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하게 탁자에 놓였거나 벽에 걸린 작품들은 장식적 요소까지 더해 ‘나무화랑’ 전시장이 색달라 보였다.
그의 작품들은 사회 비판이며 진술이자 풍자다.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슬프지는 것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이 전시는 4월 6일까지 열린다.
사진, 글 / 조문호
“이번의 다양한 근작들엔 미술 이전에 ‘인간’을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미술 이후의 '사람'을 말하고자 하는 김주호의 작업태도가 잘 드러난다. 질구이, ·버려진 폐품 오브제,·드로잉,·낙서,·메모,·기타 즉발적인 언어로 미술개념,·이즘,·형식,·활동방식…등 기존 미술의 틀과 형식적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서, 자신과 이웃이 함께하는 작업의 원초적 의미를 반증하는 것이다. 최근 그는 과거보다도 더 미술판이나 미술을 둘러싼 제도로부터 확연하게 벗어난 듯 보인다. 스스로 '동네작가'로 만족하는 그의 미술 '이후'가 더 자유스럽게 느껴지는 이유다” -미술평론가 김진하-
인사동 거리를 가득 메우던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어디 갔을까? 징그럽도록 많은 인파와 상인들의 장삿속에 진저리를 쳤지만, 막상 사람이 없으니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코로나 19’가 휩쓴 여파가 실로 대단했다. 사람이 나오지 않으니, 문 닫은 가게가 속출하고 건물을 헐고 다시 짖거나 실내장식 하는 점포도 있었다.
돈 많은 사람들이야 한동안 쉬면되겠으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그 비싼 가게 임대료에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다. 소비심리마저 꽁꽁 얼어붙어, 이러다 나라는 배겨날 수 있을까?
남 탓할 일은 아니지만, 이제 사이비종교는 과감히 정리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종교의 자유라지만, 사람을 쇠뇌 시켜 갈취하는 일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행사는 물론 사소한 모임까지 취소하는 판국에 신도들을 교회에 집결시키는 인간들이 살인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신천지’란 정신 나간 교주 말에 어떻게 그 많은 신도들이 모든 걸 다 갖다 바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일이 한 둘 아니었다. 아무리 사람이 영악해도 참 어리석다는 생각도 들었다. ‘천국 좋아 하지마라.’ 죽고 나면 한 줌의 흙일 뿐이니, 제발 사람답게 살아라.
인사동에 사람 찍으러 왔으나, 사람이 없으니 찍을게 없었다. 사람만 보이면 쫓아갔으나, 그마저 마스크로 무장한 괴한 같았다. 미세먼지도 심각한데다 전염병마저 설쳐대니, 머지않아 거리엔 얼굴가린 사람뿐일 게다. 어쩌면 산소 호흡기를 짊어지고 다닐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이달 전시소식지 한 권 구해, 손기환씨 판화전이 열리는 ‘나무아트’로 올라갔다. 전시장에는 김진하관장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하루 관람객이 몇 명되지 않는다며, 한 숨을 쉬었다.
전시작을 돌아보니, 거친 칼질이 빚어낸 반 풍경적인 궤적들이 마치 지옥도를 보는 듯 했다. 분단현실을 상징한 정치적 도해가 한스럽게 또는 격렬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칼질의 힘을 한지릴리프기법에 의한 요철로 드러내어 더 강한 느낌을 주었다. 그동안 궁금하게 여겨 온 릴리프기법에 대해 물어보았더니, 김진하씨가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그 복잡한 과정을 거쳐 이룩해낸 작품들이라 작가에 대한 존경감이 일었다.
전시장에서 커피도 얻어 마시고, 제작기법까지 상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손기환 판화작품집도 한권 가져가란다. 벼룩도 낯짝이 있지 판매하는 책을 어찌 그냥 가져올 수 있겠는가? 소중한 책 한 권 살 수 없는 형편이 부끄럽긴 했으나,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모두 돈을 우습게 여긴 죄다. 그러나 아무리 무식하고 거지같이 살지라도, 돈만은 발가락 사이 때보다 더럽게 여기며 살 것이다.
인사동거리는 가보지도 못한 평양거리처럼 적막에 휩싸였으나, 전시장에 들어가면 인사동만의 또 다른 기쁨조들이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야! 봄 가기 전에 빨리 물러가거라. 양심은 전당포에나 맡긴 정치꾼과 사기꾼들이 우글대는 이 더러운 세상, 꽃놀이라도 한 번 가보고 죽어야 할 것 아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