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동자동서 열린 공공주택사업 토론회
공공개발구역 건물 소유주 대부분이 외지인
“민간개발 추진되면 외지인 투기수단으로 전락”
눈치 보는 국토부‧LH “쪽방주민‧소유주 윈윈해야”
쪽방주민 “우리 목소리에 더 귀 기울여달라”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가 상영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여기(동자동 쪽방촌) 주민은 우리(쪽방주민)예요. 동자동사랑방과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예요. 그런데도 개발 과정에서 주민 목소리는 둘째로 들어가더라고요.”

“여기 쪽방에는 바퀴벌레도 많고 쥐도 있습니다. 공공주택사업 빨리해서 하루라도 뜨뜻하고 깨끗한 방에서 살아보는 게 소원입니다.”   

- 동자동 쪽방촌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 중에서

 

빈곤사회연대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꽃 심고 비질하며 마을 지킨 주민을 존중하라’를 보면 공공주택사업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가 드러난다. 쪽방주민은 ‘공공주택사업 환영’이라는 피켓을 들고 공공개발을 일제히 반기지만, 토지·건물 소유주는 공공주택사업 철회를 계속해서 주장한다. 현재 동자동 쪽방촌 일대에는 쪽방주민을 위한 임시 이주단지와 이들이 재정착할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이 지어질 예정이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에서 ‘쪽방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아래 추모제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이날 발언자로 나선 쪽방주민은 현재 지지부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은 30분가량 토론을 벌인 뒤 주민과 질의응답을 가졌다.

 

- ‘아름다운 민간개발’은 공허한 슬로건일 뿐

 

동자동 쪽방촌은 현재 공공개발을 앞두고 있다. 2020년 국토부는 LH, 지방자치단체, 지방공사와 협력해 쪽방주민을 내쫓지 않는 ‘선(先)이주 선(善)순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2020년 1월 영등포 쪽방촌을 시작으로, 2021년 2월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쪽방 밀집 지역인 동자동에도 해당 계획을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서울시는 동자동 공공개발을 한없이 미루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12월 공공주택 지구지정을 완료하고, 올해까지 소유주에 대한 보상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에는 주택 착공에 들어가야 한다. 지난 22개월간 사업은 첫 단계인 지구지정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성민교회에서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필요성’ 관련 토론회가 홈리스추모제공동기획단 주최로 열렸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마이크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공공주택사업(공공개발)과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민간개발)의 가장 큰 차이는 ‘기존 쪽방 주민의 재정착’ 여부다.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르면 공공개발의 경우 공공임대 35% 이상, 공공분양 25% 이하를 포함해 전체 주택의 절반 이상을 공공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동자동 쪽방촌이 공공개발로 진행되면 공공임대 51.9%(1,250호), 공공분양 8.3%(200호) 등으로 원주민 1,000여 명의 임시 이주와 재정착이 가능해진다.

 

한편 동자동 쪽방촌이 민간개발로 진행되면 원주민 재정착률은 큰 폭으로 떨어진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에 따르면 민간개발 임대주택 의무 비율은 10~20%로, 서울시는 자체 고시에 따라 그 비율을 15% 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이때 80%가 넘는 원주민은 정착은커녕 삶의 터전을 잃고 내쫓길 위기에 놓이게 된다. 소유주가 주장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이 공허한 슬로건에 그치는 이유다.

 

게다가 민간개발이 예정된 쪽방촌 주민은 제대로 된 이주 대책이나 보상도 없이 집을 비워야 한다. 2008년 동자4구역 재개발 당시 원주민은 이주비 명목의 3~7만 원을 받고 원래 살던 땅에서 쫓겨났다. 고시원 2개를 포함해 100여 개 쪽방이 사라진 자리에는 35층짜리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섰다. 쪽방 건물주는 지금도 ‘리모델링 공사’, ‘낙후 건물 안전진단’ 등을 이유로 들며 강제 퇴거를 일삼고 있다. 이는 이주비 등 보상 책임을 지지 않고 개발에서 추가 이윤을 챙기기 위한 전형적인 ‘꼼수 조치’다.

 

토론회 발제를 맡은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동자동 쪽방촌 소유주 등기부등본 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이날 발제에는 동자동 쪽방촌 등기부등본을 전수조사한 결과가 발표됐다. 추모제기획단이 공공주택사업 예정지 건물 308채의 소유주 실거주지를 분석한 결과, 199채(64.6%)의 소유주가 동자동 외 다른 지역에서 거주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상속‧증여에 따른 소유주는 62건(31%),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 사는 소유주는 22건(11%)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서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추진되면 쪽방촌은 외지인의 투기 및 재산 증식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헌법과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소유주의 재산권과 쪽방주민의 주거권 간 법익 균형성을 고려했을 때 공공성이 높은 공공주택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공공개발과 민간개발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비교 분석한 결과도 공개됐다. 참여연대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현행대로 동자동 쪽방촌에 공공개발이 추진될 경우 총 1,250세대의 공공임대주택이 건설될 예정이다. 이때 LH는 분양으로 1,471억 원의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 소유주는 세대당 1억 4,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000만 원의 개발이익을 가져간다.

