 공장과 만나지 못할 노동자들에 의해 대량생산되는 인형들은 조악한 얼굴을 과장된 포즈와 색으로 가리며 인간 눈의 불평등함에 편승해 대량소비 된다. 김윤해 사진 속의 적나라는 우리의 탐욕에 대해 이야기한다. 진귀한 것을 갖고자 하는 욕심, 이국적인 것을 갈구하는 욕망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또한 적나라는 우리의 부끄러움에 대해 말한다. 대량소비사회 속에서 남들과 똑같이 만들어지지만 플라스틱을 깎고 페인트를 뿌려대는 헛된 몸짓 속에서 오직 남보다 더 잘 팔리기만을 바라는 상품노예들의 부끄러움이 있다. 결국 무기력하게 폐기될 수밖에 없음에도 조악한 얼굴 속 박제화된 미소에만 집착하는 삶에 대한 각성이 주는 부끄러움이다. 김윤해의 기계 눈이 가진 평등함은 이런 탐욕과 부끄러움을 거침없이 까발리고 놀려대는 어린아이의 마음이다. 이것이 바로 사진의 힘이다. 기계이기에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역설의 힘이다. ■ 주형일

 

김윤해_제국이여 영원하라 May the Empire Last Forever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2

 

김윤해_마오 Mao_실버랙에 피그먼트 프린트_100×80cm_2015

 

At some point, plastics (which are easily plasticized and mass produced), started becoming an integral part of our everyday lives. This is most apparent in fields where people require a variety of colors and shapes, like children's toys, making plastic the most important material. The world of plastic toys reflects the history, reality, and desires of grown-ups as they are today. Whether important kings and leaders throughout history, a soldier in war which is still going on, a family dreaming of rural life... However, children don't know what those dolls actually represent. Plastic dolls represent the grown-up figures (the subject of production) which adults dream of. Ironically, they still make children have the same dreams as grown-ups even though the world has been destroyed by grown-ups. The photographed plastic dolls include a sheriff wearing a wicked smile, an umpire who doesn't look fair, a robot-like laborer who shows no sign of difficulties at work, a queen who looks shallow because of lipstick that was not properly applied, and a family dreaming of a garden that grown-ups rid themselves of. Most plastic toys are mass-produced in China through manual labor. As they're made in China, the "factory of the world," these toys represent Americans' desire for power and wealth, while their shoddy details reveal the distorted reality and ideals of capitalism. ■ KIMYOONHAE

 

The Photography of Paradox: Revealing the Invisible ● What makes photographs most photographic? Where does the power of photographs causing wonder and sympathy come from? Does it come from the word "index," as coined by Charles S. Peirce? Was it because of what deeply hurt Roland Barthes, the confirmation and premonition about things that existed inevitably and that had no choice but to happen? With its mechanical eye, a camera shows what is invisible to human eyes, from the surface of Mars or the moon to the world of microorganisms. Furthermore, the mechanical eye can see everything equally. Human eyes cannot help having a narrow, unequal view of the world because of human attention and interest. Kim Yoon Hae is a photographer who intuitively understands the power of photography and that which makes the invisible visible. Through the eyes of a machine, his photographs show what human eyes cannot see and do not see. He, however, can see these things through his camera. His 180 mm macro lens looks at the faces of dolls, which the naked eye has missed, in a more detailed, equal way. Furthermore, the dolls that were visible to the human eye became something invisible, all of a sudden, when they go through a mechanical eye. As can now be seen, the faces of the dolls, which had been alienated by the prejudices of the human eye, were revealed directly by a mechanical eye. What does such candidness show? Is it the same with the tailor's greed in The Emperor's New Clothes? Is it the shame of the crowd to see the king's parade? Or is it the cheerfulness of a child pointing a finger at this same parade? Through the lens of Kim Yoon-hae's camera, he makes what was familiar to us unfamiliar, what was visible is made invisible and vice versa. The toys are not friendly to us like Woody in the animated film Toy Story any longer. Faces full of rough paint brushstrokes and traces of the molds reveal another world that was previously invisible to us. The clinking sound of the machines that manufacture plastic products, paint colors that are harshly sprayed, and busy hands that classify dolls…The dolls mass-produced at unknown factories and by laborers we never meet are mass-consumed thanks to the inequality of the human eye, as the dolls' exaggerated poses and colors cover their cheap faces. The candidness in Kim's photographs represents our greed. The true nature of avarice for something precious, and the desire for something exotic, is clearly revealed. Yet this candidness also examines our shame. Although they are made in the same way as other products in a mass-consumption society, those dolls only wish to sell more products through the vain gesture of carving plastic and spraying paint. There is shame in those product slaves. Although they have no choice but to be disposed of helplessly, ultimately we remain obsessed with the stiff smiles on their pathetic faces. The unprejudiced notion behind Kim Yoon Hae's mechanical eye is like a child's heart that reveals and pokes fun at such greed and shame without reluctance. That is the power of photography. ■ Joo Hyeong-il

