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트'에서 전시한 박건씨

‘카메라 시인 상’ 받아 본 사람 있으면 어디 한 번 나와 봐라.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영예로운 상을 운이 좋아 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 ‘인사동 사람들’ 블로그에 인사동에 관한 쓸쓸한 이야기로

‘인사동 그 정처 없는 발길’이란 글과 사진을 포스팅 했는데,

그 글을 본 작가 박건씨가 ‘카메라 시인상’이란 과분한 상을 준 것이다.

 

당시 박 건씨는 ‘나무아트’에서 ‘자가격리 F4’ 전시를 열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카메라 시인 상’ 작품을 만들어 찾아가라는 거다.

그러나 상을 받는 게 쪽팔려, 차일피일하다 깜빡 잊어버린 것이다.

 

페북 댓글에 올라온 ‘나무아트’ 김진하관장의 찾아가라는 독촉을 받아서야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한 달이나 지나버렸다.

그 좁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것을 생각하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상 받으러 간 25일은 인사동에 비가 부슬부슬 내렸다.

쌈지 앞 담장에는 양반 꽃이라는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었다.

임금을 기다리다 죽은 궁녀의 슬픈 전설이 담긴 능소화 아래는

소녀들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무화랑’에 올라 가 김진하관장으로부터 상을 전해 받았는데,

마치 아파트 한 동을 통째로 받는 기분이었다.

내 평생 이런 영광스런 상은 처음 받아 보았다.

 

아파트 칸칸에다 상을 주게 된 행적을 적었는데,

마치 유적지에 세워 둔 공덕비 비문처럼 느껴졌다.

한 쪽에는 마스크를 쓴 신사임당 지폐에 재난기본소득이라며

작가의 서명까지 해 두었다.

 

그 돈도 작품의 일부지만, 뜻하는 바가 컸다.

돈이지만 사용할 수 없는 영원한 돈인 것이다.

이제 죽을 때까지 비상금은 떨어지지 않게 되었다.

 

상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 상 자체를 우습게 여겼는데,

이 상은 개인이 주는 순수한 상인데다, 상 자체가 작품이 아닌가.

볼 때마다 각오를 다지며 두고두고 기념해야겠다.

 

이런 게 제대로 된 상이다.

다른 상은 다 버려도, 이 상은 죽을 때 같이 화장할 거다.

다시 한 번 상을 준 박 건씨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사진, 글 / 조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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