 

참여연대가 10월 발표한 이슈리포트 ‘공공주택사업 및 민간 도심복합개발사업의 개발이익 분석: 동자동 쪽방촌을 중심으로’에 나오는 동자동 쪽방촌 개발이익 분석 조건. 주거용 용적률은 500%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실 질의에 대한 국토부 관계자의 답변이다. 참여연대 제공
 

반면 민간개발이 진행될 경우 공공임대주택은 8분의 1 수준인 156세대로 줄어들고, 소유주 개발이익은 10배에 가까운 13억 7,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소유주는 세대당 10억 5,000만 원, 최초 수분양자는 세대당 5,400만 원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임재만 세종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민간개발의 경우 소유주와 사업자가 개발이익을 독점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비율을 더욱 축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당초 발표한 도심복합개발사업을 민간사업으로 유도하는 것을 멈추고, 동자동 쪽방주민을 위한 공공주택사업을 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개발 발표해 놓고 소유주 눈치 보는 정부

 

이날 토론회에는 사업 시행 주체인 국토부와 LH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공주택사업의 속도와 방향에 대한 여러 의견이 오갔다. 자리에 함께한 40여 명의 쪽방주민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정부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수 LH 도시재생사업처 부장은 공공개발 과정에서 소유주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이 민간개발 사업에 비해 쪽방주민의 입장을 더욱 반영하고 있는 만큼, 주민과 소유주 모두 윈윈(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유주 의견을 반영하는 공공개발’은 애초에 답이 될 수 없다. 앞서 설명했듯 소유주는 개발이익을 최대로 거두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최소화할 것이고, 이는 공공개발의 취지와 상충된다.

 

발언자로 나선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가 동자동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지적하고 국토부와 서울시에 주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동자동 쪽방주민 윤용주 씨는 “지난해 국토부에서 주민의 재정착을 약속한 것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이라며 “매일같이 추위에 떨고, 쥐와 바퀴벌레가 가득한 집이 아니라 제대로 된 화장실과 욕실이 있는 집,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집을 만들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쪽방주민인 김정호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이사장은 공공개발 논의에 주민 당사자의 목소리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왜 국토부와 서울시는 쫓겨나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느냐”며 “하루라도 따뜻하게 살 수 있는 집, 화분이라도 하나 놓을 수 있는 집에서 살기 위해서는 정부가 후퇴 없는 공공개발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주택지구 지정 이후가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백준 제이앤케이(J&K)도시정비 대표는 “동자동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쪽방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제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며 “동자동 개발사업의 방향은 국토부, 지방자치단체, 쪽방주민의 정치적 역학관계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 내다봤다. 달리 말해 쪽방주민이 공공개발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동자동에 민간개발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동훈 국토부 공공택지조사과장은 “당초 계획보다 사업이 늦어지게 되어 죄송하다”며 “저소득층 주거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와 서울시 관련 부처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데 그쳤다.

 

[비마이너 / 복건우 기자]

조계종 사노위, 반빈곤 단체 등,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이들의 죽음과 장례에 대한 사회보장을 촉구하는 합동 추모제가 열렸다.

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등은 17일 경기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서 추모 의식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이날은 유엔이 정한 세계 빈곤 퇴치의 날로, 무연고 사망자 합동 추모제는 2017년부터 매년 이날 열리고 있다. 빈곤 운동 단체 등은 홀로 죽음을 맞고 장례를 치러줄 이마저 없는 무연고 사망을 단지 연고자가 없는 죽음이 아닌 빈곤으로 인한 인권 문제로 본다.

이들은 특히 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이 일반 봉안시설과는 달리 실질적으로 유골함을 일시 보관하는 창고 역할에 그치고, 상시가 아닌 추모제 날 하루만 개방되는 등 진정한 추모의 공간이 아니라는 점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추모객들은 이 창고에 갇힌 죽음에 대해 “불평등하게 살다, 죽어서도 존엄은 없다”면서 “이들은 잊진 존재가 아닌 기억돼야 할 존재이며, 누구든 존엄하게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혜인 국회의원(기본소득당)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아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2012년 1025명에서 2021년 3488명으로 지난 10년 동안 3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무연고 사망자는 모두 2만 906명에 달한다.