 

 

Vol.20150421h | 김윤해展 / KIMYOONHAE / 金潤海 / photography.sculpture

 

 

간밤에, 죽은 사진기자 김종구씨를 만났다.

 

인사동거리에서 그를 만났는데, 대뜸 “조 선배! 강촌에는 언제 올 거요?”라고

물었다. “응 시간 맞춰, 근일 간에 한 번 갈게”라며 헤어졌으나, 꿈이었다.

“왜, 갑자기 죽은 종구씨가 꿈에 나타났을까?” 옛 생각에 잠시 빠졌다.

강촌은 그가 마지막 시간을 보냈던 곳이지만 한 번도 못 가봐,

늘 마음의 빚이 되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래서 꿈에 나타난 것이리라.

 

김종구씨는 인사동에서 청춘, 아니 인생을 불사른 사진기자다.

인사동과 친구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퍼 마시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찍 세상을 떠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최류탄 가루에 범벅이 된 몸으로 ‘귀천’에 앉아 진토닉 한 잔으로 울분을 삼킨 그다.

인사동 좋아하고 친구 좋아 해, 틈만 나면 인사동에 나와 마셔댔다.

하기야! 그 암울한 시대에 술 마시지 않고, 맨 정신으로 살기도 힘들었다.

 

술에 절은 까만 얼굴에 큰 입으로 낄낄거리며 웃는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근무하는 중학동의 ‘한국일보’사가 인사동 지척에 있었으니, 수시로 들락거렸다. 

당시 인사동 거지 예술가들에게 김종구씨는 영원한 호구며 구세주였다.

대개 ‘실비집’에서 퇴근하기를 기다리는데, 죽은 적음시인은 늘 목을 매고 기다렸다.

그렇게 하루도 쉬지 않고 마셔대더니, 결국 둘 다 술 때문에 먼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는 그에게 술 만 얻어먹은 것이 아니라 필름도 얻어 썼다.

사진기자들은 필름에 구애받지 않아, 사진하는 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가끔 꼬불쳐 둔 필름을 한 두통씩 건네주곤 했는데, 너무 고마웠다.

특히 시위현장에서 필름이 떨어지면, 그를 찾는 수 밖에 없었다.

 

요즘은 87년도 민주항쟁을 기록한 사진 수정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사진들을 수정하다 종구씨의 취재장면이 담긴 모습을 만난 것이다.

명동성당 입구에서 박종철 추모미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취재진 속에 섞여있었다.

육교 위의 나에게 카메라를 겨누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반가웠다.

이 사진을 보려고, 그런 꿈을 꾸었나 생각되기도 했다.

 

그는 사진기자로서는 최선을 다했으나,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대개의 사진기자들이 별도의 카메라로 자기가 필요한 대상도 찍지만, 그는 고지식했다.

