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떠나는 일정을 늦추어가며 기다린 김보섭씨의 결혼30주년을
기념하는 사진전 ‘연평도의 바위’가 지난 22일 성황리에 개막되었다.

육중한 바위들이 가득메운 인천 ‘선광미술관’에는 축하객들로 넘쳐났다.
오프닝이라 소란스러워 집중이 잘 되지 않았으나, 전체적인 전시분위기는 장엄했다.
돌아 와 조용하게 작품집의 사진들을 새겨보며 꼼꼼히 음미했다.

사진집을 덮자 제일 먼저 ‘침묵’이란 단어가 머리에 떠올랐다.
숱한 세월의 풍파를 지켜보았던, 그로테스크한 바위들은 아무말이 없었다.
자연에서 왔다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원칙만 암시하며...

자연의 풍화작용과 지리적 여건에 따라 바위들이 날을 세워있기도 하고,
때로는 여체의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듯 매혹적이기도 하다.
살아 온 여건에 따라 달라진 사람처럼 말이다.

이 사진을 찍은 김보섭씨는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얼핏 이 전시가 작가의 외도로 보이지만, 일련의 작업에 대한 연장선으로 본다.

여지껏 그의 카메라는 인천만 지켜보며 인천의 지역사만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것은 83년도 ‘동아미술제’에 입상한 그의 작품을 접한 후다.
'얼굴'과 '곡마단 사람'의 연작인데, 서있는 사람 표정이 과히 묵시적이었다.
김보섭씨 사진의 특징이 바로 대상의 정면을 투시하는 시선의 집중에 있다.

그 입상작을 비롯하여 차이나타운, 바다사진관 등 후반에 발표한 작품들도

하나같이 ‘연평도 바위’처럼 묵시적으로 눈길을 끌며 깨우치게 하는 힘이 있었다.
단지 사람이냐 사물이냐 만 다를 뿐, 모두 세상사를 말하고 있다.

이날 개막식에는 작가 김보섭, 김혜영 내외를 비롯하여 사진가 주명덕, 한정식,

전민조, 최광호, 류은규, 김재영, 이규상, 최경자, 정영신, 도다 이쿠코, 곽명우,

권양수씨 등 100여명의 사진가들과 지역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전시는 인천 선광미술관(032-773-1177)에서 5월4일까지 이어진다.

사진,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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