 

(오른쪽) 지몽 스님 등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기도법회를 하고 있는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 ⓒ김수나 기자

이날 지몽 스님(대한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살아서 고독하고 가난했던 이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장사법 일부 개정으로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의 길이 열렸지만 갈 길이 멀다. 하루빨리 무연고자 장례에 관련된 미비점과 현장 실태를 파악해 존엄을 담보할 수 있는 매뉴얼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행정실무 담당자는 물론 국민 모두 무연고자 공영장례에 대한 온정주의와 시혜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현재 1인 가구 및 다양한 가족 형태가 늘고 있어, 가난과 관계 단절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기에 무연고 사망자 장례는 남의 문제가 아닌 나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지몽 스님은 “차갑고 창고 같은 건물 속에 있는 유골을 외면하지 말고,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유골 보관 창고가 아닌 무연고 사망자를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누구나 애도 받고 애도할 수 있는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존엄하게 이생을 마무리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서 공영장례가 자리매김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광헌 부위원장(동자동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은 “이 건물을 봐라, 여기가 추모하는 공간인가. 내가 죽어도 (추모의 집에 봉안된)이천 명 중 한 명, 누가 나를 기억할까”라며 “간판이 없어 찾아오기도 어렵고, 여기가 어디인지 몇 번이나 왔지만 놀랐다. 기억도 안 하고 추억도 없는데, 마지막 가는 길이라도 행복하게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자동, 양동 쪽방촌 등지에서 온 이웃들이 참배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지난 6월 22일부터 시행된 장사 등에 관한 개정 법률(약칭: 장사법)에 따르면, 시장 등이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존엄하고 표준화된 장례 절차를 제공하기 위해 장례비용을 국비로 지원하고, 지원 기관으로 장사지원센터를 두도록 했다. 현재 장례 절차 지원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에 위탁했으나 예산과 인력, 기능과 역할 등과 관련한 구체적 과제들이 남은 상태다.

특히 이 지원센터가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단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충분한 추모와 애도가 이뤄지는 과정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결의문을 내고 “고인들의 마지막을 추모하는 것에 그칠 수 없다. 빈곤을 만드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추모만으로 어떠한 사회적 변화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무연고 사망자는 36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연고자가 있지만 병원비, 장례비 등으로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가 된 이들은 2500여 명에 달한다. 실제로 연고가 전혀 없는 사망자는 전체 무연고 사망자의 3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이들이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원인을 연고 유무가 아닌 빈곤으로 보는 까닭이다.

 

스님들과 참배객들이 위패를 모시고 봉안시설 안에서 추모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김수나 기자

 

이들은 또 “누군가의 애도를 위한 상징적 장소는 물론, 추모의 집에 봉안된 이들을 상시 추모할 수도 없다”면서 “서울시는 유골 반환이 있을 때를 빼고 추모의 집을 상시 폐쇄하고 있다. 기억과 추모를 금지할 권한은 그 누구에게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추모의 집 안에 설치된 선반에는 공간 구분도 없이, 빼곡히 유골함이 놓여 있다. 현실적으로 많은 유골을 보관하기에 최적화된 곳일 뿐”이라며 “외부에는 이곳이 추모의 집이라 알 수 있는 안내판이나 현판도 없고 봉안된 고인을 확인할 수도 없다. 서울시는 추모의 집다운 공간으로 시설을 확충, 운영하라”고 촉구했다.

법 제도의 미비점도 지적됐다. 지자체에 공영장례 도입이 늘고 있고, 사망자의 생전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해 연고자가 아니어도 연고자 지정 및 장례 주관을 할 수 있도록 무연고 사망자 장례 제도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지만, 의료법 등 관련법은 개정되지 않거나 예산 문제 등으로 실행되기 어렵다면서 법,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무연고 사망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연고자가 있어도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사망을 포함하지만, 장사법에 따르면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한 경우의 무연고 사망자는 추모의 집에 봉안하지 않는다.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 표지판이나 안내문 등이 전혀 없는 창고처럼 생긴 건물로 일반인은 봉안시설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김수나 기자

이날 합동추모제가 열린 서울시립승화원의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는 현재 유골 약 3000위가 봉안돼 있다. 이 유골은 장사법 시행령에 따라 최장 5년 동안 봉안되는데 이 기간 연고자가 나타나면 반환되고 나타나지 않으면 장사시설 내 화장한 유골을 뿌릴 수 있는 시설에 뿌려지거나 자연장한다. 애초 봉안 기간은 10년이었으나 2020년 개정돼 5년으로 줄었다.

‘공영장례’란 법정 공영장례 지원 대상자가 숨질 경우, 법정 장례비 및 지자체 조례가 정하는 내용에 따라 장례 절차가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공공장례를 말한다.

이날 합동 추모제는 1017빈곤철폐의날 조직위원회가 주최하고 나눔과나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화우공익재단이 주관했다.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17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서울시립승화원 제1묘지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집에서 열린 합동 추모제. ⓒ김수나 기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지난 13일 오후 다섯시,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주민들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폭우 속에 진행된 ‘동자동에 살고 있습니다’ 토크쇼에는 주민 백일장도 열렸다.

 

본 행사는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와 빈곤사회연대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그날따라 폭우가 쏟아져 거리에 나붙은 벽보마저 속살을 보였다.

우려처럼, 텅 빈 공원은 빗소리만 요란했다.