그 사진하기 좋은 조건에 있으면서도 한 눈 팔지 않았고, 남는 시간은 술 마시는데 소진했다.

‘한국일보’ 사진부 소속으로 ‘주간한국‘의 오지 촬영을 했을땐, 별도의 작업도 기대했으나 그러지 못했다.

 

그 후 아까운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는데, 그가 남긴 필름이 늘 궁금했다.

몇 년 전 두번째 부인으로 부터 '유카리화랑'의 노광래씨에게 전달되었다기에,

마침 천상병선생 20주기를 맞아 사진집 출판을 준비하던 즈음이라 찾아 나섰다.

특히 인상적인 그의 사진은 ‘귀천’에서 천상병선생 옆에 앉아 목여사님이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이었다.

그 필름을 비롯한 천상병선생 관련 자료들은 찾아 몇 장 빌려 쓸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인터뷰 때 찍은 포트레이트사진들이 어수선하게 화일에 꽂혀 있었다.

 

사진기자로서 한국일보사에 남긴 기록적 사진자료들은 많겠지만,

사진으로 20여년을 살아 온 한 사진가의 자료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그래, 죽으면 어차피 빈손으로 가는데 남겨봤자 뭐하겠느냐“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간 밤에 꿈에서 한 그의 말이 영 찜찜했다.

“강촌에 언제 올거냐?”가 아니라 “저승에 언제 올거냐?”란 말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야이! 술 귀신아~ 그거는 저승사자인 니가 더 잘 알지, 살아있는 놈이 우째 아노“

 

사진,글 / 조문호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종렬(51)의 두번째 개인전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가 4. 22일~28일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아트센터 3관에서 열린다. 작품 '풍찬노숙' (사진제공 ©이종렬)

 

 

자연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종렬(51)의 두번째 개인전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가 22일~28일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 아트센터 3관에서 열린다.

'새의 사진가'로 유명한 이종렬은 자연 속의 살아 숨쉬는 생명을 찾아 사진으로 기록해왔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흔들림 없이 "사진을 촬영하기 전 자연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엄격한 작업방식을 지켜왔다. 스스로의 원칙에 따라 그는 생생한 자연의 순간을 찍기 위해서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종렬 작가는 한겨울 강풍이 몰아치는 해안에서 저체온증으로 쓰러져 생사의 기로에 서거나 영하20도가 넘는 강가에서 야생동물들과 함께 잠들기를 숱하게 반복했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 전시된 사진들을 "세상의 모든 애욕(愛慾)을 버리고서야 얻은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사진전엔 '비상을 꿈꾸다', '풍찬노숙', 연작 '청천추야' 등이 전시된다. 작품 속의 시점이 촬영자가 아닌 피사체의 시점이라는 점과 170mm x 113mm크기의 대형사진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람객에게 더욱더 진한 감동과 전율을 전해줄 것으로 보인다.

사진가 이종렬은 '한국내셔널지오그래픽', '론니플래닛', '모닝캄', '아시아나' 등에 작품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는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자다'(2014, 필드가이드), '두루미'(2010, 필드가이드), '새'(2009, 필드가이드), '아름다운 우리새'(2005, 인디북) 등이 있다.

가격 무료. 문의 (02)734-7555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일요일 오후, 느닷없이 손님이 찾아왔다.

 

급히 마무리하다 컴퓨터가 탈이 나, 짜증스러웠다.  
오랜만에 찾은 손님 앞의 표정관리가 힘들었다. 

 

손님은 담배와 막걸리를 사왔다.
평소 담배를 사지 않아, 담배부터 꺼내 물었다.  

 

 담배 향이 좋다며, 안 피우는 아내까지 합세해

모두들 피워대니 좁은 방안은 담배연기로 자욱했다.
담배에 대한 아내의 은근한 압력이 느껴졌다.

