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아닌 타지 중에서 나라 혹은 국가에 깊게 매료된 적이 있는가. 여기 일본의 북해도에 매료되어 오랜 시간 동안 사진으로 담아온 작가가 있다. 바로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북해도의 새벽>이라는 이름으로 사진전을 열고 있는 홍미희 작가다. 천국을 담은 듯한 아름다운 풍경과 가공을 거치지 않은 색감이 인상적인 사진들을 찍은 배경과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홍미희 작가의 작품

Q. 전시명이 <북해도의 새벽>이다. 피사체로 북해도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A. 15년간 일본에서 사진을 배우고, 작업을 해왔다. 그 중 동경에서 12년을 살았다. 이후 3년 반 동안 북해도의 대자연을 찍기 위해 이사를 갔다. 북해도에는 건물이 없다. 80프로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자연이 아니라 대자연이라 불릴 정도로 흡입력과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사진작가 일을 하는 동안에는 북해도만을 찍고싶다. 다음 차기작으로는 북해도의 두루미 모습만 찍은 사진을 전시할 예정이다.

Q. 소재가 북해도 뿐 아니라 새벽이라는 정확한 시간대를 명시해줬다. 새벽이미지를 작업에 고집한 이유가 있나.

A. 사진을 시작할 때부터 남들이 안 찍는 테마를 찍고 싶었다. 그게 뭘까 하다가 새벽이라는 시간대를 발견했다. 26년 동안 새벽을 찍어왔다. 한국에 안 가볼 곳이 없을 정도로 한국의 새벽들도 피사체로 담아왔다. 다른 이들이 자는 시간,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시간이 새벽이다. 이 새벽에 비로소 정직하게 나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태양이 뜨기 전, 고요한 분위기를 사랑한다. 북해도의 새벽을 찍을 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껌껌하다. 새카맣게 칠해진 새벽이라는 시간대에 고요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것들을 담는 일이 정말로 행복하다.

                                       ▲홍미희 작가의 작품

Q. 일본에서 15년간 유학생활을 했고, 그곳에서 사진작업을 계속해서 진행해왔다고 들었다. 일본에서 사진예술을 배웠던 과정이나, 일본이라는 나라가 본인의 예술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A. 사진을 배우고자 마음먹고 일본으로 향했다. 일본어학과에서 1년간 일본어를 공부한 후에, 동경비쥬얼아트전문학교 영상전문과정을 마치고 동경공예대학 예술별과 연구생을 수료했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열심히 공부를 했다. 사실 가족들은 한국에 있고 일본에 혼자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남편의 지지 덕에 일본에서 사진 공부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일본 사진계는 학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평등한 기회를 준다. 그래서 졸업한 후에는 국가의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를 해서 몇 천대 일로 선택되어 일본에서 전시를 많이 열었다. 일본에서의 활동에서 기회를 많이 얻었고, 마침 내가 찍고자 하는 주제와도 일맥상통하여 지금까지 일본에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그동안 열었던 개인전의 명들이 새벽이미지, 하늘의 색, 아침의 시, 마음의 고향이다. 일맥상통하는 주제가 자연과 시간, 고요한 분위기, 향수 등이 있는 것 같다. 본인에게 사진예술을 하게 하는 근간은 무엇인가. 왜 사진 중에서 풍경사진을 택했는가.

A. 다큐멘터리나 인물사진을 할 때는 사실 어지러움을 많이 느낀다. 그것보다는 아름답고 조용한 풍경사진이 나에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게 사진은 미적인 걸 담고 싶어서 찍는 작업이다. 자연에서 그것을 가장 많이 얻는다.

Q. 풍경 외에 작업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나.

A. 앞서 얘기했지만 두루미에 요새 매료되어 있다. 두루미간의 관계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항상 서로를 챙기고, 한 번 연을 맺으면 죽을 때까지 함께 가는 그 관계가 경이로웠다. 새벽과 두루미를 다음 주제로 생각하고 있다.

 

                                        ▲홍미희 작가의 작품

Q. 한일우호전을 두 차례 열었다고 들었다. 그 때의 얘기를 해준다면.

A. 한일우호전에서 일본의 토속적인 모습을 찍게 되었다. 한국 사람들에게 일본의 전통적인 모습을 찍은 흑백사진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의 모습을 찍었는데, 이방인의 모습으로 더 면밀하게 일본의 자연과 유산들을 찍었다. 그 시선에서 내 색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일본은 조용하고 고즈넉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 내가 느꼈던 그런 것들을 한일우호전에서 전시했다.

Q. 주로 일본에서 개인전을 열다가 오랜만에 한국에서 전시를 열게 되었다. 소감이 있다면.

A. 3년 반 동안 나만이 느꼈던 북해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국인에게 소개해주는 게 정말 좋았다. 어디에도 소개되지 않았던 장소와 모습을 담았다. 혼자 눈 쌓인 북해도에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그것들을 사진에 녹여냈다. 갤러리를 방문하는 관람객들도 사진 하나하나 마다 정성스레 보고, 내가 느꼈던 생각과 감정을 같이 조금이라도 공유했으면 한다.

데이터뉴스 / 문화취재기자 유서영(myseiz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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