 

그러나 시간이 가까워오니 폭우를 뚫고 김영국, 김정호, 박종근, 전도영씨가

짐을 나르기 시작했고, 뒤따라 선동수 김정길씨도 나타났다.

 

비를 맞아가며 천막을 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악천후지만 포기할 일도 미룰 일도 아니었다.

 

좀 있으니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들이 합류하여 일사불란하게 준비를 마무리했다.

 

김장수, 송범섭, 조인형, 정재은, 강동근, 황춘화씨 등 주민들도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기 시작했다.

 

준비해 둔 수박화채를 나누어 먹은 후, 주민 백일장이 진행되었다.

 

동자동‘, ’지구지정‘, ’열대야등의 글자로 삼행시를 썼는데,

준비한 화선지가 모자랄 정도로 많은 분이 참여했다.

 

얼마나 할 말이 많았던지, 구구절절 고개가 끄떡여지는 글들이 천막에 내 걸렸다.

 

참여한 주민에게 스티커를 한 장씩 주어 제일 좋은 작품에 붙이는, 주민들이 심사위원이었다.

 

영광의 대상은 여덟 개의 스티커가 붙은 김정길씨의 열 받는다‘가 받았.

 

우수상은 네 개가 붙은 김정호씨가 차지했고,

장려상은 세 개가 붙은 송범섭씨와 정재은씨가 각각 주민들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김영국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추진주민모임' 위원장이 시상했는데,

다들 절실한 상품이라 입이 벌어졌다.

 

2부의 토크쇼는 한 시간 쉬었다가 오후 일곱시부터 재개되었다.

 

첫 순서로 사랑방합창단에서 나와 모두 다 꽃이야란 노래를 불렀다.

 

이어 김정호 사랑방협동회 이사장의 사회로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첫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는 오계순씨와 임성연씨가 나왔고,

두 번째 이야기 손님으로는 이재모씨는 나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다들 쥐나 바퀴벌레와 같이 살아야하는 열악한 주거 환경을 탓하며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을 조속히 발표하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이재모씨는 얼마나 쪽방이 더웠으면, 설치할 자리가 없어 머리에 이고 살더라도

에어콘 하나만 있었으면 원이 없겠다는 하소연도 했다.

 

토크쇼가 끝난 후, ‘빈곤사회연대활동가 이원호씨가 나와

동자동 공공주택이 지연되는 사정과 공공주택의 필연성에 대한 강연을 했다.

 

동자동 공공주택 지구지정을 조속히 발표하여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주민들의 절박한 함성이 빗속으로 울려 퍼졌다.

 

김정길씨를 비롯한 여러 주민이 나와 다양한 요구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주민 가수 홍홍임씨의 내 나이가 어때서였다.

일절도 모자라 앵콜로 2절까지 부르는 기염을 토했는데, 짝쿵인 이기영씨가 신경 좀 쓰이겠더라.

 

바퀴벌레와 못 살겠다. 지구 지정 빨리하라

 

사진, / 조문호

 

 

 

해마다 밤이 가장 긴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한 해 동안 거리나 시설, 쪽방과 고시원 같은 열악한 곳에서 죽어 간 이들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자리다.

 

홈리스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는 올해로 21년째다.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등 많은 단체가 연합한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마련한 행사다.

 

올해는 비명에 죽어 간 무연고자가 모두 395명이라고 한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에서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알 수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달부터 서울 곳곳의 노숙인시설과 쪽방, 고시원 등에서 코로나 집단 감염으로

확진자가 번져가고 있으나 방역당국은 그 규모조차 공개하지 않는 다는게 추모제기획단의 설명이다.

아마 그동안 치뤄 온 홈리스 추모제 중 가장 많은 숫자로 추정된다.

 

작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는 집 없는 노숙자나 가난한 자들에게 더 가혹했다.

정부의 전염병 대책은 안정적 거처를 전제로 한 자가격리와 재택치료인데,

노숙자는 집이 없으니 정부 대책에 포함될 수가 없는 것이다.

고시원과 쪽방엔 주방이 없고 화장실도 한 층에 하나밖에 없어 다들 함께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대개의 쪽방에는 창문 없는 방이 많아 환기를 위해 방문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으니

자가격리나 재택치료라는 말은 허황한 지침에 불과하다.

 

지난 11월, 단계적 일상회복이 시작한 후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가지 못해 방치되는 사이, 바이러스가 고시원 전체에 번져버린 것이다.

나중에는 확진자보다 걸리지 않은 사람을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고 한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는 어떤 이는 코로나19에 확진된 후에도 갈 곳이 없었단다.

광장에 머물며 사람들이 다가오면 ‘확진됐으니 다가오지 말라’며 손사래를 쳐야 했다.

감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개인의 몫일 뿐 이었다.