 

막걸리를 마시며, 그 날 작업은 포기했다.  

날더러 쉬라고, 귀신이 손님을 보낸 걸로 생각하며

 앞뒤 없는 잡담들을 노래삼아, 낄낄거리고 웃었다. 
 

 

사진 / 정영신, 조문호 글 / 조문호

 

 

 

 

 

 

 



 

 

 전시 일정들을 살펴보다 아는 이름을 발견했다.
‘류가헌’에서 전시하는 이주영씨의 ‘Water Soul'이었다.
같은 이름일 수도 있겠으나, 주제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다.

작가는 자리를 비웠지만, 전시된 사진들이 너무 좋았다.
신사임당의 표충도를 연상했으나, 아니었다.
수면의 수초를 찍었는데, 사물이 내게 말을 걸었다.

잔잔한 수면에서 알 수 없는 변화가 감지되었다.
마치 폭풍전야 같은 팽팽한 긴장감 말이다.
때론 편안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힘도 있었다.

사진심리치료라는 말이 이해되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전시는 4월 12일까지 이어진다.

글/ 조문호

 

 

 

 

 

 

 

 

 

 

 

 

 

 

 

 

 



 

 

내일 모래면 70을 바라보는 늙은이 주제에, 일 생각 밖에 없다.

사람들을 만나기만 하면 찍고 또 찍는다.

이젠 찍는 것 보다 사진 정리에 더 많은 시간을 쓰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

 

그 버릇의 첫째는 필카에서 디카로 바뀌면서 부터다.

언제 우리가 필름 걱정 안 하며 이렇게 마음대로 찍은 적이 있었던가?

둘째는 다큐사진가 정영신을 아내로 맞고 부터다.

조가 잘 맞아, 오늘에 만족하고 살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가지, 나이 탓에 마음의 조급함도 있을게다.

하기야! 젊은 시절 친구들을 좋아해 너무 많이 놀았다.

늦게 철이 난 건지, 망령이 든 건지 나도 모르겠다.

 

서양화가 장경호씨가 술만 취하면 주문처럼 외는 말이 생각난다.

“대충 삽시다,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사진,글 / 조문호

'칡서'를 통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다.

 

안중선 화백

 

 

칡서란 칡뿌리를 빻아 만든 붓으로 그린 먹그림이다. 기(氣)의 흐름이 읽혀진다고 해서 기서화 또는 기서예라고도 한다. 그림 안에 그림, 그림 안에 글씨, 글씨 안에 그림을 표현하는 그 특유의 기법 때문에 생동하는 검은 먹물의 춤이 뒤엉켜 새로운 하나가 되고, 또 그 하나는 전체를 담아낸다. 생동감 있는 기(氣)의 춤사위를 통해 보는 이들이 항상 새로운 생명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거의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일반 붓은 쓰면 쓸수록 매끄럽고 수려하게 써지는 반면, 칡으로 만든 붓은 쓰면 쓸수록 힘이 강해져, 서체 고루고루 원초적(原初的)인 생명력(生命力)이 발산된다. 칡붓으로 한 작품은 선조들이 해오다가 사라진 작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칡에서 모필로 대행되어졌던 것을 감안해서 칡으로 작업한 것인데, 그의 모든 작품이 짧은 것은 2초, 보통 7초 이내에 작품이 완성된다.