 

추모제가 열린 지난 22일에는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 무연고사망자의

이름만 적힌 사진 없는 액자 앞에 장미 395송이가 빼곡히 놓여있었고,

 2021 홈리스 인권 10대 뉴스와 홈리스 추모제 핵심요구안이 적힌 가두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홈리스 추모제가 열리는 동짓날에는 동지팥죽을 끓여 나누어 주었지만

코로나 여파로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팥죽 없는 조촐한 추모제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노숙하는 이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추모제가 열리는 오후 6시가 가까워오니 서울역 광장으로 추모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차례대로 나와 빼곡이 나열된 영전에 추모했다.

 

주장욱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교사의 사회아래

춤꾼 이삼헌씨의 위령무 춤사위가 시작되었다.

비통한 몸짓 속에 떨어지는 꽃잎은 그들의 넋인 냥 처연했다.

 

추모발언에 나선 동자동 정대철씨는 유영기이사장을 기억하며 그리워했다.

정씨는 좀처럼 쪽방 밖으로 나가지 않고 혼자 지냈으나 유영기씨 덕에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주민들을 만나고, 사랑방 소식지를 나누어 주는 등의 봉사활동에 보람을 느꼈단다.

집에만 있을 때보다 몸도 덜 아프단다.

 

‘양동쪽방주민회’에서 장례위원을 맡고 있는 이차복씨는

한 해 동안 양동 쪽방촌에 살다 돌아가신 분이 29명이나 된다고 했다.

전체 주민 400여명에서 29명이 죽었다는 것은 뉴스에 나올 법도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외롭고 쓸쓸히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분들 평균 연령은 48세란다.

이건 병사가 아니라 정부와 사회가 죽인 살인이나 다름없다..

 

‘빈곤사회연대’ 정성철 사무국장은 안타깝게 죽어 간 주광석의 사연을 풀어놓았다.

방을 구하거나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각별히 챙겼지만,

고시원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는 부고를 받았단다.

그의 형이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는 소식을 보름 전에 들었어나 아직 공영장례 공고가 나지 않아

두 달 가까이 그의 장례를 치루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연고자가 나타나기만 기다리는 시간은 기약이 없다,

죽어서도 영안실 냉동고에 누워 하염없이 장례 치루어주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죽은 신체에 관한 권한은 혈연 가족만이 소유할 뿐,

그가 살아 생 전 맺은 숱한 관계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다.

 

민중가수 박준 씨가 나와 ‘전태일 다리에 서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아랫마을 홈리스야학 학생인 로즈마리와 꺽쇠 씨가 나와 ‘우리가 만든 홈리스 권리선언문’을 낭독했다.

“홈리스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이며,

치료다운 치료, 존중받는 밥상, 애도할 권리 등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요구했다.

 

추모제가 끝날 무렵, 홈리스추모제 참가자들이 권리선언문이 적힌 종이를

비행기로 접어 정부와 서울시를 향해 날렸다.

그 종이 비행기에는 눈물겹게 죽어 간 395명의 넋이 실려 하늘나라로 날아갔을 것이다.

 

부디 극락왕생하여 차별 없는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소서!

 

사진, 글 / 조문호

 

 

지난 12일 오전10시부터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동자동 쪽방 공공주택사업 주민대책모임’과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에는 건물주들의 대책위와 ‘국민의 힘’이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정의당’은 정부에서 발표한 공공개발이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민의 힘’에서는 개발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을 부추기고 나선 것이다.

 

 

 

분양하여 돈을 벌어야하는 민간개발은 도시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주택지는 15%, 상업지는 5%만 공공임대주택을 지으면 되지만 공공개발은 공공주택 특별법에 따라 공공임대주택을 35% 이상 지어야 한다. 동자동의 경우 전체 주택 중 52%가량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짓는다고 발표했으니, 건물주들은 용산지역 전체 부동산시세 하락까지 들먹이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간담회가 열릴 동자동 새꿈공원은 아침부터 쪽방주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며 건물주들의 목소리가 강해지며 민간재개발로 바꾸려는 낌새에 주민들은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정의당과의 간담회 소식에 한 가닥 희망을 갖고 나온 것이다.

 

 

 

동자동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위한 현장간담회에는 정의당에서 배진교 원내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참석했고, 주민 대표로는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와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이 발제 및 토론자로,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가 사회를 맡았다. 간담회가 열린 새꿈공원에는 기자들과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하여 간담회를 지켜보았다.

 

 

 

인사말에 나선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는 첫마디에 “이제 대표직을 내려놔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며 마지막 자리임을 시사하는 아리송한 말부터 꺼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민간개발이 되면 주택 값이 뛰어올라 아무 것도 없는 쪽방주민들은 살 수가 없다며, 공공재개발을 흔드는 세력을 나무랐다. "건물주들은 여기 살지도 않습니다. 전기가 나가도 고쳐주지 않고 겨울에 보일러도 하루에 두 번 밖에 안 틀어줍니다.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전기장판도 못 쓰게 합니다. 한 번은 너무 추워 보일러를 더 틀어달라고 부탁하니 3만 원을 받아 갔습니다. 돈 내기 싫거나 맘에 안 들면 나가라는 식이에요." 건물주들은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며 “우리와 같이 살면 자기들은 죽는다”고 말했단다.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란 간판으로 바꾸어 단 후암특별계획1구역 재개발 준비추진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동자동에 거주하는 소유주는 10%에 그친다고 말했다. 많은 소유주들이 동자동에 살지 않으면서 투자를 목적으로 건물을 소유한다는 자백인 셈인데, 관리인을 통해 월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아내지만 비싼 월세를 현금으로만 꼬박 꼬박 받는 이유는 무엇인가?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반 지하방보다 더 열악한 공간이 쪽방이라고 말했다. 겨우 한 몸 누일 좁은 공간에서 문이 없어 비닐로 바람을 막고 화장실이 없어 공공화장실을 이용하는 상황은 영화가 아니라 현실”이라며 “소유주의 재산권보다 거주자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이 공공재개발의 의미”라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은 ”내 무덤 위에 공공임대를 지으라“, 용산참사 피바람 각오하라”며 빨간 깃발을 내걸던 건물주들이 갑자기 ‘쪽방 주민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민간개발“ 운운하며 상생하자는 현실에 큰 비애감을 느낀다고 했다. “물새고 천장 내려앉아 어려움을 외칠 때는 눈 막고 귀 막고 있던 분들이 아니냐며, 동자동개발은 40년간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삶을 버텨온 주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에서 해야 할 일은 집 가진 자들의 개발 이익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힘’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이 되었지만, 시장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민간재개발을 요구하는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규탄의 메시지를 보냈다. '민간재개발을 해야 주택을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번 개발은 수 십 년간 최저주거기준에도 미달하는 삶을 살아 온 동자동 주민들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며 "공공주택은 생색내기로 조금 만들고, 나머지 주택을 가지고 시세차익을 노리는 그런 개발은 절대 반대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은 집 가진 이들이 개발이익을 더 추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서민들이 집다운 집에서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분들이 집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주무실 수 있도록 저와 정의당이 공공주택사업을 확실히 챙기겠다"며 약속했다.

 

 

 

동자동 주민협동회 김정호 이사장은 적어 온 글을 차근차근 읽으며, 붉은 깃발과 과격한 현수막은 가진 자들의 횡포라고 꼬집었다. 건물주들은 더 좋은 집을 지어 주겠다지만, 개발이익이 우선인 그들로서는 입에 발린 헛소리라고 말했다. 건물주들이 찾아와 “요구하는 게 뭐냐?‘고 묻는데, 화장실도 갖고 싶고 밥해 먹을 부엌도 갖고 싶다. 우리도 이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단다. ”공공개발이 안 되면 대한민국 무너진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빈곤사회연대 이원호 집행위원장은 동자동 공공주택사업의 의미와 쪽방 주민 주거권 강화방안을 비롯하여 동자동 쪽방촌의 현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공공개발의 장점은 공공임대주택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는 점과 선(先)이주·선(善)순환을 꼽았다. 선 이주·선 순환은 지구 내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 해 이주 단지를 만들어 쪽방 주민을 임시 거주하게 하고 공공주택이 건설되면 이주하게 하는 방안으로 원주민들이 동네를 떠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재개발 방식으로는 순환개발과 전면철거가 있는데, 순환 개발은 사업이 오래 걸리는 만큼 비용이 든다. 개발 이익이 우선인 민간재개발은 전면철거를 하지만, 공공재개발은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순환 개발을 선택한다”고 부언했다.

 

 

 

주민 질의 시간이 되자 처음엔 물어볼게 없는지 서로 마이크를 미루던 주민들이 나중엔 마이크 없이도 여기저기서 공공개발의 필요성과 공공개발을 원한다는 말들을 쏟아내며 정의당에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간담회가 끝난 뒤 의원들은 주민들 안내로 쪽방촌의 비참한 현실을 돌아보며 현장간담회를 마무리했다.

 

사진, 글 / 조문호

 

 

 

해마다 동짓날이 되면 서울역광장에서 홈리스와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제가 열린다.

 

매년 밤이 가장 길어 홈리스에게 더 혹독한 동짓날,

외로히 죽어간 이들을 추모하는 자리도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는 빈곤사회연대, 홈리스행동, 동자동사랑방 등 42개 단체가 모인

'홈리스 추모제 공동기획단'에서 준비한 행사다.

 

쪽방, 여관, 거리, 시설 등에서 세상을 등진 이들을 추모하고,

열악한 노숙인 인권실태 고발 및 지원 대책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예년에 비해 대폭 축소되었다.

작년에는 노숙인과 일반인이 참여한 노숙탈출 윷놀이, 삼행시 짓기,

액운 날리기, 동지팥죽 나누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나,

이번에는 ‘동료를 위한 동료의 추모’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중계되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1월까지 한 해 동안 거리에서, 여관에서, 쪽방에서

비명에 죽어 간 무연고자는 모두 295명이라고 한다.