일필휘지(一筆揮之)......담긴 말 그대로 단숨에 써내려 간다. 원조를 뛰어넘은 그의 칡서를 본 사람들은 작품 속에서 나오는 잠자는 에너지를 일깨워주는 기운을 받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이상의 경지에 이르러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사람들의 잠자는 에너지를 깨워 모두들 행복해 졌으면 하니까요"

2008년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알몸'이란 타이틀로 칡서를 처음 세상에 선보였다. 그 후 한국과 일본에서 30여 회의 전시회를 가진 안중선 화백은 작년 9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2주간 전시회를 갖기도 하였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세상 이들에게 칡서를 알리기 위해 칡서의 본고장인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동굴벽화, 상형문자, 토기문자, 금문(金文), 갑골문자로 파자화 시킨 그림을 국내외 전시 25회, 사진 전시회 26회, 현재 일본에서 마지막 천황때 마지막 재상의 아들인 교수에 의한 기서화<칡서>, 파워포토, 도자기 작품등 토탈개념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향후 4대강 유역 문자 그림을 바탕으로 한 기서화를 계속 전시하여 세계화시키고, 중국과 인도시장을 향해서 진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e-파워포토'로 시대적 트렌드에 앞장서는 시너지 효과발산

안중선 화백은 18세부터 지금까지 생명의 실체에 대한 칡서와 사진과 함께 48년간 해오는 작업이다. 원론적으로는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작업이라 했다. 태양의 고독, 달의 외로움, 그 속 깊은 뜻을 찾아 헤매다 보니 인간의 눈과 귀, 입으로 전해지는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는 뇌력의 세계를 찾아냈고 문자로 승화시켜 칡서의 그 첫 장을 연 것이 이 세계이다.

젊은 시절 파리에서 생활할 때 화가들이 부탁하는 풍경, 인물, 누드사진을 찍었던 것이 시발점이 되어 지금까지 꾸준히 사진작업에도 매진하고 있다. 그의 성품만큼이나 생동감 있는 사진에도 삶의 활력소가 묻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역시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을 찰나의 순간으로 멈추듯 사진작품 또한 그에게 기를 담는 매개체이다. 태고의 생존본능을 간직한 생명을 포착하는 원초적인 자연을 바탕으로 주로 새들의 움직임을 포착한다.



 

'사진작가ㆍ행위예술ㆍ무술까지...만능엔터테이너'


"인간이든 동물이든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본성이 있습니다.  

전 그 본성에 주목한 것이죠. 그리고 본성은 나눔, 즉 성적표현으로 이르게 됩니다. 이런 본성은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본성을 통해 그 속의 순수함을 드러내어 원초적인 힘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이죠. 그 힘은 보는 이의 눈을 통해 뇌로 전달되게 되는데 뇌력을 강하게 하고 기운은 점차 온 몸으로 퍼져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상태로 완성됩니다."라고 전한다.

안중선 화백이 찍은 사진을 보면 굳이 부여 설명 없이도 강한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칡서와 마찬가지로 기(氣)가 사진에 담겨 시시각각 기운 습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그 속의 하나하나 움직임들은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랑의 표현과 본성, 즉, 그 본성의 강한 기운을 통해 순수함과 원초적 성적본성을 진실되게 사진에 담아내고 있다. 안중선 화백은 현재 종로구 묘동에서 갤러리사주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인사동에 본점을 낸 '천기누설 카페'에서 생명의 기운을 대중들에게 전하기 위해 힘쓰고 있던 그는, 2000년대 초 '토탈오즈스타닷컴'(www.totalozstar.com)을 개설하여 사주카페의 트렌드를 향해 앞장서고 있다. 현재 국내 세 곳과 일본, 중국 진출까지 신개념 프랜차이즈화 하여 카페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이곳에선 모든 세상 이치의 '천기누설' 강의와 사진, 칡서 등의 해설, 강의 등을 한다.

신의 눈으로 잡아 낸 사진을 보며 시각을 통해 잠들고 지친 뇌력과 공간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교육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 1개월 코스로 과정을 이수하게 되면 작품을 보고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의 큐레이터로 활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며, 다양한 수익구조로 인생 설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전했다. 氣와 運이 생하여서 움직인다는 "기운생동"이라는 고서 문헌이 상당량으로 존재하고 있다.

보면 볼수록 강한 기력(氣力)을 느끼는 동시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세계가 보이는 것이 안중선 화백의 기서화<칡서>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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