작년에 사망한 166명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숫자지만, 급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매년 몇 명의 홈리스가 사망했는지 공식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 숫자는 시민단체에서 나름으로 파악한 비공식 집계로

실제 한 해 몇 명의 홈리스가 어디서, 왜 죽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은 국민이 아니고 유령인가? 왜 정부에서 손을 놓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역광장에는 노숙인들의 의료, 혐오, 노동, 주거, 밥, 추모 등에서 겪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2020 홈리스 10대 뉴스’와

‘코로나19 홈리스 생존&공존 전시가 열렸다.

 

‘재난지원금 신청서를 쓰고 싶었지만 통장도, 카드도, 핸드폰도 신분증까지 없어 포기했다’는 등

코로나19 때문에 홈리스들이 겪는 혐오나 어려움에 대한 호소가 적혀있었다.

 

오후2시에는 홈리스 추모주간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서울역광장 ‘홈리스 기억의 계단에는 무연고사망자의 이름이 적힌

책과 장미 295송이가 빼곡히 놓여있었다.

 

무슨 팔자가 그리도 기구하여 죽어 지내는 추모제조차 제대로 못할 때 떠났나?

부디 극락왕생하여 이 세상에서 받은 설움과 고통을 보상받으소서!

 

2016년 홈리스 추모제에서 발언한 당사자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라.

 

 

“우리에게 어쩌다가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지 마십시오.

그 질문은 네가잘못 살아서거리잠을자게된거아니냐고비난하는것입니다.

그질문에는개인의불행에대한사회의책임이빠져있습니다.

지금우리가이자리에서요구하는것은최소한의잠자리와일자리와치료받을권리입니다.

그것은모든국민에게동등하게주어져야하는당연한권리입니다.”

 

사진, 글 / 조문호

 



동자동 공원에는 목련이 꽃망울을 터트리는 봄기운이 완연하건만, 빈민들의 마음은 꽁꽁 얼어붙은 겨울이다.


 

서울역 주변에 있는 양동과 동자동이 재개발에 의해 1300여명이나 되는 쪽방 촌 주민들이 5월 중으로 쫓겨 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두 달만 지나면 살 곳이 사라지지만, 서울시에서 돌아온 답변은 "방법이 없다"는 싸늘한 말뿐이다.

급박한 상황에 내몰린 주민들은 코로나19’의 외출자제령을 마다하고 서명을 받아 내는 등 대책마련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쫓아내기 시작할 모양이지만,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빈민들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한 번 밖에 더 죽겠나?


 

쪽방촌 사람들은 최저주거기준 면적에도 미달하는 2(6.6) 이하의 작은 방에 보증금 없이 월세나 일세를 내며 살아간다.

쪽방에 화장실은 물론 부엌도 없다. 심지어 온수와 난방마저도 쉽게 사용할 수 없다.

평수로 따지면 서울의 강남 주택보다도 높은 임대료인 월 평균 233000원을 내고 있음에도 최소한의 주거환경조차 누리지 못한다.

비싼 임대료와 노후화된 시설 등 쪽방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쪽방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한다는 논의가 이어져 왔는데,

이 무슨 청천벽력이냐?


 

동자동이 재개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된 건 지난 2015528일이다.

해당 일로부터 5년 이내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기존 도시환경정비사업 계획으로 되돌려야 한단다.

사업자로서는 고층빌딩을 지어야 이익이 올라가니, 5월 중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 23, 동자동 새꿈공원에서 2020홈리스 주거팀이 주최하고 빈곤사회연대, 동자동 사랑방 등

9개 단체가 연대한 동자동, 양동 쪽방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을 요구하는 서명서 제출을 겸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날 연합뉴스장우리 기자, ‘톱 데일리이서영 기자, ‘뉴스클레임김옥해기자, 비마이너 허현덕기자 여러 명이

나와 취재 보도 했지만, ‘코로나119’ 광풍에다 총선까지 겹쳐 애타는 주민들의 목소리는 합바지 방귀 새듯 새버렸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공공주도 순환형 개발방식이란 이미 영등포 쪽방촌에서 시행하는 방법으로,

쪽방 주민들을 이주시키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영등포형 재개발'을 다른 쪽방 촌에도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영등포 쪽방촌은 영등포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사업시행자로 참여해 쪽방 촌을 철거한 후

공공임대주택과 주상복합 아파트 1200호를 짓는다. 이와 함께 영구임대주택 370호를 별도로 마련해 쪽방 주민을 다시 입주시키는데,

쪽방촌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방은 기존 쪽방보다 2배 넓은 16며 보증금 161만원에 임대료 32000원을 내고 거주할 수 있다.

그리고 쪽방 촌을 12구역으로 나눠 1구역을 먼저 개발하는 동안

2구역에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임시 거주처를 만들어 생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동자동과 양동 쪽방 촌 주민을 위한 방안은 아무 것도 없다.

임시 거주처 대책은 물론이고, 양동은 상가 건물만 지어지고 동자동엔 공공임대주택도 지어지지만

쪽방 촌 주민들이 들어갈 수 있는 가격대가 아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권영태씨는 양동은 다음 달이면 떠나야 합니다. 건물주가 쫓아내 이미 네 명이 떠났습니다.

이제 동자동도 머지않았습니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자동사랑방의 박승민씨는 재개발이 이제는 말뿐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

그동안 주거기간이 아무리 길어도 보상이 안 되고 쪽방 주민들은 내쫓기다시피 했는데

10, 20년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게도 권리가 있다며 정부가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곤사회연대정성철씨는 그동안 쪽방이 역세권에 있다는 이유로 더 많은 이윤을 개발하고 주민들을 축출한 역사를 반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영등포 쪽방에서 첫 삽을 떴으니, 이제 모든 쪽방 지역에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홈리스야학의 서창일씨는 서울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쪽방 주민들의 70%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로 경제적 도산과 금융채무 연체,

거리 노숙 등의 경험이 있고, 고령자와 장애인의 비율도 약 3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재정착과 임시거주지를 정부에서 마련하는 순환 개발방식을 도입해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자동사랑방김호태대표는 살던 곳에서 이웃과 계속 살 수 있게 해 달라. 더 이상 우리가 이리저리 쫓겨 다니지 않게 해달라

우리들의 요구를 서울시와 국토부, SH, LH에 당당하게 요구할 것이라며 주민들의 단결을 호소했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요구안과 쪽방 주민 450여명의 서명을 각 구청과 국회의원 입후보자에게 제출할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빈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하라. 우리도 사람답게 살 권리가 있다 "

 

 사진, / 조문호
















동자동에 밀집한 대개의 쪽방은 악덕 투기꾼들이 소유하고 있다.
다른 곳에 살며 입주한 주민을 대표로 내세워
계약서를 쓰게 하고 관리하며 돈을 거두어 간다.
선불인 월세는 현금으로만 받아 탈세를 하지만, 모두들 방관한다.






대개의 쪽방이 오랫동안 시설보수를 안 해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몸을 씻을 사워시설이 없는데다, 공용으로 쓰는 재래식화장실에서 식기를 세척하는
짐승만도 못한 환경에 살지만, 집세는 하루만 늦어도 쫓겨난다.






대개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내가 사는 4층의 쪽방 한 달 임대료는 23만원이다.
한 층에 아홉 개의 쪽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옆방의 티브이소리가 들릴 정도로 방음도 되지 않는 숨 막히는 공간이다.






평당 가격으로 치면 타워펠리스 보다 비싼 월세를 내면서도
비가 새거나 전기시설에 문제가 생겨도 손봐달라는 말조차하기 어렵다.
불편을 하소연하거나 조금만 그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곧 바로 쫓겨난다.
갑 질도 그런 갑 질이 없다.






배운 것도 없고 돈도 힘도 없는 쪽방빈민들,
가진 것이라고는 몸뚱이 하나뿐인 불쌍한 사람들을 언제까지 당하게 할 것인가?






지난 19일 오후 다섯시 ‘서울시청’ 동편에서
쪽방 주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세수문화제(세 번째 수요일)'가 열렸다.
‘동자동 사랑방’과 ‘빈곤사회연대’, ‘홈리스 행동’에서 마련한
‘세수문화제’에는 10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 퇴거 OUT”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 건 이 날 행사에 앞서
동자동에서 쪽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주거권 교육을 세 차례 실시했다.
그 교육 내용을 토대로 쪽방 주민들의 목소리를 서울시에 전달하는 행사였다.






개발이나 건물주의 욕심으로 하루아침에 쫓겨나도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웠던
당사자들이 힘을 모아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빈곤사회연대’의 윤애숙씨 사회로 진행된 이날 ‘세수문화제’는
이원호 ‘빈곤사회연대’ 집행위원장과 ‘동자동사랑방’ 김호태 대표로부터
‘쪽방주민 주거권 돌아보기’란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서울시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의 문제점에는 ‘홈리스행동’ 박용수 회원이 발언했다.
쪽방 재개발 문제를 중심으로 한 쪽방주민 발언으로는 홍선호씨,
서울시 저렴 쪽방 정책의 문제점에는 김병택씨가 발언했다.






유영기씨 등 쪽방 주민 세분이 나와 주거권 보장을 위한 쪽방 주민들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첫째 “지주가 아닌 주민이 주인 되는 개발을 실시하라”
둘째 “모든 비 적정 주거지에 대한 주거기준을 마련하라”
셋째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 사업 개선하라”고 했다.






동자동의 이대영, 안만정씨를 비롯하여 아랫마을 홈리스야학의
노래교실 회원들이 나와 노래를 불러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고,
임채희씨는 홈리스의 삶에 대한 자작시를 2편 낭송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장 면담을 요청하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로 ‘세수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쪽방 촌에 공공의 강력한 개입을 요구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하루빨리 사람답게 살 대책을 마련하라.



사진, 글 / 조문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